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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랑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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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첫번째이야기 / 탱고를 추는 나무
탱고를 추는 나무
아름다운 비행은 꿈이 아니다
모든 것이 쳐져있다
내 집을 나간 말
네모난 세상
여자는 물이다
화분 속, 봄을 키우는 지렁이
가장 중요한 일
귀걸이 고리를 잃어버리다
얼음 만들기
...

두번째이야기 / 아버지의 집
아버지의 집
배롱나무꽃
연날리기
수박으로 오신 아버지
바람 아닐까
원피스를 위하여
아버지의 외투
어머니에 들어서다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래
엄마의 거대한 손
...

세번째이야기 / 그 여자 구름과 자고 있네
그 여자 구름과 자고 있네
레드와인
울산바위
연 1
연 2
매미 이오이오, 울다
사람
능소화는 어디에서 왔을까
민들레
나비의 결혼 비행
...

네번재이야기 / 청둥오리 떼를 보며
청둥오리 떼를 보며
가게를 하다보면
수족관 도다리
겨울 입구에서
봄을 준비하다
앉은키가 같은 사람들
나는 거대한 선물이다
사과를 하고 싶었다, 사과
아무렴, 무서운 소리고 말고
실내포장마차

작품해설

저자 소개

저자 : 이명덕
전남 화순에서 태어났으며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하였고 시집 『도다리는 오후에 죽는다』를 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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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63쪽 | 210g | 145*205*20mm
ISBN13
9788996301615

책 속으로

탱고를 추는 나무

콜라텍이라도 다녀왔나, 저 나무
안개비 속에 어룽져
몸의 중심이 기우뚱
굽어지며 기울어지고 빙글빙글
바람에 흔들어대는 저 몸짓
세련된 척 하던 그전 춤이 아니네
제 몸 문질러 질퍽거리는 한 세상과
비벼대며 한 몸으로 섞이고 있네
확 꺾여지고 휘돌고 일어서고
어쩌다 언뜻 비추는 햇살에 찡긋 눈 감기도 하고
다시 고꾸라져도
정교하게 균형 잡고 일어서는
삶으로만 오롯한 저 춤
넘어지지 않으려고 긴장하며 추던
어제의 춤이 아니네
다쳐도 좋다네, 뒤틀다 넘어져도 좋다네
곤두박질치면 한달음에 튕겨 오를 생의 근력도
운명으로만 만들어지는 것
영혼의 뿌리가 엉켜 넘어지면 탱고라지
하나가 다시 둘로 솟구쳐 오르는

--- p.13


아버지의 집

햇빛으로 집을 지으셨다
오십 년을 한 자리에서 우물을 파셨다
날줄과 씨줄로 엮은 바람은 울타리로 쓰셨다
그 집에서 돼지와 오리를 기르셨다
앞마당엔 감나무와 앵두를 뒤 텃밭엔
이슬방울 매달린 토란잎을 가꾸셨다
그 집에서 탯줄을 잘랐던 나는
핀치기로 햇빛을 따내어 유년의 앞마당을 채웠다
여섯 자식이 문 열고 나갔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나가시고
햇빛만 남았다

--- p.39


그 여자 구름과 자고 있네

그 여자, 슬몃
호수에 발을 담근다
해발 몇 천 미터를
떠도는 구름 한 자락
하늘로는 올라가지 않겠다고
옆으로 돌아누운
반 팔 입은 여자의 어깨 위로
몸을 던진다
어느새 동그랗게 배를 불린 여자
네 계절이 모여 사는
호숫가에서
출렁이는 여자, 잔잔하게도 거칠게도
바람을 호흡하는 여자
내 안에서 빠져나간
구름 같은 여자

--- p.67


청둥오리 떼를 보며

치킨 튀기는 냄새 지겨운 날이었어
휴일도 없는 가게 박차고
여주 신륵사에 갔더랬지
근심일랑 다 털어 버리고 쉬려는데
남한강에 노니는 청둥오리 떼를 보는 순간
너흰 차암 좋겠다아-
이토록 넓은 강변을 다 사용하고도
집세 걱정 안 해도 되니
너희들은 알고 있니?
이자 빚은 비 오고 바람 부는 날도 없다는 것
게다가 쉬는 날은 단 하루도 없고
청둥오리야, 하늘은 편애함이 없다는데
그렇게 유유히 노닐면서도 새끼는 잘 거두고 있니?
하루해는 일수도장처럼 오고
새벽 별을 봐야 마감하는 하루
어느새 은행빚이 나보다 먼저 신륵사에 와
청둥오리 떼를 보고 있었던 거였어
하지만 나도 알지, 지금 나를 보고 있는 사람들도
참으로 한가로운 여인네로 볼 거라는 걸
삶은 늘 보이지 않는 아픔을 가지고
평화를 구하는 것이지
내가 청둥오리를 보고 부러워하듯

--- p.91


앉은키가 같은 사람들

신기한 일이다
키가 훌쩍 큰 남자와 보통인 여자가 들어와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는데
앉은키가 비슷하다
물론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신기하게도 앉아서 말할 때는
눈높이도 비슷하다
사람들이 여럿이 들어설 때는
각자 개성이 넘치지만
큰 테이블에 앉으면
신기하게도 고만고만하다
키가 비슷해지고 눈높이가 같아지고
어쩌면 숨소리도 웃음까지도
닮게 되는지 모른다
가끔 벤치에 앉은 남녀의 뒷모습에서
나란함이 주던 다정함을 이제야 알겠다
같은 눈높이에서 더
풍성해지는 것이다, 사랑은

--- p.100

출판사 리뷰

신기한 일이다
키가 훌쩍 큰 남자와 보통인 여자가 들어와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는데
앉은키가 비슷하다

만약 시인도 삶에 대한 피로감에 휩싸여 있었다면 ,
허무의 목소리로 “모든 것이 헛되고, 모든 것이 똑같고, 모든 것이 지나간 것이다”고 말했을 것이다.



이명덕은 지금 생의 근력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세련된 척 하던 가식을 벗고 질퍽거리는 세상과 몸으로 섞이고 부딪치며 삶으로 오롯한 미학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몸을 묶고 있는 지상의 끈과 상승의지 사이의 길항, 그리고 좌절을 고통스럽게 지켜보는 시 중에도 좋은 시가 있지만, 아무래도 이명덕 시의 미덕은 삶의 얼룩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 보이는데 있는 것 같다.
앉은뱅이 채송화처럼 제 키보다 낮은 자세로 사는 동안 만나게 되는 따뜻함, 육친에 대한 애틋한 연민, 삶의 뜨거운 온기, 생활의 땀 냄새 묻어나는 시 중에 좋은 시가 많다.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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