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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감자 200그램
양장
박상순
난다 2017.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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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슬픈 감자 200그램 9
대장, 코만도르스키예 10
나의 물고기 남자 13
왕십리 올뎃 14
요코하마의 푸른 다리 18
논센소 20
샤를로트 엘렌 22
그 칼 27
빵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23년 뒤 -2 28
새로 단 문밖에는 31
현실은 내 웃음을 모방한다 32
유령이여 안녕 34
내 봄날은 고독하겠음 37
나는 네가 40
달을 한입 베어 물면 42
즐거운 사람에게 겨울이 오면 44
할머니들의 동그라미 47

2
나의, 단풍잎 같은 생일 아침 51
핀란드 도서관 52
별 56
좀 이쁜 누나, 순수 연정님 58
사바나 초원에서 만나면 60
당나귀 달력으로 30년 62
요괴들의 점심 식사 65
‘나-수탉’은 오늘 66
바나나 나무처럼, 수선화처럼 68
여배우 김모모루아는 바르셀로나에 갔다 70
음악은 벽 속에 있다 72
꽃의 소녀 79
6월의 우주에는 별 향기 떠다니고 80
열 걸음 스무 걸음, 그리고 여름 82
장화 신고, 장화 벗고 84
바람은 감자를 하늘만큼 좋아해 88

3
이것은 93
죽은 말의 여름휴가 94
공구통을 뒤지다가 96
네가 가는 길이 더 멀고 외로우니 98
목화밭 지나서 소년은 가고 100
I will wait for you 102
뜨거운 야구공 하나가 날아와 103
기린 아가씨와 뜀뛰기 104
네가 나를 영원히 사랑한다 해도 105
철문으로 만든 얼굴들 106
새콤달콤 프로젝트 107
할아버지와 대서양과 황금 팔과, 나와 가을과 108
한낮의 누드 110
오늘, 시인 언니 병신 돋는다 111
무대 112
내가 그린 기린 그림 114
고래와 시금치 116
크레이지 하트 포에트리 클럽 118
여름밤의 꿈이었을까 119

시인의 말 121

저자 소개 1

박상순

 
1991년 《작가세계》로 등단했고, 시집 『6은 나무 7은 돌고래』,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Love Adagio』, 『슬픈 감자 200그램』, 『밤이, 밤이, 밤이』를 출간했다. 현대문학상(2006), 현대시작품상(2013), 미당문학상(2017) 등을 수상했으며, 민음사 대표편집인을 지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서양화)를 졸업했고, 북디자이너, 출판기획자로서 수백여 권의 문학, 인문학 책을 만들었다. 시인으로서 이상의 시 텍스트를 온전히 한글화했고, 해석자로서 어휘와 내용을 이상의 소설 작품들과 교차 분석했고, 또한 예술가로서 서양 모더니즘 및 후
1991년 《작가세계》로 등단했고, 시집 『6은 나무 7은 돌고래』,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Love Adagio』, 『슬픈 감자 200그램』, 『밤이, 밤이, 밤이』를 출간했다. 현대문학상(2006), 현대시작품상(2013), 미당문학상(2017) 등을 수상했으며, 민음사 대표편집인을 지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서양화)를 졸업했고, 북디자이너, 출판기획자로서 수백여 권의 문학, 인문학 책을 만들었다. 시인으로서 이상의 시 텍스트를 온전히 한글화했고, 해석자로서 어휘와 내용을 이상의 소설 작품들과 교차 분석했고, 또한 예술가로서 서양 모더니즘 및 후기인상주의, 큐비즘, 다다,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러시아 아방가르드, 네덜란드 신조형주의 등 유럽 여러 나라의 20세기 회화를 통해 이상 시의 구조적 특징을 밝혀냈다. 이상의 시에는 시인, 화가, 건축기사, 편집자, 북디자이너로서의 경험들이 녹아 있기 때문에, 거의 동일한 경험자로서 이상 해석을 전방위적으로 시도한 것이다. 또한 이상이 지닌 동양 전통의 문예의식을 살폈고, 당시 경험한 구체적 사건들을 따졌으며, 이상이 영향을 받은 해외 문학 사조 및 예술 경향을 모두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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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1월 22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74g | 132*205*20mm
ISBN13
9791195907793

책 속으로

슬픈 감자 200그램을 옆으로 옮깁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을 신발장 앞으로 옮깁니다.
그리고 다음날엔
슬픈 감자 200그램을 거울 앞으로 옮깁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을 옷장에 숨깁니다.
어젯밤엔
슬픈 감자 200그램을 침대 밑에 넣어두었습니다.
오늘밤엔
슬픈 감자 200그램을 의자 밑에 숨깁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은 슬픕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은 딱딱하게 슬픕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은 알알이 슬픕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은.

---「슬픈 감자 200그램」중에서

출판사 리뷰

후배 시인 이수명은 1993년에 출간된 선배 시인 박상순의 첫 시집 『6은 나무 7은 돌고래』를 두고 근래에 펴낸 자신의 저서를 통해 이렇게 논한 바 있다. “이 시집은 아무 예고도 없이, 전조도 없이 와서, 아무 파란도 없이 처음에 왔던 그 자리에 아직도 서 있는 듯 보인다. 1990년대나 그 이후는 이 시집의 이상한 기운을 충분히 호흡하지 않은 것이다. 어떤 거리감을 갖고 바라보았을 뿐이다. 이 말은 이것이 아직도 소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 이 시집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중요한 내용들을 품고 있음이 틀림없다.”(『공습의 시대』, 문학동네, 2016, 130쪽)

이수명 시인의 말마따나, 물론 동조하는 마음에 반복하여 거드는 대목이기도 하거니와, ‘아무 예고도 없이, 전조도 없이 와서, 아무 파란도 없이 처음에 왔던 그 자리에 아직도 서 있는’ 시인 박상순. 그의 시를 읽어온 독자라면, 특히나 그의 시에 매료되어온 독자라면 무심히 물에 돌을 던진 듯한, 그러나 정확하게 그 중심을 가늠하여 어깨를 휘둘렀다 할 이 설명에 무조건 수긍하지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박상순의 시는 어느 날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서 지금껏 우리 앞에 우뚝 하고 서 있는 지경이고 무릇 절경이다. 더 거슬러 가보자면 1991년 『작가세계』로 데뷔했을 때부터 26년이 지난 지금껏 그는 참 홀로라는 참이다. 누구도 따라갈 수 없고 또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시들을 그는 연신 피워대는 담배연기처럼 대책 없이 우리들에게 흘려놓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연기 같은 시들을 좇으며 우리들은 매캐하면서도 아찔한 그의 시적 혼돈에 겨워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1996년에 출간한 두번째 시집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2004년에 출간한 세번째 시집 『러브 아다지오』에 이어 2017년에 펴내는 그의 네번째 시집 『슬픈 감자 200그램』. 햇수로 13년 만에 펴내는 박상순 시인의 신작 시집을 말하기에 앞서 서두가 길었던 건 긴 시간을 함께 통과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시는 출연 당시의 첫, 그 처음처럼 우리에게 여전한 새것으로 느껴지는 연유가 아닐까 싶다.

왜 그의 시는 항상 시라는 고정관념으로부터 달아나 있나. 왜 그의 시는 항상 시라는 예측으로부터 빗겨나 있나. 이 멀어짐, 이 새로움, 이 낯섦을 기폭으로 총 52편의 시가 3부로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은 한국 시단에서 흔히 볼 수 없던 독특한 개성과 그만의 리듬으로 독보적인 자리매김을 한 박상순이라는 시인의 진가를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내 보일 수 있게 완벽하게 세팅된 무대다. 일견 그래왔던 것처럼 녹녹하게 읽히는데 그 뒷맛은 녹록치가 않다. 꿈틀대는 말의 뼈마디가 유연하기 그지없는데 그 부드러운 관절들의 춤을 뭐라 제목 짓기 또한 만만치가 않다. 무작정 덮어놓고 좋은데 그 좋음을 도통 설명할 길이 만무하다면 그 좋음은 실로 진실이고 진심이 아닌가. 시마다 참으로 자유로운 사유가 반짝이는데, 시마다 반짝이는 자유 속에 나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규율이자 규칙이 새로 반짝여서 속도를 내어 걷다가도 이내 멈춰서서 나를 찾게 되니 이처럼 끝도 없이 나, 나라는 자의식을 물고 늘어지는 시집이 또 있겠나 싶은 감탄을 참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슬픈 감자 200그램』은 언어라는 슬픈 도구가 얼마나 풍요롭게 시의 잔치를 벌일 수 있게 하는지 그 일련의 과정들을 몹시도 아름답게 복작거리는 말과 그 말맛의 다채로움으로 펼쳐보이며 우리를 흥분시킨다. 박상순의 시를 눈으로 읽을 때와 박상순의 시를 입으로 읽을 때, 그리하여 박상순의 시를 마음으로 읽을 때 우리가 손에 쥐는 건 형체가 없는 슬픔의 덩어리다. 무게를 잴 수 없는 슬픔의 한 줌 또 두 줌. 잡은 듯해서 손을 펴보면 그 안에 텅 빈 덩어리로, 아니 덩어리였던 기억으로 고여 있는 어떤 감정의 기척. 박상순의 시는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는데 이는 시의 뜻이 아니고 시인의 의도도 아니고 바로 제 할 탓의 ‘우리’ 몫이다. 어렵게 읽으면 어렵고 쉽게 읽으면 쉬울진대 특히나 박상순 시인의 이번 시집은 읽는 순간 제 감각이 일순 시 안으로 빨려드는 분주함으로 일단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터무니없이 재밌고 터무니없이 발랄하고 터무니없이 경쾌한데 그 터무니없는 즐거움 뒤로 그만의 ‘파묻힘’이 있다. 아마도 시라는 매혹, 어찌할 수 없는 발의 빠짐 끝에 인정하게 되는 궁극의 아름다움. 시가 줄 수 있는 모든 매력과 마력이 박상순의 이번 시집 안에 다 있다고 하면 무리일까. 무리로부터 이미 벗어나 저 멀리로 등을 보인 채 홀로 가고 있는 시인이 벌써 보이고 있다지만 말이다.

시인의 말

슬픈 도구가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봄날을 그리고 싶다. 나의 도구는 구체적이거나 실재적인 것을 통해 더 구체적이거나 더욱 실재적인 것으로 향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처음에 이 길을 선택했던 이유처럼, 나의 도구는 언어이고, 이미지와 소리와 문자이고, 나 자신이고, 문제인, 오래된, 낡은 집이어서 어쩔 수 없이, 차선책인 나 자신만의 미미한 독자성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미한 개인에게도 사실이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어렵기도 하지만, 가슴에 묻어두고 가야 하는 것 또한 진실일 수밖에 없다. 때로는 참이, 거짓이나 침묵, 헛것들을 만나 진실이 된다. 나에게 사건과 행위, 동작이나 동세는, 진실을 비껴서는 것이기도 하지만 뒤집고, 버리고, 되돌아서는 작용점으로써 실재적인 곳으로 도구를 끌고 가려는 마음과 같다. 하나의 작품은 발단의 연유나 종결의 의미를 넘어서는 곳에 있다.
그러나 세상은 지각이나 감각 또는 인지의 결과와는 다른 것일 수 있고, 나는 그 한계 안에 있다. 허구처럼 보이는 사건들과 이미지로서의 환영을 교차하면서, 미미한 나의, 문제와, 절박하게, 침통하게, 그러나 따뜻하게 대면하고자 했지만, 더 즉물적으로 그것을 드러내고자 한다면 어떠한 의미도 배제해야 한다. 문제들은 즉물적인 것들을 통해 마침내 미적으로 환상을 만들며 소멸한다. 따라서 그런 즉물성을 통해 구조에서 구축으로, 시선에서 포착으로의 이동이 필요하지만 나의 도구는 아직, 거리보다는 관계에 놓여 있다. 그래서 아직은 상황과 감정이 햇빛 속의 먼지처럼 떠돈다.
언어. 공간을 여는 길은 경계의 확장이나 출구를 통한 방법이 아니라 공간을 먼저 확정하는 데 있다. 그러나 시선이나 표현을 넘어서는 시적 대상이나 상황을 현재와 같은 고정된 무대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대상의 동태를 내 안에 옮겨, 다시 바깥과 잇는 과정에서의 호흡과 박동의 차이, 잡음에 관한 것들. 그리고, 매체가 경직된 내용을 생성하기 전에 방향의 역전을 꾀했지만, 의미를 단순하게 확정하는 경향을 가진 구체제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심란하다. 그런 심란함은 자연을 차용하거나 정서적 상황에 머물게 한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차라리 의지나 욕망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떠돌거나 격동하는, 내 심장에 박힌 기억을 열고, 두려움을 감춘 채 세상의 맞은편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들도 가볍게 날려 보내는, 그런 봄날뿐인 봄날을 만들 수 있을까.
주어진 기회라고는 단지 예술밖에 모르는 미미한 크기의 나는, 그래도 이 세상에 한 점으로서나마 잠깐의 숨을 쉬며, 그 숨으로 오늘은 겨우 200그램짜리 감자들을 내놓는다. 그러나 이것이 유동이나 불확정성에 관한 포착, 연결 구조를 열면서도 위에서 닫아버리는 구축이라면 좋겠다.
그래서 내일 오후쯤에는, 나의 언어가 예술적 기술과 비장함을 딛고, 맑고 투명한, 또는 어둡고 칙칙한, 그런 등등의 물체를 가진, 햇빛 속의 하루로 바뀐다면 좋겠다. 더 어려운 일이지만 그 반대로도 늘 가능하다면 좋겠다.
당나귀, 기린, 대장, 좀 이쁜 누나, 고독, 고래, 시금치에게 미안하다. 아직은 밤이니 내일 정오까지는 우리 모두, 무사할 것이다.
박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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