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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큰 품에 나를 꼭 끌어안더니 주방으로 향했다. 스페인 종교 재판만큼이나 두렵고 식은땀 나는 질문 공세와 이마에 쪽 소리 나는 뽀뽀, 이 정반대되는 행동을 통해 아버지는 내가 빨리 성공할 가능성이 없고, 라스칼 오빠는 나약해서 못마땅하다는 생각을 넌지시 비쳤다. 오늘 저녁 식사도 시작이 만만치 않군. 그런데 요즘 들어 윌에 대한 질문이 늘어나고 있네. 그 질문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pp.50~51
우리 집에서는 전설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 만큼 이 세상에 강한 흔적을 남겨야만 성공했다고 인정받는다. 나는 지금껏 그 기준에 맞추려고 애썼다. 하지만 계량스푼을 들고 살아야 하는 직업을 택하면서부터 부모님의 기준에 부응하지 못하는 자식 취급을 당해야 했고 스스로 세운 목표도 늘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5개년 계획은 직업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끝나지 않을 여정으로 변했다. --- p.78 문득 오늘 낮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벤 페이지의 이름도, 라스칼 페이지의 이름도 거론되지 않았다. 지난 30년간 살아온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미친 듯이 손님들의 주문을 읊어대고 신경질 부리는 프랑스 요리사들도 곁에 없었다. 평소에 어깨를 짓누르던 모든 부담과 고민을 벗어버린, 있는 그대로의 나. 그런 나를 그 사람은 좋아해 주었다. 아니, 그 사람이 좋아해 주었다는 건 내 생각이지.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나를 나 자신이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 p.185 중요한 면접을 많이 해봤지만 여전히 떨렸다. 직업적으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지금도 이런 자리에 있자니 새장에 갇힌 듯 답답하고 불안했다. 내가 바라는 건 먹고사는 데 불편 없을 만큼의 돈과 맛있는 디저트를 개발할 수 있는 자유뿐이다. 그런데 지금 일하는 레스토랑에서는 선을 지켜야 한다. 디저트도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없다. 최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이라는 이미지에 어울리는 선을 지켜야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그 영원불변의 선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 거야? --- p.2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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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문학계를 뒤흔든 위대한 작가, 어머니는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진 부잣집 상속녀, 오빠는 아버지의 뒤를 이은 유명 작가, 애인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현장으로 달려가 취재하는 기자, 그리고 나는 LA 최고 인기 레스토랑의 수석 파티시에. 겉으로 보기엔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지만 난 전혀 행복하지 않다!
나는 LA 최고 레스토랑의 수석 파티시에가 되고도 가족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생각에 늘 안절부절 못하고 만성 복통에 시달린다. 나만의 제과점을 차리겠다는 5개년 계획은 11개년 계획으로 바뀐 지 오래지만 그것도 불투명하다. 게다가 온 가족이 다 아는 어린 시절부터의 연인이자 친구인 윌과의 관계도 항상 제자리를 맴돈다. 그렇게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던 내게 새로운 기회가 다가온다.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요리 쇼 진행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들어오고 다니엘 설리반이라는 멋진 농구 코치가 자선 파티에서 내 홈베이킹 개인 교습에 낙찰된 것이다. 서른 살, 내게 찾아온 새로운 일과 사랑을 통해 이제는 정말로 행복해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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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일과 사랑 그리고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나이
서른은 좀 특별한 나이이다. 우선 나이 앞자리 숫자가 바뀐다는 것이 그렇고 자신의 진로를 찾기 위한 방황이 어느 정도 끝났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내가 선택한 일이 정말 내게 맞는 일일까? 내가 만나는 사람이 정말 평생을 함께할 사람일까? 나는 가족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살고 있을까? 등등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평생 해야 할 것만 같고, 지금 만나는 사람과 결혼을 결정하면 연애와는 달리 헤어지는 것도 쉽지 않다. 그리고 가족은 평생 풀어야 하는 숙제이다. 《서른 살의 키친》의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 LA 최고 레스토랑의 수석 파티시에가 되고도 가족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생각에 늘 안절부절 못하고 만성 복통에 시달리고, 자신만의 제과점을 차리겠다는 5개년 계획은 11개년 계획으로 바뀐 지 오래지만 그것도 불투명하다. 게다가 온 가족이 다 아는 어린 시절부터의 연인이자 친구인 윌과의 관계도 항상 제자리를 맴돈다. 이제 엘리자베스도 일과 사랑 그리고 가족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한다. 가족, 소중하지만 기대치가 버겁다 엘리자베스에게 가족은 소중하지만 세상 그 누구보다 부담스러운 존재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문학계를 뒤흔든 위대한 작가, 어머니는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진 부잣집 상속녀, 오빠는 아버지의 뒤를 이은 유명 작가이기 때문이다. LA 최고 인기 레스토랑의 수석 파티시에라고 하면 다른 가정에서는 자랑스러운 딸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엘리자베스의 아버지는 딸의 직업이 탐탁지 않다. 엘리자베스는 아버지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힘겹게 살아왔지만 정작 본인은 행복하지 않은 삶이었다. 엘리자베스는 디저트를 만든다는 자체가 좋을 뿐 최고급 레스토랑 수석 파티시에라는 자리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제과점을 차려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빵을 굽고 싶은 뿐이다. 이제 엘리자베스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보다는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일, 디저트를 만드는 것은 즐겁지만 최고급 레스토랑의 수석 파티시에 자리는 버겁다 엘리자베스는 디저트 만드는 일을 즐긴다. 처음 파티시에가 되었을 때는 보통사람들은 느끼는 못하는 미세한 맛의 차이를 구분하고 최고급 디저트를 만들어 자신의 재능을 뽐내는 것도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소수의 사람들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비싸고 화려한 디저트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소박하고 먹음직스러운 디저트를 만드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일에 임하는 자세도 자신의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일에만 모든 것을 바치기 보다는 일을 즐기면서 자신의 시간도 가지고 싶어졌다. 일을 사랑하지만 일이 중요한 만큼 다른 것들의 소중함도 돌아보게 된 것이다. 사랑, 어린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이자 연인 윌을 사랑하지만 자기중심적인 사랑은 버겁다 윌은 엘리자베스의 첫 남자이자 현재까지 만나는 연인이다. 가족끼리 잘 아는 사이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현장으로 달려가 취재하는 기자이다 보니 얼굴을 보는 것은 일 년에 몇 번 뿐이다. 그나마도 진지하게 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한 채 늘 제자리를 맴돌 뿐이다. 엘리자베스는 현재와 미래를 함께할 수 없는 윌과의 관계가 힘들기만 하다. 엘리자베스는 용기를 내 윌에게 자신의 심정을 이야기해보지만 윌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엘리자베스는 사랑에서도 다른 선택을 하려한다. 현재를 즐기는 가벼운 관계가 아닌 미래까지 고려한 진지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진 것이다. 서른 살, 행복을 찾아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한다 가족, 일, 사랑 이 모든 것이 버겁기만 한 엘리자베스에게 새로운 기회가 다가온다. 평범하지만 현재와 미래를 함께할 수 있는 편안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디저트를 만들면서 개인 시간도 가질 수 있는 텔레비전 요리 쇼 제안이 들어오고, 갈등을 통해 아버지도 조금은 엘리자베스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모든 것이 버겁기만 하던 엘리자베스는 조금씩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이 작품의 원제인 ‘seeing me naked’도 주변의 기대치나 겉모습에 연연하지 말고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으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다. 서른 살 엘리자베스는 버겁기만 하던 자신의 껍질을 벗고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간다. 서른,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 두려울 수는 있지만 결코 늦지 않은 때이다. 자신의 현재 모습이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아보자. 엘리자베스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