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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뽀로로
이대연
오렌지민트 201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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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속표지
작가의 말
패닉 크리스털

시선
청산가리빛 아침
인어가 머물다 간 여인숙
검란
이상한 나라의 뽀로로

카프카스
작품 해설
판권 페이지

저자 소개 1

1972년 수원에서 태어났다. 성직자가 되기 위해 총신대 신학과에 입학하였으나 중퇴하고, 경기대 불어불문학과, 동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거쳐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4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검란」으로 당선되었다. 2012년에는 영평상(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평론상과 플랫폼 문화비평상을 수상하여 영화와 문화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영화광의 탄생』(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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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458g | 153*224*20mm
ISBN13
9791195576159

책 속으로

병원에서 돌아온 날 밤 여자는 반지하 단칸방에서 혼자 미역국을 끓여먹고 누웠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불빛이 천장을 긁고 지났다. 엔진 음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여자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차가 지나며 창문으로 흘리고 간 전조등 불빛이라는 걸. 흐리고 몽롱한 눈빛 위를 훑고 지나는 그 불빛은, 마치 복사기 같았다. 누군가 자신의 영혼을 복사해 놓으려는 것은 아닐까 여자는 생각했다. 영혼의 사본. 하지만 복사할만한 게 있기나 한 것일까. 여자는 불편하게 돌아누웠다. 그리고 밤새 지느러미가 없는 잉어 꿈을 꿨었다.--- 「패닉 크리스털」

그의 꿈은 얼마나 어둡고 깊은 것일까. 여자는 생각했다. 돌아보면 꿈은 또한 그녀 삶의 마스카라였다. 눈썹 길이만큼의 삶을 끊임없이 덧칠해가며 옹색한 꿈의 그림자를 깜박여왔다. 그러나 구원은 꿈도 꿔보지 못했다. 삶의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검게 어루러기진 눈물 자국만이 선명할 뿐이었다. --- 「패닉 크리스털」

연애시절 나 잡아 봐라를 외치던 아내는 어느 날 내게 말했다. 이제 그만 놔줘요.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팀의 선전에 환호하다가 문득 낯선 여자와 포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은 난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아내를 잡았던 손을 놓았다. 어, 미안.--- 「개」

사실 성공적인 자살이란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는 아니다. 얼마나 참신하게, 그리고 극적으로 연출하느냐가 관건이다. 두 번의 실패 이후 나는 청산가리를 게임의 주요 아이템으로 선택했다. 무릇 게임이란 어떤 아이템을 얻느냐가 레벨의 높낮이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역도 성립한다. 두 번의 실패는 적어도 청산가리라는 고급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레벨은 올려주었다. 청산가리는 얻기는 어려워도 일단 수중에 들어오면 꽤 유용하다. 우선 성공률이 높고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게다가 매혹적인 파란 빛깔이라니,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아이템인 것이다.--- 「청산가리빛 아침」

사람들은 자신이 왜 사는지도 모르면서 자살에 대해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왜? 왜냐고? 그냥 취향이라고 해두자. 루가 파란색 취향이듯이 나는 그냥 자살 취향인 것뿐이다. 합당한 이유 없이 죽을 수 없다면, 관성의 삶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청산가리빛 아침」

몸이 간지러웠다. 비늘이…… 돋으려는 것일까. 세 여자들이 한 차례씩 어두운 머릿속을 환하게 스쳐 지났다. 미안하다며 울음을 터뜨리던 아내와, 몇 년 동안이나 썩지 않고 내 속에서 잠자던 그녀의 눈동자와, 켁켁 거리며 달려 나가 욕하던 여자의 음성. 그리고 쇼윈도를 스치며 보았던 두 인어의 그림까지도. 눈물이 볼 위를 흐르지 못하고 금세 바닷물과 섞였다.--- 「인어가 머물다간 여인숙」

나는 매몰차게 김군의 등을 떠밀었다. 왜냐하면…… 김군은 버섯돌이였고, 버섯돌이가 뿌리는 나쁜 포자를 나는 치우기가 귀찮았고, 바나나우유를 검은 구멍에 던져 넣는 일을 나는 하기가 싫었고, 그리고 김군은 노란 진달래 반이었으니까.--- 「이상한 나라의 뽀로로」

“부처가 오입쟁이군요.”
그제야 여자의 미소가 무얼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월불암의 전설에서 어떤 신비함보다는 욕망의 단면을 본 것이었다. 나는 왠지 월불암을 좀 변호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여자에게는 희망이었겠죠. 성과 속은 통한다고들 하잖아요.”
여자는 잠시 정색을 하더니 입가에 다시 미소를 띠었다.
“희망이 되는 욕망이라…….”
그러곤 양손으로 커피잔을 들어 가볍게 코에 댔다가 떼었다.
“희망, 그거 좋은 거죠.”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이 책에는 죽음이 곳곳에 지뢰밭처럼 깔려있다. 죽음은 인류의 공통적 화두다. 인류는 끊임없이 죽음의 문제를 다루어왔다. 그것이 타살이든 자살이든, 계획된 죽음이든 불시에 날아든 사형선고이든 죽음은 문학, 예술뿐만 아니라 임종을 앞둔 사람부터 그를 지켜보는 가족에까지 숙연해지는 깊이를 갖게 한다. 이대연의 작품집 『이상한 나라의 뽀로로』에 나타나는 죽음은 다양하다. 단순히 육체적 생명의 끝남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신적 단절(혹은 억압), 욕망의 거세, 나아가 문화, 역사, 소통의 부재에까지 죽음의 선상에 올려놓는다. 아버지의 죽음(「개」)과 어머니의 죽음(「검란」), 직장 상사의 죽음(「시선」)과 연인의 죽음(「청산가리빛 아침」) 등 표면적인 관계의 죽음에서 뻗어나가 결국엔 인류의 죽음(「칼」)에까지 닿는다. 그 사이 자라지 못하고 회귀하는(혹은 거부하는) 모습(「이상한 나라의 뽀로로」) 역시 죽음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뽀로로」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죽음은 현실 부정이 아니라 이미 시대 자체가 죽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대연의 죽음은 개인의 죽음에서 팽창되어 문화의 끊김, 시류의 급변화, 정치적 퇴행 등을 포괄하는데, 그것을 이제는 사라져버린 옛것들로 슬그머니 대체한다. 요즘은 읽지 않는 낡은 사유가 담긴 책, 세월이 한참이나 지나 제목도 가물가물한 영화와 음악, 애니메이션, CD플레이어나 MP3, 시골에서조차도 사라진 여인숙 등등… 이것들이 왜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고, 중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 모든 것들이 불과 20년 전까지 있었고, 그때는 최첨단이었고, 문화의 주류를 담당할 만큼 시류를 이끌고 있었으며, 지식인들의 길잡이처럼 읽히고, 보아왔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낡고, 초라하고, 사라져버린, 아무도 찾지 않는 기억 속 추억의 물건들이다. 죽음은 추억을 불러들인다. 앞서간 사람의 이름과 함께 나눴던 에피소드들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해내고, 그리워한다. 저자는 죽음의 커다란 형태로 지나간 손때 묻은 옛 향수들을 곳곳에 심어놓는다. 그럼으로 인해 단절과 소통의 부재를 넌지시 제시한다. 이 작품집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다른 작품들과 결이 다른 「칼」이다. 다른 작품들은 시종일관 차분하면서 조금은 느린 걸음걸이로 걷고 있다고 한다면, 「칼」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과 서사로 다른 작품들을 결집시켜 총합체를 이룬다.「칼」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동전을 지키기 위한 이야기다. 인간이 헐벗고, 굶주렸을 때 신이 이 땅에 내려와 온 세상이 풍요로워졌다. 인간들은 신이 기거할 집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동전이다. 동전이 곧 ‘거룩한 성전’인 것이다. 그러나 동전은 ‘인간이 가장 혐오하는 것’이자 ‘가장 경외하는 것’이다. 그러다 인간이 오만해지고, 동전을 경시하자 신이 노하여 세상의 모든 생명을 앗아가면서 동전도 자취를 감췄는데 마지막으로 남은 동전을 사수하는 임무를 맡은 당골의 이야기이다.

동전이 사라진 시대. 화폐의 변화는 오랜 시간 이어졌다. 요즘은 동전보다는 지폐를 많이 쓰고, 지폐보다는 카드를 많이 쓴다. 시대가 변하여 지금은 게임머니 같은 온라인 전용 화폐가 등장했다. 누구나 돼지저금통에 한 푼, 두 푼 동전을 모으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길거리에 가다가 동전이 떨어져 있으면 줍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동전이 아예 떨어져 있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귀찮다며 동전을 갖고 다니지도 않으며 조폐공사에서도 제작비용이 많이 드는 동전 제작을 줄이고 있다. 이렇게 동전은 애물단지로 우리 곁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동전을 곧 신전, 신과 동일시하고 있다. 신의 영역에 나아가기 위해 인류는 과학의 발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인류를 위한 발전일까? 「칼」은 동전뿐만이 아니라 권력과 같은 현 인류의 난류를 빗대는 상징과 은유로 넘쳐난다. 문학성의 완성도를 갖춘 이 작품의 문학 성취를 논하다보면 논문 하나가 나올 지경이니 그런 것은 평론가나 비평가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단순히 작품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유희를 찾아보자.

이 작품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칼이 가지고 있는 날카로움과 같은 속성 외에 다른 속성과 관능적 세련미를 거침없이 보여주는가 하면, 회귀하듯이 맴돌고 있는 윤회의 일면을 지루하지 않게 배열한다. 또한 이 작품의 백미는 마치 눈앞에 영상이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내는 작법이다. 칼이 부딪히고, 칼이 울고, 살이 타는 냄새와 인육을 섭취하는 등 독자들이 한눈 팔 여지를 주지 않는다. 「칼」에 놓인 인류의 희망과 절망, 고독은 새천년을 달리고 있는 이 시점에 중요한 과제로 저자는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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