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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간다
시미가家의 붕괴 죽음과 밀실 하얀 아침 주사위, 데굴데굴 오니기리, 꾹꾹 나비 나의 자리 옛날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 |
Kaoru Kitamura,きたむら かおる,北村 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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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는 순간 은밀한 죽음이 당신을 방문한다
끝없는 욕심이 낳은, 그 치밀한 밀실살인의 세계 탐정에게 사건이란 이미 읽은 책이나 다름없다! 인간의 가장 깊은 욕망을 파헤치는 천재 탐정의 놀라운 활약 해외여행에서 돌아온 천재탐정과 그의 조수는 책 수집광 시미와 그의 아내가 만들어낸 ‘장서藏書의 성城’ 시미가로 향한다. 소박해 보이기만 하는 언덕 위 2층짜리 시골집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사건은 과연 무엇일까? 완벽히 다 갖추어지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수집 강박증. 단순한 호기심과 관심의 경계를 넘어선 그것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치명적인 욕망으로 자라나 목숨마저 위협한다. 책 수집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장서가 부부에게 어느 날 찾아온 죽음이라는 손님. 책에 대한 무모한 집착이 부른 재앙 앞에서 탐정은 진실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겨 나가는데……. 아무리 채워도 꽉 차지 않는 서가의 구석에서 발견된 부인의 다잉 메세지. 남편의 가장 깊은 욕망이 드러나는 순간, 시미가는 마치 꿈처럼 아스라이 붕괴하고 만다. 2009년 나오키상 수상자, 기타무라 가오루가 전하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편린 표제작 ‘시미가의 붕괴’를 비롯한 아홉가지 단편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거장 기타무라 가오루의 이 단편집은 표제작 《시미가의 붕괴》를 필두로 인간의 한없는 욕망이 낳은 가장 잔인한 현상,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거기에 점차 사라져가는 인간성과 자존성 때문에 결국은 완전히 망가지고 마는 모든 이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까지 어우러져 기타무라 가오루만의 감수성이 물씬 풍기는 완벽한 테마를 이루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자신만의 컬렉션을 꿈꾸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물이 되었든 사상이 되었든 ‘나’만의 욕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존재하기를 우리는 희망한다. 시미에게 욕망의 그릇은 책장, 욕망은 바로 책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갑자기, 그가 그토록 갈구하던 욕망이 결국 잔혹한 슬픔만 남긴 채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사건을 목도해야만 한다. 이것이 작가가 던지는 ‘인간 욕망의 끝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정신없이 책장을 뒤지면서 한없이 가슴 뛰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일상을 살면서 점점 잃어버리는 ‘나’와 나의 ‘욕망’의 문제를 거침없이 끄집어 낸 작가의 필체는 철학적인 물음과도 전혀 이질감 없이 섞여 새로운 시선을 낳는다. 이것은 기타무라 가오루라는 거장만의 색깔이자 힘이다. 아홉가지 이야기로 더욱 탄탄함을 더하는 그만의 세계, 시미가의 붕괴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