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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몇 명?
혹성 탈출 순결한 두꺼비 그냥, 술 한 잔일 리가 없다 첫날밤엔 리허설이 없다 처녀막 제거 프로젝트 아크로바틱 섹스 리스타트 첫사랑 서른에 대처하는 방법 우리 집에서 잘래? |
이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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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건 단순히 주름이 늘고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만은 아니다. 결정적으로,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다. (……)
이상형도 마찬가지다. 세월이 흐르면 그 견고한 이상형에도 현실이 배어나게 마련이다. 안 낮춰지면 억지로라도 낮춰야 한다. 동방신기, 재벌2세, 동방신기 같이 생긴 재벌2세 따위에 열광하다가도 사춘기가 되면 근처 그럴싸한 킹카들로 눈을 돌려야 한다. 킹카마저 내 몫이 아니라는 현실을 깨닫고 나면 그 아래 단계에 있는 B급이라도 건져야 한다. 사실 B급이 경쟁은 가장 박 터지는 법. 킹카한테 매달리기엔 존심 상한 여자들이 만만한 B급들을 다수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래 여성들과의 경쟁에서마저 밀린다는 걸 느낄 때쯤이면 그저 나 좋다는 남자에 꾸벅 감사하거나 뼛골 빠지게 돈이나 실컷 벌어 놓는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나이가 드는 것이요, 세월이 우리에게 행사하는 힘인 것이다. 남자가 목숨 걸만큼 매력적이지도 못하면서, 여전히 A4 용지 세 장짜리 이상형을 고수하고 있는 나야말로, 빽도 돈도 없이 대통령하겠다고 뛰어다니는 미친놈인지도 모르겠다. --- pp.201~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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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엔 공부 밖에 몰랐다. 대학생땐 콧대가 너무 높았다. 기자가 되고 나선 일만 하고 살았다. 고로, 남자가 없다. 사실 이 끔찍한 현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적도 없다. 뒤에는 늘 남자들이 줄 서고 있을 줄 알았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그깟 연애, 아무것도 아니었다. 성적 매력의 피크는 아직 오지 않았고, 화려한 사생활은 잠깐 뒤로 보류시켜 놓았을 뿐이라고, 믿는다. 아직 어리니까. 바쁘니까. 귀찮으니까. 영원히 20대 초반일 줄 알았으니까.
그러다 결정적 그날을 맞는다. 대학교 동창 수정의 장례식에 간 것이다. 별로 친하지도 않던 친구가 죽은 게 충격이냐? 그건 아니고. 친구가 값비싼 외제차 안에서 화끈한 카섹스 중에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어머어머, 말도 안 돼, 친구들과 뒷담화하다 문득 깨달은 한 가지. 난, 경험이 없을 뿐이고! 아니, 나만 무경험자일 뿐이고! 짜식들, 나만 빼고 다들 섹스 열심히 해왔구나. 난, 뭘 했을까. 뭘 하긴. 아침에는 부장 잔소리 듣고 낮에는 취재하고 밤에는 기사 쓰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지. 그래서 남은 건? 뭐긴. 29년 묵은 노처녀가 됐지. 그래도 나는 남들이 한 번씩은 ‘어머 멋있다’고 해 주는 연예부 기자. 그리고 한때는 한 인기했던 퀸카. 까짓꺼, 처녀막 제거 프로젝트 시작한다, 이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