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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떠날 것인가
I. 리옹 - 베로나 1. 모험의 시작 2. 첫 번째 국경 3. 이탈리아 원정기 4. 나빌리오 운하 5. 솔페리노, 피로 물든 언덕 II. 베로나 - 이스탄불 1. 베네딕트의 눈 - 출발, 2014년 7월 29일 2. 극심한 피로 3. 작별과 재회 - 트리에스테, 8월 14일 4. 산(山) 5. 아름다운 만남과 버려진 집들 6. 지뢰를 조심하세요 7. 증오 이후 - 야이체, 9월 2일 8. 사라예보의 장미 9. 터널 그리고 터널 - 고라주데, 9월 12일 10. 평화의 나라 11. 작은 이스탄불 12. 커피와 차의 경계선 13. 부패한 나라, 친절한 사람들 - 스코페, 9월 21일 14. 아름다운 목소리들 - 플로브디프, 10월 2일 - 하르만리, 10월 5일 15. 두 시대와 두 세계 - 륄레부르가즈, 10월 13일 16. 이스탄불을 향하여 17. 끝이 가까워 오다 - 코를루, 10월 14일 - 이스탄불! 10월 17일 - 돌아옴, 10월 24일 에필로그 : 삶과 죽음의 통로 |
Bernard Oliv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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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우리 길을 떠납시다!
프랑스에서 출발하여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이자 종착지인 이스탄불까지 가려면 머리 위로 총탄이 날아다니는 분쟁 지역을 통과해야 했다. 그러니 엄두도 낼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그는 실크로드를 ‘동양의 길’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에 리옹이 전 세계 견직 공업의 중심지였음을 떠올리며 그는 실크로드의 의미를 확장하고 재정의해본다. 만약 리옹에서부터 이스탄불까지 걷는다면 실크로드 도보 여행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셈이다. 이는 분명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 수없이 전쟁을 반복했던 미지의 땅에 대한 사회, 정치적 호기심에 그는 일단 지도부터 펼쳐 본다. 여전히 걱정이 앞선다. 십 년 전이라면 모를까, 크고 작은 병에 시달리고 있는 나이 든 육체로는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베르나르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그때 베네딕트가 다시 한 번 그의 마음을 뒤흔든다. “게다가 더 신나는 게 뭔지 아세요? 내가 당신이랑 함께 떠난다는 거예요.” (11p) 걷기에 대한 욕망이 순식간에 그를 다시 사로잡았다. ‘고독할 권리’를 강력히 옹호하는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그동안 ‘혼자 걷기’를 기본 원칙으로 고수해왔지만, 그녀와 함께라면 해볼 만할 것 같았다. 베네딕트는 아주 강인한 여성이며 그와 손발이 무척 잘 맞는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센 강변을 걸었을 때 우리가 정확히 같은 보폭으로 걷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당신 손을 살그머니 잡았답니다. 바로 그 순간, 당신이야말로 내가 기다리던 남자라는 걸 알았죠.” (16p) 결국 베르나르는 그동안 지켜온 원칙을 무너뜨리고, 그의 멋진 연인과 함께 길을 떠나보기로 결심한다. 떠나기 전 둘은 ‘시민연대계약(PACS, 프랑스에서 시행 중인 이성이나 동성 성인 간의 시민 결합 제도. 결혼과 같은 법적 권리와 의무가 주어짐)’을 맺었다. 그러므로 둘에게 이 여행은 신혼여행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아마도 마지막 여정일 것이다. 삶과 죽음의 통로, 그곳에서 사랑이 꽃피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여정은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 몬테네그로, 세르비아, 코소보, 마케도니아, 불가리아, 그리스를 거쳐 터키에서 끝난다. 구 유고슬라비아를 비롯한 발칸반도는 통일과 독립, 인종 청소, 민족 간의 반목, 종교를 빙자한 전쟁 등으로 인한 폭력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갈등이 봉합되었다고는 하지만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이나 마찬가지다. 세상의 관심에서 서서히 멀어져가는 이 지역의 실상을 베르나르는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자 했다. 많은 도시들이 재건되고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는 성, 민족, 종교 등을 차별의 도구로 삼고 있었다. 평등과 평화를 향해 나아가고는 있지만 요원해 보였다. 하지만 불신으로 가득할 것만 같은 이 땅에도 낯선 이에게 선뜻 친절을 베푸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상한 짐수레를 끌면서 길을 걷고 있는 꾀죄죄한 두 프랑스인에게 커피를 대접하고 음식을 내어주고 잘 곳을 마련해주고 미소를 보여준 사람들. 소박하지만 기적 같은 만남들이 고된 여정에 단비 같은 감동을 선사한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와 베네딕트 플라테는 2013년 8~9월에 리옹에서 베로나까지 900킬로미터를 걸었고, 2014년 7~10월에는 베로나에서 이스탄불까지 2,000킬로미터를 걸었다. 첫 번째 여정은 오로지 베르나르의 글로만 기록되었다. 이듬해에 재개한 두 번째 여정부터는 베네딕트도 함께 글을 썼다. 섬세하면서도 경쾌하고 씩씩한 그녀 덕분에 이 여행기에도 활기가 돈다. 같은 상황을 두고 조금씩 다르게 풀어가는 둘의 이야기를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그전까지는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을 만큼 사이좋은 한 쌍이지만 걷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감정이 폭발해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행이 끝나고 이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더 끈끈해졌으니까. 도대체 왜 나는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했던 걸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서 나는 그녀를 조금씩 더 사랑하게 되었다. _베르나르 올리비에 (36p) 나는 이 여행이 나를 어떻게 만들지 아직은 모른다. 시간이 내게 말해줄 것이다. 반대로 이 여행이 베르나르와 나를 해체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영원히. _베네딕트 플라테 (305p) 작은 부상은 있었지만 둘은 무사히 걸어 나란히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예전에 미처 걷지 못했던 구간이 채워지면서 베르나르의 실크로드 도보 여행이 비로소 완성되었다. 삶의 밑바닥에서 홀로 시작했지만 새로운 동반자와 함께 마무리했다는 점에서도 더욱 충만한 여정이었다. ‘역시 베르나르 올리비에’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완결편이다. 여행은 끝났지만 ‘길의 왕’은 건재하다. 그의 체력과 정신력도 놀랍지만 더욱 인상적인 것은 그가 언제까지고 뜨겁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해냈다는 것이다. 이것이 영화 속 판타지가 아니라니 정말 희망적이지 않은가. 이렇게 매력적인 할배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나는 걷는다 끝』은 당신에게 꿈꿀 수 있는 용기를 한 움큼 선사할 것이다. 추천의 글 베르나르 올리비에. 예순이 넘은 나이에 이스탄불에서 시안까지 실크로드 12,000킬로미터를 홀로 걸었던 그가 이번엔 프랑스에서 출발, 리옹에서 이스탄불까지 3,000킬로미터를 마저 걸었다. 세월이 흘러 몸은 더욱 노쇠했으나 이번에는 현명한 동반자, 사랑하는 여인이 곁에 있었다. 발칸반도를 통과하는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지만 둘은 같은 속도로 뚜벅뚜벅 걸어 결국 이스탄불에 닿았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멈춰야 하는 때를 고민한다. 그 역시 그랬다. 뭔가를 시작할 시기는 이제 지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길을 나섰고 길 위에서 멋지게 살고 늙었다. 이렇게 늙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2006년, 나는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역작 『나는 걷는다』를 읽고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났다. 이번에도 그는 나를 걷게 할까? 작년 여름에 책방을 열어 지금은 꼼짝없이 책방에 매인 몸이다. 하지만 11년 전에도 그랬다. 회사에 매여 있었지만 가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니 결국 길이 열렸고 나는 걸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까? 한 가지 분명한 건, 가고 싶다는 것이다. 다시 걷고 싶다! _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 최인아책방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