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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ca Can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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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그를 만져보고 싶어하는 베르타의 열망처럼 기온이 한층 더 올라갔다. 베르타는 그의 살갗을 느끼고, 그에게 깊은 키스를 퍼붓고, 그를 핥아주고 싶은 마음에 베개를 꼬옥 껴안고는 했다. 베개를 요나라고 생각하고 키스를 퍼붓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간신히 잠이 들고 나면 이번에는 다시 꿈에서 요나가 나타나 그녀를 구해준다. 하지만 이번엔 그녀를 구해주고 나서 둘이 사랑을 나눈다. 둘의 몸이 서로 뒤섞이자 이들 둘을 가만히 지켜보던 후안 킨타나가 요나를 죽이려고 달려온다. 베르타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르면서 잠에서 깨어나지만 이불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다.
--- p.84 도시에서 이 분홍 마을에 대한 취재를 위해 기자들이 왔을 때는 크리스마스 마을 사람들이 서로 사진에 나오겠다고 싸워댔다. 시장 펠리시아노는 자기가 시장이니까 자기가 마을을 대표해 사진을 찍겠다고 했고, 후안 킨타나는 자기가 마을을 전부 분홍으로 칠하자고 했다며 생색을 내고, 몬탈보 형제는 그 문제로 거의 서로 주먹을 날릴 뻔했다. 이렇게 모두들 마땅한 이유를 들어 자기가 사진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돌로레스 부인은 자기 가게가 제일 오래되었다고 하고, 목수 요셉은 마을의 거의 모든 집들을 자기가 지었다고 하고, 제빵장이 알베르토는 사진사에게 분홍 케이크를 대접한 사람은 자기라고 하고, 또 1미터짜리 고깔모자를 쓰고 다니는 사람은 자기가 제일 독창적이라고 했다. 크리스마스 마을 사람들에게 진절머리가 난 사진사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놀랍게도 나귀 페데리코의 사진만 한 장 찍기로 결정하고 말았다. --- p.168 모든 명성은 크리스마스 마을이 가지고 있었으므로 처음에는 방문객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젊고 가장 예쁜 여자들을 두 명 뽑아서 짧게 재단한 푸른 옷을 입혀서는 분홍 마을로 갈라지는 갈림길에 세워놓았다. 거기에서 지나가는 차들을 세우고는 파랑 마을로 가시라고 말하면서 환영의 뜻으로 '천상의 음료' 라는 것을 선물했다. 이름만 '천상의 음료'이지 실제로는 염색약 맛이 나는 게 오히려 지옥의 음료에 가까웠다. 그래도 신기하게 중독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대신 마신 사람들마다 아주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며칠 동안이나 파란 오줌이 나오는 것이었다. 폰사 마을의 수호성인인 성 안토니오도 새 시대의 희생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성인을 교회에서 끌어내고, 폰사 마을의 파랑 성녀라고 부르는 다른 성녀를 내세웠다. 물론 신부님은 그렇게 제 맘대로 성인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반대했지만 아무리 불평해도 소용이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분홍 마을을 이길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이 다 합법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 p.175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기상학자들은 크리스마스 마을과 폰사 마을에 내렸던 폭우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폭우의 엄청난 양도 양이지만 그 당시 그 지방의 나머지 마을들에서는 이상하리만큼 하늘이 맑았었기 때문이었다. 소위 보랏빛 홍수라고 불리는 그 홍수 이전 며칠간의 엄청난 기온 변화 역시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크리스마스 마을 역사상 처음으로 제 이름값을 하느라 내렸던 그 눈에 대해서는 더더욱 해답이 없었다. 크리스마스 마을 사람들은 물론 언약을 어기고, 또 전쟁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성녀께서 노하신 거라고 굳건히 믿고 있었다. 별로 과학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중 가장 설득력 있는 답이었다. 두 마을은 영원히 사라져버렸고 그 주민들은 완전히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했다. 몇몇은 도시로 갔고, 또 다른 사람들은 주변 마을을 택했다. ---p.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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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몽 하몽, 달과 꼭지…… 스페인을 대표하는 에로티시즘 판타지 영화의 전령사
쿠카 카날스가 기발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환상의 러브스토리! 자유분방하고 풍부한 성적 판타지로 스페인 특유의 정열적 감수성을 대표해 온 시나리오 작가 쿠카 카날스의 첫 소설이 예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재해석하는 데 탁월한 아이디어를 보이며 스페인 광고계에서 명성을 쌓던 쿠카 카날스가 시나리오 작가로 입문하게 된 것은 평소 그녀의 재능을 눈여겨보아온 영화감독 비가스 루나의 제안을 통해서였다고 한다. 둘은 곧장 황금콤비가 되어 지루하고 일상적인 줄거리의 시나리오 패턴에서 벗어나 일견 터무니없으면서도 관객들의 잠재된 열정을 일깨우는 독창적인 내용의 영화들을 함께 만들어냈다. 특히 『하몽, 하몽(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 『황금 달걀(산세바스티안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달과 꼭지(베니스영화제 최우수각본상)』 등의 작품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과 함께 90년대 스페인 영화의 도약을 이끌었다. 비가스 루나 감독이 늘 천착해 왔던 ‘사회의 윤리와 이성으로 금기시한 욕망에 대한 도발’이라는 스페인 영화의 전통적 화두는 쿠카 카날스라는 재능 있는 작가를 통해 그 빛을 발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소설은 영화적 상상력으로 한층 꽃피었던 쿠카 카날스의 작가적 역량이 문학적으로도 손색이 없음을 증명해 줄 만큼 독창적인 스타일과 풍부한 은유로 가득 차 있는 작품이다. 첫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한 키다리 소녀의 감정에 따라 마을의 날씨가 기묘하게 변화한다는 독특한 설정부터가 쿠카 카날스답다. 또한 전설적인 러브스토리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인간군상의 다양한 모습 속에 원초적인 욕망과 희로애락의 절정을 뽑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스페인 문학 전통의 일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짜릿한 첫사랑의 열병이 몰고 온, 말도 안 되는 운명의 소용돌이! 날씨 탓인가, 사랑 탓인가, 아니면 이 모든 게 그놈의 운명 탓인가? 주인공 소녀의 눈물이 비가 되어 홍수를 일으키고,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애타는 마음이 참을 수 없는 무더위가 되는 곳, 사랑하는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고 공포에 질리자 마을에 갑자기 눈이 내린다는 믿을 수 없는 기상학적 아이러니가 이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다. 베르타는 이제 열여섯. 크리스마스 마을에 사는 키다리 소녀. 비쩍 마르긴 했으나 베르타는 세상의 가느다란 것들만이 지니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소유하고 있다. 희고 창백한 얼굴, 곱고 섬세한 피부, 깜짝 놀란 듯한 동그란 눈……. 그럼에도 큰 키에 대한 콤플렉스로 번민하던 베르타에게 어느 날 사랑이 찾아왔으니, 바로 원수지간으로 지내는 이웃 폰사 마을의 키다리 우체부 요나였다. 원수지간인 두 마을의 키다리 처녀총각이 이웃들의 반대 속에 남몰래 나누는 사랑은 비극적이고 불가능한 사랑의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달콤했다. 한창의 나이, 손끝만 닿아도 찌릿한 청춘의 사랑은 베르타를 애끓게 했고, 급기야 그녀는 열병에까지 걸리고 만다. 그날부터 마을에는 비 한 방울 뿌리지 않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된다. 사랑의 신열에 들뜬 베르타의 마음이 타오르면 타오를수록 마을은 전례 없는 무더위로 고생하고, 베르타가 사랑의 슬픔으로 괴로워하면 할수록 마을은 엄청난 홍수로 아수라장이 돼버리는데……. 말도 안 돼는 기후의 변화로 인해 크리스마스 마을과 폰사 마을 주민들 간에 펼쳐지는 운명적 갈등 속에서 베르타와 요나의 사랑은 과연 어떻게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인지……. 이별의 눈물이 하늘까지 움직여 홍수를 몰고 왔다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 바짝바짝 타들어가서 결국 가뭄을 일으켰다고? 거부할 수 없는 운명적 사랑을 기상 변화의 오르가슴으로 풀어낸 색다른 판타지! 쿠카 카날스는 그동안 화려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와 소음들,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하여 대담하게 드러나는 욕망의 만화경, 풍부한 성적 판타지, 그리고 그것들로 인해 나타나는 기묘한 우연의 연속선상에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을 영화 속에서 재치 있게 변주해 왔다. 이와 같은 그녀의 개성은 이번 소설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나아가 기존의 관습적인 소설 구성을 뒤엎고 논리와 구태의연한 설명이 자리할 곳에 은유적이고 기지 넘치는 문장들로 채워 넣는 대담한 개성을 발휘하고 있다. 한편 이 아이러니하고 말도 안 되는 열정의 기상학이 한 마을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는 판타지적 설정 가운데에서도 작가는 속물적이면서 따뜻한 인간성의 원형을 충실하게 묘사해 냄으로써 보편적인 정서를 담아내는 점도 잊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재미는 쿠카 ?날스식 상징과 은유를 찾아보는 데에 있다. 영화 『달과 꼭지』가 그랬듯 주인공 키다리 베르타와 요나의 사랑 역시도 육체적인 욕망에 그 핵심이 있다. 성적 결합의 가능성이 방해받을 때 흘러나오는 눈물은 오르가슴의 또 다른 표출이라고 할 수 있는데, 베르타의 눈물이 엄청난 홍수를 일으키는 장면이야말로 바로 억압된 오르가슴의 극대화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모든 갈등과 비극의 원인은 두 연인의 사랑을 방해하는 마을 사람들의 편견과 그릇된 관습 때문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고정관념에 대한 저항이 키다리 연인들을 더욱 위험한 사랑으로 몰고 갔으니 말이다. 쿠카 카날스는 인간의 불행이란 결국 그들 자신이 만들어낸 수많은 신화와 금기와 불관용 때문이라는 진리를 소설 속에서도 이렇듯 명쾌하고 섹시하게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