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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긴 작가의 말
제1장 부동산과 상상력 슈뢰딩거의 고양이 내 생애 첫 임장 커다란 꿀밤 나무 밑에서 코스톨라니의 달걀 제2장 내 형제의 집은 어디인가 아를의 노란 집 제3장 추억을 돌려드립니다 호수가 있는 풍경 초원의 빛 제4장 피아노치기 좋은 집 아파트 공화국 소울하우스 제5장 북촌 가는 길 서울의 달 눈을 본 적이 있나요 제6장 가을이 오면 보물찾기 귀환 내 집 마련의 여왕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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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음동 미아리 정릉 아리랑고개 아현동 상도동 도원동 도화동 옥수동의 아파트들을 가보았나…… 거길 둘러보다 보면 인간의 무한한 능력에 경의를 표하게 되고, 아울러 서울은 거대한 산악도시였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된다. 사람이 평지에 집을 얻는 게 사치인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 p.107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내 소신껏 살았다고 자부하네. 물론 나도 고생다운 고생을 안 한 건 아니지.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돈이 돈을 불러 모으더군. 나는 그런 식으로 돈 모았다는 소린 솔직히 듣고 싶지 않았네. 이 세상이 그렇더군. 없는 자들에겐 끝까지 등 돌리고 심지어 그 등에 칼까지 꽂는 세상, 그게 룰이야. 특히 한국이란 사회의 룰. 더 지독해질 거야. --- p.309 집과 미래의 행복은 등가의 원칙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걸 나도 깨닫고 있었다. 정 사장의 명령으로 이리저리 수십 개의 집을 보러 다니면서 적당한 조건의 집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이런 생각이 싹텄다는 것은, 사실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하다. 집을 구하면서 집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는 것. --- p.324 정 사장은 경매로 넘어갈 뻔한 우리 집만 구해준 게 아니다. 사람이 죽는다는 건, 곧 모든 것이 끝난 게 아니라는 교훈도 남겨주었다. 나는 그걸 가까이서 보고 배웠다. 자본만 무한하고 광활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도 무한할 수 있다는 걸, 짐승들과 달리 이타적인 사고와 실천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창조물이란 걸,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 pp.331-332 우리에게 집이란 건, 삶과 연동된 작은 일부일 뿐, 우리 삶이 변하면 집의 가치도 변할 것이다. 내 다른 소울하우스는 어딘가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니 만나게 될 것이다. --- p.336 (……) 이제 시대의 패러다임이 정치에서 경제의 영역으로 이동했음은 누구나 안다. 이 시대 화두는 민주나 평등과 같은 관념적인 문구가 아니라 재테크나 부동산, 구체적으로 10억 만들기 등이 당당하게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 내가 그나마 좀 자신 있는 게 딱 하나 있다면, 대한민국 평균적인 보통 사람들의 한숨과 심정, 생활고와 소박한 꿈에 대해선 누구보다 절감하고 감정이입이 잘 된다는 점일 것이다. 이 시대 변치 않는 꿈은 여전히 내 집 마련이고, 그래서 전세나 이사 같은 각론에서부터 본격적인 갈아타기, 재테크, 대출, 경매와 같은 굵직한 총론에 이르기까지 내 문제를 고민하는 심정으로 이 작품을 구상할 수 있었다. (……) 지금 우리 모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욕망의 바벨탑 위에 올라와 있는 존재들이라 생각한다. 내려가고 싶어도 아랫사람들 때문에 어렵고 가만히 멈춰 서 있는 것도 힘들고 이 와중에도 남의 어깻죽지를 딛고 올라가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심지어 남을 떨어뜨리는 위인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한번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변한 시대만큼 우리의 물질적 욕망, 욕구 다 인정한다 치자, 그래도 떨어지려는 이를 잡아주려는 최소한의 선의지라는 게 우리에게 얼마만큼 남아 있는 걸까? 개인의 욕망과 공공선이란 도저히 양립하기 힘든 문제일까? (……)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잠시 생각해본다. 돈과 결혼 문제로 쉴 새 없이 머리 굴리는 등장인물들로써 당대를 꿰뚫고 이백 년이 지난 지금도 공감을 주었듯이, 거칠고 황당하고 통속적이고 지극히 돈냄새 나는 이 소설도 혹시 그런 존재 이유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작은 손거울만 한 역할 정도. 빡빡하고 의욕도 없고 헛헛한 삶이지만 잠시 들여다보면서 …… 나 아직 쓸 만하네. 그래, 나 아직 죽지 않았어…… 이런 위안을 줄 만한 요술 손거울. 이것이 나의 로망이다. (……) ---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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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벽두, 보증 때문에 집을 날리게 된 나는 정 사장이란 한 자산가의 도움으로 집을 찾고 그의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그 미션이란, 정해진 금액이나 까다로운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주는 것이다. 자수성가한 고아 청년들 서 대리 형제의 불운한 부모 이야기에서부터 추억을 잃은 독신노인 박 선생과 그의 추억을 다시 찾아주는 일, 장애아동 훈이가 있는 윤 소장네 가족 이야기와 훈이 엄마와 자매처럼 정을 나누게 된 이야기, 젊은 시절을 서민들을 위해 몸 바치는 데 앞장서온 이 간호사의 이야기 등을 통해 각박한 사회에서 사람 냄새나는 훈훈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들에게 딱 맞는 보금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오늘도 나는 경매 등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그 미션들을 하나하나 성공시켜 나간다. 그러나 정작 실종된 남편과 말문이 막힌 딸아이를 위해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서로 소울메이트라고 생각했던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남편이 소울하우스라고 생각했던 집에서 한없는 그리움과 외로움을 느낀다. 나는 남편을 찾으려는 각고의 노력과 정 사장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던 중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한국을 덮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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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 사회다운 사회를 갈구하는 유쾌하고 통쾌한 이야기
1998년 등단한 이래, 현실감 있는 소재로 동세대 삶의 단면을 감각적이고 날카롭게 포착하는 작품을 발표해온 김윤영의 첫 장편소설이다. 복잡하고 딱딱할 것 같은 부동산 이야기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구전설화처럼 풀어놓은 이 소설은 거침없고 통쾌하다. 유머러스하고 발랄하게,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한국사회 최고의 이슈를 소설 속에 담아냈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고생스럽지만 씩씩하고 당당한 여인 수빈, 정해진 금액이나 까다로운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주는 해결사로서 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부동산 경제를 친절하고 자상하게 가르쳐줄 뿐만 아니라, 상처 받은 사람들을 감싸고 그들의 따뜻한 연대의식을 자아낸다. 정 사장이란 자산가의 미션을 맡아 사연 많은 사람들에게 집을 마련해주는 당찬 여인의 활약상과 가족들의 신비로운 이야기는 결국 인간의 희망과 사람냄새 나는 세상, 공공선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자본이 곧 힘이고 가진 자들이 모든 것을 장악한 한국사회에서 인간의 따뜻한 정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이란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한국사회 - 한국만의 ‘부동산 매트릭스’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 우리 사회는 아직 1980년대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파트에 살면 잘사는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다. 그야말로 아파트 전쟁의 시대다.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기 위해 자기 월급의 몇십 배나 되는 돈을 대출받고, 그 돈을 갚기 위해 아등바등 힘들게 살고 있지만 아파트 한 채만 있으면 그런 것쯤은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파트 값은 절대 내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러나 작가는 사람들의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는 이런 대부분의 사람들과 입장을 달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아파트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리고 그들의 그럴 수밖에 없는 그들의 입장, 바로 서민의 입장에서 한국사회에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작가는 시대가 변한 만큼 사람들의 욕망과 욕구는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그래도 남과 더불어 살려는 마음, 추락하는 이를 잡아주려는 최소한의 선의지가 우리에게 아직 얼마만큼 남아 있는가, 개인의 욕망과 공공선이란 도저히 양립하기 힘든 문제일까, 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