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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탯줄
1부 Whodunit 1장 이립의 해 - 향수 2장 이립의 해 - 표류 1 3장 이립의 해 - 태동 4장 딸 - 첫 울음 2부 Howdunit 5장 이립의 해 - 파문 6장 이립의 해 - 표류 2 7장 이립의 해 - 역설 8장 딸 - 눈을 뜨다 3부 Whydunit 9장 이립의 해 - 박동 10장 이립의 해 - 표류 3 11장 이립의 해 _ 붕괴 12장 딸 - 영겁의 시간 종장 각인 옮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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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 엄마야.”
눈앞의 여자는 미소를 거두고 잠깐 생각하더니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그 순간 나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에 대한 나의 모든 기억 중에서도 [아름다운 비행(Fly Away Home)]이라는 영화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어미를 잃은 기러기 알들과 그것을 주워와 부화시킨 소녀, 예술가지만 발명광인 아버지, 못된 생태보호관이 나오는 영화였다. --- p.9 “엄청나게 생략됐네요!” “뭐?” “그러니까…… 출산, 양육, 이런 과정이 다 생략됐다고요.” “출산이야 없으면 없는 대로 상관없고, 양육은 지금부터 시작하지 뭐.” 이런 말이 있다. 인간이 작은 생명체와 접촉한 순간 당장 진심어린 애정이 생기지는 않는다. 적어도 열 달을 배에 품고 있거나 온갖 고생을 하며 아기를 키우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로지 ‘내 아이를 사랑할 때 남의 아이에게도 그 사랑이 미치게 하라’는 식의 인간애의 영역일 뿐이다. --- p.12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웃옷 안주머니에서 수첩과 소형 녹음기를 꺼냈다. “네 말대로, 우리 주간지는 타이베이 시청에서 추진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상업지구 프로젝트’를 연속 특집으로 보도할 예정이야. 그 시작은 역시 프로젝트 책임자의 인터뷰여야겠지. 하지만 시민들이 제일 알고 싶어 하는 건 점차 몰락해가는 상권을 가상현실로 재현할 수 있느냐, 그 속에서 실제 상업행위를 할 수 있느냐 하는 거야.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산발적인 논문이 발표돼 왔지.” --- p.21 “그 세계에 있는 모든 사물은 다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어. 손을 건물 벽에 대고 문지르면 까끌까끌한 모래 느낌이 나. 어딘가 부딪히면 아픔도 느껴져. 이런 것들은 모두 이용자가 입고 있는 힘 피드백 슈트에서 전달되는 거야. 말하자면 진짜처럼 ‘만져지는’ 거라고 할 수 있지. 진짜처럼 ‘들리는’ 것도 가능해. 이 가상현실의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소리는 VR실 벽과 바닥에 숨겨져 있는 스피커를 통해 발출되고 이용자의 귀가 있는 위치를 측정해서 조정돼. 위, 아래, 그리고 사방에서 들리는 소리는 이용자의 감각에 맞춰서…….” --- p.29 이곳은 고독한 거리다. 등 뒤의 중화로는 지류가 얼어붙었는데도 여전히 일정한 강물의 흐름이 이어지는 겨울날 강 같았다. 눈앞의 어메이가 입구가 바로 얼어붙은 지류 중 하나다. 사람들의 목소리로 시끌시끌할 때는 주류 강줄기의 인파와 연결되어 있고, 쥐 죽은 듯 고요할 때는 그 적막함이 그곳에 들어가려는 모든 사람과 사물을 가로막는 기능을 아주 잘 발휘하고 있다. 눈앞에 보이는 원형의 붉은 바탕에 흰 가로선이 들어간 표지판도 도보구역이라는 시먼딩 상권의 성지를 수호하는 것처럼 늘어서 있다. --- p.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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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가상현실 속, 모든 감각이 다 가짜인 곳
단지 눈앞의 시신만이 유일한 진실이다! 2020년의 타이완, 6년 전의 지진으로 처참하게 부서진 타이베이의 옛 번화가 시먼딩 거리를 가상현실로 복원시키는 ‘버추어 스트리트(Virtua Street)’ 프로젝트가 시(市)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진행되고 있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한 버추어 스트리트에서는 소리, 냄새, 감촉 등 모든 것이 현실과 똑같고 심지어 쇼핑도 할 수 있다. 그런데 프로젝트 완성을 앞둔 어느 날, 버추어 스트리트에서 너무도 현실 같은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살인사건을 신고한 사람은 ‘버추어 스트리트’를 개발한 미라지 시스 회사의 천재 개발자 다산과 직원인 옌루화. 두 사람은 시스템 테스트를 하던 중 버추어 스트리트에 접속했다가 시체를 발견한다. 사망자는 후두부에 강한 충격을 받아 사망했지만 현실세계에서 사망자가 있던 곳은 밀폐된 가상현실 체험실이고, 가상현실 세계에서는 어떠한 흉기도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사망자는 당시 가상현실 속에 혼자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망자 외에 두 사람이 더 있었다. 바로 시체를 발견한 사람이자 이 가상현실 세계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다산과 옌루화……. 과연 범인은 누구이고 어떻게 범행이 이뤄졌을까? 그리고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이 작품의 차례는 “1부 Whodunit, 2부 Howdunit, 3부 Whydunit”이다. 제1회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 수상작 21세기 본격추리의 지표와 같은 작품 『버추얼 스트리트 표류기』는 중국어 추리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 제1회 수상작(2009년)이다(제2회 수상작은 이보다 앞서 국내에 번역 출간된 찬호께이의 『기억나지 않음, 형사』). 2년에 한 번씩 시상하는 이 상은 타이완의 황관문화그룹이 주최하고 일본 본격추리계의 거장 시마다 소지가 직접 수상작을 결정한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다마다 마코토는 다음과 같은 평을 내렸다. “『버추얼 스트리트 표류기』는 컴퓨터 속의 가상세계가 당연한 일이 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SF소설과 호러소설 영역에서 가상세계라는 설정은 특별히 신선한 것은 아니다. 이 영역의 소설에서 현실이 점점 가상세계에 침식당하는 이야기 구조는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 사이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져 현실세계가 동요하고 등장인물이 혼란에 빠지는 이야기도 그렇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 시먼딩의 과거와 현재, 인류와 인공지능, 그리고 범인과 탐정까지 이 작품에는 대칭성 있는 배치가 다양하게 등장한다. 이러한 대칭성을 통해 이 작품은 양자 사이에서 공명하면서 결국 ‘미스터리와 추리’라는 종착점에 닿는다. 또한 진상이 밝혀지는 순간의 애절함을 배가시키는 구도이기도 하다. 2009년 『버추얼 스트리트 표류기』의 출현은 본격추리를 기계 체질과 생물 체질을 겸비한 혼합의 문학으로 진화시킨다. 이 작품은 가상세계와 인공지능이라는 SF소설에 가까운 과학적 요소를 본격추리의 각종 트릭과 기교 속에 녹여내어 21세기의 아름다운 혼합형 비너스로 완성했다. 이 소설의 출현은 신본격추리 이래로 일본 평론가들이 늘 냉소적으로 말해온 ‘인간성을 그려내지 못했다’는 틀에 박힌 비평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인간성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인간성 묘사는 어떻게 이뤄지느냐?’는 진심어린 문제에 대한 대답이다. 본격추리의 가장 선진화된 수법으로 인간성을 묘사한 이 작품을 읽은 후, 여러 독자들이 작가가 제기한 문제에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21세기 본격추리의 지표와 같은 작품이며, 이 작품을 통해 중국어 추리문학이 일본에 필적하는 지위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일본추리문학계는 더 이상 편안하게 지낼 수 없게 되었다. 중국어 추리문학이 일본의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중국어 추리문학이 아시아, 아니 전 세계에서 본격추리의 미래를 이끌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추천의 글 (가상현실과 현실) 두 세계를 분명하게 구분하고, 이런 구분이 본격추리소설의 논리적 구조를 따른다. 기존의 창작 방식에 역행하는 창작법이 새롭게 다가왔고, 작가가 충분한 준비를 마치고 재능을 펼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정형화된 규칙에 의존하지 않는 태도는 앞으로 각 분야의 창작자들이 따라야 할 훌륭한 본보기라고 본다. _시마다 소지(추리작가) 옮긴이의 말 이 소설의 맨 마지막 문장은 눈에 보이는 글자로 적혀 있지는 않지만,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다섯 글자로 된 그 말 한 마디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가 써주지 않은 그 말이 눈앞에 보일 듯 떠오를 때,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차가운 추리의 기교에 매몰되지 않고 따뜻한 인간성을 작품 속에 녹여낸 것은 이 작품의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