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6 귀국
7 런던에서의 결혼 생활 8 아이 없는 생활 9 문단의 파르나소스에 오르다 10 라임 레지스로 내려가다 찾아보기 옮긴이의 말 존 파울즈 연보 |
John Fowles
존 파울즈의 다른 상품
이종인의 다른 상품
|
모든 판단의 기준은 〈훌륭함〉이다. 아, 나는 이 단어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훌륭한 여자, 훌륭한 길 등. 훌륭함이란? 아무 색깔도 없이 효율성 높은 것, 중간 노선에 코를 처박은 것, 뭐든지 중간은 가는 것, 평범함으로 머리를 돌게 만드는 것. 아, 아, 아!(1949년 10월 6일, 옥스퍼드)
요 며칠 동안 너무 쾌락만 추구했다. 오랫동안 시도 뭐도 쓰지 못했다. 〈창작을 하기 위해서는 인생이 비어 있어야 한다.〉 이곳 리에서 두 세계 사이의 진공이 된 느낌이다. 나 자신, 최선과 최악을 경험했던 옥스퍼드는 이제 졸업했다. 지금 이 순간 한국 전쟁의 소식도 나의 개인적 존재에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1950년 6월 27일) 엘리자베스는 일기에 자기에 관한 얘기는 쓰지 말라고 당부했다. 비록 내가 그녀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그녀 얘기를 안 쓸 수가 없다. 만약 그것이 배신이라면…… 사랑을 위해 죄를 짓는 것이 되리라. 다른 것은 배신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 일기만은 배신할 수 없다.(1953. 6. 11) 제인 오스틴은 현실을 추상(抽象)하여 아주 작은 스케일의 철학을 제시해 보인다. 그녀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자질은, 좀 더 〈크고〉 〈현실적인〉 무대에 옮겨 놓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자랑스러운 자질이다. 그리스적 지각과 기독교적 공감, 바로 이것이 있기에 그녀의 여주인공들은 가끔 속물적이고 잘난 척해도 여전히 위대하다. 디킨스가 나쁜 〈사람들〉의 묘사에 뛰어나다면, 제인은 미덕의 묘사에 뛰어나다.(1957년 12월 30일) 나는 끝없는 장애물―게으름, 의심, 지지부진, 진부한 표현―을 극복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결국 뭔가를 얻는다면, 그 결과물은 나 자신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나온 것, 즉 스스로 가르치고 스스로 만든 어떤 것이 된다. 거기에 빌어먹을 무사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은 전혀 없다.(1958년 5월 10일) 『미들마치』. 지금보다 4분의 1만 줄인다면 훨씬 더 위대해질 수 있는 소설. 조지 엘리엇의 문제는, 독자에게 한 수 봐주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무거운 실크를 칭칭 두른 반면, 제인 오스틴은 가볍고 더 시원한, 잔가지 무늬의 모슬린을 입고 있다.(1960년 8월 31일) 여성 잡지 이야기. 영어가 이렇게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니! 하나의 그릇을 성찬용 잔과 침실용 변기로 동시에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1961년 10월 13일) 케네디가 암살되었다. 충격은 물론 죽음에 대한 충격이다. 케네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돈, 행복, 권력―의 상징이었다. 꿈을 깨버리고 싶은 은밀한 욕망은 어디에나 있고, 꿈을 실현하지 못한 사람들은 세상에 널려 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나는 곧 당신과 같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욕망이다. 암살된 것은 케네디 한 사람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 아고라 사회의 전쟁 브로커들이 암살된 것이다. 방아쇠를 당긴 것은 리 오스왈드가 아니라 그 사회 자체다.(1963년 11월 22일) 나쁜 서평들은 사람을 고립시킨다. 포지는 「옵서버 」서평이 발표된 날 아침에 나와 함께 있었다. 『컬렉터』로 온갖 격찬을 받고 지겨울 정도로 영화계의 칭찬을 받은 이후에 이런 혹독한 비판을 받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신선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논평은 엉뚱한 시기에 터져 나왔다. 이제 『마법사』가 끝났고, 작품이 끝난 뒤에는 늘 그렇듯이 속이 텅 빈 것 같다. 아이를 출산한 지 한참 뒤에 진통을 하는 산모의 기분. 새로운 것은 아직 임신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앞에 태어난 아이는 살해당했다.(1965년 6월 13일) --- 본문 중에서 |
|
이 일기는 내가 가장 나중에 쓴 진정한 장편소설이다
셰익스피어, D. H. 로런스를 이어받을 영국 최고의 작가로 손꼽히는 존 파울즈(1926-2005). 『컬렉터』(1963), 『마법사』 (1966), 『프랑스 중위의 여자』(1969) 등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소설로 영국 최초의 포스트모더니즘 소설가이자 세계적 작가로서, 동료 교사의 아내를 자신의 아내로 만든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의 실존이 낱낱이 담긴 일기가 『나의 마지막 장편소설』이라는 제목으로 열린책들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한국에서도 〈미란다〉라는 제목으로 1990년대 연극 무대에 올랐다가 외설 시비로 파문을 일으켰던 작품인 『컬렉터』는 해외 유명 연출가들과 감독들에 의해 여러 차례 리메이크된 작품이며, 『프랑스 중위의 여자』는 해럴드 핀터가 각색하고 카렐 라이스가 감독해 영화화되어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1990년 아내 엘리자베스가 죽고 난 후 더 이상 소설을 쓰지 못한 채 영국 남서부 해안 지방인 라임 레지스에 칩거해 몇 편의 에세이만 발표하던 존은 2005년(79세) 이 방대한 일기를 끝으로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라임 레지스는 〈20세기 100대 영문 소설〉로 꼽힌 『프랑스 중위의 여자』의 무대이자, 존 파울즈가 이 일기에서 장문의 비평을 싣고 있을 정도로 애독자였던 제인 오스틴의 휴양지이기도 하다). 그의 말대로 이 일기는 〈내가 써야 할 마지막 소설〉이자 〈내가 가장 나중에 쓴 진정한 장편소설〉이 되었다. 42년간 써온 일기 중 16년의 기록, 존 파울즈가 고백하는 낱낱의 삶과 아포리즘 이 일기에는 가치 있는 나의 에고, 나의 자아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 존 파울즈 『나의 마지막 장편소설』은 1949년에서 1990년까지 42년간의 일기 중에서, 옥스퍼드 대학 시절인 1949년부터 시작해 프랑스와 그리스 스페차이 섬에서의 교사 시절, 첫 번째 부인인 엘리자베스와의 연애담, 『컬렉터』를 발표하여 작가적 명성을 막 드러내기 시작한 1965년까지 16년간의 일기를 엮은 책이다. 본래 이 일기는 2백만 자 상당의 장편소설 20권에 해당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이 책의 편집자이자 서문을 쓴 찰스 드레이진Charles Drazin은 존 파울즈의 일생에서 중요한 에피소드와 성취들을 중심으로 편집했음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존이 일기에서 낱낱이 까발린 주변 인물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묘사와 치밀한 분석, 혹독한 비평과 자기 내면의 해부, 작가가 되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 창작의 과정과 여러 차례의 실패, 생활고에 쫓기는 한 인간으로서의 나약함과 사랑에 농락당하고 사랑을 기만하는 나약하면서도 치졸한 연인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을 우려하여, 존 파울즈 본인에게 다시 일기 출간의 편집 방침에 대해 의사를 물었다고 한다. 그러나 존 파울즈는 작가적 본능에 충실하고자 공개되는 일기에 관해 단 한 군데도 고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실제로 이 일기를 출간하면서 그가 괴로움을 감수한 만큼 상처 받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리스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던 시절 동료의 아내였고 이후 그의 아내가 된 엘리자베스마저 그의 일기를 몰래 훔쳐본 후 뭔가 비범한 기록성을 의식하고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지 말 것을 당부했을 정도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프랑스어로 학위를 딴 그는 중간중간 불어를 섞어 가며 기록했으며, 기후, 꿈, 만난 여자들, 부모님과 교수들 및 동료들에 관한 발언에서도 스스럼이 없다. 연대기적으로 구성된 삶의 자취를 따라가면서 한 작가의 성장 과정과 연애담, 사유 세계의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는 이 일기에 매우 드라마틱한 매력을 부여한다. 그가 무심한 목소리로 뱉어 내는 아포리즘 역시 기억해 둘 만하다. 그는 관찰하는 자이자 기록하는 자이자 살아가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이 일기에서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다각도로 조명된 작가의 초상 ― 한 명의 독자에서 영국 문학의 거장이 되기까지 존 파울즈는 타고난 시인이자 소설가?비평가였을 뿐만 아니라 조류학자이자 정원사였고, 열정적인 자연주의자이자 여행가였으며, 영화 팬이자 고서적 수집가였다. 그는 맹렬한 독서가였으며, 연극, 영화, 미술, 음악 등 다른 예술 분야에 대한 왕성한 지적 호기심과 비판적 관찰로 자신의 문학관을 일구어 나간다. 여기에는 고대 로마 시인들에서부터 로버트 프루스트, 딜런 토머스, 에밀리 디킨슨, 제인 오스틴, 찰스 디킨스, 스테판 말라르메, 프랑수아 비용, 사뮈엘 베케트, 스탕달, 귀스타브 플로베르, 조르주 브라크, 데이비드 그리피스 등 유명 작가들 및 작품에 대한 존 파울즈의 거리낌 없는 비판과 성찰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수많은 문학적 경험과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와 로마, 스페인 등 그가 여행으로부터 얻어 온 선연한 이미지들과 그가 만난 사람들이 앞으캷 어떻게 그의 작품에 영감을 주는지를 추적해 볼 수 있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실제로 그리스 스페차이 섬은 이후 15년간의 집필 기간을 거쳐 나오게 되는 그의 야심작인 『마법사』의 무대가 되며, 알랭푸르니에의 『대장 몬』에서 어른거리는 녹색의 유령은 그에게 마법사의 이미지를 좀 더 구체화하게 하는 매개가 된다. 또한 『컬렉터』가 평생 동안 자신의 성적 환상이었던 여성 감금에 대한 욕망과 당대 있었던 여성 납치 사건인 방공호 사건, 벨러 버르토크의 오페라 「푸른 수염의 성」에서 영향받았음을 솔직히 고백하는 대목은 매우 인상적이다. 작품 발표 이후 여러 출판사 및 언론사, 평단으로부터 쏟아진 반응에 대한 세세한 출간 과정에 대한 기록뿐만 아니라, 1965년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영화화한 『컬렉터』의 각색 과정과 배우들과의 호흡, 연출 및 무대에 대한 갖가지 의견과 일화들에 대한 얘기도 함께 실려 있다. 이 책은, 위대한 작가의 창조적인 발전 과정뿐만 아니라 생활인으로서의 자전적 경험(經驗)과 문학적 영감(靈感) 사이에서 어떻게 한 명의 독자가 영국 문학의 거장으로 탄생하게 되는지를 추적해 볼 수 있는 작가 노트이자 자서전이며, 작가 자신의 삶을 작품화한 새로운 개념의 소설로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또한 찰스 드레이진과 옮긴이의 꼼꼼한 주석, 중간에 실린 사진들, 그리고 작가 지망생이나 영미 문학 관련 전공자들을 포함해 일반 독자들의 지력을 북돋우기 위해 일기 뒤에다 실은 〈찾아보기〉는 존 파울즈의 자취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해외 언론 리뷰 정말 흥미롭다. 파울즈 최고작의 하나로 꼽힐 만한 이 책은, 무심한 듯한 태도로 써 내려 간 존 파울즈의 끈질긴 열정을 누구나 느낄 수 있게 해준다. --- 리터러리 리뷰 그가 〈내가 써야 할 마지막 소설〉로 명명한 〈전적으로 살아 있는 예술가의 초상〉인 이 비범한 일기들은 그간의 존 파울즈의 명성을 되찾기에 충분하다. --- 스펙테이터 이 일기는 매력적이다. 전후 유럽 문학의 변화하는 기능과 미학적, 국가적 정체성에 관한 자극적인 사유들로 충만하다. --- 데일리 텔레그래프 그의 지적 끈기와 예술가적 기질은 마지막까지 인상적으로 남는다. --- 옵서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