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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만 리 길도 한 걸음으로 시작된다 / Guide 1 네팔의 술 2 사람을 알자면 하루 길을 같이 가보라 / Guide 2 밀크티(찌아) 3 산 설고 물 설다 / Guide 3 네팔의 물 4 고양이가 알 낳을 노릇이다 / Guide 4 트레킹하면서 먹은 네팔의 음식 5 굿에 간 어미 기다리듯 / Guide 5 티벳 불교의 상징물 6 화가 복이 된다 / Guide 6 소나무, 전나무, 향나무 7 태산을 넘으면 평지를 본다 / Guide 7 안나푸르나 초등 8 한 자 땅 밑이 저승이다 / Guide 8 밀레르파 9 2월에 김칫독 터진다 / Guide 9 히말라야 타알, 블루쉽, 야크, 소/버팔로 10 여북하여 눈이 머나 / Guide 10 트레킹의 지루함을 날려버릴 책 11 섣달이 둘이라도 시원치 않다 / Guide 11 예티와 신비동물학 12 오뉴월 맹꽁이도 울다가 그친다 / Guide 12 배낭 꾸릴 때 유용한 팁 13 방귀 자라 똥 된다 / Guide 13 동충하초 14 드문드문 걸어도 황소걸음 / Guide 14 네팔과 커피, 커피와 알콜 15 온양온천에 헌다리 모이듯 / Guide 15 비타민나무 16 백 리만 걸으면 눈섭조차 무겁다 / Guide 16 버터와 치즈 17 사람이 궁할 때는 대 끝에서도 3년을 산다 / Guide 17 천리향 18 취객이 외나무 다리 잘 건넌다 / Guide 18 눈표범 19 씨를 뿌리면 거두기 마련이다 / Guide 19 포카라의 유흥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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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책의 편집자입니다.
2017-03-19
안녕하세요? 이 책의 편집자입니다.
정말 재미있는 원고를 가장 먼저 읽은 행운에, 책으로 편집하는 즐거움까지 경험했습니다. 보통 책으로 출간되고 나면 다시 읽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이 책은 들고 다니며 읽고 있답니다. 스프링 제본을 해서 위로 넘겨가며 교정을 볼 때와 옆으로 넘기며 책을 읽는 손맛이 다르거니와 저자의 글솜씨가 정말 맛깔스럽거든요! 안나푸르나 가실 분들은 필히 이 책을 읽으시고, 가이드북도 꼭 읽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은 이 책을 재미있게만 읽으시면 됩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하기 위해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을 읽는 게 아닌 것처럼요. 한번 읽기 시작하면 화장실 갈때 들고가시게 될 거예요. 모든 책에 공을 들이지만, 이 책은 정말 편집자가 강력 추천하는 유쾌한 책입니다~^^ 여러분도 꼭 경험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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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하루만 새 포터를 기다렸다가 모레부터 다시 트레킹을 하면 된다. 내게 시간은 충분하지 않은가. 별 문제 없다. 다만 빔이 의도적으로 나를 속인 건 괘씸했다. 그의 거짓말이 내 즐거움을 짓밟아서 화가 났다. 정말 그깟 돈 때문에 이 사달이 벌어졌을까.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면,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내가 불쌍하고 만약 그의 말이 거짓이면, 의심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가 불쌍했다. 이래저래 나만 손해였다. 트레킹 끝나면 여행사에 가서 따져야겠다고 다짐했다. 밤이 깊도록 사건 정리 . 정황 검토 진실 재구성 불만사항 항목별 정리 분노 마음 진정 원망의 사이클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생각의 무간지옥에 갇힌 나는 괴로움에 오랫동안 뒤척였다. --- p.77 「4. 고양이가 알 낳을 노릇이다」 중에서 “스와르가 다와르.” 맹숭맹숭해 보이는 거대한 산이 동네 뒷산처럼 푸근하게 서 있다. 보기와 달리 이 산의 높이는 5,000m에 육박한다. 보디빌더 같은 산이다. 탱탱하고 우람하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처럼 비현실적이지 않고 마동석처럼 친근하다. 산이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가졌다는 걸 왜 30여 년간 몰랐을까. 산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있었던 걸까. 하긴 트레킹 전에는 등산도 몇 번 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지금 안나푸르나에 와 있으니 이것 참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p.101 「6. 화가 복이 된다」 중에서 집중하려는 일련의 의식적인 노력 없이 나는 먹고 자고 걷는 그 순간에 몰입했다. 어제도 내일도 사라졌다. 말 그대로 나는 현재를, 그 순간을 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저녁에 목적지에 도착하면 오늘 걸어온 길이 생각나지 않았다. 억지로 기억을 짜내야 겨우 지나온 길이 그려졌다. 마치 지금, 여기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이 죄다 사라져버린 느낌이랄까. 내 평생 이런 삶의 충만함을, 현재를 오롯이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트레킹의 묘미는, 멋진 풍경을 보고 평소에 안 쓰던 다리를 호되게 쓰며 모험담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늘 시간에 쫓겨 살던 내가 더 이상 시간을 의식하지 않게 되는, 새로운 관계설정 말이다. 시간이 멈추니, 나라는 존재가 더 명확하게 다가온다. --- p.123 「7. 태산을 넘으면 평지를 본다」 중에서 오늘도 나는 방귀대장 뿡뿡이. 얼렁뚱땅 지은 건물이기에 방음이 안 된다. 층간소음보다 벽간소음이 신경 쓰였다. 내 바로 옆방은 미국인 트레커가 사용했다. 변은 안 나오고 가스는 가득 차고. 잠 못 드는 밤 나는 슬리핑백 속에서 쉬지 않고 가스를 배출했다. 다행히 미국인 트레커는 엄청난 굉음으로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어쩌면 저렇게 잘 자는지 복이다 싶다. 덕분에 나의 가스 배출은 완전범죄가 되었다. 부룩부룩. 미국인은 고장난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꿈을 꾸고 있으려나. --- p.153 「9. 2월에 김칫독 터진다」 중에서 아침을 먹고 숙소를 나섰다. 오늘은 포카라까지 걸어서 간다. 림부와 나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걷기 시작했다. 오늘 나는 트레킹을 끝내고, 그는 노동을 끝낸다. 나는 핫 샤워와 맥주와 스테이크가 있는 포카라 레이크사이드로 가고, 그는 가정으로 돌아간다. 숙소를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림부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찌아, 찌아는 담푸스를 거쳐서 포카라로 가자고 했잖아. 그러면 두 시간 정도 더 걸려. 그냥 포카라로 바로 가는 게 어때?” 담푸스를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강력한 의사가 묻어나는 말투였다. 조금 아쉽기는 했다. 기회가 있을 때 부지런히 다녀야 하지만 나 역시 빨리 포카라로 가서 쉬고 싶은 데다가 멋진 일출을 두 번이나 보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가 아픈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만약, 내가 싫다고 담푸스에 무조건 가야겠다고 하면 그는 군말 없이 내 결정에 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오케이, 곧장 갑시다. 포카라로.” 「19. 씨를 뿌리면 거두기 마련이다」 중에서 --- pp.305~3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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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완벽한 밀크티를 마시는 방법
2003년 6월 영국 왕립화학협회가 발표한 ‘한 잔의 완벽한 홍차를 만드는 방법’에 따르면, 저온살균 우유를 먼저 컵에 넣은 후 우린 홍차를 붓는다. 이것이 클래식하면서도 완벽한 영국식 밀크티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 책의 지은이가 알려주는 ‘한 잔의 완벽한 밀크티를 마시는 방법’은? 바로 안나푸르나 산맥을 바라보며 설산 속에서 마시는 것. 밀크티를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빠져들게 되는 네팔의 찌아, 밀크티. 안나푸르나에서 밀크티를 마시지 않는 자, 유죄. 영화대본처럼 또는 소설처럼 술술 넘어가는 맛깔스러운 글솜씨 대학에서 영화학을 전공하고, 책을 볼 때 각주를 재밌게 읽는다는 독특한 취향을 가진 이 책의 지은이는 글도 영화대본처럼 소설처럼 술술 흥미롭게 써내려가며, 곳곳에 지적 유희도 심어놓은 데다 친근한 비유와 묘사가 아주 정겹다. 이런 식이다. 고객님이 타고 내리기 쉽게 버스는 문을 활짝 열고 달렸다.(21p) 빔은 안 친한 포터에서 밉상 포터로 업그레이드되었다.(40p) 눈이 사박사박 내려 소복소복 쌓였다.(128p) 나는 죽지 않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쫓아 올라갔다.(130p) 나는 날씬해지는 대신 못 생겨지고 있었다.(177p) 거울을 보니 안경원숭이가 나를 보고 있었다.(203p) 날은 쌀쌀하고 방은 눅눅하고 머리는 축축하다.(225p) 새끼 돼지처럼 잘 먹는 나를 보며 게스트하우스 직원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243p) 벗어놓은 옷가지를 나무꾼이 가져갈까봐 눈을 감을 수 없다.(250p)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흰 비둘기가 되어 안나푸르나를 향해 날아갔다.(274p) 허겁지겁 먹었는데도 전혀 부대끼지 않았고 그렇게 먹었는데도 배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298p) 오늘 나는 트레킹을 끝내고, 그는 노동을 끝낸다.(305p)…. 트레킹을 하는 내내 그녀는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잘 먹고 잘 치우고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착한 지구인이었으며, 두 다리로 산군을 걷는다는 목표를 지켰다. 하루의 마무리는 (지금은 남편이 된) 남자친구에게 엽서 쓰기! 소소한 불편함 속에서도 만족감을 찾아내고, 여행을 하며 자연스레 애국자가 되었다. 네팔과 안나푸르나에 관한 깨알 정보 이 책 『안나푸르나에서 밀크티를 마시다』는 글 한 꼭지에 하루치 트레킹 일정과 단상을 담았는데, 각 꼭지 마무리에 가이드 박스를 넣어 각종 정보를 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네팔의 음식과 술, 물, 티벳 불교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게 될 것이며, 안나푸르나 초등(初登)은 물론 매킨리 등정, 에베레스트 등정에 대한 내용도 재밌게 알게 될 것이다. 산악영화, 산악도서, 불교 용어, 무협소설 용어, 시인의 시구절도 접하게 되고, 트레킹을 하며 필수적으로 필요한(지루함을 날려줄) 도서 리스트도 얻게 되며, 네팔에서 만나게 되는 동충하초와 천리향에 관해서도 알게 된다. 심지어 책을 덮은 후에는 소나무와 전나무를 구별할 줄 알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