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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제2부 작가의 말 |
Fuminori Nakamura,なかむら ふみのり,中村 文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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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 여자는 살아 있어.” 고바야시는 눈앞의 나라자키를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푸르스름한 술집의 불빛이 나라자키의 얼굴을 희미하게 비췄다. 마치 나라자키의 모습을 악의 빛으로 차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듯. 고바야시는 ‘이 녀석 얼굴이 이랬던가?’ 하고 생각했다. 삶에서 중요한 뭔가가 빠진 듯한 표정. 그런데 이상 하게도 쓸데없이 눈빛만 강렬했다. --- p.9
그녀는 겉모습도 기묘했다. 옷차림과 머리 모양에서 전혀 현대적인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까만 생머리는 너무 길었다. 옷도 멋을 전혀 부리지 않고, 단지 살을 가릴 목적으로만 걸친 것 같았다.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멋 내는 걸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 그것은 세상에서 격리된 인간의 모습이다. 옛날 신흥종교가 세상을 휘젓던 무렵, 뉴스에서 자주 보던 수수한 모습의 여자들. --- p.68~69 “이제 싫어졌어. 그저 그런 나도, 내 인생도 다 싫어졌어.” “음.” 여자는 나라자키의 머리를 팔로 감쌌다. 나라자키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내 인생을 모욕하기 위해 여기에 왔어. ……다들 눈살을 찌푸리겠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체에 들어갔다고. 내 인생과 번지르르한 위선으로 가득 찬 녀석들을 모두 모욕하기 위해…….” --- p.113 흰옷의 남자는 머리 위에서 어떤 시선 같은 것을 느꼈다. (……) 정말로 그들의 신이 있다면? 이 여자는 물론이고 교주까지 죽는 건 아닐까? 흰옷의 남자는 자문했다. 남자는 이전에 이 여자와 같은 컬트에 있었다. 지금의 교단으로 옮기고 모든 게 미망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몸속 어딘가에서 다 닦아내지 못한 감촉이 되살아났다. --- p.160 교주가 소파에 누워서 여자의 몸을 애무하고 있었다. 우울하게. 괴물 같은 자식, 하고 다카하라는 생각했다. 교주 속에는 지옥이 있다. 그는 지옥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내부의 지옥에 빠져들어 천천히 흔들린다. 어째서 저토록 우울하게 여자를 안을 수 있을까. 저토록 암울한 눈빛으로. 그렇다면 그만두면 되지 않는가. 하지만 교주는 습관처럼 손을 뻗는다. 감동 없이. 흔들리며 우울하게. 벌레가 수액을 핥는 것처럼. --- p.169 그 교단에서 여자들과 있었을 때 자신은 이성에서 벗어나 있었다. 논리적 사고의 바깥에 머물렀다. 이성이 태어나기 이전의 장소에. 자아를 잊은 장소에. 성과 성이 합쳐져 상승하면 그 끝에는 인간의 이성을 초월하는 어떤 한순간이 있는 게 아닐까? 편안했다. 그곳은 편안했다. 마치 누군가의 깨달음 속에 온몸을 담근 것처럼. 지혜의 열매를 먹기 전의 벌거벗은 남녀처럼. --- p.288 세상과 차단된 컬트 집단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세월이 길어질수록 현실의 상식에서 벗어나버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현실 속에 ‘비현실’로 등장한다. 당시엔 마치 픽션 같다고 생각했다. 만화처럼 왜곡된 픽션이 현실에, 그리고 일상에 갑자기 출현한 순간이었다. 뉴욕을 덮친 9·11 역시 누가 현실이라고 바로 인식할 수 있었을까? --- p.428 상대의 고통으로만 진정한 쾌락을 얻었던 나는 이 세계에서 배척당했다. 서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섹스에서 나의 존재는 멀어졌다. 인간의 가장 농밀한 소통이 섹스라고 한다면 상대의 거부로밖에 만족할 수 없는 나는 모든 것에서 배척당하고 있다. 신은 지금 내게 그걸 보여주려고 한 것일까? 나의 진실을 내 눈앞에 보여주기 위해서. --- p.519 암은 평범하게 진행되고 나는 평범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죽음은 이미 임박했지만 나의 최후는 파멸이어야만 했다. 신이 없다고 해도 오만한 나는 최후를 신과의 대치로 끝내고 싶었다. 신이 있든 없든 이젠 아무 상관없다. 내가 신을 만들면 된다. 나는 나를 초월한 존재 이외에는 마음을 움직일 수 없게 됐다. 내가 신을 만들면 된다. 내가 조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나의 파멸이 실현될 상황이 전개됐다. --- p.537 다카하라의 눈에 비친 건 삼십대 남자가 권총을 꺼내 뭔가를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재빠르게 눈앞에서 방아쇠를 당긴 영상이었다. (……) 몸이 무너져가는 감각 속에서 시야만 그 영상에 고정됐다. 의식이 있는지 스스로 생각했을 때 눈꺼풀이 닫히는 걸 깨달았다. 잠자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억지로 끝이 났다는 감각. 고정된 영상 앞으로 어떤 검은 그림자가 겹쳐졌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 p.574~5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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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공포로 몰아넣은 참극이 다시 시작된다!
광기와 악에 대한 핏빛 기록 자살을 예고하고 갑자기 사라진 여자, 다치바나 료코. 행방불명된 연인을 찾기 위해 나라자키는 그녀가 잠시 몸담았던 종교 단체를 찾아가게 된다. 자신을 아마추어 사상가라고 소개하는 마쓰오 쇼타로가 이끌고 있는 단체 사람들로부터 그녀가 1995년 도쿄 지하철에 치명적 맹독가스 사린을 무작위로 살포한 옴진리교처럼 극단적 종교 단체인 ‘교단 X’의 신자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쇼타로의 저택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던 중 ‘교단 X’로부터 은밀한 부름을 받는다. 교단 안은 픽션 같았다. 과도하게 집중해서 모아진 정신의 집합이 공간을 왜곡시키는 것처럼. 컬트 종교의 내부는 대개 픽션과 비슷할지 모른다. 나라자키가 고등학생쯤이었을 것이다. 여러 대의 지하철 차량에서 독가스 사린(sarin)이 동시에 뿌려지는 경악할 만한 테러리즘이 일어났다. 범인은 컬트 종교 집단이었다. 숨어 있던 픽션이 일상 속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125쪽) 사회로부터 배척당한 ‘교단 X’의 신자들은 오로지 성적 탐닉으로만 비참한 자신의 존재를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왜곡된 믿음의 중심에는 교주 사와타리가 있다. 그는 여자를 안을 때조차 내면의 지옥에 스스로 빠져들어, 벌레가 수액을 핥듯 우울함만을 음미한다. 선의의 기쁨도, 타인에 대한 동정도 느끼지 못하고, 오직 고통의 비명 속에서만 쾌락을 얻을 수 있는 사와타리는 자신을 저버린 신을 원망하며 모든 것이 파멸하기를 바란다. 그는 ‘교단 X’의 2인자이자 과거 ‘YG’라는 테러 조직에 몸담았던 다카하라를 이용해 사상 최대의 테러를 계획한다. 절대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신이란 무엇인가! 세계와 인간에 관한 방대한 지식의 집합체 『교단 X』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처럼 인간이란 무엇인가, 세계란 무엇인가와 같은 궁극적인 질문을 정면으로 파헤치는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작가의 말처럼 『교단 X』에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온갖 비현실적인 사건들뿐만 아니라 최신 과학, 생물학, 우주론 등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리고 그 방대한 지식들로 구축된 견고한 세계관을 『교단 X』에 투영시키고 있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이야기를 찾는 생물입니다. 자신의 인생도 이야기이고,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걷는 과정에서 또 이야기를 찾습니다. 인간이 평생에 아는 이야기의 숫자는 픽션을 포함한다면 방대합니다. 즉, 우리는 중복되는 이야기 속에 있습니다. (154~155쪽) 이처럼 『교단 X』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중첩되어 있다. 인간의 가장 나약한 모습부터, 내면의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추악한 모습, 그리고 전쟁, 테러, 빈곤 같은 우리가 직면해 있는 현실의 여러 문제들까지. 작가는 그 중첩된 이야기를 통해 ‘신의 존재조차 의심하고, 부정하게 만드는’ 이 암울한 세계를 ‘인간이 어떻게 통과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삶이라는 길을 계속 걸어야 하는 우리에게. 추천사 / 언론평 “악과 선은 같은 뿌리이며, 서로를 보완한다. 그것이 이 작품을 단순하게 파악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 [산케이 신문] “이 작품은 소설이 가진 잠재력으로 일본의 정치 상황을 ‘교단 X’에 투영시키고 있다. 희화적이고 함축적인 언어로써 동시대를 뒤흔드는 혁명을 시도하고 있다.” - [일본경제신문] “출판사가 주도한 마케팅으로 꾸며진, 한눈에도 베스트셀러처럼 보이는 책들에 식상함을 느낀 독자들의 마음을 그 존재감만으로 끌어당긴 소설.” - [아사히 신문] “파도처럼 소설의 세계가 넓고 깊어지는 것이 마치 도스토옙스키의 종합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 미즈우시 겐타로(희곡 평론가) “운명에 농락당하는 네 명의 남녀가 만날 때 세상은 파멸의 서곡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 다키 아사요(자유기고가, 평론가) “선과 악의 경계선이 점점 모호해지고, 누가 옳고 그른지 마음 깊은 곳이 마구 흔들렸습니다.” - 다케코시 카리(마루젠 나고야 시카에점 직원) “이 작품에는 인간의 모든 본능이 드러나 있다. 이성과 감성을 자극하는 『교단 X』는 틀림없이 세계적인 문학이다. - 스즈키 준코(가고시마 북센터 직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