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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제1부 과거 제2부 과거/현재 제3부 현재 제4부 현재 한국 독자들께 드리는 글 |
Fuminori Nakamura,なかむら ふみのり,中村 文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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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둠에 저항하는 의미로 뒷산에 드나들게 되었던 걸까. 나만의 어둠을 확보하고, 그걸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 내 딱지가 아버지의 손에 불태워진 뒤, 손전등을 들고 뒷산 동굴로 향하던 그때의 나도 그 같은 논리를 언어의 형태로 갖고 있지 못했다. 단지 이 뒷산의 어둠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눈앞에 철조망이 뒤엉킨, 사용처가 불분명한 절벽의 동굴이 보였다. 나는 주위의 어둠과 늘어선 나무들의 연속에 공포를 느끼면서 내가 안심하고 있다고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펜스를 타 넘고 들어가 풀밭에 던져진 베니어판을 젖히고 그 안에 감춰둔 곤충채집 바구니를 꺼냈다. 그곳에는 미리 잡아둔 도마뱀이며 달팽이가 들어 있었다. 나는 도마뱀을 집어내 펜스 너머로 팔을 내밀고 손바닥을 펼쳤다. 도마뱀은 소리도 없이 절벽의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땅바닥에 부딪히는 순간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그것을 상상했다. 달팽이를 손에 들고 다시 펜스 너머로 떨어뜨렸다. 나의 어둠은 그들의 희생에 의해 더욱 깊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내면보다 더 깊게. 저 불가사의하고 사람을 공포에 떨게 하는 존재보다 더 강하게, 더 크게. 인간을 죽이는 것이 어떤 경우에나 악일까. 자신의 인생과 자기에게 가장 소중한 타자의 인생을 결정적으로 손상시키려고 하는 인간을 죽이는 것이 과연 악일까. 이건 나와 가오리만을 위한 에고이즘일까. 그토록 큰 힘을 쥔 미치광이에게서 우리 자신을 지키려면 우리도 뭔가 룰 위반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아닐까. 아니, 하고 세상은 내게 말할지도 모른다. 너는 아버지를 죽여서는 안 된다, 아버지의 악행을 주위에 알리고, 설령 그것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우선은 경찰이나 아동 상담소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실패할 경우에 너희에게 곧바로 지옥이 실행된다는 건 너의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 아버지가 너의 반항의 의지를 보고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 너의 판단은 성급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무위로 돌리는 짓이다. 세상은 내게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나를 가리켜 악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악이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내 안의 최고 가치는 선도 아니고 세상도 아니고 신조차도 아니고, 오직 가오리였다. 내 인생 최고의 존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악을 실행해도 상관없었다. 그것은 올바른 일은 아닐지 모르지만, 올바르지 않아도 상관없다. 최고의 가치는 도덕이나 윤리를 뛰어넘는 것일 터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를 누군가 살해하려 할 때, 그냥 말없이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그 상대를 죽일 수 있다면 죽여도 상관없는 게 아닐까. 죽이지 않아도 될 만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죽이는 게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 보다 확실했다면, 그런 경우에는 살인을 해도 괜찮은 게 아닐까. 설령 그것이 옳지 않은 일이라고 해도, 적어도 그즈음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 네가 원망해야 하는 것은 이 세상의 모든 행복이야. 인간을 죽인 인간은 백 퍼센트의 선(善)을 손에 넣을 수는 없으나, 백 퍼센트의 악이라면 손에 넣을 수 있지. 그게 앞으로 네가 살아갈 길이야. 너에게는 힘이 있고 자금이 있어. 모든 것을 파괴해버려. 다양한 인간과 다양한 행복 모두를 파괴할 강대한 악의 에너지, 그 업화에 몸을 활활 태워 승화하는 것으로 비로소 너는 강력한 쾌락의 정점에 도달할 수 있어. 그건 연속 살인마나 폭탄 테러 같은 그런 시시한 짓거리로는 절대로 얻을 수 없어. 좀더 거대한 악이야. 좀더 거대한.”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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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상, 노마문예상, 오에겐자부로상 수상작가, 나카무라 후미노리 신작!
나는 얼굴을 바꾸고 모든 것을 버리고 이제 그녀의 행복만을 원한다 강하고… 처연하고… 아름답다… “네가 이 세계를 부정하고 싶을 만큼의 지옥을 보여주지. 잔혹하고 압도적인 지옥을! 저 소녀는 그 지옥의 때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너는 악에 먹혀버리고, 그 악을 네 안에서 타인을 향해 뻗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되겠지. 하지만 그건 시작에 지나지 않아. 이건 모두 미리 정해진 일이야.” ―본문 중에서 아쿠타가와상, 노마문예상, 오에겐자부로상 수상 작가, 나카무라 후미노리 새 장편소설 출간! 일본에서 신초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장편소설 『흙속의 아이』로 아쿠타가와 상, 『차광』으로 노마문예상, 『쓰리』로 오에겐자부로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과 대중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는 나카무라 후미노리가 새 장편소설 『악과 가면의 룰』을 출간했다. 일본의 어느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쓰는 데 모든 힘을 다 써버린 느낌이 들었다. 작가가 되고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라고 말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치밀하게 탐구한다. 나카무라 후미노리 작품 세계의 전환점이 되었던 계기는 2010년 오에겐자부로상을 수상한 전작 『쓰리』였다. 천재적 소매치기가 자신의 소매치기 실력을 무기로 거대 악과 싸운다는 스릴 있는 스토리는,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여 순문학적인 면모만 보여줬던 그동안의 작품 세계에서 벗어나 풍부한 이야기성과 서스펜스적인 요소를 첨가하면서 한층 더 폭넓게 대중과의 소통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작품 역시 “이야기냐 문체냐, 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이야기로서의 재미와 문학으로서의 깊이는 양립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 중간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양극에서 마음껏 휘두르는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작가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장르적 경계가 이미 희미해진 현 출판계에서 두 개의 세계를 하나로 모아 작품 안에 녹여냈고, 그 결과 문단과 대중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나카무라 후미노리라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층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생과 사, 선과 악의 뒤틀림을 도스토옙스키적인 압도적 서사로 풀어내다! ‘악’이라는 테마는 데뷔 이후 작가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테마이기도 하다. 신혼부부를 살해하고 여론의 거센 비난에 시달리는 사형수를 통해 살인자를 바라보는 그만의 독특한 시각을 전했던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폭력에 완전히 노출된 인간의 공포를 그린 『흙속의 아이』, 절대 악이 짜놓은 거미줄 같은 운명에 빠진 천재 소매치기 이야기 『쓰리』등,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한 ‘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 인간의 내면을 파괴하기도 하고, 그의 운명을 쥐고 흔들기도 하며, 사회 전체를 두려움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인간이 애초에 악의 가능성을 품은 존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야. 기본적으로 동종을 죽이지 않도록 만들어졌는데도, 그 영역에 들어설 마음을 먹을 수 있고, 실제로 그 경계를 뛰어넘는 행위를 할 수 있고, 온갖 욕정을 소유하는 게 가능한 존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야. 네가 원망해야 하는 것은 이 세계의 구조, 인간 그 자체의 불완전하고 모순된 구조야. 불공평을 낳는 이 구조인 거라고. 행복이란 폐쇄야. 행복이란 너 같은 존재를, 너처럼 고통이나 비통함을 지닌 인간들을 무시하고, 굶주림이나 빈곤을 무시하는 선상에서 성립되는, 운 좋은 자들만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폐쇄된 공간이란 말이야.” -본문 중에서 이번 작품 『악과 가면의 룰』에서는 좀더 근본적인 ‘악’에 대해 이야기한다. 악으로부터 짓밟힐 운명에 처한 자신의 사랑과 행복을 지키고, 계속해서 반복될 악을 제거하기 위해 또 다른 악을 행해야 하는 주인공 구키 후미히로를 통해 ‘왜 살아야 하는가’ 혹은 ‘왜 죽여야만 하는가’ 하는 근원적인 물음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또한 처음으로 역사와 전쟁을 작품에 도입해서 긴 시간축을 토대로, 시공간을 아우르며 반복되는 거대하고도 강력한 ‘악’을 더욱 두드러지게 표현해낸 점이 돋보인다. “도스토옙스키의 문학 안에 긴장과 스릴을 넣고 싶었다”는 작가의 인터뷰에서처럼 이번 작품에서는 ‘악’에 대한 철학적이면서도 문학적인 메시지가 담긴 긴 대화를 통해 선과 악, 옮음과 그름, 행복과 불행 등 양립하는 가치들을 치밀하고도 스릴 넘치게 다루면서 도스토예프스키적인 강렬하고도 압도적인 서사로 풀어냈다. 절대 악(惡) vs 절대 사랑(愛) 아버지를 죽이고, 얼굴을 바꿔야 했던 한 남자의 고독한 질주! 군?산업으로 재벌이 된 가문에서 태어난 구키 후미히로는 11살 때 아버지로부터 ‘이 세계를 불행하게 만드는 존재’인 ‘사(邪)’의 계보를 잇기 위해 계획적으로 태어난 아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버지는 그에게 14살이 되면 지옥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하고, 그 도구로 구키 가오리를 선택해 양녀로 들인다. 세월이 흘러 13살이 된 후미히로는 점점 가오리를 순수한 사랑의 결정체로 받아들이게 되고, 14살이 되기 몇 달 전, 아버지가 가오리를 겁탈하려는 것을 목격하고는, 자신이 아버지가 예언한 지옥에서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 그리고 결국 악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절대 사랑이 된 가오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가 아버지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아버지를 죽이고, 스스로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진 후미히로는 몇 년 후, 자신의 존재를 소멸시키기 위해 타인의 얼굴로 성형하고 그의 신분을 얻어 인생의 방관자로 살아간다. 그리고 사설탐정을 통해 어디 있는지 모르는 가오리의 조사를 의뢰한다. 가오리에게 마치 과거의 반복인 듯 거대한 악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미히로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서고, 언제부턴가 형사가 그의 주변에 따라붙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악화된다. 그 당시 거리에서는 알 수 없는 집단에 의해 폭탄 테러가 일어나고, 정치가를 노린 연속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등 사회가 급속도로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자리한 남자가 후미히로를 찾아온다. 끊어졌다고 생각한 부정한 가계의 절대적인 ‘악’의 등장으로 더욱 위기에 처한 후미히로. 과연 그는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 거대한 세계의 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 일본 현지 서평 인간의 죽음, 생의 뒤틀림, 보상은 있는 것일까.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의 말살을 도모한다는 내용의 이 소설은 군수산업이나 컬트 교단, 테러 집단의 활동 등을 담은 서스펜스이면서도, 선과 악, 옮음과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 진실과 거짓, 가치와 무가치라는 요소들도 얽혀 있다. 이 소설의 결말에서는 작중 화자의 ‘재생’이라는 단서를 암시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가 선과 악, 행복과 불행의 간극에 무한히 매달려 있게 되었다면, 그리고 그것이 그에게 내려진 벌이라고 한다면 이는 충분히 무서운 책이다. -『아사히 신문』 정체불명의 테러 집단, 주인공을 집요하게 쫓는 형사 등 서스펜스적인 요소를 대담하게 도입했기 때문에 숨 막히는 긴장감이 작품 전체에 넘쳐흐른다. ‘악’이라는 문제는 작가가 데뷔 이후 일관되게 추구해온 테마다.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는 것에 비해 이야기 속에서는 사람이 간단히 죽는다. 왜 안 되는 걸까, 하는 물음은 범람하지만 정면에서 대답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쟁이나 역사도 시야에 두면서, 악을 둘러싼 근원적인 물음들에 대한 스케일이 한층 커졌다. -『요미우리 신문』 -『쓰리』와는 완전히 다른 악!『쓰리』의 ‘기자키’라는 인물과는 다른 사악한 형상을 그리고 있는 반면 순수한 사랑의 형상도 그려져 있다. 문학적 서스펜스로 재미있게 읽었다. 악과 이 세상에 대한 고찰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ID 커스터머) -의심할 여지없이 저자의 최고 걸작. 전작을 계속 읽어온 팬의 한 사람으로서 작가가 여기까지 왔다니, 라고 찬사를 보내며 읽었다. 마이페이스에 무의식 과잉인 주인공이 한 사람의 여성을 지키기 위해 많은 행동을 하는 중 테러리즘이나 어둠의 조직과 서로 싸우게 된다는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스릴 있고 재미있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ID 소코쓰) -이 작가의 작품을 읽은 건 세번째인데 어딘가 중독이 되는 어두움이 있다. 하지만 이른바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악의나 어둠을 그렸다고 보기에는 어딘가 다르다. 예를 들면 주인공이 자란 환경은 무겁지만 여성을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고 사람을 신뢰하는 마음도 제대로 가지고 있는 건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ID 차스케 미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