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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stin G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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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 더 시티」보다 ‘인간적’이고 「브리짓 존스의 일기」보다 ‘육중한’ 로맨스 소설!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과 『진심 어린 거짓말』의 케르스틴 기어에겐 공통점이 있다. 일자리가 없을 때 소설을 써서 일약 스타가 되었다는 것. 장르는 다르지만 두 작가 모두 소설 쓰기를 통해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힘든 시기에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케르스틴 기어의 소설에는 눈물이 아닌 웃음이 훨씬 많다. 어쩌면 힘겨운 상황이 새롭고 유쾌한 상상력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케르스틴 기어는 현재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설가다. 경쾌하면서도 유머와 재치 넘치는 신선한 이야기로 데뷔작부터 독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휘어잡은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 인기에 힘입어 그녀의 첫 소설 『남자들과 기타 대재난들』이 이미 영화로 제작되었고,『오늘 죽고 싶은 나』 역시 현재 영화화가 진행 중이다.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진심 어린 거짓말』 역시 케르스틴 기어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녀의 인생을 뒤흔든 단 한 번의 거짓말! 이번 소설에서는 인터넷이란 공간을 소설 속으로 끌어들여왔다. 누구나 그렇듯 익명성은 편리한 구석이 있다. 실제로 얼굴을 보지 않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해도, 무슨 거짓말을 해도 들통 날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만나지만 않는다면 평생을 거짓말 속에 살 수 있고, 거짓말로 인해 문제를 겪을 일도 적다. 그런데 만일 거짓말을 한 상대와 만나게 된다면? 그리고 그 거짓말이 만남과 동시에 들통 날 얄팍한 거짓말이라면? 케르스틴 기어는 이 점에 착안해 소설을 구상했다. ‘채팅으로 만난 행복한 커플 이야기’를 찾으라는 신입 편집장의 명령에 주인공 한나는 난생처음 채팅방에 로그인 한다. 그리고 채팅에서 만난 한 남자에게 ‘어떤 거짓말’을 한다. 요한나의 몸매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달걀’ 같다. 아래서부터 설명을 하자면 종아리는 66사이즈, 무릎 위는 77사이즈, 그리고 엉덩이는 88사이즈다. 허리 윗부분을 이야기하자면 더 복잡해진다. 가슴은 88사이즈 블라우스를 입는데 가슴은 꽉 끼고, 허리는 헐렁하고, 목은 또 가늘다. 완벽에 가까운 ‘불균형’적 몸매! 한 번도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요한나는 익명이라는 편리함을 이용해 거짓말을 한다. 어쩌면 자신이 꿈꾸어 왔던 속마음을 담아 ‘진심 어린 거짓말’을 한 것이다. 바로 자신을 금발에 파란 눈동자를 가진, 몸무게가 55킬로그램인 172센티미터의 ‘요정33a’라고 소개한 것! 그리고 단 한 번의 거짓말로 한나의 인생에 엄청난 핵폭풍이 불어닥친다. 물론 케르스틴 기어의 소설답게, 재치와 유머, 눈물 콧물이 범벅되는 로맨스 폭풍이! 거짓말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고서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는 어떻게 유지, 발전될까? 소설만 봐도 거짓말이 유발하는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쉽게 알 수 있다. 채팅을 통해 알게 된 보리스가 한나에게 만나자고 제안한다. 인터넷 공간에서 쉽사리 던져버린 단 한 번의 거짓말, 그리고 보리스의 약속이 한나의 삶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린다. 채팅에서 만난 남자가 무슨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느냐고? 그 남자와의 커플 테스트가 400점 만점에 무려 397점이라는 경이로운 점수가 나온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그 남자가 자신과 같은 지역에 산다면 ‘연애에 대한 기대치’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리스에게 자신의 외모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한나는 그와의 만남이 걱정스럽다. 망설이는 한나에게 친구가 확실히 정리를 해준다. “첫째, 운명이든 아니든 그 남자를 잊어! 둘째, 살을 빼!” 생애 처음으로 시도하는 다이어트 대작전! 한나는 조금 덜 먹으면 되지 않을까 하고 쉽게 생각했는데 그것은 오산이었다. 친구들은 감량 코치 혹은 조언자가 되어 사사건건 한나를 간섭한다. “…네가 정말 건강하게 살을 빼고 싶다면, 제품화된 설탕을 식단에서 완전히 빼야 해. 술도 당연히 빼야 하고, 포화지방산이 든 모든 식품도 당연히 안 돼.…” (……) “소금이나 양념을 많이 한 음식도 안 돼. 소금은 몸에 수분을 저장하고, 양념이 강한 음식은 식욕을 돋우니까. …” (……) “감자나 국수나 쌀과 같은 탄수화물도 마찬가지야. 한 끼에 50그램 이상을 먹지 않으면 살이 찌지 않아.”(158∼161쪽) 힘겹게 다이어트에 돌입하지만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부터 모든 것이 삐거덕대기 시작한다. 다이어트에 몰두하다 친구와 싸우게 되고, 가족과의 관계도 틀어진다. 직장 생활 역시 마찬가지다. 동료들은 한나의 뚱뚱한 외모에 대해 거침없는 비난의 말을 쏟아낸다. 신입 편집장 비른바움에게 아첨을 떤다고. 결국 한나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무기력 상태에 빠진다. 속상한 뚸음에 한나는 보리스에게 자신의 상황을 담은 긴 편지를 보낸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 이유는 간단해. 이런 우울한 사건들이 연쇄적으로(하루 동안!) 일어났다는 사실을 이제 알았으니, 이번 주에도 시간이 없다고 말하더라도 나한테 감히 죄책감을 주려고 하지는 않겠지?!(212쪽) 그런데 보리스가 뜻밖의 메일을 보내온다. 힘겨운 상태일수록 친구가 필요한 법이라며 만남을 다시 제안한 것이다. 보리스와의 만남에 들뜬 한나는 의욕에 불타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트레이너의 독설에 폭발한다. 자신이 왜 다이어트를 시작했을까 하고 후회한다. 거짓말 그리고 다이어트 이후 자신의 삶이 불행해졌다며 친구에게 퍼붓는다. “조깅은 계속하겠지만, 이 빌어먹을 클럽에 다시는 발을 들여놓지 않을 거니까!” (…)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하다니, 이 얼마나 끔찍한 세계관이야? 지방 덩어리가 정상적으로 분산되어 있지 않다고 외계인 취급당하는 데 지쳤어!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관심이 없던 주제라고!” (…) “살을 빼야겠다고 마음먹기 전까지 내 세상은 완벽하게 정상이었다고!”(254~256쪽) 또한 한나의 주변에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다. 그 일로 가족은 해체 위기에 놓이게 되고, 한나는 그 충격에서 오래도록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모든 것에 의욕을 잃고 만다. 모든 것이 갑자기 변해버렸다. 헬레나가 우리 수선화 꽃밭을 폐허로 만든 뒤부터. 하잘것없는 그녀의 의식이 나에게서 삶의 모든 기쁨을 앗아간 것만 같았다. 재미있다거나 중요한 느낌을 주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없었다. (…) 보리스에 대한 관심도 잃었다. 우리 관계가 갑자기 우스꽝스럽고 부정직하게 생각됐다. 그렇게 많은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가 어찌 좋은 결말로 끝날 수 있으랴. 그래서 그의 이메일에 답장도 하지 않았다.(275쪽) 그런 한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비른바움. 비른바움은 한나를 찾아가고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 한나에게는 행복하지만 고민스러운 일이다. 비른바움에게는 발행인의 딸이며 모델 같은 몸매의 소유자 ‘아니카’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리스에 대한 마음 때문에 점점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다. 한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비른바음과 보리스! 그리고 해체 위기의 가족. 사랑도 쟁취하고, 침몰 직전의 가족도 구해야 하는 일생일대의 미션! 한나의 '스펙터클 연애사건'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독일과 대한민국, 사랑과 인생을 고민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케르스틴 기어의 소설을 읽다보면 「섹스 앤 더 시티」가 떠오를지 모른다. 한나의 주변인들, 그 중에서도 또래의 친구들은 소설에서 꽤 비중 있게 등장하고 있다. 한나와 카를라, 비비와 소냐. 20∼30대 친구들은 자주 만나 사랑과 일에 대해 수다를 떤다. 마치 「섹스 앤 더 시티」의 등장인물처럼. 하지만 「섹스 앤 더 시티」에 등장하는 화려한 커리어 우먼과는 거리가 멀다. 카를라는 우리를 「섹스 앤 더 시티」에 등장하는 네 명의 친구들로 착각할 때가 많았다. 극작가들이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이며 성공한 직장여성들. 지극히 격렬하고 변화무쌍하며 흥미진진한 성생활을 누리는 친구들……. 하지만 이런 비교는 유감스럽게도 사실과는 심히 거리가 멀었다. 우리의 성생활은 궁핍했고, 직장은 전혀 없거나(비비와 소냐) 그저 그랬으며(카를라와 나), 매력은……(42쪽) 독일 소설이지만, 등장인물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20∼30대 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보통의 여자들이다. 그들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직업 때문에 고민하고, 외모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한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외모에 대해 자신감을 잃게 되고,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에 우울해 한다. 그래서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헤어진 남자와 가끔 만나고, 또 그런 자신을 한탄하며 자존성을 잃어간다. 어쩌면 이런 점, 지극히 인간적인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독일과 대한민국이라는 엄청난 지역적 문화적인 거리가 매우 가까운 ‘공감의 거리’로 바뀐다. 그리고 사랑 앞에서는 모두들 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라는 평범한 진리, 나만 외로운 것이 아니라 모두들 사랑을 갈망하는구나 하는 작은 위로를 받게 된다.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라! 로맨스 소설의 장점은 해피엔딩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행복한 결말은 자칫 낭만에 치우칠 위험이 있다. 다행히 케르스틴 기어는 해피엔딩과 함께 자아성찰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주인공 한나의 모습을 통해서 말이다. 전체적으로 항아리 몸매인 한나는 처음에는 자신을 부정하지만, 결국 ‘뚱뚱하고 듬직한 한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사랑과 행복을 되찾는다. 어쩌면 케르스틴 기어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늘 다이어트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여성들에게 권할만한 책이다. 평범하고 날씬한 몸매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케르스틴 기어의 소설을 읽고 전면 거울을 통해 자신의 전신을 꼼꼼히 한 번 쳐다보기 바란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의 모습도 한 번 바라보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