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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1년 후 |
Petra Pell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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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이 인류를 헐뜯을 때면 나는 내 계획이 옳다는 것을 더욱 강하게 느낀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때 내가 반드시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다. 열여덟 번째 생일이 오기 전에 작별하는 게 합리적이겠지. 단정하게 제대로 세상을 떠나고 싶다. 사람들이 거리에서 생명이 없는 내 몸을 빤히 내려다보게 되는 그날, 내 머리카락은 깔끔하고 숙제도 모두 끝냈고 내 방도 잘 정리되어 있을 거다. 나는 그 장면을 아름답게 상상한다. 행인들에게 정말 의미 있는 일이 될 테지. 어떤 사람은 “저렇게 젊은데. 인생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라고 말하고, 집에 가서 자기 아이를 포옹할지도 모른다. 또 다른 사람은 빌어먹을 직장에 사표를 내고, 또 다른 사람은 아내를 더는 때리지 않을 테지.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이다.
--- p.45 후베르트가 이제 더는 안마당으로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몇 주 전부터 그는 호흡이 가쁜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게 참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치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건가. 안마당은 후베르트에게 늘 좋은 영향을 주었다. 돌판에서 올라오는 온기. 보리수나무가 내는 솨솨 소리. 지붕에서 비둘기들이 구구거리는 소리. 방금 깎은 잔디 냄새. 그리고 여러 가지 색깔. 그런데 색깔로 말하자면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목덜미를 젖혀 하늘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자기 코앞에 있는 색깔밖에 못 본다. “고개를 뒤로 젖혀요. 할아버지, 내가 어떻게 하는지 보세요.” 나는 그에게 알려주려고 애썼고, 지켜보는 사람이 없을 때면 그의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후베르트가 야외 수영장과 안마당, 하늘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케빈과 나는 음향 녹음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 pp.65-66 후베르트와 에바와 나. 이 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리가 제일 친한 친구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면 과장이 될 테지. 우리는 서로를 느낀다. 서로 파고들거나, 그게 아니라도 어쨌든 서로에게 다가가는 물결 또는 아이들이 손으로 하는 놀이와 비슷하다. 제일 위에 있는 손 위에 다른 손이 놓이고, 제일 아래에 있는 손이 빠져나와 다시 제일 위에 놓이고,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감정과 분위기와 몸짓이 쌓인다. 어떤 때는 후베르트의 으르렁거림이, 또 어떤 때는 에바의 국가가, 또 어떤 때는 내 유머가 위에 놓인다. --- pp.119-120 이따금 나는 누구에게 뭘 선물할까 곰곰이 생각한다. 포장을 풀 수 있는 진짜 선물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 할머니가 “얘야, 너는 상상력이 풍부하구나”라고 했을 법한 망상 같은 거다. (……) 나방에게는 많고 많은 실수를 빌어주고 싶다. 인간은 실수를 저지르고 결함이 있는 존재라는 걸 그녀가 깨달을 수 있게 되도록이면 시리즈로 실수를 하면 좋겠다. 아니, 아주 심각한 실수, 제대로 된 실수를 하고, 그래도 땅이 갈라져서 자기를 삼키지 않는다는 걸 경험하는 편이 더 낫겠지. 실수란 모두의 삶에, 그러니까 그녀의 삶에도 포함되는 거니까. 그다음 날에도 나방은 여전히 살아 있을 거야. 또 나는 나방이 강한 날개를 갖기를 빈다. 그녀가 스스로 자유롭다고 느끼길 바란다. 부엌에서 불평을 늘어놓거나 “아, 린다. 전부 개코같다”라는 말을 더는 하지 말기를. --- pp.159-161 내가 물이고, [아베 마리아]가 스펀지인 것처럼 느껴진다. 마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몇 주 동안의 긴장감이 스르르 사라진다. 어깨에서 힘이 빠지고, 손이 무릎에 차분하게 놓인다. 사과 케이크가 없는데도 그 향기가 풍겨온다. 부드러운 빛이 눈꺼풀을 통해 비쳐 들어온다. 후베르트가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에바가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삶이 우리를 뒤섞어 모아주었으니 얼마나 좋은가. 할머니가 헤어질 때마다 내 귀에 속삭였던 후고 폰 호프만슈탈의 문장이 불현듯 떠오른다. 할머니는 다섯 살 때 내가 직접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그 문장을 나에게 말했고, 그 후로는 역할이 바뀌어 만났다 헤어질 때마다 언제나 내가 할머니의 귀에 그 문장을 속삭였다.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에게 신비로운 의미를 지닌 존재다.’ --- p.167 나는 후베르트의 시선이 헤엄치며 지나가는 오리 한 쌍을 좇는 걸 지켜본다. 거의 알아채지 못할 만큼 그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음 순간 얼굴 전체에 웃음이 퍼진다. 그가 ‘오리들 봤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를 본다. 나는 싱긋 웃고서, 자기를 이곳에 데려다주어 고맙다고 그가 인사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부드럽고, 그의 표정은 느긋하다. 나는 이런 걸 상상했던 것 같다. 이 일에 비해 너무 큰 것 같은 기쁨을 느낀다. 이게 마치 나의 성공이라는 듯이 내 내면에서 뭔가가 환호한다. 나는 사랑을 담아 내 손을 그의 등에 올려놓는다. --- pp.216-217 “아이고, 엄마.” 나는 한숨을 내쉰다. “우리 그냥 그런 척하자.” 엄마가 무슨 말이냐는 눈길로 나를 본다. “사람들 대부분은 그런 척하며 지내. 사는 게 괜찮은 척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다들 잘해내지 못해. 우리도 그런 척할 수 있어. 우리 삶이 괜찮은 척.” --- p.222 이건 느린 죽음이다. 뇌세포와 피부세포가 죽고, 근육이 허물어진다. 머리카락과 속눈썹이 빠진다. 모든 것이 적어지고 또 적어지지만 눈썹만 숱이 많아진다. “여기에 담배를 올려놓을 수 있을 거예요.” 내가 그의 눈썹을 매만지며 말한다. 후베르트는 담배도 모르고 그걸 어떻게 피우는지도 모른다. “예전에 할아버지는 담배를 피웠어요. 럭키 스트라이크. 기억나세요?” 그의 뺨에 붙은 속눈썹을 발견하면 나는 그걸 불면서 돈과 바닷가의 집과 테슬라를, 그리고 후베르트에게 슈퍼 두뇌를 달라는 소원을 빈다. 천재적인 터보 시냅스와 수십억 개의 새 뉴런을 장착한 슈퍼 두뇌를, 그가 아주 쉽게 자기 부모님의 이름을 찾아내고 에바도 평화를 누리게 될 슈퍼 두뇌를. --- p.2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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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한,
우리는 서로에게 신비로운 존재가 된다” 작고 약한 존재들이 마침내 서로에게 희망이 되기까지 린다는 열다섯 살이다. 악몽 같은 기억을 안고 자란 린다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달리는 자동차 앞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그런 린다에게, 자신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생겨버렸다. 40년간 수영장 안전요원이었던 4층 노인 후베르트와 세상이 끝장났다고 믿는 유일한 친구 케빈. 린다는 후베르트의 24시간 요양보호사 에바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도록 일주일에 세 번 후베르트를 찾아가 돌본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후베르트는 7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것에 덤덤한 린다는 치매가 나날이 악화되는 후베르트를 가르치거나 바꾸려 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유쾌하고 장난스러운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가 삶을 지탱할 수 있도록 곁에 머문다. 수영장 안전요원으로 일하며, 단 한 명의 아이도 사고 없이 지켜낸 일을 생애 최고의 자부심으로 여기는 후베르트. 그가 더 이상 외출을 할 수 없게 되고, 호수 옆 수영장에서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와 싱그러운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자, 린다는 특단의 방법을 떠올린다. 고급 녹음기를 빌려 수영장의 소리를 담기로 한 것이다. 그 소리를 들으면, 후베르트가 멋졌던 자신의 모습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거라 믿으며. 후베르트가 더는 밖으로 나오지 못하지만, 녹음 덕분에 그래도 아주 끔찍한 상황은 아니다. 꽤 간단하다. 나는 쿠션 안락의자를 햇빛이 드는 쪽으로 옮기고, 후베르트에게 모자를 씌운 다음, 5월 20일 토요일 스포츠 풀장과 5월 21일 일요일 아동용 풀장, 그리고 5월 28일 일요일 수영 대회 상황 중 하나를 고른다. 후베르트는 양손을 허벅지에 내려놓고, 눈길을 허공으로 향한 채 녹음에 귀를 기울인다. 어쩌면 그는 지금 탁구를 치거나 풀장 주위를 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피부에 내리쬐는 햇빛을 느끼고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어쨌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수영장 안전요원이 그곳을 기억한다는 사실이다. 너무나 감동적이다. 정말이다! _본문 68쪽에서 기억이 사라져가는 후베르트의 곁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되살리려는 린다의 노력은 결국 자기 삶을 향한 애정으로 바뀌어간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 거창한 변화 없이도, 매번 같은 요일마다 서로의 삶에 잠시 머무는 그 시간들 속에서 린다는 서서히 삶을 회복해간다.『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무너진 일상 속에서도 서로를 마주한 두 존재가 ‘돌봄’이라는 이름의 시간 안에서, 느리지만 단단하게 변화해가는 이야기다. 자신을 세상에 남기려는 노인과 세상을 떠나고 싶었던 소녀가 서로에게 기대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살아내고, 끝내 변화하고 성장해간다. 한 소녀는 외로움 대신 온기를, 한 노인은 상실 대신 다정을 배우는 이 과정은, 마치 3미터 다이빙대 위에서 뛰어내리는 것 같은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삶이 주는 가장 조용한 축복처럼 느껴진다. 이 소설은 삶과 관계의 회복에 대해 가장 따뜻하고 우아한 이야기를 전하며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일으킨다. 한 편의 눈부신 영화 같은 소설. 올해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바로 이 책이다! _아마존 독자 리뷰 이 소설은 마치 3미터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릴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준다. _아마존 독자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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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따뜻한 위트와 감성으로 풀어낸 소설. 인간 존재의 깊이를 탐구하는 아름다운 작품. - [쥐트도이체 차이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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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강렬하게 울리는 문학적 걸작. - [디 프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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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라 펠리니는 감동과 상상이 폭발하는 불꽃놀이를 완성해냈다. - [타게스슈피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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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마음에 울림을 남기는 책이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지금 내 베스트셀러 목록 단연 1위다. - 크리스티네 베스터만 (독일 저널리스트, 북 리뷰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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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우정이 건네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 - [포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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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게 빚어진 소설. 사랑스럽고, 때때로 서글프다. - [라인니셰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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