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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두고 어둡다고만 생각하는 자들은 어리석어. 단지 우리들에겐 없는 빛나는 눈동자를 지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존재의 전체를 무작정 까맣게 칠해버린다면, 때로 그러하기에 더욱 화사하고 영롱한 자태를 품은 아픔이라든가 추억이니 하는 것들을 돌아볼 여유란 도무지 없을 것 아니겠어? 그것만큼 애처롭고 불행한 시선이 어디 있을까.
--- p.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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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 별의 남극과 북극엔 샘물이 각각 하나씩 있는데, 사내아이는 남극에서, 계집아이는 북극으로 가서 그 물을 떠 마셔야만비로소 어른이 될 수가 있었던 겁니다. 그건 굉장히 위험하고, 고독하고, 피곤한 여행이 될 수 밖에 없는데, 그제껏 그 길을 떠난 아이들 중 다시 돌아온 경우는 없었어요.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불상사가 일어난 것만은 추측할 수 있지 않겠어요? 예컨데 홈으로 들어온 주자가 없다.
그러면, 점수는 언제나 0인 거죠. 간단해요. 근데 이 문제의 소년과 소녀는 정말 어른이 되고 싶었어요. 다른 아이들은 왜 그런 모험을 하느냐고, 그냥 여기서 이렇게 같이 살자고 만류했지만, 소년과 소녀의 사랑은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었어요. 함께 모여 있는 아이들의 사랑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나 봐요. 서로를 소유하고, 나만의 공간으로 격리시키는 아집스러움이 사랑의 실체란 걸, 너무나 사랑했기에 그들은 잘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소년과 소녀는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지평선의 한 지점에서 제 각기 길을 떠나요. 소년은 남극으로, 소녀는 북극을 향해. 그 무모한 길을 떠났던 몇 안 되는 다른 아이들처럼, 어디선가 실종돼 영영 헤어질지도 모르는 이별을 했던 거죠. 그러나 그들은 분명히 믿고 소망했어요. 꼭 최초의 성숙한 남녀로 돌아와 사랑하리라고 이게 내 이야기의 끝이에요.' '근데, 왜 하필 지평선인 겁니까?' '이봐요, 상식적으로, 지평선에서 헤어진다면, 그들이 멀어져가는 모습을 누군가 가장 오래 지켜볼 수 있지 않겠어요?' --- p.199-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