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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충분하다
김성원 등저
교육공동체벗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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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술

책소개

목차

04 《삶의 기술》 창간호를 펴내며 - 하자작업장학교 청년작업장, 그리고 히옥스

특집
자전거
08 도시 문제와 자전거 문화 - 김성원
10 자전거가 다니던 골목길 - 김성원
13 움직이는 자전거 놀이터 - 자전거문화살롱
17 자전거는 탈것 이상이다 - 강신호
25 칼갈이 장인의 자전거 - 김성원
30 전기 자동차와 자전거 - 김성원
34 화물 자전거와 자전거 수레 - 김성원
39 드럼통 재활용 화물 자전거 만들기 - 김성원
48 다시 만들기와 공동체 작업장 - 장훈교
64 다시 만들어 보자 - 김명기
74 목화학교 청소년들이 운행한 배움의 여정 - 김희옥

기획
다른 농사의 기술
84 ‘입식 농법’을 위한 농기구 혁명 - 정종훈
91 수동 이앙기를 만들고 나서 - 강신호
96 자립적 소농을 위한 꼼지락 적정기술 농기구 - 이승석
102 드럼통 회전 퇴비 화장실 제작기 - 와타나베 아키히코

좌담
110 적정기술은 ○○다 - 동녘, 여우, 요비, 인다, 자베, 쥬디, 초

기고
126 여성들이 만들어 가는 적정기술 - 이슬기
131 에어컨이 없던 시절의 통풍창 - 김성원

해외의 적정기술
136 일본 - 재난과 적정기술 - 이시오카 케이조
142 중국 - 전통기술, 적정기술, 신기술 - 김유익

저자 소개

저 자 소 개
김성원 :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coffeetalk@naver.com,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 관리자. 자급자족을 위한 생활기술과 적정기술을 연구하며 《근질거리는 나의 손》, 《이웃과 함께 짓는 흙부대 집》, 《점화본능을 일깨우는 화덕의 귀환》, 《화목난로의 시대》를 썼다.

자전거문화살롱 : twitter.com/clesalon, 일상에서 재미난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자전거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모임입니다. 또한 대화에만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모임을 통해 우리 동네에서 이웃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전거 문화들을 조금씩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강신호 :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gtmemb@hanmail.net, 대안에너지를 연구하고 장치들을 개발해 전국 지자체에 보급하고 있다. 열병합발전소에 쓰이는 가스터빈 연구를 기반으로 풍력발전, 태양광발전, 소수력발전, 바이오디젤, 바이오매스 등을 연구한다.

장훈교 : 서울혁신센터 사회혁신리서치랩 선임연구원 ganndalf@naver.com. 서울혁신센터 사회혁신리서치랩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동료들과 ‘모든 이의 민주주의 연구소’라는 작은 연구소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피아노를 치는 아내의 옆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쓴다. 하지만 작업장과 서재가 연결된 삶을 꿈꾼다.

김명기 : 성미산학교 nickace@naver.com, 성미산학교 교사입니다. 5년 동안 중등에 있다가 2015년에 초등으로 이사 왔습니다. 학교에서 활동하면서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인지, 함께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린 스승들 덕분입니다.

김희옥 : 하자작업장학교 hiiocks@gmail.com, 하자작업장학교 히옥스입니다. 9.11테러 다음 날 개교했는데, 15주년이라고 정말 오랜만에 졸업생들 초대해서 학교 생일 챙기던 날엔 경주에 첫 지진이 났습니다. 사람들끼리 더 이상 미워하지 않고 지구의 경고를 겸손하고 진지하게 들으며 앞으로 7대 후손까지 조심스럽게 애정을 보내자고 마음을 추스르는 청소년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정종훈 : 난로공작소 dasaneng773@naver.com ,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서 ‘난로공작소’를 경영하며 고효율 난로와 서서 쓰는 농기구를 개발 보급하고 있다.

이승석 : 꼼지락예산적정기술협동조합 hatvitchon@hanmail.net , 농부이자 대장장이. 충남 예산에서 적정기술 농기구 전문 협동조합인 ‘꼼지락’ 운영 중. 충남적정기술 연합회장.

와타나베 아키히코 : わたなべ あきひこ, 야마나시현에 살고 있고 귀촌 전에는 조경 설계가로 활동했다. 생활기술자급자족실천가이며 농사와 집필, 적정기술 연구와 생활 적용을 계속하고 있다.

이슬기 :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성별영향분석평가센터 longblack1102@ gmail.com 여성학과 석사 졸업. 적정기술과 젠더에 관심을 가지고 논문과 본 원고를 썼다. 현재는 성별영향분석평가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이시오카 케이조 : 石岡 敬三 히로시마 반핵평화운동가, 적정기술운동가, 일본 로켓매스히터 협회원이다.

김유익 : 다문화, ‘생활’ 통역자, 전환과 평화를 위한 생활 공동체 和&同 발기인 macondo2@hotmail.com 서울, 홍콩, 베이징, 도쿄, 싱가폴 등지의 대도시와 일본의 농촌에 거주했으며, 다국적 기업의 금융 IT 컨설턴트에서 생태 농업 등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의 실천자 및 활동가로 경력을 전환한 경험을 토대로, 상이한 언어, 문화, 생활 양식을 가진 이들 간의 교류와 전환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현재 중국 상하이 교외 농촌의 농장에 거주하면서, 중국의 청년, 신농민들과 한·중·일 청소년, 청년 교류의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3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270g | 182*257*20mm
ISBN13
9788968800337

책 속으로

자동차는 미세 먼지, 교통 체증, 도시 소음 등 주요 도시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이 가장 핵심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사실을 정책 담당자들과 연구자들은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동차 업계와 자동차 운전자들의 여론을 의식해 과감한 자가용 이용 억제 정책과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북미, 유럽, 아시아의 주요 도시들은 자동차로 인한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자전거 친화 도시, 보행자 친화 도시 정책과 자전거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전거 정책은 자전거 문화를 확산시키고, 자전거 문화는 자전거 정책의 밑바탕이 된다.
--- pp.8~9

여러 지역을 다니며, 놀이 현장에서 느낀 것은 아이들은 이미 다니엘처럼 타고난 예술가이고, 테오처럼 모험가 정신을 가져서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놀이를 만들어 낼 줄 안다는 것이다. 몸집만 커져 버린 ‘어른 아이들’에게 진짜 노는 법을 알려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것은 자전거문화살롱이 만든 놀이터가 아니다. 함께 만들고 부수며 과정의 즐거움을 함께한 어린 예술가들이 창작한 놀이터이다.
--- p.14

도시형 적정기술이란 말이 있다. 적정기술의 철학에 도시형이 있고 농촌형이 있는 것이 아니지만, 기술을 적용할 때 도시라는 제약 많은 환경에 잘 어울리는 기술적 대상을 의미한다. 페달 파워는 도시에서 수행할 수 있는 적정기술의 목표로도 잘 어울린다. 무궁무진한 페달 파워의 세계에서 대안을 찾고 구현하려는 일이 문화처럼 자리 잡고 유행처럼 퍼져야 한다.
--- p.24

오직 여가를 위해 자전거 타기의 ‘신체성’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조금 힘들지 모르겠지만 화물 자전거로 도시 화물을 운송하며 몸으로 자전거의 다양한 가치를 알아 갈 수도 있다. 깨달음의 신체성이라 할까. 그것이 무엇이든 몸으로 체험하게 되면 머리로만 알던 때보다 강렬한 확신을 갖게 된다. 지금 당장은 화물 자전거를 직접 만들지 못하더라도 작은 부품인 바이크 히치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보자. 그러다 보면 만들고 창조하는 일의 신체성에 중독될 것이다. 우리의 몸은 언제나 만들고 창조하기를 바라고 있다. 단언컨대, 만드는 일은 즐거운 여가가 될 수 있다.
--- p.38

귀환하고 있는 제작 노동의 가장 큰 특징은 단지 ‘만들기’가 아니라 ‘다시 만들기 remake ’라는 점에 있다. 바로 이 점이 산업 사회 이전에 존재했던 자급 노동의 일환으로서의 제작과 산업 사회 이후 과정에서 다시 복원되고 있는 제작 노동의 가장 큰 차이이다. 산업 사회가 남긴 대량 생산이라는 유산 위에서 만들기가 복원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가 조우한 만들기는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해체-재구성하는 다시 만들기의 과정으로 등장한 것이다.
--- p.62

자전거를 해체하는 데 두 시간가량 걸렸다. 스패너로 앞바퀴를 포크에서 떼어 내고, 육각 렌치로 핸들을 뽑았다. 뒷바퀴는 체인 때문에 수월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가능한 수준까지 끙끙대며 떼어 냈다. 잠시 쉬었다가 해체 역순으로 자전거를 재조립하기 시작했다. 앞바퀴를 끼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브레이크가 잘 맞물리게 하는 게 좀 힘들었다. 뒷바퀴를 끼울 때는 뺄 때처럼 체인이 꼬여서 다시 끙끙대며 조립했다. 꼬인 체인을 풀어서 크랭크에 연결하는데 마치 뫼비우스의 띠를 푸는 기분이었다. 어찌어찌 자전거 태를 다시 갖추었는데 상자 안에 10여 개의 링을 포함해 30여 개의 작은 부품들이 남아 있었다. ‘이건 어디서 빠진 거지? 어디에다 끼워야 하는 거지?’
--- p.65

자전거 한 대를 해체하면 300여 개의 부품이 되고, 녹슬어 사용하기 어렵거나 재활용이 불가능한 부품들을 제외하는 식으로 정리하고 나면, 경험적으로 다섯 대를 해체해야 멀쩡한 자전거 하나를 새로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재조립된 자전거란 것도 보급형 자전거의 변형이므로 청소년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것은 아니지만, 녹을 하나하나 닦아 내고, 바탕칠을 하고, 다시 원하는 색과 디자인으로 도색을 하고 또 코팅까지 마치면 조금은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새 자전거가 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전거’라는 의미를 강조하고 이름도 붙여 본다. 이 과정을 자전거 갱생 과정이라 부르기도 하고, 리본(RE:born) 프로젝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 p.77

출판사 리뷰

《삶의 기술》 창간호를 펴내며

저는 시간과 공생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 말은 요컨대 이제부터 태어날 사람들과 공생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태어나는 세대에 대해서 사악한 범죄가 되는 불을 남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의 문제는 단순히 원자력발전소에 반대하는 좁은 입장에서 이야기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인류가 어떻게 사느냐 하는 문제이고 더 나아가서 살기 위해서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저는 지금 원자력발전에 반대하는 일을 모든 것을 다 바쳐서 하고 있는 것입니다.
- 다카기 진자부로, “생명의 자리에서 원자력발전을 생각한다”, 《녹색평론》 제20호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마음을 추스르며 마사키 다카시 선생님의 《나비문명》을 몇 번이고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애벌레가 나무를 갉아먹듯이 인류는 이 푸른 지구 별을 파헤치고 파괴하면서 난도질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당시의 학생들과 의기투합, 더 이상 애벌레로 살 수는 없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2011년 10월, 하자센터 현관 위로 ‘나비센터’라는 종이 휘장을 드리우고 모의 개관식을 열며, 꽃과 꿀을 좇아 열매를 만들고 자연의 순환을 따라 살아가는 아름다운 나비가 되자는 선언을 했습니다.

그때의 학생들이 졸업을 하면서 만든 것이 청년작업장입니다. 도시의 골목길에 살며 예술을 사랑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그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 사회에 스며 살아가려고 했을 때 핵발전소 참사는 마치 뒤통수를 치듯이 등장했습니다. 우리가 속한 사회, 아니 우리 인류가 속한 사회가 보여 준 골격은 너무나 문제가 많아 보였고, 그저 스며 살아가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울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학생들이 덩치가 큰 청년들이 되었는데, 여러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손을 꼭 잡고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냥 이렇게 살아갈 수는 없잖아?’ 하고 생각했습니다. 울지만 말고 뭔가 하자. 우린 그런 학교에서 함께 공부했으니.

청년작업장을 만들고 이곳저곳 숨은 고수와 장인들을 찾아 조금씩 배우면서 ‘마음’을 단련해 갔던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단순한 일상조차도 슈퍼마켓이나 심지어 편의점 에서 간편하게 해결하는 것 외에는 사는 방법을 몰랐던 우리는 고수와 장인은 물론 부모나 조부모, 혹은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까지 되짚으며 일상을 회복해 보려고 했습니다. 편의점에서 알바하고, 편의점에서 돈을 벌어, 편의점의 간편식과 물건들로 일상을 채우는 장면을 과감히 접어 버리고 나니, 순간 막막하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해 볼만 한 일들이 보였습니다.

시골에 계신 청년의 어머니와 전화로 상담하며 학교의 정원을 정리하여 텃밭으로 만들고, 도시농부 짱짱과 넝쿨콩과 수세미로 가득 찬 그린커튼을 드리우고 주차장 한편에 커다란 화분을 제작해 논을 만들었습니다. 얼기설기 나무 파레트로 퇴비간을 짓고, 세련된 건식 소변기 옆에 어설픈 그림을 그려 넣은 액비통을 놓아두었지요.

철수님을 만나 용접을 배우고, 김성원 선생님과 화덕을 빚고, 안병일 선생님과 바이오 오일을 만들고, 이재열 선생님께 태양열을 사용하는 법, 사쿠라이 선생님과 시마무라 선생님께 수제 태양광 패널 제작법을 배우고, 김석균 선생님과 카일에게서 흙 미장법과 단열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그리고 후지무라 선생님과 마사키 선생님께 사는 방법과 방향에 대해 생각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이분들 모두의 조언을 틈틈이 들어가며 청년들은 선박용 폐 컨테이너 세 동을 가져다 살림집을 지었습니다. (살림집을 지을 수 있었던 재원은 JP모건의 청년들을 위한 기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JP 모건은 어떤 회사지? 이 기금은 어떤 돈일까? 갸우뚱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기금을 이용하여 ‘직선의 시간을 거슬러 지구로 회귀하는 시간’의 통로를 내는 데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 《삶의 기술》을 만드는 데에도 그 기금의 일부가 쓰였음을 밝힙니다.) 살림집을 지으려고 포장용 비닐 끈을 가져다가 폐 컨테이너가 들어올 자리만큼 치수대로 금을 그어 울타리를 쳐 보고 그 안에 들어가 이쪽과 저쪽에는 창을 내고, 이 앞으로 문을 내자, 이 안쪽에 부엌을 만들고, 가운데 화덕을 들이자. 짚과 흙을 발라 단열하고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고 가장 맛있는 빗물 찻집이 되어도 좋겠다. 그런 의견을 나누던 때는 참 두근거리는 추억입니다. 막상 집을 짓는 동안에는 우여 곡절도 많았고, 생각보다 힘이 들기도 했지만, 집들이하기로 한 전날 밤을 새워 마지막 손길을 더하던 청년들이 새벽에서야 손을 놓고 마루 데크에 털썩 주저 않고 나란히 누워 깜깜한 하늘을 같이 보던 것도 빼놓을 수는 없겠지요. 별이나 보였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저 서로 눈을 맞추며 웃었던 일, 힘이 들어도 끝까지 손을 떼지 못하게 했던 것은 함께 일을 하고 땀을 흘리며 농사를 짓고 집을 완성해 가는 동안 쭉 함께한 노곤한 즐거움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돌아와 마음에 담아둔 기억을 펼쳐 보면 대조적으로 더 아름답고 좋은 그 노곤함과 새벽하늘과 흙냄새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은 것을 압니다. 하나의 재난이 끝나면 또 다른 재난이 나타나고, 하나의 곤경을 피하면 더 큰 곤경이 나타나는 사회, 누군가가 마당을 독식하여 크고 높은 담을 쌓았는데 거기에는 봄도 가을도 사라진, 외롭고 폭력적인, 저만 알던 거인의 마당 같이 되어 버린 우리 사회에, 살림집을 지어 본 망치를 들어 크고 높은 담의 한 구석에 틈을 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팩트’도 정의도 아닐지 모릅니다. 그저 그것이 눈물 흘리던 친구들의 편에서 함께 눈물이 났던 청년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종종 적정기술이나 도시농업이, 반 GMO와 탈핵과 탈탄소문명을 주장하는 것이 어리석다거나 비과학적이라거나 의롭지도 합법적이지도 않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2008년 자연(바위, 산, 바다 등)에도 인간이 가진 권리와 동등한 권리를 주자는 헌법이 에콰도르에서 통과한 것을 알고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꼈던 때로부터 2017년 3월 뉴질랜드에서 원주민들에게 가족과 같았던 황거누이 강에 사람과 동등한 법적 권리가 부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세상은, 사회는 훨씬 더 달라질 수 있고 그것은 과학과 정의만으로는 설명되기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공부의 과정을 들여다보며 아직 유능한 기술자나 농부가 되지 못하였는데도 몸의 일부에 그런 과정들이 들어 있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여전히 이 도시의 골목길들과 예술과 그리고 사람들을 사랑하는 ‘삶의 의욕’을 발견합니다. 살림집을 짓는 동안 십여 명의 청년들이 오가며 힘을 보탰습니다. 그 청년들과, 청년들과 함께 한 장인들이 이 세상과 사회를 수선해 가며 사람과 자연을 돋보이게 하고 그렇게 시간과 공생하는 《삶의 기술》을 발견해 내리라 기대하며, 이 책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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