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Prologue _ 버렸던 꿈들에 날개를 다는 시간
혁명가의 고향, 코르도바 | Cordoba, Argentina :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따라서 탱고와 축구공, 부에노스아이레스 | Buenos Aires, Argentina : 데카당트 탱고, 절제된 관능이 차갑게 폭발하다 흑백필름 속의 기억, 산티아고 | Santiago, Chile : 산티아고에 내리는 비는 그쳤는가 삼바 추는 신의 도시, 리우데자네이루 | Rio de Janeiro, Brazil : 삼바와 파벨라, 천국과 지옥이 이웃하였구나 비현실의 현실, 브라질리아 | Brasilia, Brazil : 모더니즘과 코뮤니즘의 결혼, 정말 결혼은 미친 짓일까? 미래의 녹색도시, 쿠리치바 | Curitiba, Brazil : 이제 우리, 불가능한 꿈을 꾸자 세계의 배꼽, 쿠스코 | Cusco, Peru : 홀로 나는 새 잉카, 표적이 되어 떨어지다 사라진 공중도시, 마추픽추 | Machu Picchu, Peru : 다시 태어나기 위해 오르자, 형제여 태양신의 후예들, 멕시코시티 | Mexico City, Mexico : 소년 디에고, 소녀 프리다를 만나다 로맨틱 은광도시, 과나후아토 | Guanajuato, Mexico : 세뇨리따, 이 탐스러운 달빛과 그대 두볼에 건배! 테킬라와 마리아치의 고향, 과달라하라 | Guadalajara, Mexico : ‘꾸꾸루꾸꾸 팔로마’ 마리아치의 구슬픈 연주를 들었다 안데스의 미래, 라파스 | La Paz, Bolivia :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당당하게! Epilogue _ 6개국, 12개 도시, 3만 킬로미터의 여정 |
|
동시대를 살고 있는 당신이라면 알 것이다. 21세기 초엽을 한참 지나친 한국사회를 살아가기가 얼마나 버거운지를. 88만원 세대다, 리먼사태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속절없이 허물어지면서 우리에게 강요되는 길은 둘뿐이다. 남을 짓밟는 치열한 생존경쟁에 몰두하거나, 진저리나는 매너리즘의 일상을 간신히 견뎌내거나. 지나치게 ‘다이나믹’해 종종 사람의 진을 빼곤 하는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는 탄식이 쌓이고 쌓여 곰삭은 냄새가 풀풀 풍겨날 즈음 오래된 일기 속에서 발견해낸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한 마디는 명령과도 같았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에서는 그 어떤 일도 벌어진다.”--- 프롤로그 : 버렸던 꿈들에 날개를 다는 시간
‘체 게바라’라는 이름을 호명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던 때가 있었다. 그의 이념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체 게바라 평전》을 꺼내드는 행위 자체가 곧, 인생의 열정을 대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시절이 있었다. 영화감독 김지운은 요즘도 수시로 이 책을 조심스레 꺼내든다고 고백했다. “보통 성공이란 걸 거두고 나면 그 자리에 안주하기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그는 안전하지만 퇴보할 수밖에 없는 삶 대신, 위험하더라도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모험을 선택한 거죠. 저도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를 탐구하고 싶습니다. 명예든 물질이든 일단 ‘성공’에 안주하면 이후의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만 같거든요.” 세찬 바람에 기우뚱 기운 팜파스의 나무들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안전한 삶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과연 나는 저 광야로 나설 용기가 있는가?’--- 코르도바 :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따라서 “나는 복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복수가 똑같은 잔혹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무시무시한 연결고리를 부수어야만 한다. 과업은 삶이지 복수가 아니다.” 이사벨 아옌데는 망명지 베네수엘라에서 응어리를 풀어내듯 써내려간 소설에서 ‘용서’를 말했다. 하지만 이방인의 앞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은 역사의 화해가 얼마나 질기고 지난한 것인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시위대가 순식간에 8차선 도로를 점거하자, 물대포를 앞세운 경찰들이 행렬을 가로막고 최루탄을 쏘기 시작했다.--- 산티아고 : 산티아고에 내리는 비는 그쳤는가 6시간이 허무하게 흘러갔다. 까마득한 협곡 아래를 내려다 보던 부릅뜬 두 눈에 서서히 힘이 빠졌다. 슬슬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인연이 아닌가 보다’하고 기념사진이나 찍으려고 주섬주섬 포즈를 취하는 순간 주변에서 날카로운 감탄사를 내질렀다. 무심코 뒤돌아보다가 콘도르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오 마이 갓!”--- 마추픽추 : 다시 태어나기 위해 오르자, 형제여 그녀의 부모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내 딸의 곱절이 넘는 나이밖에 없는 두꺼비”라고 가차없이 깎아내렸던 디에고는 동시대 동료이자 친구였던 피카소, 네루다와 두 가지 점에서 똑닮았다. 이상에 투철했던 코뮤니스트, 그리고 여자들을 너무나 좋아했다는 것. 결국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 남편과 여동생이 정사를 나누는 현장까지 목격해야 했던 프리다의 심정이 어땠을지……. 왜 그녀는 짐승과도 같은 이 남자를 끝내 내치지 않았을까. --- 멕시코시티 : 소년 디에고, 소녀 프리다를 만나다 |
|
체 게바라의 코르도바, 네루다의 산티아고, 오스카 니마이어의 브라질리아…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흠모하며 도전한 남미횡단여행, 6개국 12개 도시 3만킬로미터를 달리다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한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It's raining on Santiago)'는 30여 년 전 칠레에서 일어난 쿠데타의 암호다. 화창한 아침 라디오 뉴스에서 일제히 내보낸 호우예보를 신호로 피노체트가 이끄는 쿠데타군은 대통령궁으로 진격했고, 아옌데 대통령이 이끄는 세계 최초의 선출 사회주의 정권은 막을 내렸다. 급격한 변화는 폭력이듯 칠레는 해묵은 반목을 반복했고, 마침 저자가 산티아고에 도착한 날에도 똑같은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그는 격렬한 시위대에 휩쓸려 함께 쫓겨 뛰며 ’낯익다‘고 느낀다. 우리는 대개 남미를 환상처럼 소비한다. 티 한 점 없이 ‘파란’ 하늘. 거짓말처럼 이어지는 고도 3천 미터 이상의 ‘황토빛’ 대지. 화이트아웃처럼 연이은 ‘순백’의 설산…… ‘눈이 시리다’는 상투어를 외치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는 총천연색 덩어리들이 거침없이 눈속을 파고들고, 그 광대한 캔버스 위에 빨강, 파랑, 노랑의 원색옷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정열이 더해지면서 급기야 현기증까지 인다. 그 아찔한 색채의 향연 속에서 우리는 슬그머니 동의하고야 마는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에서는 그 어떤 일도 일어난다. (가브리엘 마르케스)” 하지만 남미의 환상은 사실 적나라하고 격렬한 현실의 산물이고, 그래서 들여다볼수록 우리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세계 5대 부강국’으로 꼽히며 고공비행하다가 급격히 쇠락한 후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아르헨티나나, 현대사의 비극이 정리되지 않은 채 끝없이 반복되는 칠레가 그러하다. 유럽 정복군에게 어이없이 섬멸당한 ‘잉카 영욕의 역사’ 페루, 우주전쟁 시대에 게릴라전을 벌이는 ‘신념의 사파티스타’의 멕시코, ‘이념구현(브라질리아)’ 혹은 ‘자연주의(쿠리치바)’ 등 미래에 대한 돌파구를 상호모순적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는 브라질도 그러하다. 감추거나 두려워 않고 있는 그대로 정열적으로 추구하기에 여행객은 ‘제3자적 시선’으로 관찰하면서 깊숙이 자신을 뒤돌아보게 된다. .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는 남미 6개국의 12개 도시를 돌면서 그들의 역사, 문화, 이념, 열정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여행글이다. 성의 있게 학습된 남미의 역사가 있고, 기자 특유의 촉수로 잡아낸 세밀한 인간 묘사가 있고, 거기에 오스카 니마이어(현존 최고의 건축가. 브라질리아 건축), 마우리시오 마크리(보카주니어스 구단주. 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베아트리츠 아우로라(사파티스타. 화가),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신의 도시』의 감독), 카를로스 카레라(『아마로 신부님의 범죄』의 감독) 등 동시대 남미를 고민하고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더해져 남미를 한층 가깝게, 더욱 풍성하게 느끼게 한다. 글을 읽다 보면 어리숙한 청년이 “우리 세기에 가장 위대한 인간, 체 게바라(사르트르)”로 거듭나듯 성숙해진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퇴보하는 안전함 대신 모험을 택하라. 길 위의 삶에 매너리즘은 없다’ 열정과 냉정이 뜨겁게 교차하는 대륙에서 만난 12개 도시, 12개 빛깔의 삶 지나치게 ‘다이나믹’해 사람의 진을 빼곤 하는 한국사회,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속절없이 허물어지면서 남을 짓밟는 치열한 생존경쟁에 몰두하거나 진저리나는 매너리즘의 일상을 간신히 견뎌내는 두 가지 길만이 강요되는 일상 속에서 “떠나고 싶다”를 입버릇처럼 웅얼대던 저자는 마침내 남미행을 결행한다. 무언가 새롭게 채워야 한다면 오래 갈망하던 그곳, 대학 시절의 우상 체 게바라부터 시작해서 왕가위 감독이 존경을 보낸 마누엘 푸익(『부에노스 아이레스 어페어』), 로맨틱 코뮤니스트 시인 파블로 네루다, 우주선 도시의 설계자 오스카 니마이어,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대륙이어야 한다는 막연한 바람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선배 하나 믿고 멕시코로 날아간다. 거기서 시작된 그의 100일짜리 3만 킬로미터 남미횡단 여행은 12개 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세계의 배꼽’ 쿠스코, ‘사라진 공중도시’ 마추픽추, ‘로맨틱 은광도시’ 과나후아토, ‘남미의 관문’ 멕시코시티, ‘탱고와 축구의 고향’ 부에노스아이레스, ‘삼바의 천국’ 리우데자네이루처럼 유명한 곳부터 ‘외계 같은 지구’ 브라질리아, ‘미래의 녹색도시’ 쿠리치바, ‘혁명가의 고향’ 코르도바, ’테킬라 마을‘ 과달라하라처럼 지나치기 쉬운 도시도 있다. 남미를 문화적 기호로 오래 섬겨오던 여행자의 감상들은 우리에게 편안한 조언으로 다가온다. 가령 케추아 족 여인들의 머리 위에 얹힌 남성용 중절모에서 역사의 변화를 생각하고, 오로스코의 벽화 속 이달고 신부에게 ’사회의 책임과 개인의 책임 영역‘을 묻고, 잉카의 12각 돌 앞에서 ’수천 년을 견뎌내는 생명력으로도 현재를 이겨내기란 힘든 것이구나‘를 되뇌는 식이다. 여행을 끝내며 저자는 말한다. 얄팍한 선입견쯤은 가볍게 용해해버리는 거대한 대륙 남미에서 내가 배운 것은 ‘길 위의 삶’이었다고. 안락한 삶이 주어져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도전해볼 ‘오늘’이 주어지기에 행복한 것이었다고. 지루한 일상은 오히려 감사해야 할 축복이었다고. 다시 직장생활의 매너리즘으로 ‘기꺼이’ 진입한 그는 요즘도 수시로 되뇌곤 한다. ‘안전한 삶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나는 광야로 나설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꾸며 살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