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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어 울프 단편소설 전집> 발간에 즈음하여
라뺑과 라삐노바 과부와 앵무새 : 한 편의 실화 공장부인과 보석상 존재의 순간들 : 슬레이터네 핀은 끝이 무뎌 밖에서 본 여자대학 필리스와 로자먼드 불가사의한 V양 사건 세 개의 그림 탐조등 어떤 모임 현악 사중주 어느 소설가의 전기 잡종견 집사 본드 가의 댈러웨이 부인 단단한 물체들 새 옷 동감 사냥꾼 일행 행복 어느 영국 해군 장교의 생활 현장 유령의 집 반야 아저씨 청색과 녹색 옮긴이 소개 버지니어 울프 연보 수록 작품 일람 |
Adeline Virginia Woolf
버지니아 울프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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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옷」(1927년 작, 옮긴이 정명희 국민대 교수)
― 적은 돈으로 남부끄럽지 않게 옷을 입어야 하는 현실의 공포를 그린 버지니어 울프의 체험적인 작품. 1925년에 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주인공 메이블이 새 드레스를 입고 간 파티에서 고통받는 내면 의식 세계를 다룬다. 작품의 모든 객관적일 수 있는 배경이나 인물들은 메이블의 관점을 통해서 굴절되고, 작품의 주요한 행동은 그녀의 심리적인 독백으로 이루어진다. 울프의 전기를 보면, 버지니어 울프는 새 옷을 선택하고 입고 나타나는 것에 대해서 거의 공포에 가까울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심리적인 부담의 근원에 대해서는 물론 여러 추측이 가능하지만, 무엇보다도 단편에서 메이블이 지적하는 자금의 부족을 들 수 있다. 기존 상류계급인 귀족들과는 달리 울프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은 영국의 중산층, 부상하는 새로운 지식계층이었다. 이들에게 지식은 가장 중요한 영예였지만, 동시에 돈에 대해서는 그다지 풍족하지 못했다. ?등대로?에서 에덴처럼 이상적이고 풍요로운 램지 씨 가정의 허술하고 초라한 살림살이는 스티븐 가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특히 레슬리는 평생 자신이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거의 병적으로 시달렸고, 그의 아내가 죽은 후 살림을 맡았던 양딸 스텔라, 뒤이어 바네사와 살림 비용을 갖고 벌였던 끔직한 장면들을 울프는 목격하며 자랐다. 또한 울프가 페미니스트적인 글들에서 자주 비판하듯이, 빅토리아 시대의 소위 부르주아 가정에서 아들은 대학에 이르는 공립교육과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유럽 여행이 필수적으로 허용되었다. 반면에 딸들은 전혀 그런 혜택없이 가정교사에게 약간의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부모와 집안 살림을 돌봐야했으며, 아들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적은 용돈을 가지고 남부끄럽지 않게 옷을 입어야 했다. 허마이오니 리는 상류 사회로의 상승을 꿈꾸었던 양오빠 조지 덕워스가 샤프롱을 하면서 참석해야만 했던 사교계는 울프에게 옷에 대해 평생 염려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 인색한 아버지 레슬리에게 받는 1년에 50파운드로 울프는 자신을 멋지게 꾸밀 수 있어야했다. 실제로 그녀는 싸구려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나타났고, 조지는 그녀에게 그것을 벗고 오라고 굴욕적으로 말한다. 리는 울프의 전기에서 이런 경험이 “그녀의 ‘옷 콤플렉스’, 옷 만드는 사람에 대한 공포, 옷차림으로 조롱받는 경우에 대한 공포에 기여했다”고 분석한다. 작품에서 울프는 자신의 개인적인 아픈 경험을 아주 생생하게 메이블에게 투사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그녀의 글들은 참혹할 정도로 깊은 상처를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동시에 그런 감정들이 갖는 허구적인 차원을 분명히 한다. 다른 글들이 그랬듯이, 울프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들을 허구로 변형시켜 그런 경험들이 내포하는 감정들과 생각들을 분석하고 극복하려 시도했던 것 같다. 「행복」(1922~1925년 작, 옮긴이 오진숙, 연세대 강사) ― ‘인간의 파티 의식’을 연구해보고자 한 울프 의식의 한 단면! 이 작품은 울프가 소설 형식과 스타일, 그리고 주제 면에서 일대 개가를 올린 것으로 평가되는 『댈러웨이 부인』을 끝낸 직후에 씌어졌다. 그녀는 이 작품을 포함하여 8편의 단편을 단숨에 집필하였는데 모두 댈러웨이 부인의 파티에 배경을 두고 있다. 또한 이 즈음의 울프의 일기에는 “사람들은 정말 여러 의식 상태를 지니고 있으며, 그 중에 인간의 파티 의식을 연구해보고 싶다”라고 적혀 있다. 요컨대 이 짧은 단편에서도 『댈러웨이 부인』 등에서 자유자재로 다루어졌던 의식의 흐름 기법이 십분 발휘되고 있으며, 덕택에 우리는 파티의 한편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등장인물의 마음속을 이음새 없이 드나들며 그들의 미묘한 긴장을 맛볼 수 있다. 45살의 병약한 노총각인 스튜어트 엘튼은 주위 상황과는 관계없이 그리고 별 이유도 없이 밀려들어오는 황홀한 감흥의 눈사태를 경험하며 또한 그것을 혼자서 간직하려 한다. 35살의 엄마이자 아내이며 배우 지망생인 서튼 부인은 그러한 스튜어트 엘튼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여기며 그 행복의 비결을 알기 위해 애쓴다. 스튜어트 엘튼은 그렇게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는 서튼 부인이 자신의 내면 세계를 침범해 들어오는 굶주린 이리 떼로 보이며 그것에 비스켓 한 조각을 떼어주듯 자신의 이야기를 한 마디 건네준다. 그녀는 여전히 그 말과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스튜어트 엘튼 자신도 스스로가 느끼는 행복이라는 것이 어디에서 왔고 언제 어떻게 허물어질지 모른다는 것을 감지하면서 불안하고 혼란스러워진다. 늘 주머니 칼을 만지작거리는 『댈러웨이 부인』의 피터 월쉬를 비롯한 울프 소설 속의 다른 남자 인물들을 연상시키듯, 스튜어트 엘튼은 갑자기 방을 가로질러 가서는 종이칼을 집어든다. 마지막 문장의 “그래, 다 괜찮아, 그는 여전히 그것을 갖고 있으니까”에서 그것(it)은 행복일 수도 칼일 수도 있다. 페미니즘적 해석과 존재론적 분석을 유혹하면서 군데군데 울프적인 유머와 아이러니가 배어나오는 짧고도 감칠맛 나는 작품이다. 「유령의 집」(1921년 작, 옮긴이 박희진, 서울대 명예교수) ― 불확실한 상징의 추상화! 꿈 같은 한 장의 이미지 실험작! 이 단편집 앞부분에 실린 작품들이 ‘구상화’라면 뒷부분에 수록된 단편들은 ‘추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한 폭의 추상화이다. 1921년 『월요일 혹은 화요일』이라는 제목을 붙인 단편집에 실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완전히 꿈 같은 분위기에 휩싸여 이리저리 흔들리게 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모든 것이 상징성을 띠고 있다. 이 불확실성은 심지어는 내레이터의 성격에까지미치고, 상징성은 집, 방, 유리창, 심지어는 작품의 제목에까지도 스며들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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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 사중주」(1921년 작, 옮긴이 정명희,국민대 교수)
― 플롯이나 인물 묘사 없이 내러티브 기법을 통해 내면 의식 세계를 다루는 모더니즘 소설! 이 작품은 1921년 1월 즈음에 씌어진 듯하지만, 단편집 <월요일 또는 화요일>(1921)에 실린 8편의 단편 소설 중 하나다. 이 시기의 다른 단편들처럼, 이 작품은 뚜렷한 플롯이나 인물들에 대한 묘사없이 내면 의식 세계를 다루는 소위 모더니즘의 특징들을 드러낸다. <제이콥의 방>(1922)을 시작으로 해서 <댈러웨이 부인>(1925)과 <등대로>(1927)에서 완성한 울프의 내러티브 테크닉을 실험하며 그녀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것을 보여준다. 작품은 분명 현악 사중주가 연주되는 음악회에서의 경험을 다루는 듯하며, 내용의 많은 부분은 화자가 음악을 들으며 느낀 것을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이런 내적인 사건은 음악회가 열리는 공간을 위치시키려는 듯한 서두의 서술, 화자와 분명치 않은 목소리들간의 인사 나눔과 대화, 화자의 자아 반성적인 생각, 그리고 마지막의 작별 인사로 둘러싸여 있다. 이런 구성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면서 동시에 일반적인 이해를 방해한다. 작품의 화자는 소위 “실제”라는 밖의 세계와 음악을 듣는 내적 세계간의 전환을 위해서 전혀 중단하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안과 밖, 화자의 생각과 감정의 세계 그리고 음악회라는 실제 공간에서 인간들간의 만남 내지는 실제 행동을 나란히 병렬시키며 함께 엮는다. 이런 울프의 내러티브 테크닉은 이분법적 사고에서 대립적인 관계가 가정되는 허구와 실제라는 카테고리를 해체하며, 소설의 형식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 새로운 영역을 열고 있다. 「어느 소설가의 전기」(1909년 작, 옮긴이 나병우, 경성대 교수) ― 다중 시점을 통해 실재에의 접근을 시도한 작품! ― 허구의 인물을 실제 인물로 착각하게 하는 탁월한 인물 묘사! 이 작품은 전기 작가인 린셋 여사가 쓴 소설가 윌랏 여사의 전기에 관한 서평 형식의 글이다. 저자는 이런 형식을 빌어서 윌랏 여사가 어떤 사람인지를 조명하고 있다. 울프는 빅토리아 시대의 한 여성을 그녀에 관한 전기와 그녀의 오빠인 윌리엄 윌랏의 증언 등을 통해 잔잔하면서도 깊이있게 성찰하고 있다. 그녀의 장편소설 속에 나타나는 인물 묘사의 탁월함과 다중 시점을 통한 실재에의 접근 노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의미를 지닌다. 조카 궨틴 벨이 버지니아 울프 전기에서 린셋 여사와 윌랏 여사가 어떤 인물인지 조사해 보았지만 실존 인물이 아니었다고 고백한 것처럼, 울프가 너무나 사실적으로 인물 묘사를 했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이 같은 착각을 하기가 쉽다. 하지만 린셋 여사나 윌랏 여사는 작가가 상상해낸 가공의 인물들이다. 14년간의 우정의 친구 윌랏이 죽자 린셋은 그녀의 전기를 집필한다. 그녀는 친구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변함없이 그대로 흘러가고 사람들이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자 소중한 것들이 상실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며 그녀의 전기를 쓴다. 윌랏은 1823년 변호사의 딸로 태어나 16세 때 모친을 여의고 쏘다니기를 무척 좋아한 소심하고 별난 소녀였다. 외모는 못생긴 편이었으며, 단짝 친구인 엘렌 버클이 결혼함으로써 외톨이가 된 윌랏은 런던으로 가서 자선에 정열을 쏟아보았으나 진정한 만족을 얻지 못했다. 서른여섯의 나이에 소설가가 된 윌랏의 후기의 삶 속에 이어지는 연애와 실연, 불행한 인간을 향한 연민, 죽음 등이 이 단편에 상세하게 묘사된다. 따라서 내용 면에 있어서도 버지니어 울프 자신의 주요 관심사와 중심 주제들이 이 단편 속에서 그 편린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본드 가의 댈러웨이 부인」(1923년 작, 옮긴이 박선옥, 동국대 강사) ― 외부의 상황과 주인공의 의식을 흘러가는 무질서한 생각들의 병행! 그 저변에 흐르는 죽음에 대한 인식! 장편 ?댈러웨이 부인?(1925)의 모티브가 되었던 이 단편의 줄거리는, 본드 가에 있는 가게로 장갑을 사러 가는 댈러웨이 부인이 런던 거리를 걸으면서, 그리고 가게 안에서 대면하는 상황과 인물들을 대하고 갖가지 상념에 젖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울프의 작품들이 대개 그렇듯이, 이 작품에서도 외부의 상황을 묘사하는 설명과 그와 함께 주인공의 의식 속에서 흘러가는 무질서하고 단편적인 생각들이 병행하여 표현되고 있다. 이 두 가지 차원의 서술은 얼핏 보기에는 서로 맥락이 닿지 않은 듯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주인공의 의식이 외부의 상황과 사건을 매개로 촉발되어 과거의 기억들과 뒤얽힌다거나 혹은 삶에 대한 주인공의 인식을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날 저녁에 있을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오전에 장갑을 사러 나선 댈러웨이 부인은 (장편 ?댈러웨이 부인?에서는 장갑 대신에 꽃을 사러 나간다) 신선한 유월의 상쾌한 아침과 녹슬어 가는 빅벤(영국 런던에 있는 국회 의사당 하원 시계탑의 대형 시계)을 동시에 느낀다. 이러한 인식의 저변에는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향해 매 순간 살아가는 인간의 유한한 삶에 대한 의식이 깔려 있다. 이 작품에서 반복되고 있는 쉘리의 ‘서서히 퍼지는 세상의 오염에 감염되어’는 바로 이러한 의식을 반영한다. 그러나 또 한편 세익스피어의 ‘더 이상 두려워 말라, 태양의 열기를’을 떠올리면서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서 위안을 구하고, 그럼으로써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제시한다. 휴 휫브레드의 부인처럼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나약해지고, 또한 국회에 나서지도 못하고, 혹은 장갑과 신발로서 판단되기도 하는 여성이지만, 때로는 모성과 풍요를 상징하는 여왕이나 아들의 전사통지서를 손에 쥐고서 바자회를 연 벡스버러 백작부인의 당당한 모습, 그리고 상냥한 가게 여점원에서 인간적인 동료애와 위안을 얻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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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본 여자대학」(1926년 작, 옮긴이 진명희, 충주대 교수)
― 서정적 분위기 묘사와 자연 풍경의 내면으로의 전이, 섬세한 심리 묘사! ― 여성간의 따뜻한 동성애와 희망의 메시지: 여성간의 유대와 당면한 경제적 문제 등 페미니즘 문제의 단초 제시! 『버지니어 울프 단편소설 전집』의 편집자인 수잔 딕에 따르면 1920년 7월에 초고가 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단편은 1926년 11월 에딘버러 대학 여학생회지인 『아탈란타의 화환』에 ‘밖에서 본 여자대학’이란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타자로 친 원고본 맨 앞장에 『제이콥의 방』이라고 썼다가 지운 흔적은 울프가 이 작품을 『제이콥의 방』에 이용할 계획이었음을 암시한다. “깃털처럼 하얀 달이…… 희미하게 빛났다”는 이 단편의 첫 문장은 1922년 출판된 『제이콥의 방』(호가스 출판사, 1976년 판, 36쪽)에 그대로 다시 나타난다. 이 단편은 전반적으로 서정적인 분위기 묘사가 훌륭한 작품으로, 거의 모든 학생들이 잠들어 있는 한밤중 뉴넘 여자대학 기숙사의 내부를 달빛과 바람과 몇몇 방의 불빛을 통해 드러내 보여준다. 장래의 생계를 책임질 목적으로 대학 공부를 하는 안젤라 윌리엄스의 부지런한 삶의 모습과 고향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걱정하는 마음이 회화적으로 묘사된다. 반면 카드놀이를 하며 “규칙과 하루 시간표와 규율을 날려버리는 몸과 마음의 자유분방한 웃음소리”를 내뿜으며 늦은 밤의 자유를 즐기는 다른 여학생들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즐겁게 노는 여학생들의 자유분방한 편안함과 집안 형편을 걱정해야하는 근면한 안젤라의 대조적인 모습을 감상에 흐르지 않고, 약간 신랄하지만 시적인 필치로 묘사하며, 여학생들의 유쾌한 자유로움과 젊음의 열망, 기대에 찬 미래에 대한 꿈을 펼쳐 보인다. 안젤라는 앨리스 애버리와 마음속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지고 키스를 하는 친구의 따뜻한 사랑에 의해, 현재의 힘든 삶의 터널 끝에는 희망에 빛나는 새로운 세상이 놓여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울프는 한밤중 여학생 기숙사의 정경을 묘사하는 이 짧은 단편에서 여성간의 따뜻한 동성애와 대학 교육을 받은 후 미래 사회에서 새로운 역할을 담당할 젊은 세대 여성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작품은 사회 진출을 앞둔 한 여대생의 시각을 통해 여성간의 유대와 당면한 경제적 문제 등 울프가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와 역할과 같은 페미니즘 문제의 단초들을 제시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문체 면에 있어서도 그녀의 섬세한 심리묘사, 자연 풍경을 인간의 내면 풍경으로 전이시키는 솜씨 등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어떤 모임」(1921년 작, 옮긴이 이귀우?서울여대 교수) ― 색다른 사회 비판적 작품, 장난스러운 유머와 빠른 속도감으로 유치한 남성 세계를 경쾌하게 풍자한 작품! ― 부조리한 상황을 다루는 울프의 역량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작품! 이 단편소설은 울프의 심미적 단편소설들과는 달리 매우 사회 비판적인 작품이다. 울프의 1920년 9월 26일 일기를 보면, 여성이 선천적으로 열등한 지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아놀드 베넷(Arnold Bennett)의 글에 대하여 반박하는 글을 쓰고 있는 중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어떤 모임」은 아놀드의 주장에 대한 반격을 작품으로 구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울프의 실제 경험을 담고 있기도 하다. 1910년 2월 울프는 다섯 명의 남자와 함께 아비시니아 귀빈으로 가장하고 군함 드레드노트(Dreadnought)호에 승선하여 국빈급 안내를 받은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하여 언론과 의회에서 떠들썩하게 비난하자, 울프는 명예를 중시하는 남성의 정치 세계가 매우 유치하고 부조리하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어떤 모임」은 이와 같이 유치한 남성 세계와 여성들에게 선심을 베푸는 듯한 남성들의 태도를 경쾌하게 풍자하고 있는 작품이다. 어느 날 여섯 명의 여자들이 남성에 대하여 얘기하다가, 수세기 동안 지배적 위치에 있던 남성들의 업적을 조사해보기로 결정하고, 각자 영역을 분담하여 평가결과를 보고하기로 한다. 로즈는 영국 해군에서 행해지는 ‘명예’(드레드노트 날조 사건에 대한 영국 해군의 반응에 기초해 있음)에 대하여 보고하고, 패니는 법정에서의 재판관들에 대하여 보고한다. 헬렌은 왕립미술원의 작품들에 대하여 보고하고, 캐스텔리어는 옥스포드와 캠브리지의 대학 교수들이 사소하고 무미건조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보고한다. 이 조사에 대한 결론이 날 때까지 대다수의 회원들이 순결을 지키기로 하였지만, 캐스텔리어가 임신하게 되었을 때 그녀를 제명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임신은 남성들이 개선될 때까지는 인공수정이 더 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하는 계기가 된다. 세계 제1차 대전이 발발하여 연구 조사가 중단되었고, 다시 모여 지난 회의록을 읽어보던 캐스틸리어와 카산드라는, 자신들의 가장 큰 실수가 남성들의 지성을 믿었던 것이며, 남성들이 임신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내지 않는다면 세계는 망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전후 평화조약이 맺어졌을 때 그들은 이 모임을 캐스텔리어의 딸에게 넘겨주었고, 딸은 회의록을 받아들고 울음을 터뜨린다. 「어떤 모임」은 단순한 정치적 주장에 머물지 않는 장난스러운 유머와 빠른 속도감을 갖고 있다. 여성 인물들은 처음에 남성에 대하여 순진한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남성들의 업적에 대하여 조사를 진행하며 환멸을 느끼게 되고 자신들이 얼마나 순진했었는가에 대하여 깜짝 놀라게 된다. 이 작품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이 슬퍼하는 것은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처음으로 여성의 위치와 남성들의 업적을 똑바로 보게 되었는데 현실적으로 여성들에게 사태를 개선하기 위하여 공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라리 어머니 세대들처럼 무지한 상태에서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추정해보기도 한다. 따라서 이 작품은 남성에 대한 풍자 못지 않게 순진함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캐스텔리어의 딸이 우는 것은 여성이라는 것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이 모임의 연구를 계속하면 어머니와 같이 불만에 찬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작품은 남성들을 신랄하게 풍자할 뿐 아니라 여성들이 새롭게 얻은 인식을 갖고 살아가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울프의 새로운 면, 즉 그녀의 유머와 부조리한 상황을 다루는 역량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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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뺑과 라삐노바」1939년 작, 옮긴이 박희진, 서울대 명예교수
― 신비하고 냉정하게, 주제보다 예술성을 우위에 둔 페미니즘 소설! ― 예술적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작품, 그리고 대단히 현대적인 작품! 이야기는 아주 간단하다. 어니스트 소번이라는 남자와 로잘린드라는 여자가 결혼해서 살다가 결국은 로잘린드가 가부장 사회의 결혼 제도의 덫에 걸려 죽는다는 것이다. 주제는 물론 결혼이고, 가부장 사회에서의 결혼이란 여성에게는 곧 죽음이라는 사실을 고발한 전형적인 페미니즘 작품이다. 작가는 희생된 여성을 “인공설 위에 핑크빛 유리 눈으로 서 있는 박제된 암토끼”로 표현하고 있다. 얼마든지 감정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이 주제에 울프는 신비할 정도로 냉정하게 다가간다. 주제보다 예술성을 한 단계 위에 갖다 놓아서 오히려 주제가 한층 더 부각된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시점이 여주인공에게도, 그렇다고 남주인공에도 놓여 있지 않도록 처리한 점이라든가, 주제도 결혼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넉넉한 여백을 두어 환상과 현실의 괴리, 혹은 타인과 자신과의 관계 등도 포용할 수 있게 해놓은 점이 돋보인다. 유명한 『보그Vogue』의 경합지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에 1939년 당시에 돈을 600달러씩이나 받고 기고한 작품이다. 이때 쓴 것은 아니고 무려 20여 년 전에 쓴 작품을 개작한 것이다. 예술적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작품, 그리고 대단히 현대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과부와 앵무새:한 편의 실화」(1922~1925년 작, 옮긴이 오진숙?연세대 강사) ― 실험 작품을 쓰던 시기에 씌어진 전통적 단편 소설: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넌픽션인가? 이 작품은 단단한 플롯과 뚜렷한 인물 묘사, 연대기적 전개와 교훈적 메세지 등의 전통적 기법으로 씌어진 그야말로 전통적 단편 소설이다. 이것은 1920년대에 처음 발표되었고 지금으로부터 불과 20여년 전인 1982년과 1988년에 『레드북 메거진』에 다시 실려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갔다. 울프는 『댈러웨이 부인』을 출간하기 직전에 이 작품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1922년에 『제이콥의 방』이 발표되고 1923년에 단편소설인 「본드 가의 댈러웨이 부인」이 출판된 것을 고려하면 울프가 작가로서의 초창기가 아닌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을 본격적으로 집필해가던 시기에 이렇게 잘 짜여진 전통적 소설을 썼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50년 전 게이지 부인이라는 과부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다. 그녀는 다리를 절고 근시이며 가난하고 나이 들었지만, 앵무새 등의 동물을 각별히 보살피는 마음씨 덕분에 구두쇠 오빠가 남겨놓은 막대한 3000파운드의 유산을 우여곡절 끝에 찾아서 은인인 앵무새와 행복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내용이다. 동화 같고 민간설화 같은 이 단편에 울프는 ‘한 편의 실화’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녀 자신이 한때 실제로 살았던 집의 이름이나 실재했던 목사님의 이름을 등장시켜 울프는 이 작품에 지방색을 더하고 있는데, 사실 ‘이 작품이 어디까지 픽션이고 어디까지 넌픽션인지는 이런 시기에 왜 이런 작품을 썼을까?’의 의문과 더불어 앞으로의 심심찮은 연구 과제가 될 것이다. 「공작부인과 보석상」(1938년 작, 옮긴이 김영주, 연세대, 고려대 강사) ― 속된 출세주의자의 사회적 결핍감과 교활한 기회주의를 세밀하고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작품! 1937년 울프는 언니 바네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단편의 줄거리를 “가짜인 줄 알면서도 공작부인의 진주를 사들이는 보석상에 관한 것”이라 소개했다. 비슷한 시기의 울프의 일기는 당시 임박한 2차 대전에의 불안감에 싸인 채 독일과 이태리의 나치즘, 파시즘과 영국의 제국주의를 비교하여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인 『세 닢의 금화』를 쓰고 있던 울프에게, 1932년경에 이미 씌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단편을 미국에서의 출판 제의에 따라 수정하는 작업이, 진지하고 무거운 글쓰기의 중압감을 덜어주기도 했음을 보여준다. 런던 빈민가에서 자라나 런던 최고의 보석상이 된 올리버 베이컨을 희화화하는 이 단편은 런던의 부유한 번화가에 자리잡은 화려한 아파트에서 그가 하인의 시중을 받으며 아침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제는 여러 귀부인들과 고관 부인들이 앞다투어 파티에 초대하고 길에 나서면 다른 보석상인들의 시샘 어린 눈길을 받을 정도로 성공한 보석상이지만, 그는 남모르게 여전히 빈민가에서 자라나던 시절의 결핍감을 벗어나지 못한다. 언제나처럼 자신의 보석 가게에 이르러 내실에 들어가 금고를 열고 형형색색의 보석들을 바라보며 즐기는 그는 이미 몇 번이나 소장해온 보석을 내다판 적이 있는 공작부인의 방문을 받는다. 진주 열 알을 비밀리에 사달라는 공작부인의 눈물 어린 간청을 앞에 두고 그는 다시 예전의 어둡고 더러운 골목에서 놀던 교활한 소년이 되어 머릿속으로 계산을 한다. 공작부인의 진주가 가짜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면서도 공작부인의 파티, 수상 전하도 참석하리라는 그녀의 은근한 파티 초대에 그는 마음이 기울고 급기야 자신이 은밀히 흠모하던 공작부인의 영애와 호젓한 곳에서 함께 있을 수도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그는 거액의 수표를 건네고 만다. 공작부인이 돌아간 후 그는 그 진주들이 속이 썩은 가짜임을 알게 되지만 그 거래는 상류 사회에 진출하려는 그의 야심의 포석이라 스스로를 위안한다. 속된 출세주의자인 보석상을 조롱하는 동시에 그의 사회적 결핍감과 교활한 기회주의 간의 심리전을, 올리버 베이컨의 의식을 따라 세밀하고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이 단편은 읽기에 재미있고 흥미롭지만, 출판을 위해 교정되기 이전의 이 단편에서는 올리버 베이컨이 유태인으로 설정되었다가 출판될 당시에 그가 유태인임을 직,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부분들이 모두 삭제되었다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유럽 역사에 뿌리 깊은 반유태주의가 나치즘의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인종 정책의 토양이 되고 1930년대 당시 사회 문화적으로 예민한 사안으로 떠오르면서 미국 시장의 독자 반응을 고려하여 「공작부인과 보석상」은 직접적인 유태인에 대한 언급뿐 아니라 정형화된 유태인 묘사 등도 수정된 이후에야 출판되었던 것이다. 「공작부인과 보석상」뿐 아니라 울프의 다른 30년대 작품에서도 유태인은 종종 등장한다. 그러나 『세월들』과 『막간』을 비롯한 이들 작품에서 유태인 작중 인물은 다양한 관점에서 서로 다르게 그려진다. 각 작품의 화자의 관점에서 그려지기도 하고 다른 작중 인물의 관점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따라서 출판되기 이전의 「공작부인과 보석상」에서 드러난 유태인에 관한 언급들은 울프 자신의 개인적 목소리라기보다는 작중 화자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30년대 후반에 쓰여진 『세 닢의 금화』에서는 울프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와 폭력을 나치의 유태인에 대한 탄압과도 같다고 정의한다. 울프의 정치적 신념이 뚜렷이 드러나는 『세 닢의 금화』를 비롯하여 다른 소설 작품에 나타난 유태인에 관한 언급을 함께 읽어볼 때 공통적인 것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의 여성과 마찬가지로 영국 사회 내에서의 유태인을 항상 소외된 계층, 주변부의 인물들로 그린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