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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lude 침묵에의 입문
제1장 침묵의 아늑함이 공간을 채운다 침묵이 배어 있는 집 고독 속에서 나를 찾는다 깊고도 완벽한 방의 침묵 사물의 은밀한 이야기 침묵의 신전 침묵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장소들 제2장 광활한 자연은 침묵으로 가득하다 거대한 침묵의 작품, 밤 사막이 말을 걸어올 때 소박한 꽃 두 송이 같은 산의 침묵 바다의 잔잔함을 사랑하다 숲의 침묵에서 소리의 영혼이 방황한다 산책의 고요, 들판의 고독 생기를 잃은 도시의 침묵 침묵에 대한 고고학적 접근 제3장 침묵은 신을 만나는 가장 성스러운 통로다 내면의 그림을 그리는 묵상 기도 하루에 일곱 시간씩 기도한 로욜라 침묵과 신비주의 인내의 침묵 그리고 보쉬에와 랑세 신부 마리아는 가장 좋은 부분을 택하였다 침묵의 부름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길 제4장 침묵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침묵을 수련하는 장소들 규칙으로 몸에 익히는 침묵 소리의 풍경이 변화할 때 적막과 소음, 그 사이에서 20세기, 달라진 침묵의 의미 Interlude 침묵의 절대자 제5장 침묵은 변화된 말이다 신의 소리 없는 말씀 그림의 말 없는 매력 침묵을 그린 화가들 침묵에 매료된 낭만주의와 상징주의 빛과 적막과 공간의 그림 침묵 속에서 글을 쓴다는 것 영화가 침묵을 이야기할 때 제6장 침묵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고대부터 전해지는 침묵의 기술 중세 시대의 침묵은 교양과 예절 현명한 사람은 말을 아낀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이길 수 있다 농부의 침묵은 미덕이다 제7장 사랑의 침묵, 애증의 침묵 조용히 해요, 내가 당신을 들을 수 있도록 소설에 나타난 침묵과 사랑 고요 속에서 관능과 쾌락을 느낄 때 때로 침묵은 사랑이 끝나가는 신호 Postlude 침묵의 비극 신이시여,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미지의 존재는 침묵을 지킨다 예수의 침묵 신의 침묵과 마주한 작가들 숨 막힐 듯한 침묵의 공포 생의 마지막 고요 |
Alain Cor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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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폴 클로델은 “모든 방은 넓은 비밀과도 같다.”라고 말했다. 방은 전형적으로 내밀한 침묵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미셸 페로는 19세기에 특별한 방, 자신만의 방, 누에고치 같은 공간, 비밀과 침묵의 장소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고 강조했다. 이 욕구는 역사적으로 이루어졌다.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는 밤마다 자기 방으로 파고들면서 느끼는 희열을 부르짖었다. 그래서 라 브뤼예르를 인용하며 ‘어쩌면 혼자서는 견디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군중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이들과 정반대로 ‘혼자 있을 수 없다는 커다란 불행’을 피한다.
---「제1장 ‘침묵의 아늑함이 공간을 채운다」중에서 카탈루냐 만레사에 정착한 로욜라는 매일 일곱 시간씩 내면 기도를 올렸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면서도 절대 말하지 않고 듣기만 했다. 그리고 저녁 식사 후 신과 나눌 대화를 회식자들의 말로 채우려는 습관이 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영적인 훈련은 묵상하고 기도하며 자신의 의식을 숙고하고, ‘그 자리에서 관상기도’에 몰입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침묵이 요구되고, 침묵은 자연스럽게 ‘밤의 훈련’으로 이어진다. ---「제3장 ‘침묵은 신을 만나는 가장 성스로운 통로다」중에서 렘브란트 하르먼스 판 레인은 꾸미지 않고도 순수한 공간인 여백과 시선을 독차지하는 대상이 끌어내는 침묵 사이의 관계에 중요성을 부여할 줄 알았다. 그의 그림에서 침묵은 ‘회상으로의 초대’이다. [야간 순찰]이 불러일으키는 매력 요소 중 하나는 ‘기이한 소리 없는 소음으로 가득’하다는 점이다. 렘브란트는 [폭풍우의 전경]에서 굉음과 함께 번개가 치기 직전에 폭풍우가 ‘짙은 적막’으로 예고되는 순간을 포착했다. 누구나 파이프오르간 작품이 끝날 때면 느낄 법한 침묵을 말이다. ---「제5장 ‘침묵은 변화된 말이다」중에서 마테를링크는 질문으로 결론지었다. “사랑의 풍미를 결정하고 고정하는 것은 침묵이 아닐까? 침묵을 빼앗긴다면 사랑은 아무런 풍미도 영원한 향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 중 누가 두 영혼을 결합하려고 입술을 가르는 그 침묵의 시간을 알았던가? 그 순간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 사랑의 침묵보다 유순한 침묵은 없다. 그야말로 진정 우리에게만 있는 유일한 것이다.” ---「제7장 ‘사랑의 침묵, 애증의 침묵」중에서 |
말과 글이 가득한 시대,
우리에게는 고독할 자유가 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온갖 소음으로 가득하다. 아침을 깨우는 알람 소리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들리는 TV 소리, 귀로 듣지 않을 때조차 인터넷에서 활자로 이루어진 소리를 눈으로 듣는다. 그야말로 소리 과잉의 시대이다. 듣는 소리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욕망하게 되었다. 요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바깥세상과 완벽히 차단되지 않는 한 온전히 침묵을 누리는 일은 사치에 가깝다. 침묵을 즐긴 이들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특히 문화가 급속하게 발전한 르네상스 시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침묵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프랑스 역사학자 알랭 코르뱅은 『침묵의 예술』에서 이 시기의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 철학자, 종교인 들이 침묵을 소재로 탄생시킨 걸작을 소개하며 침묵의 유익을 확인시켜준다. 감수성이 예민한 이들은 침묵의 소리에 더 잘 귀 기울일 줄 알았다. 소설 『변신』을 쓴 프란츠 카프카는 “틀어박혀 입을 다물고 침묵을 즐기며 밤마다 글을 쓸 수 있는 호텔 방을 갖고 싶다.”고 말한 바 있고,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침묵만이 귀 기울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소음을 피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은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침묵의 숨은 가치를 발견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감각의 역사가 알랭 코르뱅이 펼쳐낸 침묵을 향한 놀라운 탐험! 알랭 코르뱅은 감각의 역사가로 불린다. 그는 지금까지 후각과 시각, 촉각 등 예민한 인간의 감각을 탐구했다. 그중에서도 『악취와 수선화』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대표작인 『향수』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잘 알려져 있다. 이제 그의 모험은 청각으로 이어져 계속된다. 『침묵의 예술』에서는 침묵을 공간, 자연, 종교, 사랑, 죽음 등의 주제로 나누어 다룬다. 먼저 침묵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장소들을 몇몇 작품과 사례를 통해 구석구석 살핀다. 프랑스의 작가 막스 피카르트는 “침묵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 너무도 가까이 있어서 내 몸처럼 느껴질 만큼.”이라고 말하며 침묵의 보편성을 이야기했다. 사막, 산, 숲, 바다 등 자연에도 침묵이 가득하다. 『어린 왕자』를 쓴 생텍쥐페리는 “사막에는 정돈된 집과 같은 위대한 침묵이 군림한다.”며 사막에 깔린 아득한 고요를 언급했다. 침묵은 신과의 관계에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스페인 예수회 사제인 로욜라는 하루에 일곱 시간씩 기도하며 신을 만났다. 다른 방법으로 침묵을 예찬한 이들도 있다. 화가 렘브란트는 〈야간 순찰〉과 〈폭풍우의 전경〉에서 ‘여백과 시선을 독차지하는 대상이 끌어내는 침묵 사이의 관계에 중요성을 부여’했다. 또한 알랭 코르뱅은 사랑을 나눌 때 말보다 강한 힘을 갖는 침묵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마지막 장에서 죽음으로 인간의 침묵이 갖는 영원성을 보여준다. 침묵에 관한 가장 문학적이고,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통찰! 침묵의 유익은 내면의 그림을 그리는 일에서 그치지는 않는다. 사회적 관계에서도 침묵은 이점을 갖는다. 고대부터 수많은 철학자와 도덕가는 침묵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솔로몬, 아리스토텔레스, 세네카 등 고대인들은 침묵을 현자의 미덕으로 삼았다. 때로 침묵은 저항하는 이들의 입을 막는 부당한 도구로 퇴색되기도 한다. 그러나 외면의 소리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내면의 성숙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프랑스의 가톨릭 사제인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는 “입을 다무는 방법을 배우기 전에는 제대로 말할 줄도 모른다.”고 했다. 우리는 말하는 기술 이전에 침묵하는 기술을 먼저 배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만 이길 수 있다.”는 들라크루아의 말은 음미할 만하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소리는 사람들을 쫓아다닌다. 그리고 침묵은 세상을 가득 메운 소리 사이의 틈을 채운다. 온갖 청각 공해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고독한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다. 알랭 코르뱅이 찾아낸 옛사람들이 찾은 침묵에 대한 글은 소란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제대로 고독을 음미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의미 없이 흩어지는 말의 가벼움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소리 없는 울림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