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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배병우 - 신체라고 하는 자연 | 치바 시게오千葉成夫 미술평론 소나무 PINE TREE 노쇠와 불변의 사원 | 토마스 와그너 미술평론 창덕궁 CHANGDEOKGUNG PALACE 종묘 JONGMYO SHRINE 한국의 문화유산 KOREAN TRADITIONAL ARCHITECTURE 제주 오름 ORUM 바다 SEA 자연 KOREAN LANDSCAPES 알람브라 ALHAMBRA 알람브라와 헤네랄리페 정원 | 마리아 델 마르 빌라프랑카 지메네즈Maria del Mar Villafranca Jimenez 알람브라와 헤네랄리페 디렉터 이국적 풍경들 EXOTIC LANDSCAPES 배병우의 작품 세계: 소나무에 대한 생각 | 박영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소나무에 사로잡힌 사진가 | 히라이 히사시平井久志 교토통신 편집위원 Bae Bien-U ?Nature that is Called Body | Chiba Shigeo Art Critic A Temple of Decrepitude and Constancy | Thomas Wagner Art Critic 작가 연보 작품 목록 |
BAE BIEN U,裵炳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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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내 예술적 감성을 현대의 붓으로 그린 빛그림이다
이 책에는 20대 청춘 시절의 마라도, 바다 사진, 나를 유명하게 해 준 소나무 사진들, 그리고 프로젝트로 작업한 종묘, 창덕궁, 알람브라 궁전, 타히티를 비롯해 국내외 여행을 다니면서 촬영한 다양한 작품들이 실려 있다. 이 책은 내가 그간 해 온 작업들을 정리하고, 앞으로 어떤 작업들을 해 나갈지 살피는 계기가 된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에서 열었던 전시회를 책으로 보완하는 셈이다. 책은 전시와는 달라서 많은 작품을 오래도록 보여 줄 수가 있지 않은가! 이 책은 사진 애호가들에게 나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첫 번째 단행본이다. 배병우는 종종 ‘사진은 곧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곧, 사진작가는 해가 뜨고 지는 과정을 완전히 이해해 빛을 장악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태양이라는 광원을 잘 관찰하고 파악함으로써 자신만의 고유한 예술세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의미이리라. 이 책은 누구보다 빛을 잘 이해하는 사진작가 배병우가 스스로 ‘햇빛 노동자’라 칭하며 작업해 온 결과물들을 집대성해 보여 준다. 아울러 오랜 세월 사진을 찍어 오며 쌓아 온 그만의 사진 철학과 작가로서의 고민들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먼저 이 책에는 한국의 산하를 사랑하는, 그리고 한국의 산하를 최고라 여기는 그의 자긍심이 담겨 있다. ‘내가 가장 잘 아는 내 나라, 내 것을 찾아 오래도록 관찰하고 고민하면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주제를 사진에 담아내야만 의미가 있다’는 그의 말처럼, 배병우의 사진에는 한국미韓國美라는 주제를 무엇으로 표현할 것인지,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렇기에 배병우의 사진은 우리 것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묻어난다. 두 번째로는 그만의 사진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하나의 주제를 잡아 짧게는 2~3년에서 길게는 2~30년씩 붙잡고 씨름한다.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대상물의 모습을 조용히 묵묵히 관찰하는 것이다. 또한 대상물을 포착할 때에도 한 면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찍고 뒤에서 찍고 누워서 올려다보며 찍고 멀찍이 내려다보며 찍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주제를 바라보는 해석이 풍부해지고, 그 속에 ‘배병우만의 것’이라 부를 수 있는 사진 세계를 구현한다. 이러한 배병우의 집념은 그의 작품 속 소나무, 바다, 오름에 그대로 투영되어, 단단하지만 속 깊은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자연인 배병우의 인간적인 모습도 담겨 있다.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 주신 어머니,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아버지, 작가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사랑하고 격려해 준 아내, 그리고 늘 곁에서 응원하는 아들과 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다. 손이 아닌 발이 부르트도록 대상물을 찾아다닌 끝에 비로소 한 장의 사진을 완성해 내곤 하는 그의 작업 특성상, 가정에 충실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사십 년 넘게 사진에 미쳐서 빛과 바람 속에서 떠돌았다는 그의 고백 이면에는, 마음 놓고 작품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와 응원을 보내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이 짙게 배어난다. 『빛으로 그린 그림』의 구성 사진작가 배병우는 여백의 아름다움 가득한, 수묵화 같은 소나무 사진을 찍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가 주목하는 대상은 소나무만이 아니다. 자신이 태어난 여수의 바다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산과 바다, 소나무, 돌, 제주 오름 등 한국의 자연미에 주목한다. 그가 단행본으로는 처음으로 펴낸 『빛으로 그린 그림』은 가장 주력해 온 소나무를 비롯해 종묘?창덕궁?제주 오름?여수 향일암?바다 등 한국적인 미를 담뿍 느낄 수 있는 작품들과 함께, 알람브라?타히티?산티아고 같은 이국적 풍경들까지를 포함한다. 그간 카메라에 담아 온 대상물을 총 망라한 셈이다. ‘소나무’ 편에서는 구불구불한 형상의 소나무, 수직으로 뻗은 강한 형상의 소나무, 서로 의지하듯 교차한 소나무, 이른 새벽 장엄한 안개에 휩싸인 소나무를 다채롭게 소개하면서 소나무 속 꿈틀거리는 생명력과 성스러움을 선보인다. 또한 그가 어떻게 해서 소나무 사진을 찍게 되었는지, 왜 새벽에만 소나무 촬영을 하는지, 경주의 소나무를 왜 최고로 여기는지, 소나무 사진을 찍으면서 힘든 시기는 없었는지 등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소나무 숲은 나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것, 요동치게 하는 것, 흐르게 하는 것이다 삼십 대 무렵, 전통 회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간송미술관을 드나들었다. 간송에서는 매년 두 차례 전시회를 여는데, 십여 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관람했던 것 같다. 단원 김홍도나 겸재 정선의 위대함을 느끼며, 옛 그림들에 흠뻑 취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한국미韓國美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튼나무에서 답을 찾았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들을 보면 1백 점 중 99점은 소나무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소나무가 많다는 이야기이다. 글자 그대로 나무 ‘목木’ 자에 변치 않을 ‘공公’ 자가 소나무이니, 우리 민족과도 닮았다. 실제로 우리 조상들은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태어나 소나무로 불을 지펴 밥을 해 먹고, 소나무로 만들어진 관 속에 들어가 묻혔으며, 무덤 옆에 소나무를 심지 않았던가. 실로 한국인의 삶에 요람에서 무덤까지 깊게 뿌리내린 나무라 할 만하다. 그렇다면 소나무를 단지 생물학적으로 찍을 게 아니라, 의미를 부여해 소나무에 힘을 주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때부터 전국의 소나무란 소나무는 다 찍어 보았다. 84년, 85년부터 촬영에 나섰는데 처음 일 년은 10만 킬로미터씩 답사를 했던 것 같다…. 프로젝트로 작업한 ‘창덕궁’,‘종묘’와 더불어 ‘한국의 건축물’들에선 우리나라의 고건축에 대해 갖는 그의 애착을 느낄 수 있다. 세월의 무게와 함께 훼손되어 가는 건축물들을 앵글을 수시로 담아내는 그는, ‘좋은 건축물의 원형을 기록해 놓는 일이야말로 이 시대의 사진작가가 가져야 할 의무이다’라고 말한다. 창덕궁의 사계절은 한국 건축과 자연에 대한 자긍심을 끌어낸다 창덕궁과의 인연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처음 창덕궁에 들어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후 1990년과 2004년에 창덕궁을 집중적으로 찍었고, 다시 2008년부터 창덕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몇 십 년간 창덕궁을 관찰했기에 누구보다 창덕궁의 아름다움을 잘 안다고 자부한다. 오랜 세월 창덕궁을 촬영하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우리가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 자연을 극대화시킨 창덕궁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다. 한국 건축의 복합적 미학을 집약적으로 풀어낸 종묘와 함께한 시간은 행복했다 종묘 촬영 제안을 받았을 때, 요구한 것은 단 한 가지다. 촬영 기간을 이 년으로 늘려 달라는 것. 어떤 해는 낙엽이 좋지 않고, 어떤 해는 지붕에 쌓인 눈이 좋지 않은데, 그러면 이듬해에 다시 찍어야 하지 않겠는가.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오름’과 ‘바다’ 그리고 ‘자연’에서는 한국의 산하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충만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 바다도, 볼록의 형상으로 각인되는 제주 오름도, 그 밖에 사계절을 오롯이 표현한 우리나라 산하의 모습도. 그가 담는 풍경들은 모두 사람이 숨 쉬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볼 때마다, 갈 때마다 느낌이 달라지고,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그러한 생각이 그의 작품마다에 올올이 배어 있다. 경주의 소나무가 남자의 투영이라면, 제주의 오름은 여자의 투영이다 나는 제주라는 섬을 세 가지로 해석한다. 볼록의 형상과 오목의 형상 그리고 수평의 형상이 그것이다. 볼록의 형상은 오름을 통해서, 오목의 형상은 벨리를 통해서 그리고 수평의 형상은 바다를 통해서 구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볼록의 제주 오름을 찍고, 곧 수평의 바다와 만날 것이다. 그러고 나서 오목의 벨리도 찍을 것이다. 제주는 너무도 단순한 선과 형을 갖고 있어 내가 좋아하는 장소다. 내 생태 감수성의 뿌리는 우리나라의 섬과 바다다 소나무 작가로 알려졌지만 난 본능적으로 바다가 좋다. 소나무가 아버지라면 바다는 어머니이다. 나에게 바다는 고향이고, 나의 영감의 원천이며,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다. 나에게 자연은 모든 것의 원천이다 나는 찍고 싶은 것을 찍을 뿐이다. 파괴된 자연을 보여 주면서 자연을 함부로 다루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여 주면서 잘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 역할은 자연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알람브라 궁전’을 비롯한 이국적 풍경들 역시 장소만 다를 뿐, 바라보고 해석하는 그의 시각은 변함없다. 한 송이 꽃에서도, 흔들리는 나뭇가지에서도, 스치고 지나는 바람 속에서도, 투명한 햇살 한 줌에서도 섬세한 자연의 감성을 그대로 읽어내고 표현해 내는 그만의 감성은 여과 없이 그대로 투영된다. 이 년간에 걸친 열다섯 차례의 방문… 알람브라 궁전을 찍으러 갈 때마다 행복했다 삼십 년 전 처음 알람브라 궁전에 갔을 때, ‘언젠가 이곳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알람브라는 내게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때 찍은 사진을 지금껏 가지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정확히 삼십 년 후인 2006년 내 소나무 사진을 본 그라나다의 문화재관리국 관계자가 알람브라 궁전을 찍어 줄 것을 의뢰해 왔다. 운명이다 싶어 조건 없이 수락했다. 아마도 그들은 동양인의 시각으로 본 알람브라 궁전과 정원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아름다운 빛이 가득한 날이면 카메라를 들고 어디든 가야만 할 것 같다 스무 살 때부터 시작된 나의 사진 ?행은 길을 따라가며 만난 나무와 숲들이 주인공이다. 청령포의 관음송觀音松, 제주의 곰솔, 불국사 뒤뜰의 솔숲, 캘리포니아 요세미티의 거대한 세쿼이아, 케냐에서 마주한 거대한 바오밥 나무, 도쿄 다마 강 상류의 울창한 삼나무 숲, 끝없이 이어지던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올리브 밭…. 이 모든 나무와 숲과 바람과 햇빛은 내 낡은 구형 카메라 속에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