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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_ 미스터리에 싸인 여행
Season I 스물하나, 여행의 시작 - 마귀할멈, 포스터, 싸구려 여행 가방 - 여행의 시작 - 오렌지 농장의 오렌지 인간 - 캐스트어웨이 - 사막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Season II 스물다섯, 하드코어 세계 일주 - 세계 일주를 할 수 있을까 세계 일주에 필요한 것들 / 준비되지 않은 여행자 / 모험을 꿈꾸다 / 세계 일주 항공권이 필요해 - I’m back…! _Oceania 여행자의 귀환 / Almost heaven / 버리며 채우는 여행 / I’m back…! / 경쾌한 모험의 나라 / 키위 목걸이 - 보물을 찾아 떠나는 하드코어 여행 _South America 보물지도 / 신비와 비밀의 외딴섬 / 보물 지도의 배신 / 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를 향해 / 한 달 만의 이별 / 007 영화를 찍어볼까 / 야생 속에 펼쳐진 소금 지평선 / 사기 한 판에 국제 거지가 되다 / SOS! 살려주세요 - 사막에 흐르는 오아시스 _Africa & Middle East 카이로 시장 골목에서 결혼반지를 맞추다 / 시간의 블랙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홍해를 건너다 / 요르단 넘어 이스라엘, 처절한 하루 / 돌은 누가 던지고 있을까, 이스라엘vs팔레스타인 / 최고의 Border Crossing, 시리아 / 사막에 흐르는 오아시스 II와 III 사이 여행 후에 오는 것들 - 반전드라마 - 여행 후에 오는 것들 - 이 길을 돌아가면 무엇이 있을까 Season III 스물아홉의 모험, 또 하나의 퍼즐조각 - 아메리카 종단 여행 - 쾌활한 열기, 예술의 나라, 행복한 선물 상자 _Mexico ‘보고 싶다’는 말보다 더 간절한 것은 침묵이다 / 강도와 사마리아인 / 여행의 비밀 / 쾌활한 열기, 예술의 나라, 행복한 선물 상자 - 중미 여행의 베이스캠프 _Guatemala 국경을 넘어 베이스캠프로 / 베이스캠프 정착기 / 작고 오래된 여행자의 도시 / 그리고 셋째 주에 일어난 무서운 일 / 세상에 없을 법한 천혜의 휴식처, 아티틀란 호수 / 사랑은 고소공포증을 이길 수 있을까 - 마법의 가루를 뿌려줄게 _Colombia 여행 이틀째를 조심해! / 하늘을 날다 / 잘 만난 숙소 하나, 열 관광지 안 부럽다 / 나의 보고타, 나의 콜롬비아 / 저 별은 너의 별 / 마지막 인사 Epilogue_ 배짱 인생 Appendix_ 세계 일주 항공권이란 게 있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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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살의 봄은 암울했다. 마귀할멈으로 통하는 외국인 교수의 글쓰기 수업은 영문학도 지망생이라면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필수 과목이었고, 다른 단과대학까지 소문이 파다할 만큼 악명 높은 전설의 난코스였다. 수업을 통과한 상위 30퍼센트만 영문학 전공 승인을 받을 수 있었기에 학생들 눈에서는 불이 뿜어져 나왔다. 나 또한 밤새 불을 내뿜으며 에세이를 작성했지만, 매번 돌아오는 것이라곤 빨간색 코멘트로 난도질 당한 글과 그 옆에 날려 쓴 C뿐이었다. 수업을 따라가기는커녕 그날 내주는 숙제조차 알아듣기 버거웠다. 전사자의 몰골로 돌아온 과제를 수정하느라 또 밤을 새고, 외국서 살다온 친구에게 사정해서 첨삭까지 받은 후에도 여전히 날려 쓴 C를 받는 날이면 절망의 다크서클이 청춘을 시들게 했다. --- p.16
여행 준비의 압권은 뭐니뭐니 해도 세계 일주 항공권을 발권하기까지의 과정이었다. 세계 일주 항공권이라니. 여행사 직원들은 그런 건 듣도 보도 못했다는 반응이었고, 항공사 직원들조차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세계 일주 항공권은 정해진 항공 요금으로 아무리 먼 거리도 마음껏 이동할 수 있도록 전 세계 여러 항공사들이 제휴를 맺은 프로그램인데, 무엇보다 치명적인 매력은 그 가격이다. 대륙 간 이동을 포함해 총 20회의 비행이 가능한 4대륙권 항공권 비용이 370만 원 정도였는데, 우리나라에서 남미의 한 국가만 가려고 해도 200만 원이 넘게 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파격적인 가격인지 알 수 있다. --- p.61 이집트에 가기 전, 이집트에 다녀왔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곳은 국가적인 사기 집단이라고, 누구든 그 사기 행각을 피해 갈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저마다 당한 사기 행각을 침 튀기며 늘어놓았고, 그중 최고는 피라미드에서의 낙타 사기라고 했다. 처음에는 한번 타보라고 막 권하는데, 일단 타고 난 뒤에는 돈을 내지 않으면 내려주질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금액을 정하고 낙타 투어를 시작했어도, 나중에 내릴 때가 되면 몇 배로 뻥튀기가 된다고 했다. 이집트인들은 그걸 ‘박시시Baksheesh’라고 부른다고 했다. 나는 낙타 사기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으며, 피라미드에 가더라도 절대 낙타만은 타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다. --- p.180 어디 오래된 친구들뿐인가. 호주 미션 비치에서 외롭지 않게 함께 있어준 스위스 친구들, 뉴질랜드의 악몽을 신나는 모험으로 바꿔준 로저, 마추픽추에서 내게 산소호흡기를 씌워준 여행자, 아르헨티나에서 돈을 다 잃었을 때 서슴없이 돈을 부쳐주었던 사람들, 장기 여행에 지쳐 있던 마음을 치유해 준 팔레스타인 사람들…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아무 대가 없이 충심으로 도와주었던 그 셀 수 없는 낯선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내 여행은 진작 끝이 났을 것이다. 처음에는 도움을 준 사람에게 되갚을 수 없는 여행자의 처지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차츰 또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의 빚을 갚아 나가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기꺼이 수고하는 마음,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남을 돕는 마음을 나는 여행을 통해 비로소 배우기 시작했던 것 같다. --- p.229~230 ‘이런 사람들은 처음 봤어.’ 나는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어쩜 이 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지. 낯선 이에게 이토록 스스럼없이 애정과 호의로 다가오는 사람들은 정말 처음이었다. 보고타뿐만이 아니었다. 카르타헤나에서도, 메데진에서도, 마니살레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여자 여행자가 말했었다. “콜롬비아는 심지어 여자들까지 친절한 나라”라고. 그들은 정말로 남녀를 막론하고 나를 혼자 두는 법이 없었다. 옷가게에 들어가면 점원들이 장사는 뒷전이고 한 시간 동안 내 옆에 붙어 한국인과 일본인의 차이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길을 물었더니 아예 하루 종일 나와 동행을 해주었다. 식당에서 소심하게 웨이터를 부르면 걱정도 말라는 듯 주위 사람들이 대신 소리쳐주고, 내가 먹은 밥값을 옆 테이블에서 내주거나 생각지도 않은 맥주 한 병이 배달되기도 했다. --- p.342 여행은 자칫, 깨고 나면 허탈한 한여름 밤의 꿈이 될 수 있다. 보통 현실을 피하기 위해 떠난 여행은 돌아와서 더욱 힘들어진다고 하지만 철모르고 덤빈 무용(武勇)의 대가이든, 너무 진하게 배어버린 여행의 흔적이든 여행은 후유증을 남기기 마련이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도 길게 흔적이 베이는데, 삶을 던져 떠난 모험에 흔적이 남지 않는 게 도리어 이상하지 않은가.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을 몰랐을 때보다 오히려 더 힘들고 치열한 싸움이 될 수도 있다. --- p.362~3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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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여행
“세계 일주 항공권이란 게 있대요.”
“그것만 있으면 비행기 표 값을 어마어마하게 아낄 수 있대요.” 그날 모임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그리고 가능성을 보았다.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온몸에 흐르는 전율로 잠을 이룰 수 없던 그날 밤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시작된 나비 날갯짓의 파장이 점점 강해지며,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스물하나, 포스터 한 장의 문구에 바람처럼 대륙을 건너갔고 스물다섯, 자신의 청춘에 명확한 초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스물아홉, 어쩌면 안정을 취해야 할 나이에 다시 한 번 일탈을 꿈꿨다. 처음엔 그녀도 알지 못했다.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나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지리라고는. -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떠났고, 위기를 수차례 넘겼다. 하지만 무사히 돌아왔고, 다시 여행을 떠났다. 또 죽을 뻔한 위기를 넘겼고, 또 살아 돌아왔다. 그리고 또 떠났고, 또............ 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녀의 여행을 지켜본 네티즌들은 말했다. “아프간 피랍 생존자들이 돌아온 것보다 더 감격적이에요.” 좌우지간 떠났다 하면 온갖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그녀는, 보는 사람마저 조마조마해지게 만드는 재주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사면초가 꼼짝달싹 못할 만한 상황들 속에서 웬만하면 포기할 법도 한데, 자신의 별명인 잡초처럼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 돌아왔고, 바로 그 어처구니없을 만큼 사고로 점철된 여행을 통해 소유와 상실에 대해 담대하게 대처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 영화보다 소설보다 흥미진진한 3650일간의 이야기 수많은 여행기들 속에 눈부신 모험은 있지만, 그 후의 이야기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장기 여행자들은 특별나 보이고,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들처럼 거침없이 밀림 속을 헤쳐 나가는 것 같다. 그들의 용감무쌍한 모험담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이야기는 거기까지다. 그 뒷이야기는 아무도 모른다. 세계일주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된 사람, 돌아와서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들의 일상은 여행만큼이나 신선할까? 그들은 정말 후회하지 않을까? 유쾌함과 진지함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여행의 순간순간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이 꿈만 꿔보던 그런 삶이 있다면, 확 저질러보는 것도 좋겠다. 너무 많이 계산하지 말고, 앞뒤 재지 말고, ‘이것이 진짜다’라고 생각될 때 가방을 들고 떠나는 거다. 많은 짐을 챙기지도 말 것. 자칫 짐이 너무 무거워 도중에 주저앉고 말지도 모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