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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관점에서 찾아낸 한국 문학의 아이덴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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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한국 문학의 아이덴티티를 찾아서
1. ‘문명 비평’의 길 2. 이 난경!,으로부터 벗어나는 법: 더 중요한 문제는 ‘문학권력’이 아니라 한국문학의 내일이다 3. 한국 문학에 관한 네 가지 생각: 상상-근대문학관에 다녀오다/ 대구와 영남의 문화주의/ 세계 시민 오수연/ 비평의 침묵 4. 1930년대 임화의 비평적 행로 5. 숙명과 그 극복이라는 문제: 김윤식론 6. 언어라는 이름의 심연: 황현산, 박철화의 비평집에 대하여 7. 최동호, 이숭원의 비평집에 대하여 8. 북한과 북한문학 문제: 체제의 수면 아래에 존재할 공동空洞의 문학을 기다리며 2부 문명의 강을 횡단하는 작가들 1. 엽기담에 담긴 시대적 의미: 『목화밭 엽기전』을 중심으로 한 백민석론 2. 문화적 정체성의 탐색과 그 의미: 정욱의 『김치』론 3. 인도라는 이름의 성인식, 또는 근본주의: 오수연의 『부엌』론 4. “어미 마음”의 뜻 ? ‘타자’를 향한 시선: 공선옥의 『내 생의 알리바이』와 『수수밭으로 오세요』론 ? 『멋진 한세상』론 5. 신화, 전설, 민담을 통한 리얼리즘의 재활성화: 『나의 아름다운 귀신』과 『서커스, 서커스』를 중심으로 한 최인석론 6. ‘진짜’와 ‘가짜’ 사이의 숨바꼭질: 『보트하우스』와 『중국에서 온 편지』를 중심으로 한 장정일론 7. 현대화, 대도시화의 수렁: 이창동의 『녹천에는 똥이 많다』론 8. 확장 공간에서 찾아낸 삶의 새로운 양상: 이영희의 『파두』론 3부 개인, 가족, 공동체의 사회를 넘어 1. 닭을 안은 소녀의 행로:『외딴방』 이후의 신경숙론 2. 제도를 넘어선 사랑, 혈연을 넘어선 가족에의 꿈: 전경린의 『나는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 도네』론 3. 관계라는 이름의 어두운 그물: 하성란의 『푸른수염의 첫번째 남자』론 4. 자기를 떠나 이야기하기: 김별아의 『꿈의 부족』론 5. 풍자와 자전 사이에서: 성석제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론 6. 음지에서 피어난 작은 꽃들: 윤성희의 『레고로 만든 집』론 7. ‘인생파’ 소설: 이현수의 『토란』론 8. 사랑, 예술, 문명에 관한 성찰: 『비둘기 역설』을 중심으로 한 김준성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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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권력’이라는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문학 권력’이라는 말과 ‘인정 투쟁’이니 ‘전략’이니 하는 말도 모두 본격적인 문학 논의의 용어로서는 적절치 못하다. 이들은 정치학과 군사학의 용어에 가까워 그 말들을 쓰는 순간 논자들은 문학 외적 논의의 영역에 떨어질 위험에 처한다. 나는 ‘권력’이라는 말보다는 ‘힘’이라는 말이 지닌 양가적 의미를 선호한다. ‘힘’이라는 말에는 ‘권력’이라는 말과는 달리 니체적인 생동감이 정치적인 어둠과 공존하고 있다. ‘권력’이라는 말의 함정에 빠져 지금 비판적 글쓰기의 논자들은 스스로 정치적 문학 논의로 시종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문학인이라면 한국 문학이라는 관념을 놓고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과거와 미래를 통해 현재를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비판적 글쓰기’는 이 점을 잊고 있다. 그렇다면 그 반대편에 있는 이들은 과연 이 점을 잊지 않고 있을까? 오늘의 비평은 이 난경, 지금?이곳의 중력장에서 벗어나 한국 문학의 미래를 놓고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행인이 될 것이다. 나는 ‘비판적 글쓰기’의 논자들이 나와 함께 행인이 되기를 바란다.
-「이 난경!,으로부터 벗어나는 법」 중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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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냉전 후 10여 년의 역사 과정을 반영한 본격적인 문학비평집
문학평론가 방민호(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세 번째 비평집 『문명의 감각』이 향연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비평의 도그마를 넘어』(창작과비평사, 2000), 『납함 아래의 침묵』(소명출판, 2001)에 이어 2년 만에 엮은 이 비평집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난 10여 년의 탈냉전 역사 과정에 대한 성찰에 기초해 있다는 점이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양대 진영의 대립 구도가 사라져버린 세계는 미국과 이슬람권의 상쟁에서 확인되듯이 ‘문명’의 문제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었다. 지난 냉전 시대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정치적 대립은 지역과 민족과 종교가 다른 데서 오는 심층적인 갈등을 은폐해 왔던바, 이 시대가 끝나자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처럼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표면화된 문화와 문명의 문제가 한국인의 삶과 문학에 심각하고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이 비평집의 문제의식이다. ▶ 문명이라는 새 화두를 내걸다 ‘문명’이라는 말은 문화의 기원을 가리키는 뜻을 가진다. 예를 들어 황하문명, 오리엔트 문명이라고 말할 때가 그것이다. 그러나 문명이라는 말은 이처럼 고대적인 함축만을 갖는 데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 세계가 당면한 심각한 지정학적, 민족적, 종교적 문제를 함축하는 일종의 ‘코드’로 기능한다. 문명이란 말은 서로 같은 기원을 공유하는 문화권들 사이의 공통성과 인접성을 잘 설명해 줄 뿐만 아니라 다른 기원을 가진 사회들 사이의 차이와 대립을 근본적으로 설명해 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나아가 문명은 이처럼 서로 다른 기원을 갖고 있는 사회들이 오늘날의 비약적인 세계화 과정에서 서로 혼류하는 양상,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 놓인 사회들의 삶의 선택 문제를 숙고할 수 있게 하는 화두와 같은 단어다. ▶ 문학권력과 문학권력 비판이라는 현 문단의 지형학을 넘어서 『문명의 감각』의 저자는 최근 5, 6년 동안 한국 비평이 주제를 상실한 채 표류해 왔다고 생각한다. 문학권력이니, 문학권력 비판이니 하는 정치적인 문학 논의가 주를 이루면서 정작 탈냉전 이후 한국인의 삶에 깊은 영향력을 행사해 온 문제들, 그리고 문학 본질적인 주제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양상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는 것이다. 「문명 비평의 길」「이 난경!,으로부터 벗어나는 법」 「한국 문학에 대한 네 가지 생각」 등은 이러한 비평적 지형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드러내면서 한국 비평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그것은 문명과 문명의 대립과 혼류로 특징화되는 오늘날 세계사의 격류 속에서 한국 문학과 문화의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정립해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점에서 『문명의 감각』은 문학비평일 뿐만 아니라 문화 비평이기도 하다. 저자는 본래 비평이란 문명, 문화의 진단과 처방의 기능을 본령으로 해왔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 한국 비평사의 계보학적 인식을 통한 비평의 아이덴티티 추구 『문명의 감각』은 한국비평사에 대한 계보학적 인식을 추구한다는 점에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저자는 임화로부터 김윤식을 지나 최원식 등에 이르는 비평의 계보와 최재서와 김기림 등에서 발원하여 백낙청, 유종호 등을 지나 오늘날에 이르는 비평의 계보를 의식하면서 이를 ‘국문학’ 비평과 ‘영문학’ 비평으로 요약한다. 비평가들의 지식의 근거와 바탕을 따져 그들 비평이 한국 비평의 형성 및 발전 과정에 미친 영향을 섬세하게 고찰해 나간다는 점에서 이 비평집은 일종의 지식의 고고학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임화와 김기림으로 요약되는 일제 말 한국 비평이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자연스러운 흐름을 상실했다는 인식이다. 그후 한국 비평은 임화와 김기림의 문제인식을 새로운 차원에서 획득하기 위한 지그재그 행보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임화와 제기한 조선 문학의 아이덴티티 문제, 김기림이 제기한 동양 문명과 서양 문명의 지양, 종합한 신문명의 수립이라는 문제는 2003년 이후 한국 비평이 이어받아야 할 한국 비평의 정통적인 주제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 이 비평집을 통해서 발표되는 세 편의 비평들 『문명의 감각』은 단순히 예전에 발표해 온 글들을 모아 수록한 것만은 아니라는 데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저자는 새로운 비평집이 단순한 비평 모음집의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문명비평의 길」 「장정일론」 「백민석론」 등을 완전히 새로 써서 그대로 비평집에 게재했다. 『문명의 감각』은 체제 면에서 완성도가 높다고 말할 수 있다. ▶ 이론 비평과 실제 비평의 조화와 균형 『문명의 감각』의 저자는 1994년 창작과비평사에서 주관한 제1회 신인평론상을 통해 등단한 이래 9년에 걸쳐 세 권의 비평집을 묶어낼 정도로 실제적인 비평 활동을 부지런히 해온 비평가다. 비평을 실제 비평과 이론 비평으로 나눌 수 있다면 실제 비평에서 많은 활동을 보여주는 비평가는 이론적인 비평 면에서 빈핍성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명의 감각』은 제1부의 내용이 보여주듯이 문명이라는 새로운 주제, 한국 비평의 정체성 문제, 비평의 계보학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적인 주제 설정 아래 독특한 이론적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그와 함께 2부와 3부를 이루는 작가론, 작품론은 『문명의 감각』이 이론 비평과 실제 비평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자 한 노력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 문명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부각되는 작가들의 면면 『문명의 감각』은 문명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뚜렷하게 부각되는 작가들의 면면을 새롭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오수연, 장정일, 백민석, 이창동, 이영희, 김준성, 김별아 같은 작가들, 그리고 한국계로서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정욱 같은 작가들은 『문명의 감각』의 저자가 문명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주목하는 이 시대의 작가들이다. 이들은 한국적인 삶의 양상을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작업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새로움과 의미가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문명의 감각』의 저자는 1990년대 중반에 형성된 작가 지형, 즉 신세대 소설과 여성 소설 등으로 특징화되는 양상에서 벗어나 세계사의 문제를 정면으로 수용한 새로운 소설의 흐름이 생성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 북한 정권과 북한 관변 문학에 대한 비판적 견해 『문명의 감각』의 저자는 남북한의 접근 및 평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북한 정권의 비민주성과 반인권적인 행태에 대한 문학인들의 자각과 비판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북한의 관변 문학에 대한 비판적 견해로 통한다. 그는 이런 표면의 문학과는 다른 문학의 가능성을 점치면서 이를 ‘공동(空洞)’의 문학, 즉 발표되지 못하거나 장르화되지 못한 채 씌어지고 있을 문학적 양상들로 특징화한다. 이는 북한 문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