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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곁들여진 한자 책은 깊이가 없다, 애들이 보는 책이다
만화를 통한 학습서는 한자를 쉽게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거기에서 더 나아가지는 못한다. 즉, 한문이라는 한 언어 혹은 그 안에서 파생된 문학이 수천 년 역사 가운데서 품어 온 지혜의 깊은 곳까지 닿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한자는 즐겁다』는 기존의 학습 만화 성격을 크게 뛰어넘는다. 이 책에서 만화는 재미를 주는 기능을 넘어 또 하나의 텍스트 구실을 한다. 때로는 한자의 탄생 배경을, 때로는 그 말을 사용하게 된 역사적?사회적 아픔을, 또 때로는 재미난 상상력을 제공한다. 그래서 한자가 지긋지긋한 청소년들, 만화 학습서 단계를 마치고 조금 더 심화된 단계로 넘어가고 싶은 어린 학생들은 물론, 한자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딱딱한 한자 학습의 세계로 선뜻 들어서지 못하는 어른들도 읽을 수 있다. 교사인 저자가 학교에서 겪은 일들, 사회인으로서 느낀 것들을 편안한 손글씨와 함께 곁들였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읽기에 좋다. 총 40개 꼭지로 구성된 이 책은 「좋은교사」, 「우리교육」 등 다수 매체에 연재되어 이미 교사와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내용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여기에 한자의 어원 풀이, 단어의 활용 등 학습적인 기능을 보강했다. 한자는 뭐니뭐니 해도 단어 암기가 제일이다 한자 열풍이 뜨겁다. 이제 ‘한자 능력 자격증’은 영어 점수,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과 함께 대학생들의 ‘3대 필수 스펙’이 되었다. 졸업 전까지 한자 2급 자격증이나 교내 자체 한자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삼성그룹 등은 기업 채용 과정에서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도 급수 따기에 열을 올린다. 우리말의 70퍼센트를 이루고 있다는 한자를 모르고서는 교과 과목의 주요 개념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자 실력도 자격증에 비례할까? 점수만 따면 된다는 식의 접근 방법은 자격증이 있어도 한자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무실력 자격증 소지자’들을 양산해 왔다. 최근에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0명 중 부모 이름을 정확히 한자로 쓴 사람은 31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한자 공부는 단순히 글자 학습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외국인과 소통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그 나라 말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화를 어느 정도 하게 되면 ‘표현’보다는 말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이 절실해진다. 그렇지 않으면 만날 ‘밥 먹었니?’ ‘어제 뭐했니?’와 같은 일상회화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그쪽 문화에 대한 이해와 정보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매끄러운 소통이 가능하다. 한자도 마찬가지다. 점차 한자문화권이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자 학습의 목적을 진학?취업용 급수 따기에만 두는 것은 너무 근시안적이다. 한자 공부의 목적은 ‘한자 익히기’에서 ‘소통’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한자는 즐겁다』는 어휘를 쉽게 외우는 방법만을 담고 있지 않다. 한자를 통해 자연을 생각하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되새기며, 더불어 살아감에 대한 다시 보기를 시도한다. 한자를 학습의 대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한문으로 세상 보기, 한문으로 세상과 소통하기를 시도한다. 이 책을 인문 교양서라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