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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Buen Camino 당신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Namaste 당신을 있게 한 모든 것에 경배를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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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절반도 못 갔는데 하루에 7유로도 안 하는 숙박비조차 낼 돈이 없으니 눈앞이 깜깜하다.
‘이제 당장 내일부턴 느끼한 참치조차 못 먹는 건가? 코골이 합주에 잠을 설쳤던 불편한 2층 침대조차도 누릴 수 없는 거야? 아아, 안 돼!’ 낙담한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에 방법을 궁리한다. 첫째, 돈 많은 여자를 꼬셔서 제대로 빌붙기. (대부분의 여자들이 나보다 5cm는 클 듯한데.) 둘째,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돈을 송금받기. (아차, 송금받을 수 있는 카드도 없다…….) 셋째, 순례자에게 돈을 빌리기. (같은 순례자 처지에 양심상 그럴 순 없지…….) 넷째, 돈을 벌기. (그래, 사실 이 방법밖에 없다.) 혹여 돈이 쪼들리면 공연을 해볼까 하고 스치듯 떠오른 생각에 챙겨온 분장크림과 흰 면장갑이 이젠 생존을 위한 마지막 희망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울고불고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건다면 나를 어떻게든 구제해 줄지도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면 내 힘으로 돈을 벌어야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생장에서 한 할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처럼 이젠 조그마한 행운이 절실한 때. - 산티아고 #19 중에서 경찰이 오진 않을까 하는 걱정, 사람들이 무관심하면 어쩌지 하는 떨림, 돈을 많이 벌면 정말 맛있는 음식을 사먹을 설렘……. 머릿속은 수만 가지 감정들이 뒤엉켜 요동친다. 고개를 쭉 빼 주위를 살펴보자 둥근 광장을 포위하듯 주변을 빙 둘러싸고 있는 레스토랑과 바(bar) 등 곳곳이 저녁 식사를 하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타이밍을 제대로 잡은 것 같단 생각에 긴장이나 두려움 따위는 애써 팽개치고 서둘러 공연을 준비했다. 후…… 마치 광장 한가운데서 발가벗고 서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냥 땅속으로 꺼져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애써 태연한 척 사방을 쭈욱 돌아보며 가벼운 인사를 했다. 광장에 있는 수많은 사람 중에 나를 발견한 사람은 손을 흔들며 내 인사에 답례를 해주는 것 같기도 한데 사실 제대로 눈에 뵈는 건 없다. 쿵쾅거리는 심장박동 소리가 귀에까지 들리고 손이 떨려서 아무것도 못하고 어물거리는 꼴이 말이 아니다. 후우…… 후우…… - 산티아고 #20 중에서 도려낸 듯 움푹 파인 상처에서는 피가 멈추질 않았고, 금세 피로 물드는 휴지로 간신히 지혈을 하면서 벽에 걸린 거울 속 내 모습을 봤다. 땀 때문에 분장크림이 군데군데 지워져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광대가 거울 안에 있다. 매일 30~40km씩 걷는 것도 나와 대화하는 소중한 시간이라 생각하면서 웃고, 거의 매일 먹는 참치통조림도 고단백 저지방 저칼로리의 제일가는 영양식품이라 주문을 외면서 항상 맛있게 먹으려고 애쓰고, 말이 안 통해도 마음이 통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예상보다 적은 돈으로 순례를 시작하게 됐어도 진정한 순례자가 되면 된다고 용기를 북돋으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은 이유도 동기도 모두 잃어버린 것처럼…… 한참동안 거울만 들여다봤다. 울컥하고 밀려오는 그런 것들과 함께. - 산티아고 #31 중에서 “라주. 너는 지금 월급이 어느 정도 되는 거야?” “음……. 2,000루피 정도……?” “그 돈으로 생활하는 데 지장은 없어?” “턱없이 부족하지…….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내가 이일을 그만두면 더 적은 월급에도 오겠다는 사람이 수두룩할걸?” 라주가 머리를 쓸어 올렸다. “라주는 꿈이 뭐였는데? 원래부터 옷 만드는 게 꿈이었어?” “꿈? 배운 게 이것밖에 없는데 뭘. 나는 그냥 오늘 하는 일을 내일도 모레도 하는 게 내 꿈이야.” 10억의 인구 중 1억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차가운 돌바닥에서 노숙자로 살아가고, 학교를 다녀야 할 어린 나이에 식당 서빙을 하는 뽀이(boy)가 되어 주방과 홀을 뛰어다닌다. 그래서 먹고 살 수 있도록 일을 하는 것 그 이상의 꿈은 생각하지 못한 라주. 나 역시 취업대란의 현실 속에서 살다 왔기에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너무 많이 현실적이라서 씁쓸한 라주의 꿈. 그래. 오늘 하는 일을 내일도 모래도. - 인도 #18 중에서 예정된 날짜였는데도 오늘 떠난다는 말에 걸핏하면 여자 얘기만 늘어놓는 빠탄도, 곧 시집보내야 할 동생 생각에 걱정이 많은 라주도, “No hungry, no gain.” 배고픔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옆집 식당 아저씨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를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자가 아니라 마을의 한 가족으로 대해주었던 사람들. “조금만 더 있다 가지?” “그땐 정말 못 떠날 것 같아서.” 친구들은 몇 시간 후면 버스를 타야 된다는 이야기에 부산을 떨며, 배고프면 먹으라고 도시락을 쥐어주고 첫날 내가 만지작거렸던 알라딘 바지를 선물로 싸줬다. “빠탄, 도시락만 받을게. 바지는 나중에 팔아.” “나 이래봬도 사장이야. 월급이라 치자고.” 가게는 내팽개친 채 버스 정류장까지 따라와 손을 흔들어주는 빠탄과 라주. 길 위에서 헤어지는 정말 고맙고 고마운 사람들. “Namaste.” - 인도 #20 중에서 인도 TV 방송에서 본 모습 그대로 먼 곳에서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팔을 크게 한 바퀴 휭 돌리면서 땅바닥에서 공이 ‘팡!’ 하고 튀어오르도록 공을 내리꽂았다. 하지만 몇 번이나 엉뚱한 곳으로 공이 날아가자, 아이들이 깔깔대고 웃으면서 내게 방망이를 건넸다. “제가 던질 테니까 형이 받아쳐요.” “좋아. 아주 ‘뻥!’ 쳐주마.” 나는 배트를 다잡고 휙휙 바람 소리가 나도록 허공을 가르며 연습을 했다. 그리고 엄숙하게 타석에 들어서 자세를 잡았는데, 무려 다섯 번 내리 헛스윙을 했다. 공이 빠른 것도 아니고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바닥에서 튕겨져 올라오는 공에 감을 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치는 거야?!” 웃음보가 터진 아이들 중 한 명이 배를 움켜쥐며 내게 말했다. “못 치면 어때요. 우린 이렇게 즐거운데.” Enjoy, Enjoy, Enjoy.?그 말이 정답이네! - 인도 #28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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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다 두고 떠나고 싶은, 벗어나고 싶어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생각과 상황에 마음이 얽매이다 보면, 어떤 길로도 나아갈 수 없어서 떠나지 못하고 눌러앉기 마련이다. 그냥 그렇게 적당히 포기하고, 적당히 접어 두면서 ‘누구나 다 그렇게 사는 거야’,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하면서 살아가는 시간들. 그러나 이 청년은 그 말이 싫어서 짐을 챙겼다. 가진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떠났다 돌아와서 언제든 다시 자리 잡을 수 있을 만큼 믿는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마음이 이리저리 표류하는 채로 어영부영, 그냥 그렇게 살다가 죽고 싶지 않아서.
『어느 젊은 광대 이야기』는 한 청년이 새긴 뜨거운 청춘의 기록이다. 고만고만한 상황 속에서 치이고 고민하느라 힘들어 하는 대신 마음이 가리키는 대로, 떠돌고 싶은 곳을 향해 용감하게 짐을 챙긴 작가는 가진 게 없어도 영어를 못 해도 새로운 세상에서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광대가 되어 떠돈 길 위에서 낯선 자신과 마주하며 깨달은 모든 것들까지도. 흔한 여행에세이처럼 산티아고나 인도에 대한 소개가 아니라 작가가 그 안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경험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책을 읽다 보면 킥킥거리며 웃음도 나지만, 누구나 공감할 법한 이야기에는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이 땅의 청춘들에게는 그저 변화하라고 외치는 뻔한 자기계발서보다는 이 책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을 때, 그 자리에 웅크리고 있다간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을 때, 가진 건 쥐뿔도 없지만 자꾸 들쑥날쑥한 마음에 힘들 때, 머리는 뜯어말리지만 심장은 덜커덕덜커덕 요동칠 때, 그럴 땐 과감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인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프롤로그 中 아무런 계획도, 준비도 없이 떠난 청춘의 기록. “그 길 위에서 나는 언제나 행복한 광대였다.” 여기, ‘세상의 끝’을 향해 걸어간 한 사람이 있다. 그는 그곳에 가면 자신을 괴롭히던 고민도, 언제나 불안하게 만들었던 초조함도, 모두 다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질 거라 기대했다. 그래서 2년 동안 붓던 적금을 깨고 가진 것을 모두 팔아 프랑스 행 왕복 비행기 티켓을 샀다.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덜렁 가벼운 배낭 하나만 짊어 매고, 오직 세상의 끝에 닿겠다는 일념으로 900km 넘는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여행의 시작부터 가진 돈이라고는 겨우 15만 원이 전부였기에 느끼한 기름으로 가득 찬 싸구려 참치통조림으로 때우던 한 끼 식사도, 빽빽이 2층 침대가 들어차 있는 값싼 숙소도 그에겐 시간이 갈수록 사치가 되었다. 위장이 찢어질 것처럼 배가 고파 울기도 했고, 사무치는 외로움에 힘들어했던 시간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이든 해야 했다. 그래서 그는 광대가 되었다. 대학 동아리에서 배운 어설픈 팬터마임 실력으로 사람들 앞에 나선 첫날. 머릿속은 하얘지고 눈앞에 보이는 게 하나도 없었지만 먹을 것과 잘 곳을 구하려면 이겨내야 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났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뜨거운 박수소리와 함께 그의 앞에 하나 둘 떨어지던 동전들. 사람들은 어느새 그에게 다가와 사진을 찍자며 어깨동무를 했고, 멋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주었다. 그날 밤, 그는 벅찬 감동에 몸을 떨었다. ‘연고도 없는 유럽 한복판에서 내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하고. ‘나의 광대짓이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구나!’ 하고. 그렇게 도착한 세상의 끝에서, 광대는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투명해진 고민들. 딱 한 뼘만큼 자란 자신감. 현실로 돌아온 그는 그토록 꿈꾸던 광고회사에 들어갔고, 1년 동안 열심히 촬영장을 누볐다. 그런데 어느 날, 그동안 익숙했던 모든 것들이 이유 없이 지겨워졌다. 마음속에서 메아리가 되어 떠도는 외침들. ‘왜 원했던 일을 하고 있는데 즐겁지 않은 거지?’ ‘그냥 그렇게 살기에는 하루하루가 너무 아깝지 않아?’ 결국 그는 또 다시 아무런 계획도 없이 가장 저렴한 비행기 티켓만 한 장 사서 떠났다. 이번엔 신의 나라 인도를 향해서. 달랑 15만 원과 분장크림 하나 들고 걸은 40일 간의 성지순례길 될 대로 되라 하고 무작정 떠난 7개월간의 인도 한 바퀴 남들은 눈에 불을 켜고 취업정보 게시판을 뒤질 때, 그는 찌는 듯한 더위 속에 스페인 한복판을 걸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남들처럼 취직을 하고 1년쯤 지났을 무렵, 피곤에 찌들어 눈은 풀리고 죽은 껍데기처럼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진저리를 치며 또 다시 짐을 챙겼다. 여기 저기 소똥이 널려져 있고, 코끼리랑 튼가 유유자적 도로를 점령한 웃기는 나라를 향해. 언제나 충동적인 여행이었기 때문에,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고 눈물 쏙 빠지게 배고픈 나날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떠나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과 인상적인 추억을 남겼고, 수도사의 고행처럼 하루 몇 십 킬로미터씩 걷던 길 위에서 낯선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고, 그리 대단치 않은 팬터마임 실력이 누군가를 환하게 웃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그리고 언제나 느긋하게 살아가는 인도 사람들과 선문답을 나누면서, 길은 땅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배워서 돌아왔으니까. 그래서 그는 앞으로도 어디로든 떠나는 것과 무엇이든 시작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생각이다. 잠시 돌아가더라도, 얼마쯤 뒤처지더라도 괜찮다. 떠나보면 지금보다 더 멋진 나를 찾아서 돌아올 수 있으니까. 흔들리는 마음에 힘들어하는 이 땅의 청춘들에게 그저 변화하라고 외치는 뻔한 자기계발서보다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가 산티아고와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이 하는 흔한 이야기려니 하고 책을 펼친다면, 아마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이처럼 과감하게 떠날 수 있는 용기에 한 번, 이렇게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한 번, 그리고 그가 산티아고에서 꽤나 유명했던 광대라는 것에 한 번, 또 말이 안 통해도 수많은 인연들을 가슴속에 담아 돌아올 수 있다는 것에 한 번. 어쩌면 이 땅의 수많은 청춘들이 읽어야 할 책은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담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땅을 박차고 일어서면 현실이 된다는 이 젊은 광대의 이야기가 아닐까! 무조건 변화하라고, 변화해야 살 수 있다고 외치는 이야기보다 낯선 길 위에서 자신과 마주하면서 실제로 한 뼘 이상 더 넓어져서 돌아온 그의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작가는 이 땅의 수많은 청춘들이 “지금이 그럴 때야?” 하는 가시 돋친 말에 상처받거나 움츠러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지금이 가장 좋은 때니까, 그래서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일 테니까, 흔들리는 마음을 억지로 붙잡으려 하지 말고 자유롭게 놓아주면 어떻겠냐고. 아무쪼록 광대의 이야기가 이 책을 읽는 당신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좋겠다. “당신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