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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전혜린
그리고 다시 찾아온 광기와 열정의 이름 개정판
정도상
두리미디어 201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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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하나·문득문득 격렬한 충동을
둘 ·독일로 가는 길
셋 ·취하게 하라, 언제나 너희는 취해 있어야 한다
넷 ·구원과 몰락 사이에서
다섯·순수한 환희나 순수한 절망도 없이
여섯·깊고 깊은 밤, 무서운 정적

에필로그·몹시 괴로워지거든
부록 ·전혜린과 니체

저자 소개 1

시대의 그늘과 그 안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서정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문체로 그려온 작가다. 1960년 1월 3일 경상남도 함양에서 출생하였다. 현재 전북 익산에 거주 중이다. 1987년 단편소설 『십오방 이야기』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창작집 『친구는 멀리 갔어도』, 『실상사』 『모란시장 여자』, 『찔레꽃』 등이 있고 장편소설 『누망』, 『낙타』 『은행나무 소년』, 『마음오를꽃』, 『꽃잎처럼』 등이 있으며 장편동화 『돌고래 파치노』 등이 있다. 제17회 단재상, 제25회 요산문학상, 제7회 아름다운작가상을 수상했다. - 정도상 대표작 <친구는 멀리 갔
시대의 그늘과 그 안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서정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문체로 그려온 작가다. 1960년 1월 3일 경상남도 함양에서 출생하였다. 현재 전북 익산에 거주 중이다.

1987년 단편소설 『십오방 이야기』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창작집 『친구는 멀리 갔어도』, 『실상사』 『모란시장 여자』, 『찔레꽃』 등이 있고 장편소설 『누망』, 『낙타』 『은행나무 소년』, 『마음오를꽃』, 『꽃잎처럼』 등이 있으며 장편동화 『돌고래 파치노』 등이 있다. 제17회 단재상, 제25회 요산문학상, 제7회 아름다운작가상을 수상했다.

- 정도상 대표작
<친구는 멀리 갔어도>, <실상사>, <누망>, <찔레꽃>, <낙타>, <꽃잎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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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43g | 146*204*30mm
ISBN13
9788977152410

출판사 리뷰

전혜린, 다시 찾아온 광기와 열정의 이름

서른한 살의 나이로 전혜린은 요절했다. 천재의 요절은 언제나 신화처럼 장식적인 요소를 띠고 세대와 세대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자아에 대한 열렬한 몰두, 절정의 순간에 대한 탐닉, 정체 모를 불안과 절망이란 요소를 자신의 영혼과 육체에 새겨 두었던 한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전혜린이었다. 그가 남긴 두 권의 저서는 여전히 불꽃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영혼을 슬쩍슬쩍 건드리며 살아숨쉬고 있다. -『그 여자 전혜린』 작가의 말 중에서

지난 한 세기를 살아온 한국 여성들 가운데 전혜린만큼 많은 수식어를 가진 사람이 또 있을까. 전혜린이라는 이름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미 전설이다. 가난하고 혼란스럽던 시대, 짧지만 화려하게 생을 불태우고 떠난 천재 전혜린. 그는 일제 치하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으며 청소년기를 보냈고, 먼 이국땅에서 인식과 실존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바탕으로 치열한 청춘을 살았다. 한국 여성 최초의 독일유학생으로 ‘1세기에 한번쯤 나올 만한 천재’로 불렸고,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하나의 혁명이 되었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남으로써 신화로 남았다.

전혜린은 지금으로부터 반세기나 앞선 시대를 살다 갔지만 현재의 우리들과 격차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앞선 의식과 감성을 가졌다. 사람들은 전혜린을 마주하면서 빛나는 지성과 예지, 인식에 대한 끝없는 욕구에 한 번 놀란다. 이룬 업적들에 비해 짧고 비극적이었던 생애에 두 번 놀라고, 그가 활동하던 때가 전근대적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한 1960년대였다는 사실에 세 번 놀란다. 4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생애와 남겨진 글들은 여전히 깊은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전혜린이라는 이름은 이제 시간의 흐름도 빗겨간 자리에 화석처럼 단단하게 굳어 버렸다. 『그 여자 전혜린』의 작가 정도상은 이미 신화가 된 그 이름을 다시 호명해 지금, 여기로 소환해 낸다. 이제 독자들은 순수하고 완전한 생을 꿈꾸었지만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스러진 한 여성을 만나면서 저 깊은 곳에서 침잠했던 자신의 열정을 되찾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요절한 천재의 마지막 열망을 안은 작가 정도상의 오마주

이제 전혜린의 치열하고 내밀한 기록이 소설로 새롭게 태어난다. 최근 장편소설 『낙타』로 호평을 받은 정도상 작가의 소설 『그 여자 전혜린』은 1993년에 나온 초판을 수정 증보하여 한층 더 물기어린 감성을 입고 돌아왔다. 『그 여자 전혜린』은 상당 부분을 전혜린의 실제 삶과 일기, 수필 등에서 불러 내 온다. 그만큼 전혜린의 섬세한 감성과 치열한 내면 풍경을 충실히 복원하고, 그의 일상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까지 한 편의 소설로 촘촘히 엮어냈다.『그 여자 전혜린』은 전혜린의 못다 한 열망을 그대로 안은 작가 정도상의 오마주에 다름 아니다. 끝내 이루지 못한 열망과 생의 갈피 곳곳에 묻어나는 빼곡한 상처로 빛이 바랜 전혜린의 이야기에 새로운 무늬와 색을 그려 넣었다. 늘 ‘먼 곳에의 그리움’으로, 타성에 젖지 않고 길들어지지 않으려 했던 전혜린. 그는 무거운 생의 짐을 ‘이곳’에 부려놓고 자신이 꿈꾸던 ‘먼 곳’으로 떠났다. 하지만 이제 『그 여자 전혜린』에서 그가 그토록 되고자 했던 인물 유형인 주영채로 독자들의 가슴 속에 부활한다. 10대, 20대 초반에 다이허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 시몬느 베이유의 「제2의 성」, 그리고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읽으며 세상을 향해 알을 깨고 나오는 통과의례를 겪은 30대 이상의 독자들은 물론 그들의 딸들에게도 『그 여자 전혜린』은 시대를 초월하는 감성으로 다시 다가올 것이다.

『그 여자 전혜린』으로 새롭게 태어난 전혜린의 이야기

작가 정도상은『그 여자 전혜린』에서 전혜린이 그토록 갈구했던 ‘소설쓰기’에 대한 염원을 액자소설 형식으로 풀어냈다. 『그 여자 전혜린』은 현실과 허구가 교차하고, 실재와 상상이 어우러진 새로운 세계를 쌓아 올린다. ‘혜린’이라는 인물은 실제 전혜린을 대상으로 했으며, 그가 쓰는 소설의 주인공 '영채'는 혜린의 또 다른 분신이다. 실존인물인 전혜린을 주인공으로 쓰면서 3인칭의 비교적 객관적인 서술을 통해 일정한 거리를 두는 대신, 그녀가 작품 속에서 쓰는 소설은 1인칭 시점으로 씌어져 숨겨진 감정들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한때 나를 천재라고 불렀다. 남학생들도 들어가기 힘들다는 서울 법대에 당당하게 합격했을 때부터 붙은 칭호였다. 나는 서울 법대에 단 한 명밖에 없는 여학생이었다. 공부를 하는 거라면 자신이 만만했다. 나는 천재가 되고 싶었지만 천재는 아니었다. 천재는 바보처럼 무모해야만 했다. 자신과 세계를 향해 무모하게 돌진하고, 모든 불가능의 벽을 억척스럽게 넘고, 자유로운 상상과 심연보다 깊은 사색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이 천재였다. 다른 사람이 창조한 글이나 사물을 연구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사람이나 남들보다 공부를 잘해 수석으로 입학하고 졸업했다고 천재는 분명 아니었다. 천재가 위대한 것은 새로운 세계의 창조에 있다고 나는 믿었다. -『그 여자 전혜린』 다섯. 순수한 환희도 순수한 절망도 없이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빨리 태어나버린 그는 원하지 않았던 딸, 아내, 어머니의 이름을 부여받았지만 끝까지 거부하고자 했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인식을 갈망했고 창작을 염원했다. 하지만 작가 정도상의 말처럼 천재가 아닌 '천재적'이라는 수사로만 남게 된 전혜린은 불행했다.

현재 처해 있는 조건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다는 건 비극이었다. 그것은 현실의 조건을 무시하지 못하는 비극이었지만 본질적인 것은 아니었다. 사랑의 비극은 사랑 그 자체에 존재하는 거였다. '사랑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 라고 혜린은 묻고 싶었다. 간절히 구원받고 싶었다. -『그 여자 전혜린』 넷. 구원과 몰락 사이에서

창작에 대한 열망과 함께 남편과의 불편한 관계와 대비되는 장 아제베도에 대한 혜린의 사랑은 소설에서 또 다른 감정 선을 구축한다. 다른 남자를 향한 유부녀의 사랑은 사회적 금기에 대한 도전이면서 자신의 운명에 대한 저항이었다. 하지만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던 사랑은 혜린에게 구원도, 위안도 될 수 없었다. 소설 속 영채는 장 아제베도를 닮은 ‘문철’이라는 인물을 사랑하면서 혜린의 이룰 수 없는 열망을 고스란히 물려받는다.

나는 그게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 사람이 완전히 고독하게 앉아서 결코 다시는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영원히‥‥‥ 다시는 한 사람과 만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아는 것이 지옥이다. -『그 여자 전혜린』 넷. 구원과 몰락 사이에서

아버지를 거역할 수도, 남편을 거부할 수도 없던 영채에게 사랑은 가질 수 없는 꿈이었다. “사랑의 비극은 사랑 그 자체에 존재”한다는 혜린의 말은, 영채에게 “이 세상에 희극으로 끝난 사랑은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아……. 비극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지.”라며 영원히 혼자일 거라 말하던 집시 여인의 예언으로 이어진다. 문철에 대한 영채의 사랑은 어떤 것도 쉽게 열망할 수 없고 기대할 수 없는 운명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필사적인 몸짓이었다. 영채는 그렇게 구원을 갈망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생명이 유동하는 것이었다. 매일의 삶이 변하고, 어떤 새로운 것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세계가 자아와 합일되는 찰나에 느끼는 충만함이야말로 간절히 갈망하는 대상이었다. 그러나 비참하게도 열망하는 것들을 포기해야 했었다. 아버지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그건 변명에 불과했다. 아버지는 내게 무언가가 되라고 강요했을 뿐이다. 내 열망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굴복한 것은 결국 나 자신이었다. -『그 여자 전혜린』 셋. 취하라, 너희는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인간이란 하나의 상황일 뿐이다‥‥‥. 자신의 직위와 봉급, 자기 일의 성격에 의해 완전히 자신의 정서와 사고까지도 규정지어진‥‥‥.’나는 이런 식의 존재를 원하지 않았다. 상황 속에 규정지어진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상황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존재이기를 갈망해왔다. 그러나 갈망뿐이었고 실천하진 못했다. -『그 여자 전혜린』 다섯. 순수한 환희도 순수한 절망도 없이

영채의 충만한 감성과 빛나는 예지는 생에 대한 환멸과 존재의 상처로 이어졌다. 당대를 너무 앞서 나간 지식인으로, 또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주체적인 여인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갈등과 슬픔은 전쟁이 남긴 폐허와 격동의 세월 속에서 시대의 아픔으로 변주되었다.

사랑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 문철은 기어이 대답을 하지 않고 떠났다. 문철의 대답은 뭐였을까? 그러나 그 대답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문철은 이 세상을 떠났고 나는 여전히 살아 있으니까.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나는 실컷 살지 못했어. 생을 사랑해.’ -『그 여자 전혜린』 여섯. 깊고 깊은 밤, 어두운 정적

영채는 문철을 만나 다시 묻는다. 사랑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냐고. 하지만 문철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자유와 사랑을 갈망하던 영채는 마지막까지 혜린의 현재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한다. 결국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영채의 한계가 소설 밖의 혜린을 자살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 혜린의 절망이 있고 시대의 아픔이 있으며, 사랑하던 문철까지 잃은 영채가 혼자 중얼거리는 ‘생을 사랑해’란 말이 역설적으로 더 큰 공명을 남긴다. 소설 밖의 혜린은 깊고 깊은 밤, 아무도 없는 새벽에 약을 먹고 다시는 깰 수 없는 잠에 빠진다. 혜린은 그렇게 침묵 속으로, 흰 새벽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 대목에서 혜린은 소설 속의 영채와 대비를 이루면서 슬픔을 극대화시킨다.

나는 흰 새벽 속으로. 내 마음을 사랑과 고뇌로부터 순화할 영원한 기쁜 죽음을 향해 출발했다. 나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아마 그것이 더 나을 것이다. 영원히 나는 모든 정다운 것을, 무거운 짐들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마치 쇠줄을 벼리듯 나는 어깨를 추키며 지나간 것들을 내던져야 한다. 그리고 생 앞에―죽음 앞에―놓여있는 하얀 신작로를 보아야 한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여자 전혜린』 에필로그. 몹시 괴로워지거든

전혜린의 삶은 짧았기에 더 애틋한 건지도 모른다. 끝까지 자유롭지 못했던 전혜린의 한계가 사람들에게 역설적으로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게 하고 생에 대한 의지를 불러일으킨다. 그리하여 ‘진정으로 원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이 시대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의 위안이 되고 동경이 되어줄 것이다. 전혜린은 끝내 어떤 소설도 창작하지 못했지만, 그의 전 생애가 한 편의 소설처럼 우리 앞에 남겨졌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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