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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좌파
세 번째 이야기
김규항
리더스하우스 2010.09.15.
베스트
사회 정치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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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괴물 이야기
불편함의 이유는 무엇인가

2005년 8월 - 2006년

나의 문장론
선생님과 사장님
지역 문제
쇼의 정치, 삶의 정치
위대한 기술자
불화
믿음
새로운 파시즘
질문과 답변
운동에 관하여
우상
지식과 교양
‘아이’라 불리는 사람들
세상은 어떻게 나누어지는가
배움
사과
반성문
엄마질 아빠질
‘엄마’라는 이름의 죄인들
영어 풍경
반어법
여자의 적은 여자?
진보 개혁 세력
느리게
싸움과 싸움질
주사파
육체적 생명, 정치적 생명

2007년

이념 흐리기
개념 흐리기
공멸

성인식
광채
품위 전쟁
공부의 내력
민주화 20년, 자본화 20년
떠남
조갑제와 강준만
막내
조화
영혼을 파괴하는 아동문학
우리 안의 천황제
타인의 취향
한 50년쯤 후에
아버지 하느님 엄마 하느님
비판적 지지
고장 난 지성
역사의 터널
비폭력주의

2008년

우리 안의 대운하
- 386에게 보내는 편지
어른들은 왜 그래?
지식인, 야유를 잃어버린 사람들
위기의 순간
진보란 무엇인가
존중과 혐오
우리의 친절한 살인극, 루머
동병상련
촛불과 지식인들 1
- 지성, 작동을 멈추다
촛불과 지식인들 2
-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적敵
촛불과 지식인들 3
- 꿈을 잃어버린 세상의 풍경
프레임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현실의 회복

2009년 - 2010년 3월

사람의 일이란
겸손
행복이란 무엇인가
상식의 이름으로
마몬의 예배당
우리의 아우성
불가사리
바리사이인들
좌파 마초들
나눔의 얼굴
혁명과 영성
쉼 없는 기도
꿈을 잇는 사람들
좌파란 무엇인가
가장 편안하게
그들의 싸움
20 : 9,980
슬픈 한국, 슬픈 김대중
뿌리쳐라
탐욕과 공포
사회 디자인
루저
개털아비의 천국
민주주의의 씨앗
그 아이들은 정말 앞선 것일까
우리의 엘리트
먼 산
좌우분별조차 없는

일기와 단상

2005년 5월
해방의 맛
도리
존재하는 기쁨
바보

연예계
꼭두각시
봉사
외할아버지
밝음
초토화
슬플 때 듣는 음악
스윙걸스
경향
신에 가까운
감사
가을 하늘
정운영
가난해도 잘 살 수 있다
근본주의자
가치
말러
시사 프로
좋은 일
의견
총구
산책
권유
책임감
요다
마법
예수전 1기
막 죽여?
아직은 망가지지 않은
전학
주민등록증
황우석 구하기?
30분
비탄과 골계
내 아이, 우리 아이
징병제, 조종사
노예
부여
강양구
낙타
눈이 열리고 귀가 뚫리는 약간의

2006년
토끼 질문
말았다
밤샘
성장
페르세폴리스
모심
배반포

말들
도인들
임무
브로커
교회인가?
엄마 하느님
대추리, 대추리……
혼쭐
체육부장
수리
언제나 내편
손가락 빨더라도
고음불가
다 컸구나
일대일
우리가 이길거야
능력과 노력?
영철이
종교적?
나를 위해
영성1
양가감정
대화 한 토막
행복한 책읽기
군중
대화
둔한 아비
서양인
지단의 박치기
먹으면 어때
로고, 명상
윤중호
고독
경멸1
등산
기본
문제
제3의 세력
폐교
내 안에
영혼의 말단
영성2
의식을 치르지 않은 용

내 종족
균형과 조화
개혁 한담
동두천, 갈릴리
문학
표현
복福
계급의식
운치
만취
팸플릿
인류의 미래사
돌대가리들
두 집
학교설명회
어머니와 함께 켄 로치를
바꿔 말하기
리틀 윙
향기
이십대라면
신앙1
한대수
먼로의 용기
귀족
최적화
아옌데의 연설
구어口語
표지
생명
덕담

2007년
그러하길
코미디
친절
섬겨라
전태일의 문장
나쁜 놈
철학 없는 인간
문안
문체
설거지
졸업
감기
천사를 죽이다
아침
좋은 어린이책
재개
폭력
출동
마이 앤트 메리 4집
‘하나’님
용기
오만
사형
이해가 돼
검열, 도리
현지
눈물
신앙2
덜탄 빵
스탠스
건달
부디
이태원
주례
세상이 바뀌려면
기도
수련
참게
시어
개만도 못한
안상수의 예수상
경멸2
콧노래 부르며
심정
평범한 훌륭한 사람
아지트
대문호
최성각
케이던스 키트
경제적 착취와 문화적 경멸
신앙3
섬뜩
아이들
경솔
재미있지 않은가?
내 친구 똥퍼
편해문
혜안
역시
최소한
바람
비난적 지지
김우창과 김종철
신기루
고종석

2008년
수묵화
동거
인간에 대한 예의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박홍규
거짓말
사탄
묵상
이원규
탈고
회식
단호하네
고립되지 않는 예술가
달관
무지
해로운 아름다움
골목
부활
해효
선거?
개념
변화
오버
뒷담화
서양식 골계
세미나 참여를 마치며
5년
경성이
좋은 교사
용담정
편안
현정과 홍여사
방랑길
곰치의 예수
광복절
계급 단상
가치
국익
가구
소멸
더 중요한 일
그 사람 그런 사람 아니야

당연히 김진호
가난한 휴머니즘
지성1
개성 구경
BSG
봉투
돌연변이
하일권
최규석
누드 시위
이런 게 좋다
좌파의 주식 투자
들을 귀가 있는 사람
휴……
대학을 가지 않고도
신뢰와 신용
상상동물원
송경동과 이윤엽
풍경과 사람
둥그렁 뎅 둥그렁 뎅
산촌방학

2009년
김단의 여행
좋은 세상
칡즙
싱거운 일
애끓는다
이야기 공부

눈빛
사랑과 평화
내 팔자야
뭉클
칭찬받는 검둥이
하한선
초콜릿
의식 있는 뮤지션
역저
졸업식
편집자의 태도
그 아이들
잠시 멈칫
미각
나사
정태춘
뱅크시의 그림들
힘들다
워낭소리
딸이 찍어준 사진
총을 든 예수
우민
앙꼬
좋은 건
나눔
진정 현실적이어야
공부도 적성이다
영성가의 기본
헛 했군
묵상하고 곱씹어가며
남자들
황석영
아집에 빠진 사람
농촌 공동체의 복원?
무사의 죽음
정중한 침묵을
용서와 기억
환대와 감사
영성3
잘 사시길
감옥
비위가 상한다
계급에 맞으니까
대입 문제
사람의 기본
모욕
똑똑한 사람1
울컥
똑똑한 사람2
사람들은1
사람들은2
들켰네요
내일을 걱정하지 마시오
일반인의 기술 범주
생각하는 힘, 함께 하는 마음
꽃 이름, 나무 이름
지성2
삶의 인문학
구독료는 달라야
덥구나
찜통
구멍
이건희
반두비
어머니, 민주주의
아직
처음 만난 사람들
쓸만큼 썼다는
음모
지지율
100문 100답
종소리
자본의 국적
세션
그 방
한심해라
이미지란
야인
나무 없는 산
간지
88만원세대, 88억세대
돈 장례
생명
아림
평범한 사람
천천히
숨님
길은 복잡하지 않다
트루디

2010년 3월까지
좋은 사람들
폭설
‘현실적’인 것과 현실
강기갑과 이정희
용산 부활도
유시민의 교훈
에피큐리언
삼각
흉기
없구나
렌즈
삼성을 타도하는 방법
약한 모습
트위터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저자 소개 1

KIM, KYU HANG

사회문화 비평가이자 교육운동가. 사람들이 정치나 경제 고민에서 벗어나 저마다의 작은 일상에 골몰하는 세계를 소망한다. 시스템의 본질에 대한 천착, 간결한 문체와 통찰력 있는 문장의 글을 써왔다. 근래에는 저술에 집중하면서 현대예술 분야 사람들과의 협업도 시도한다. 2003년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를 창간, 발행인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예수전》 《B급 좌파》 《혁명노트》 등이 있다. 《자본주의 세미나》는 장기화하고 깊어지는 자본주의 위기를 현상만으로 비판하는 것을 넘어 근본 원인을 성찰한다. 자본주의의 체제 구조 및 작동법칙을 밝혀, 오늘날 역사 속의 한 생산양식
사회문화 비평가이자 교육운동가. 사람들이 정치나 경제 고민에서 벗어나 저마다의 작은 일상에 골몰하는 세계를 소망한다. 시스템의 본질에 대한 천착, 간결한 문체와 통찰력 있는 문장의 글을 써왔다. 근래에는 저술에 집중하면서 현대예술 분야 사람들과의 협업도 시도한다. 2003년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를 창간, 발행인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예수전》 《B급 좌파》 《혁명노트》 등이 있다. 《자본주의 세미나》는 장기화하고 깊어지는 자본주의 위기를 현상만으로 비판하는 것을 넘어 근본 원인을 성찰한다. 자본주의의 체제 구조 및 작동법칙을 밝혀, 오늘날 역사 속의 한 생산양식으로서 자본주의가 늙고 노쇠했음을 드러낸다. 새로운 세계가 생겨나는 이행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변화의 주역은 선구자나 성난 비판자가 아닌, 스스로 사유하는 개인들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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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536쪽 | 750g | 153*224*35mm
ISBN13
9788991760189

책 속으로

행복이란 무엇인가?
얼마 전 우연히 본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나는 참 오랜만에 그 정답을 되새길 수 있었다. 제주도의 해녀할머니들을 그린 다큐멘터리였다. 평생 물질로 살아 온 여든 된 해녀할머니에게 물었다.
“스킨 스쿠버 장비를 사용하면 더 많은 수확을 하실 텐데요?”
“그걸로 하면 한 사람이 100명 하는 일을 할 수 있지.”
“그런데 왜 안 하세요?”
“그렇게 하면 나머지 99명은 어떻게 살라고?”
인류가 생긴 이래,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두 가지 생각이 존재해왔다. 남보다 많이 갖는 게 남보다 앞서는 게 행복이라는 생각, 그리고 그런 걸 오히려 불편해하고 나보다 못한 사람이 눈에 밟혀 더디더라도 함께 가는 게 행복이라는 생각. 앞의 것은 한줌의 지배계급에게, 뒤의 것은 대다수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어져 내려온 생각이다. 인류 역사는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두 가지 생각의 대립이다. ---p.239

개혁은 ‘사악’한 것이다!
오늘 한국 사회가 미궁에 빠지게 된 가장 주요한 원인은 민주화가 실은 자본화(신자유주의화)였다는 것, 그리고 대개의 사람들이 그 점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서, 한국은 민주화를 통해 국가권력이 자본을 거느리는(박정희가 이병철을 거느리는) 지배 체제에서 자본이 국가권력을 거느리는(이건희가 노무현을 거느리는) 지배 체제로 변화했다. 지배 체제 자체는 그대로인데 그 내부 구조가 달라진 것이다. 그런 변화를 우리는 ‘개혁’이라 부른다.
개혁은 폭압적인 군사 파시즘이 더 이상 인민에게 먹혀들지 않게 되었을 때 지배 체제가 내부의 구조를 변화시켜 위기를 넘어서는 방법이다. 개혁은 사악한 것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군사 파시즘에 시달려온, 그래서 군사 파시즘을 타도하는 게 모든 사회운동의 가장 중요한 과제였던 한국에서 그 사악함은 매우 성공적으로 은폐되었다. 선거에서 자유롭게 한 표를 행사하고 대통령을 욕해도 잡아가지 않으며 군인들이 백주대낮에 사람을 때려죽이지 않는 세상은, 인민으로 하여금, 심지어 거개의 인텔리들로 하여금 세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했다. ---p.132

상식의 이름으로
보편적인 상식이란 실은 존재하지 않으며, 삶의 처지에 따라 계급에 따라 상식은 다르다. 심지어 이명박 씨의 몰상식 역시 적어도 그 자신에겐 엄연한 상식이다. 세상은 상식과 몰상식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여러 개의 상식으로 나뉘며, 어떤 세상인가는 결국 어떤 상식이 세상을 지배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날 유행하는 ‘상식의 회복’이라는 말은 정확하게 말해서 이명박 씨가 물러나는 것만으로 충분한 사람들, 생존보다는 정신적 고통과 미감이 문제인 사람들의 상식의 회복인 셈이다.
자신에게나 해당하는 상식을 보편적인 상식인 양 주장하는 건 매우 염치없는 일임에 틀림없지만, 사실 그런 주장은 근대 이후 역사 속에서 단지 정신적 고통이나 미감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차악의 세력이 최악의 세력을 물리치고 세상을 장악하는 데 늘 사용되어왔다. 그 주장은 프랑스 혁명에서 부르주아들이 왕과 귀족으로부터 세상을 빼앗기 위해 인민을 동원할 때 사용되었으며, 김대중 씨가 군사 파시즘 세력으로부터 정권을 빼앗기 위해 수십 년 동안의 민중/노동 운동의 성과를 독식할 때 사용되었으며, 그와 노무현 씨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줄기차게 밀어붙이면서 인민의 시선을 수구 기득권 세력에게 돌리기 위해 사용되었다. ---p.242

직함은 직업이 아닌 신분을 나타낸다
직함은 본디 그 사람의 직업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직업이 아니라 신분을 나타낸다. 그것은 모든 직업에 직함을 붙여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잘 알 수 있다. 이를테면 누구나 변호사나 교수를 ‘아무개 변호사님’ ‘아무개 교수님’이라고 부르지만, 누구도 환경미화원이나 농민을 ‘아무개 환경미화원님’ ‘아무개 농부님’이라 부르지 않는다. 알고 보면 직함을 붙여 부르는 직업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중략)
근래 한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직함은 슬프게도 ‘사장님’이다. 언젠가부터 카센터에서든 식당에서든 손님에게 사장님 혹은 사모님이라 부르는 게 유행이 되었다. 사람을 실없이 치켜세우는 그 직함은 오늘 우리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다. “부자 되세요”가 최상의 덕담이 되는 사회는 말이다. 요컨대 민주화의 성과가 자본의 차지가 되고 모든 사람들이 장사꾼의 심성을 가지게 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인격체가 아니라 거래처로 파악하는 것이다. ---p.20

가난은 진정 수치스러운 것인가?
가난보다 더 심각한 위기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의 품위를 잊어버리는 것이다. 가난은 수치스러운 것인가? 아니다. 가난은 불편하고 때론 참으캷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적어도 부유보다는 정당하고 품위 있는 삶의 방식이다.
가난은 적게 소유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몫을 늘이는 보다 정당한 삶이며, 적은 땅을 사용하고 적게 소비하고 적게 태움으로써 파괴되어가는 지구에 생명의 도리를 다하는 보다 품위 있는 삶이다. 품위마저 사들인 부자들은 세상에서 가난의 품위라는 것을 도려내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바야흐로 품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 전쟁에서 질 때, 그래서 아이들이 가난하지만 정직하게 땀 흘리며 살아가는 제 아비 어미를 수치스러워하게 될 때 우리 삶도 끝장이기 때문이다.---p.119

현장에서 벗어난 비폭력주의는 폭력주의자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세상에 모든 폭력주의자들은 비폭력주의자다. 다들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폭력을 사용한다고 말할 뿐이다. 이를테면 지금 지구를 대표하는 폭력주의자라 할 부시도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폭력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그저 “폭력은 나쁘다”라고 말하는 건 하나마나한 일이다. 어떤 폭력주의자도 이미 그렇게 말하고 있다.
진정한 비폭력주의는 ‘현장’에서만 주장될 수 있다. 진정한 비폭력주의는 일 년 내내 뺨 한 번 맞을 일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긋이 눈을 내려 깔고 설파하는 게 아니라, 폭력의 현장에서 그 폭력에 함께 노출된 사람들만이, 분노와 원한을 넘어 이루는 숭고한 경지다. 역사 속에서 위대한 비폭력주의자들이 반드시 폭력에 희생당한 건 그래서다. 목숨이 위협당하고 있지 않다면 진정한 비폭력주의자가 아니다.
현장에서 벗어난, 현장을 구경하고 논평하는 비폭력주의는 폭력주의자들(역시 비폭력주의자인)의 가장 중요한 후원자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게릴라나 똑같아!”라는 말은 이스라엘 극우세력을 향한 가장 흐뭇한 선물이자, 미사일에 맞아 찢겨진 새끼를 부둥켜 않고 오열하는 가난한 팔레스타인 어미의 가슴에 꽂는 더 끔찍한 미사일이다.
폭력의 실체는 폭력 자체가 아니라 ‘이해관계’다. 폭력은 강자가 약자를 상대로 제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한 가장 분명한 수단이다. 폭력의 목적은 폭력이 아니라 ‘빼앗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극악한 폭력은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빼앗는 것’이다. 그런 폭력은 폭력적으로 보이기는커녕 이런저런 명분과 대중 조작으로 아름답게 포장된다. 애석하게도 모든 순진한 비폭력주의가 그 포장지 노릇을 한다.

---p.408

출판사 리뷰

돈과 물신주의에 빠진 한국사회의 모습을
한 우직한 좌파 지식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책


부조리한 세상과 끊임없이 악전고투하는 좌파 지식인 김규항의 세 번째 칼럼집이 5년 만에 출간되었다. 그를 가리키는 대표적인 별칭이자 그의 첫 저작의 제호와 동명인 이 책은, 2005년 여름부터 2010년 봄까지 블로그 규항넷을 비롯해 「한겨레」, 「프레시안」, 「시사저널」, 「보그」등에 기고해 온 글모음집이다.

한국사회의 정치와 문화, 교육과 노동, 종교에 이르기까지 날카롭고 섬세한 시선으로 가장 본질적인 지점을 꿰뚫는 그의 글은, 시대상황에 앞서 있으면서 어김없이 정확하게 현실로 확인되곤 한다. 이것은 그에게 어떤 예지적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가 운동을 시작하고 사회적 글쓰기를 해온 지금까지 옳고 그름에 대한 철학과 성찰을 변함없이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그 주기를 더욱 촘촘히 하면서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지만 성찰이 없는 대다수의 지식인들은 이를 간과하며 순간순간 발생하는 일들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이 책은 지난 5년 동안 한국사회의 모습을, 한 우직한 좌파 지식인의 일관된 시선으로 정직하게 기록한 한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책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우리가 더 이상 기억하려 하지 않는 지난 ‘5년’이라는 시기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성찰적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그 5년 동안 개인으로서의 ‘나’를 너머 ‘사회인’으로서의 내 모습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한국사회에서 잊고 살아서는 안 되는 것들

지난 5년의 세월동안 아니 그 훨씬 이전부터 줄곧, 김규항은 ‘계급’, ‘진보’, ‘영성’과 같은 개념들을 설파해왔다. 김규항은 이들 개념이야말로 한국사회의 간이나 콩팥에 해당되는, 결코 잊고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나 다른 개념들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계급’이라니! 지금이 무슨 80년대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그중에서도 특히 지식인이라 불리는 인텔리들이 ‘계급’이라는 말에 손 사례를 친다. 계급 운운하는 것은 20년 전 마르크스나 트로츠키의 저작에 지적 희열을 느끼던 자신들의 청년시절에나 어울리는 구시대적 행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어처구니없게도 독재자의 딸까지도 입에 올리는 ‘양극화’라는 말에는 특별히 불편해하지 않는다. 계급 간의 차이가 더욱 커진다는 다른 표현이 이른바 ‘양극화’이건만, 결국 신자유주의 정권의 ‘개념 흐리기’ 술수에 자칭 지식인이라 여기는 그들은 속수무책인 것이다.
(시기적으로 구성된 이 책의 시작 부분인) 2005년 여름, 신자유주의화의 화룡점정(畵龍點睛)에 해당되는 한미 FTA가 본격화 되면서 이에 반대하던 전용철, 홍덕표 2명의 농민이 숨을 거두었다. 협상이 타결된 2007년에는 허세욱 열사의 분신마저 조용히 묻히고 말았다. 김규항은 묻는다. 협상 타결 이후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이들의 죽음을 담보할만큼 한국사회는 먹고 살만해졌는가? 그토록 모두가 바라는 복지국가가 되었는가? 물론 이에 대한 대답은 공허할 뿐이다. 협상의 최대 수혜자인 삼성전자 같은 몇몇 재벌기업의 천문학적 영업이익만이 발표되었을 뿐 대부분 사람들의 먹고 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의 파시즘을 부추긴 가짜 진보 세력과
유약한 책상물림 지식인들을 고발하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화에 편승해 한국사회를 자본의 계급사회로 완성한 최고 실무자는 누구인가?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진보’ 세력이라 착각하고 있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만든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분명히 정치적 민주화에선 보수가 아니지만, 사회경제적인 정체성에서는 보수와 별반 다르지 않는 ‘개혁’ 세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진보’라 믿고 있는, 심지어 수구 세력으로부터 좌파 빨갱이라고 공격당하는 그들은, 실은 거대 자본에 휘둘리는 ‘가짜 진보’, ‘가짜 좌파’였던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좌파적’ 이미지는 인민들로부터 ‘진보적’인 뉘앙스를 얻어내는 정략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기득권 저편에서 정직하게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진정한 좌파들은 이들 가짜 좌파와 함께 매도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민주화 성과에 터 잡아 자신들만이 민주주의의 적자인양 인민들을 호도하며 권력에 기생하고 있다.

김규항의 칼끝은 가짜 좌파인 개혁 세력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그의 글은 자신을 포함한 한국사회의 지식인들에 관한 것이 많다. 대규모 군중의 출현에 특히 일희일비하는 한국사회의 지식인들은, 김규항의 눈에는 여전히 유약한 책상물림일 뿐이다. 3000명이 넘는 규모의 자이툰 부대가 미국의 침략전쟁을 도우러 파병되었을 때도, 평택 대추리에서 미군부대 이전으로 ? 땅을 잃은 농민들이 600일이 넘는 긴 투쟁에 들어갔을 때도, 한미 FTA와의 길고 험난했던 싸움에서도, 심지어 용산 참사 현장에도 지식인들은 없었다. 그들은 늘 그래왔듯 저마다 모니터 앞에 앉자 키보드만 두드리고 있었다.

그나마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던 2008년 봄 촛불 시위에서도 그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반대’를 외치고 ‘모든 게 이명박 때문’이라고 외칠 때, 지식인들은 ‘문제의 본질은 미국산 쇠고기나 이명박이 아니라 신자유주의’라고 광장의 인민들을 설득했어야 했다. 더 나아가 “모두가 욕하는 이명박은 결국 그 모두가 민주적 절차로 뽑은 대통령이지 않는가”라고 반문했어야 했다. 또 촛불의 열기에 저마다 투사가 되어 싸우고 있지만, 여전히 제 자식만큼은 이명박처럼 초일류기업의 CEO가 되거나 높은 공직자가 되기를 바라는, 이미 제 스스로 신자유주의의 괴물이 되어버린 자신의 내면을 아프게 ‘성찰’할 것을 간곡히 말했어야 했다.

예수의 삶을 통해 혁명성과 영성의 조화를 피력한 김규항은, 여기서 ‘영성’이란 단지 종교적인 개념에 머물지 않고 개개인의 내면에 작용하면서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모여 한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말한다. 결국 영성이, 성찰이 결핍한 혁명은, 그것이 아무리 거대하다 할지라도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머물고 만다는 사실을, 김규항은 갈파하고 있는 것이다.

희망의 이름으로 미친 세상의 물길을 돌리다

1998년경 김규항이 제도지면에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주요 소재로 삼은 것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 그 중에서도 특히 그의 두 아이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그가 아이 이야기를 쓰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아이하고 있었던 일들을 소재로 글을 쓰면서 자신의 사회적 견해를 밝히면 그 사회적 견해가 그의 일상을 다시 거꾸로 검증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결부 지어 어떤 이야기를 해놓고선 그 이야기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가 글쓰기를 통해 밝히듯 그의 두 아이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그의 진정한 스승으로써, 자신의 글과 삶을 일치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김규항이 아이들에게 쏟는 관심은 매우 각별하다. 그는 이 사회를 변하게 할 수 있는 희망이야말로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이라고 믿는다. 그의 사회적 활동이 아이들을 위한 교육운동으로 모아지고 있는 바, 그 중심에는 그가 발행인 역할을 하는 「고래가 그랬어」가 있다. 「고래가 그랬어」는 경쟁만 일삼는 상품으로 키워지는 한국의 아이들을 응원하는 어린이 교양지이다. 2004년 처음 발행된 「고래가 그랬어」는 어느덧 고래를 읽으며 자란 아이들이 스무 살 성인이 되었을 정도로 묵묵히 제 역할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교육운동가로서의 활동에 여념 없는 김규항의 글에는 한국사회의 교육문제가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신자유주의화 이후 자본의 악령이 아이들에게까지 퍼져 가고 있는 요즈음, 자본의 악령의 전도사는 다름 아닌 아이들의 부모들이라며, 김규항은 개탄해 한다.

「고래가 그랬어」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직업은 대략 1만 개가량 되지만 실제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바라는 직업은 의사, 판·검사, 변호사, 교수, PD 해서 20개 정도다. 즉, 대부분의 아이들은 1만개의 직업 가운데 9,980개의 직업을 갖게 되는 게 현실인데,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20개의 직업 안에 들기 위해 올인 한다슴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부모들은 한국사회에서 20개 남짓한 돈 잘 벌리는 직업에 아이들을 몰아넣기 위해 일생을 바친다. 물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그리고 9,980개의 직업을 갖게 된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이 성공하지 못한 무능력한 사람이란 생각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김규항은 이처럼 자본의 경쟁에 아이들까지 밀어 넣는 미친 사회의 미래는 결국 ‘공멸’ 뿐이라고 설파한다. 그의 앞선 견해가 언제나처럼 정확한 현실로 확인될 것인가? 그러나 그는 그 물길을 돌리기 위해 이 순간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좌파로 산다는 것

사람들은 김규항을 대단한 금욕주의자 내지는 매사 비판적인 지사형 독설가로 오해한다. 심지어 그의 아이들은 좌파 가족답게 어떤 희생 같은 것을 감수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규항과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에 의하면, 그처럼 편안하게 지내는 사람이 이 복잡한 세상에 또 있을까, 라며 반문한다. 또 그의 아이들만큼 부모로부터 존중심을 받으며 자유롭게 지내는 아이들이 있을까, 라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직접 밝히고 있듯이 김규항은 굳은 표정의 지사적 인간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는 한국의 어떤 아저씨보다도 아이들과 복닥거리며 이야기하길 좋아하고, 동네 친구들과 자전거 타길 즐기며, 또 어렸을 때부터 록 드러머를 ?꿔온 흥겨운 퍼커셔니스트다. 또 제 집 한 채 없이 파주 끝자락에서 월세살이 하는 것에 불편해 하기는커녕 정신적인 여유와 낭만을 잃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그는 두 아이와의 오랜 대화를 통해 대학 진학을 포함한 모든 진로를 아이들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그와 아내는 그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 즉, 대학은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 아니라 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아이들의 견해를 존중하며 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 책에 일러스트를 그린 그의 딸 김단은 만화가를 꿈꾸며, 그의 아들 김건은 기타리스트가 꿈이다.

한편, 김규항은 좌파적 스타일은 확실히 대중적 소구력을 잃었다고 말한다. 아마도 그가 말한 대중적 소구력을 잃은 좌파적 스타일이란 경직된 지사형 인간으로 오해받는 그러한 스타일을 말하는 것일 게다. 그래서 좌파들은 ‘유연한 좌파’, ‘쿨한 좌파’, ‘상식적인 좌파’가 되어야 한다고 충고를 듣곤 한다. 김규항은 그러한 충고를 존중하지만, 그런 충고가 대중적인 소구력을 회복하기 위한 스타일의 변화를 넘어 좌파의 정체성을 흐트러뜨리는 일로 변질되는 것 또한 경계한다. 지금 한국사회는 개혁 세력이 진보 세력으로 둔갑하고, 자유주의 우파가 좌파로 여겨지면서 좌파의 정체성이 한껏 모호해져 있기 때문이다.
김규항이 좌파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편안함을 유지하는 것은, 그의 삶에 자본의 악령이 들어오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으면서도 정신적 품위를 잃지 않고 살기 때문이다. 그는 좌파의 소임을 “자신의 양심에 그치지 않고, 다른 이의 양심까지 지켜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삶에는 항상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가 있고, 그의 글에는 세상의 음지에서 사람대접 받지 못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와 존중심이 담겨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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