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책 머리에 : 고맙고 고맙다
1장. 빈식 진달래꽃/술지게미/깡통소고기/개떡/우유 떡/꿀꿀이죽/자장면/국화빵/해무꼬/장아찌/생무/ 배추뿌리/조청/개구리/제비/참새/약병아리/산가재/다슬기국/모래무지/말 2장. 채식 보리밥/쌀밥/못밥/무밥/김밥/곤드레밥/시금장/잔치국수/수제비/쌈/상추쌈/호박/열무김치/ 콩잎김치/콩나물횟집/시래기/씨락국/감자/들깨 송아리 부각/홍옥냉채/수박/복숭아/감/ 송이/마재기/우무/막걸리/연엽주/청주 3장. 육식 피라미·하나/피라미·둘/피라미·셋/피라미·넷/피라미·다섯/뱀장어/붕어/민물 새우/ 민물고기 조림/논고동/아지/돔배기/고갈비/뱅어포/은어·하나/은어·둘/갈치구이/생선회/ 참조기찌개/명태/민어/해삼밥/홍합밥과 청각냉국/닭죽/개장국/소고깃국/소고기 곰국 |
구활의 다른 상품
|
우리도 옛날에는 씨눈이 붙어 있는 현미에 가까운 쌀을 먹었으며, 보리를 도정할 때 나오는 보릿겨로 개떡을 쪄 먹고, 시래기를 삶아 국과 찬을 만들어 먹을 땐 당뇨, 대장암 같은 성인병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씨눈 없는 흰쌀과 패스트푸드 유전자 변이 식품을 상식하고 있으니 비만 환자와 각종 암환자가 병원마다 넘쳐난다.
우리 식생활을 옛날로 돌릴 수는 없을까. 과거로의 회귀가 불가능하다면 농약, 방부제, 향료, 인공색소에서 다소나마 해방되고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을 줄이는 동시에 햇볕을 쬔 제철 음식의 비중을 높인다면 질병 천국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 菜食 ‘시래기’ 중에서 고향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먼 곳에 있다 해도 미각으로나마 그리운 그곳을 느낄 수 있다면 이 도시에서 늙어도 좋으리라. 그러나 도시의 어느 하나도 고향의 그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없으니 더는 서성대지 말고 돌아가야 하리라. 사람들이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라고 해도 나는 돌아가리라. 반드시 돌아가고야 말리라. --- 菜食 ‘복숭아’ 중에서 |
|
죽어도 못 잊을 어머니 손맛
2010년 〈매일신문〉에 ‘구활의 고향의 맛’이라는 칼럼을 연재하는 필자가 미발표 원고를 포함하여 출간한 음식 에세이. 빈식, 채식, 육식의 3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필자는 이제 세상에 없는 어머니의 손맛처럼 그립고 안타까운 77가지 음식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산과 들과 내에 나가 놀면서 손에 잡히는 대로 조리해 먹었던 꿀맛 같던 음식들, 수년간 주간지에서 와일드 쿠깅(wild cooking)을 취재·소개한 전문 기자답게 채소류와 육류 재료를 더욱 맛있게 조리, 요리해 먹는 방법도 소개한다. 때로 뭉클하고, 때로 웃음을 자아내는 음식 관련 일화들이 필자가 직접 그린 오밀조밀한 삽화만큼이나 읽는 맛을 돋운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시절의 음식들 청상과부가 된 어머니. 올망졸망 다섯 자녀를 먹여 살리느라 동이 트기도 전에 밭으로 나가시던 어머니의 애타는 마음도 모르고, 철부지 활이는 헤진 고무신짝을 끌고 강으로 산으로 쏘다니기 바쁘다. 가재, 피라미, 모래무지도 잡아먹고, 개구리, 논고동, 다슬기도 잡아먹는다. 수박, 복숭아, 감자 서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참 먹성 좋은 학창 시절엔 꿀꿀이죽 한 그릇, 국화빵 몇 개가 그토록 사먹고 싶어 ‘영한사전’을 사야 한다며 어머니에게서 돈을 타내자마자, 이번에는 ‘콘사이스’를 사야 한다고 또 돈을 타낸다. 나중엔 ‘피타고라스 정리’도 ‘인수분해’도 모두 책의 제목이 되어 가난한 어머니의 주머니를 홀쭉하게 만든다. 철없는 활이의 잔꾀를 어머니는 모르고 계셨을까. 중학 입시를 치르고 어머니와 들렀던 시장 안 곰국 집. 곰국을 달랑 한 그릇만 시키신 어머니 자신은 맨밥만 몇 술 뜨다 말고 숟가락을 놓으신다. 보다 못한 곰국 집 주인은 국물에 밥을 한 술 더 말아 어머니에게 내밀며 어머니의 가난을 위로한다. 걸신들린 듯이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던 활이도 모진 가난에 가슴에 상처를 받아 그날 이후로 다시는 곰국을 먹지 않는다. 진달래꽃도 식량이 되었던 궁핍했던 시절, 활이 오빠에게 먹을거리로 진달래꽃을 주려고 수줍게 사립문을 열고 들어서던 옆집 태분이, 주린 배를 달래느라 술 지게미를 얻어먹고 취해 자주 쓰러지던 나뿐이, 양공주 누나 때문에 따돌림당하지 않으려고 미군 시레이션을 들고 나와 또래에게 돌리던 히데오… 가난했던 필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가난한 음식에 얹혀 감동적으로 들려온다. 그러나 필자는 어린 시절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처럼 남았을 뿐, 결코 불행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내 어린 날은 궁핍과 허기의 연속이었지만 가난이 웃음까지 앗아가지는 않았다. 행과 불행은 재물의 과다가 아닌 기쁨의 유무로 결정된다면 웃음은 행복열차의 출발점에서 울리는 팡파르에 다름 아니리라. 우리 집은 가난했지만 행복했고 웃음소리가 호박을 업고 있는 낮은 돌담을 넘어 고샅에 깔렸다.” 진정한 미식가는 비싼 음식을 찾지 않는다 가난이 준 선물일까. 어린 시절부터 먹어보지 않은 것이 없고, 늘 먹을거리를 탐내던 필자는 음식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지니게 되었다. 쌈을 제대로 먹는 법을 알게 되었고, 최고의 홍합밥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배웠으며. 들깨 송아리 부각의 참맛도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 시금장, 마재기, 돔베기, 고갈비, 아지, 홍옥냉채 등 일반인이 흔히 접하지 못하는 음식의 고유한 맛도 감별하게 되었다. 좋은 식재료를 구하는 법, 같은 재료를 가지고 더 맛있게 먹는 법을 터득했고, 음식을 언제 어떻게 무엇과 함께 먹어야 음식의 진정한 제맛을 즐길 수 있는지도 배웠다. 식사를 그림 그리는 행위에 비유한다면, 필자는 보통 사람보다 월등히 풍부한 미각의 팔레트를 지녔으니 같은 음식을 먹어도 더 세밀하고 인상 깊은 그림을 그리는 셈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바닷가재를 먹을 때마다 산 가재 숯불구이 먹을 날만 고대하는 필자는 미식이 결코 음식의 가격에 달린 것이 아님을 역설한다. 그리고 거의 편집에 가까운 필자의 고향 음식 사랑에는 늘 휴머니즘이 깔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