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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서문
1. ‘밥’사진론 사진에 관한 토막 글 그림 같은 사진, 사진 같은 그림 한국사진의 미래 보이지 않는 삶까지 직시한다? 현대 사진예술의 변모 사진의 회화성과 사실성 사진, 무엇을 위한 것인가 2. 나의 사진, 그들의 사진 시간과 겨루기에서 슬프지 않은 것은 없다 서른 해 동안, 이 땅은 소용돌이치는 바다가 되었다 그곳들은 아직도 그윽하다 나는 끝내 돌부처의 본디 모습을 알아내지 못했다 운명과 인식 넋이야 신이야 산골 물소리에서 소리 죽은 강까지 보고 읽는 책 ‘매의 눈’으로 포획한 ‘결정적 순간들’ 사진이 무엇인지, 사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유로운 영혼에 기대서 도사와 또라이 정범태의 사진과 의식 짧은 글에, 긴 주석 3. 사진 찾아 떠돌며 길에서 길을 잃다 어디에 누울 것인가 ‘철없는’ 자동차, ‘거만한’ 보행자 카메라를 든 건달 생각하는 예술, 느끼는 예술 ‘해체’에 휘둘리는 사진 이력서 한 줄의 노예들 청개구리 사진가 작가 증명서 쫓겨나는 한글 작품 이름 달기의 한계 표준렌즈 없는 세상 아첨하는 사진들 디지털이 몰아낸 장인 솜씨 한 눈으로 세상 보기 백예순세 살짜리 거대한 아이 사진 느낌 서로 다른 이유 ‘프리’, 끝까지 지키려면 4. 이런 글, 저런 사진 개와 사람 그 다음 불의 역사 바람 속의 낮은 목소리 프로필과 얼굴 사진을 대신하는 글 몇 줄 빛바랜 사진 몇 장 한창기 사진 5. 대담·인터뷰·토론 쌀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요리는 밥이다 근본적으로 작가는 외톨이여야 한다 토론: 사진가 강운구와의 대화 저자 후기 수록문 출처 찾아보기 |
姜運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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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본령은 사실적 기록에 있다" ― 사진가가 쓴 사진론
가장 한국적인 질감의 사진을 남기는 사진가 강운구(1941- )가 197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여러 지면들에 발표했던 사진 관계 글들을 묶은 『강운구 사진론』을 선보인다. 사진가가 '사진집'이 아닌 '사진론'을 출판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1960년대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한 그가 본격적인 사진 공부를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였는데, 당시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는 외국의 사진이론서들을 어렵게 구해 독학으로 공부했고, 그 과정에서 사진이란 무엇인지, 사진의 본령은 무엇인지 탐구해 나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가 다다른 것은 사진의 '기록성'과 '사실성'이었다. '사진이란 기록하는 것'이며 '사진의 본령은 사실적 기록에 있다'는 당연한 명제를,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사진작업의 뿌리로 깊이 내려, 흔들림 없이 담담하게 걸어왔다. 이 책에는 사진에 관한 이와 같은 그의 굳은 믿음들이 담겨 있다. 더불어 사진 찾아 떠돌며 마주친 이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따듯한 애정, 자신의 사진작업에 관한 고백과 성찰, 다른 사진가들에 관한 평, 그리고 그의 말이 담긴 대담· 인터뷰·토론까지 다 실려 있다. "밥 그릇에 담겼다고 무엇이나 밥인가" ― 강운구의 '밥' 사진론 "이 땅에서는 '회화로서의 사진'이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사진으로, 새로운 사진으로 폭넓게 퍼졌다. 그것은 축복이자 재앙이었다. 아무리 카메라로 찍고 인화지 위에 그 이미지를 정착시켰다 하더라도 그것의 정체가 수상하다면, 밥그릇에 담겼다고 해서 무엇이나 다 밥은 아닌 것처럼, 본디 사진이라고 할 수 없다." ― 「사진에 관한 토막 글」, p.14 그는 특유의 '밥' 사진론으로 우리 사진계를 매섭게 질타했다. 예술장르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사진은 회화적 경향으로 회화는 사진적 경향으로 서로의 담을 넘었는데, 자기가 하는 것이 밥인지 죽인지도 모르면서 하는, 심지어는 죽도 밥도 아닌 '작품'을 하는 우리의 사진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그의 주장은, 요컨대 '밥인지 죽인지는 알고나 하자' 이다. 쌀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요리는 밥이라며 자신의 '밥' 사진론을 펴는 그는, 그리하여 사진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실적 기록으로 우리 땅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꾸준히 탐구했다. 반면, 사진을 인위적으로 가공하거나, 다른 매체와 결합하거나 덧대거나, 자르거나 찢거나 하는 예술을 외국에서는 사진가가 아닌 '아티스트' 라는 이름의 예술가들이 했는데, 문제는 우리의 경우 사진가들이 점차 이런 경향으로 기울고 있으며, 이러한 작품을 새로운 사진작업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본질적인 의미에서는 이는 사진이 아니라 사진매체를 응용한 '종합예술'이라 불러야 마땅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거두절미하고 사물의 핵심을 파고들어 가는 문장 ― 사진가의 글쓰기 "그때 그날 설핏하게 기울던 해가 낮게 깔린 구름 속으로 잠겼을 때, 느닷없이 장난처럼 함박눈이 쏟아져 내렸다. 궁핍하던 시대의 궁핍하던 사람들이 짓던 이 넉넉한 표정과 분위기는 도무지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이윽고 흰 눈에 잿빛이 묻어 내리자 마을은 어둠에 잠겼다. 춥고 기나길던 겨울이었다." ― 「사진과 겨루기에서 슬프지 않은 것은 없다」, p.90 강운구는 사진작품 못지않게 글 잘 쓰는 사진가로도 유명하다. 그의 사진산문집 『시간의 빛』(2004)과 『자연기행』(2008) 등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지만, 그는 이미 1970년대부터 『뿌리 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에 사진과 글을 실으면서 많은 산문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두절미하고 사물의 핵심을 파고들어 가는 문장, 군더더기 없는 명징한 문장, 그리고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이 돋보이는 세련된 문장을 선보였다. 이 책에 담긴 여러 산문들에서 이러한 그의 문장들을 우리는 만날 수 있는데, 한 사진가가 자신의 작업을 사진으로뿐만 아니라 글로써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한편, 그는 홍순태, 한정식, 육명심, 주명덕, 정범태, 이갑철 등 다른 사진가의 작업이나 전시회에 대한 평문도 적지 않게 발표했는데, 그는 여느 비평가들과는 달리 어려운 철학이론이나 미학개념을 끌어들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가장 쉬운 언어와 가장 명징한 논리로 그네들의 작품을 비평했다. 비판의 지점, 찬사의 지점을 분명한 논리로 명확히 평가하고 있는 그의 평문들은,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런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며, 어찌 보면 새로운 비평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을 모두 '사진론'이라 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벼운 산문에도 저자의 사진에 관한 중요하고 날카로운 '론들은 담겨 있다. 특히 그의 목소리를 담은 마지막 장 '대담 · 인터뷰 · 토론'에는 글은 아니지만 그의 '론'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대목들을 접할 수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전문가든 일반인이든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쉽게 씌어진 글들 속에서 우리는 '굵직한' 강운구의 사진 '론' 을 만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