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마 터치, 크레마원 기본뷰어 이용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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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 체포 … 007
Ch2. 이석훈의 선택 … 043 Ch3. 수료 … 065 Ch4. 이사 … 101 Ch5. 부임 … 129 Ch6. 회식 … 155 Ch7. 화월루 … 185 Ch8. 근무 시작 그리고 노인 … 219 Ch9. 부족함 … 249 Ch10. 적의 적 … 277 Ch11. 견학 … 303 Ch12. 의뢰 … 321 Ch13. 김재학 … 3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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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학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문득 하나의 명언을 떠올렸다.
‘민주주의가 위대한 것은 모든 유권자에게 어리석은 선택을 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아트 스펜더의 말이었다. ‘다시 한 번 어리석은 선택을 종용하는구나.’ 고민을 하던 김재학은 결심을 굳혔다. 어차피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 자신의 손과 입김이 닿는 인물이 낫다고. “정훈아.” “네, 어르신.” “기억해야 할 한 가지 말과 해 줘야 할 한 가지 일이 있네.” “말씀하십시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심정훈의 대답이었다. 해 줘야 할 일이라는 것에 부담을 가질 법도 했지만 심정훈은 개의치 않았다. 김재학의 성정을 알기에 그 일이 개인의 사사로운 영리와 관계된 일이 아닐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항상 기억하게. 프랭클린 P. 아담스는 이렇게 말을 했네.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다른 입후보자에게 반대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라고 말일세.” 심정훈이 당선이 되더라도 결코 자신이 잘나서가 아님을 알라는 뼈 있는 일침이었다. “항상…… 새기겠습니다.” 김재학의 영향력을 알면서도 쉽사리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불편하기 때문에. 듣기엔 옳은 말이지만, 그렇기에 들으면 불편하게 와 닿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김재학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있어선 불편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심정훈 후보자.” 김재학의 호칭이 변했다. 그 뜻을 알아들은 심정훈의 낯빛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네! 어르신!” 앉은 자리에서 꾸벅 숙이며 감읍하는 심정훈이었다. “김 모가 자네를 믿어 보겠네.” 단순한 한마디였지만 심정훈은 마치 청와대로 이사를 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대답을 하던 심정훈은 김재학의 말에서 빠진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르신, 제가 해야 될 일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당선되시거든 잊지 말고 조용히 한번 들르시게나.” “네, 그리하겠습니다.” 심정훈에게 있어선 기분 좋은, 하지만 김재학에겐 태극기를 여러 번 반복해서 보게 만드는 대화가 끝이 났다. 심정훈이 돌아가고 홀로 남은 김재학은 자신의 책상에 앉아 먹을 갈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김재학은 화선지에 붓을 가져갔다. 평소 즐겨 치던 난이나 한자들이 아니었다. Politics. 서예로 쓰기엔 어색해 보이는 정치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였다. 김재학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쓴 글자를 계속해서 들여다보았다. 순간 김재학은 얼굴을 찡그리며 화선지의 중앙을 양손으로 잡았다. 찌익. 결대로 길게 찢어지기 시작한 화선지. 덩달아 글자도 나뉘었다. ‘Poli’와 ‘tics’. 그리스어로 피 빨아먹는 벼룩이란 뜻이 된다. 심정훈의 뒤에 서기로 한 이상 자신도 다시금 그런 부류가 되었음을 되새기는 것이었다. ‘벼룩. 또 무언가를 빨겠지. 하지만 이번엔 피가 아니라 고름이 될 것이야.’ 김재학에겐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그에 필요한 생각들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흠…….’ 우연일까? 김재학의 머릿속엔 자신을 정민철이라 소개한 청년의 모습이 떠오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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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학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문득 하나의 명언을 떠올렸다.
‘민주주의가 위대한 것은 모든 유권자에게 어리석은 선택을 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아트 스펜더의 말이었다. ‘다시 한 번 어리석은 선택을 종용하는구나.’ 고민을 하던 김재학은 결심을 굳혔다. 어차피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 자신의 손과 입김이 닿는 인물이 낫다고. “정훈아.” “네, 어르신.” “기억해야 할 한 가지 말과 해 줘야 할 한 가지 일이 있네.” “말씀하십시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심정훈의 대답이었다. 해 줘야 할 일이라는 것에 부담을 가질 법도 했지만 심정훈은 개의치 않았다. 김재학의 성정을 알기에 그 일이 개인의 사사로운 영리와 관계된 일이 아닐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항상 기억하게. 프랭클린 P. 아담스는 이렇게 말을 했네.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다른 입후보자에게 반대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라고 말일세.” 심정훈이 당선이 되더라도 결코 자신이 잘나서가 아님을 알라는 뼈 있는 일침이었다. “항상…… 새기겠습니다.” 김재학의 영향력을 알면서도 쉽사리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불편하기 때문에. 듣기엔 옳은 말이지만, 그렇기에 들으면 불편하게 와 닿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김재학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있어선 불편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심정훈 후보자.” 김재학의 호칭이 변했다. 그 뜻을 알아들은 심정훈의 낯빛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네! 어르신!” 앉은 자리에서 꾸벅 숙이며 감읍하는 심정훈이었다. “김 모가 자네를 믿어 보겠네.” 단순한 한마디였지만 심정훈은 마치 청와대로 이사를 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대답을 하던 심정훈은 김재학의 말에서 빠진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르신, 제가 해야 될 일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당선되시거든 잊지 말고 조용히 한번 들르시게나.” “네, 그리하겠습니다.” 심정훈에게 있어선 기분 좋은, 하지만 김재학에겐 태극기를 여러 번 반복해서 보게 만드는 대화가 끝이 났다. 심정훈이 돌아가고 홀로 남은 김재학은 자신의 책상에 앉아 먹을 갈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김재학은 화선지에 붓을 가져갔다. 평소 즐겨 치던 난이나 한자들이 아니었다. Politics. 서예로 쓰기엔 어색해 보이는 정치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였다. 김재학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쓴 글자를 계속해서 들여다보았다. 순간 김재학은 얼굴을 찡그리며 화선지의 중앙을 양손으로 잡았다. 찌익. 결대로 길게 찢어지기 시작한 화선지. 덩달아 글자도 나뉘었다. ‘Poli’와 ‘tics’. 그리스어로 피 빨아먹는 벼룩이란 뜻이 된다. 심정훈의 뒤에 서기로 한 이상 자신도 다시금 그런 부류가 되었음을 되새기는 것이었다. ‘벼룩. 또 무언가를 빨겠지. 하지만 이번엔 피가 아니라 고름이 될 것이야.’ 김재학에겐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그에 필요한 생각들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흠…….’ 우연일까? 김재학의 머릿속엔 자신을 정민철이라 소개한 청년의 모습이 떠오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