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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냄새
이충걸
시공사 200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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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당신, 내게 꽃을 주지도 않고
망각보다 오래된 것
순수, 더럽다
3월 속의 4월
내 손은 무용지물이야
슬픔의 냄새
내 친구 진 크렐
위로할 수 없는 이유
겨울은 잊을 수 없다
쓸데없는 짓

2
그 여름 흉폭하다
나하고 자고 싶어요?
물고기, 싹이 터라
사랑보다 슬픈 사랑
밤이 와도 끝나지 않는 것
잘 살지 못해 미안하다
11월이 지나가면
투명 벌
이렇게 행복해지지 않기까지
새벽에 용서란 말을 듣기도 싫었다

3
이젠, 더 이상 아무것도
왜 그렇게 많은 꽃을 길가에 뿌렸을까
내게 거짓말을 하라고 하지 마
작별의 예식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
검은 별
슬픈 노래를 듣고 기분을 좋게 가져봐
시간 속의 이별
바라는 것과 모자란 것
빗속의 배덕자

4
슬픈 순례자
아주 긴 이별
녹색 셔츠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보내는 거야
햄버거를 좋아하세요?
3일 동안의 외로움
낙담에게 인사하기
일요일의 회피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술을 끊느니 숨을 끊겠어

저자 소개 1

그처럼 개인적이고 체계가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오래 ‘조직 생활’을 했는지 의아하다는 세간의 평이 떠도는 가운데 이충걸은 [행복이 가득한 집], [보그] 에디터를 거쳐 [GQ KOREA] 초대 편집장으로 18년 간 일했다. 서양문화의 첨병인 패션 잡지 안에서 언어 포함, 한국적 가치를 사수하는 이율배반적인 시간이기도 했다. 몇몇 사회 문화적 사안들에 나름대로 참견하는 한편,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 전공을 배경으로 도시 생태학을 지속적인 지큐 콘텐츠로 다루었다. 한편 그는 오래된 책과 옛날 작가, 작은 자동차와 진한 술을 좋아하고, 어떤 사치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하지
그처럼 개인적이고 체계가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오래 ‘조직 생활’을 했는지 의아하다는 세간의 평이 떠도는 가운데 이충걸은 [행복이 가득한 집], [보그] 에디터를 거쳐 [GQ KOREA] 초대 편집장으로 18년 간 일했다. 서양문화의 첨병인 패션 잡지 안에서 언어 포함, 한국적 가치를 사수하는 이율배반적인 시간이기도 했다. 몇몇 사회 문화적 사안들에 나름대로 참견하는 한편,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 전공을 배경으로 도시 생태학을 지속적인 지큐 콘텐츠로 다루었다.

한편 그는 오래된 책과 옛날 작가, 작은 자동차와 진한 술을 좋아하고, 어떤 사치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의 글에 세속의 어수선함과 산골짜기 같은 무구가 동시에 섞여 있는 건 그 때문이다. 가끔, 되풀이해서 문장을 읽어 볼 땐 행간에 서려 있는 어떤 고요에 놀라기도 한다. 이충걸의 글은 회상과 상상에 의한 '스토리'라기보다는 그 스스로 정체성을 부여한 사물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된다. 그의 글감이 되는 사물이란 단번에 정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의 이상한 언어 감각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은, 지금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2011년, 첫 소설집 『완전히 불완전한』을 펴낸다. 처음 쓴 소설 속에서 그는, 서사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실험적인 현대 문학의 방식이나, 위대한 서사를 통해 세상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듯한 화법을 주장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표현하면서 속도를 유지하는 것, 현기증이 날만큼 화려하면서 마침내 공동(空洞) 같은 허무를 보여주는 문장이 그에겐 서사이기 때문이다. 이충걸이 팽팽한 문장으로 써내려 간 이야기들은 순수한 픽션이라고 하기에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작가와 닮아 있다. 오래된 가구의 모래색, 애들 색종이에 쓰이는 초록색, 학자의 흰머리 같은 회색이 공존하는 그의 문장은, 번번이 몸 안의 신경을 죄다 일으켜 애매하고도 생경한 피로를 느끼게 한다. 간혹, 중학교 동창에게서 받은 편지 같기도 하고, 돈 없는 사람의 눈앞에서 지금 막 불을 켠 쇼윈도 같기도 하고, 침통한 마음을 덮어주는 얇은 담요 같은 문체는 딱히 표현하기 곤란한 원초적 따뜻함으로 지글댈 때도 있지만.

저서로는 첫 소설집 『완전히 불완전한』을 비롯, 어머니라는 우주를 조촐하게 기록한 아들의 글 『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 일생 동안 겪은 숱한 이별의 순간을 들추어 추억한 『슬픔의 냄새』 인터뷰집 『해를 등지고 놀다』 외에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에 이르는, 일관되지 않는 산문집 몇 권을 썼다. [11월의 왈츠], [노래처럼 말해줘], [내 사랑 히로시마], [여덟 개의 엄숙한 노래] 같은 연극 대본도 썼는데 모두 배우 박정자와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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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01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49g | 153*224*30mm
ISBN13
9788952735607

책 속으로

만남과 헤어짐이 첫 번째 반복되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것들이 생겼다. 그건 함께 결정한 일이었다. 그녀도 말했다.

"우리가 친구였다면 더 행복했을 텐데."

이 말은 그녀의 집에서 텔레비전 야구 경기를 보는 동안 들었다. 나는 야구를 좋아하지도 않고, 좋아하는 야구 선수도, 팀도 없다. 눈을 벌린 채 화면을 쳐다보다 말고 그녀는 뮤트 버튼을 눌렀다. 중요한 이야기가 시작될 때는 언제나 이런 식이다.

나는 많은 싱글 남자들이 들었을 법한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았다. 나는 좀더 점잖게 기다리기로 했다. 나는 태연하게 행동할 수 있는 내 인생의 한 지점에 와 있었다.

"왜 이제 이유가 생기기 시작한 거지? 처음 우리가 마날 땐 그냥 만나는 것만으로도 좋았잖아. 그런데 넌 왜 이제 내가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그게 뭘 약속할 건지에 관해 따지는 거지?"

나는 질문 대신에 그녀를 다그쳤다. 나는 좀더 재미있는 곳, 좀더 이미지를 주는 곳, 전에 해보지 않은 일을 하게 해주는 곳에 가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끝날 것 같지 않은 지루한 일상에 붙잡혀 있기 싫었다. 나는 진자 운동처럼 매순간 움직이는 그 무엇을 원했다.

--- p.250

추천평

내가 이 책에서 읽은 것은 그와 그의 간접적인 사물들의 모습이었다. 깊이 모자를 눌러쓴 채 안개 속에서 다가와 손을 내밀고, 포옹을 하고 사라져가는 뭄수하고도 영원한 그림자의 사물들 말이다. 책 속의 그는 고독의 에피소드를 사는 사람이다. 그 에피소드들은 그를 더욱 구체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해변의 흰 모래처럼 반사시킨다.

그리하여 마치 모자를 쓴 사람의 뒷모습이 목소리만 남기는 것처럼, 세상은 그의 발걸음과 표현 속에서 거리감을 둔 간접적인 것으로 되살아난다. 그 거리는 생물과 무생물의 구분을 희미하게 만들고 性의 구분도 무의미하게 한다. 독설과 연민이 넘치는 그의 문장은 또한 지독한 메타포의 세계이다. 독자들은 분명 그 속에서 헤엄치게 되리라.
--- 배수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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