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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죽음이다
모든 걸 잃을지라도 호랑이의 혼으로 덫 거기, 흰머리가 있었다 에필로그 |
金琸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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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이다. 7년 동안 내가 원한 승부가 이것이었나. 아니다. 너는 도약하고 나는 방아쇠를 당기는 그 한 순간을 갈망했다. 그런데 너는 지금 기절한 채 초라한 몰골로 눈 속에 파묻혔다. 나는 너무나도 쉽게 네 목숨을 끊을 수 있다. 누구라도, 세 살 먹은 애라도 네 급소에 탄환을 박아 넣을 수 있다. 이렇게 네 목숨을 앗는 것은, 너를 추격한 7년 세월을 비웃는 짓이다. 넌 개마고원의 지배자답게 당당해야 하고 극복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고 크고 강해야 한다. 약한 너를 죽이는 것은 내가 원하는 복수가 아니다. 이건 아니다. 난 널 쏘지 않겠다. 쏠 수 없다. 산이 천천히 방아쇠에서 검지를 뗐고 총구를 내렸다. 밀림무정. 개머리판에 새긴 글자 위로 피가 뚝뚝 떨어졌다. --- p.62
“왜 그렇게 그자와의 승부에 집착하는지 이유를 묻고 싶은데?” 히데오는 잠시 커피 잔으로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총독과 눈을 맞추었다. “총독님과 같은 이유입니다.” “같은 이유?” “사람이든 짐승이든, 법을 어기고 제국의 도시를 유린하는 것은 방치할 수 없습니다.” --- p.371 흰머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시각에 경성부청 돔에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또 한 가지 이상한 사실은 해수격멸대가 오기까지 기다렸단 겁니다. 병사들이 총을 들고 나타나리란 것을, 그 총의 위력을 잘 아는 흰머리가 병사들이 헉헉대며 옥상으로 올라올 때까지 왜 꼼짝도 하지 않고 기다렸을까요? --- p.373 산은 달리며 생각했다. 궁지다. 이중삼중 포위되었으니 활로가 없다. 이제 죽는 일만 남았는가. 나무 사이로 건너뛰며 다시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떻게 죽는 일만 남았는가. 주홍의 검은 눈동자가 절망을 흔들며 떠올랐다. 꼭 살아야 해요, 흰머리도 당신도! --- p.4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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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마지막 포수의 일생을 건 추격전!
“무조건 살아남아라. 내가 널 찾아낼 때까지.”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등 역사팩션의 정수를 보여주었던 김탁환 작가가 15년간 가슴에만 품고 있었던 이야기를 드디어 풀어냈다. 그동안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의 삶을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복원해왔던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일본이 한반도를 점령하고 있던 1940년대, 폭설로 뒤덮인 개마고원에서 펼쳐지는 7년간의 추격전을 선보인다. ‘인간 대 인간’의 승부가 아닌 ‘개마고원 포수 대 조선 마지막 호랑이’의 목숨을 건 승부를 그린 이번 작품은 〈노인과 바다〉 〈모비딕〉 등 ‘자연과 인간의 집념 어린 대결’을 그린 고전들과 맥을 함께한다. 동시에 구한말이라는 시대적 상황, 삶에 대한 본능만이 존재하는 개마고원, 그 밀림 속을 짐승의 감각으로 드나들며 생계를 이어나갔던 개마고원 포수들의 삶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 서로를 단 하나의 적수로 여겼던 포수와 백호. 그러나 개마고원에서의 승부가 끝나기도 전에 일본 해수격멸대가 밀림으로 들이닥치고, 규율보다 야성에 따라 움직이는 개마고원 포수와 신출귀몰한 야생 호랑이는 병사들이 처리해야 할 공동의 목표물이 된다. 결국 포박 당한 채 경성으로 끌려가는 그들. 그들에게 경성이라는 대도시는 밀림보다 낯설고 폭설보다 두렵다. ‘적이 가장 강성할 때 승부를 겨룬다’는 밀림의 원칙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비열한 도시에서 그들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미치도록 무너뜨리고 싶었던 존재와 같은 길을 걸어가게 된 그들의 마지막 선택이 펼쳐진다. “감히 필생의 역작이라 할 만하다” ‘개마고원 포수와 조선 마지막 호랑이’의 승부를 그린 한국형 〈모비딕〉 오랫동안 사로잡혀 있었지만 섣불리 쓸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밀림무정〉이 그렇다. ‘인간 대 맹수’의 운명적인 승부를 그리기 위해 작가는 15년을 기다렸다. 일본의 지배하에 놓여 있었던 1940년대의 시대상황을 담기 위해 수많은 역사서와 자료들을 탐독했고, 맹수의 습성과 서식지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동물도감과 서식지분포지도를 공수했고, 실제 호랑이의 사냥방법, 적을 덮칠 때의 행동반경에서부터 그 시절 개마고원에 서식했던 표범, 삵, 불곰 같은 맹수들의 생태 등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체득했다. 제주도와 러시아를 아우르는 현장답사는 필수였다. 이 작품은 〈노인과 바다〉 〈모비딕〉의 뒤를 잇는 위대한 승부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이며, 야성이 살아 숨 쉬었던 ‘날것의 시절’에 관한 이야기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누구나 냉혹한 설산을 헤치며 거대한 사냥감을 쫓는 고독한 인간이 된다. 나라가 없다는 이유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총과 칼을 빼앗기고, 맹수를 잡던 강인한 기개를 묻어둔 채 기껏해야 그물을 들고 사냥감을 몰아야 했던 개마고원 포수가 된다. 세상사 돌아보지 않고 단 하나의 적을 추격했던 광기 어린 승부사가 된다. 그 모든 것을 담기 위해 15년이라는 기다림은 결코 길지 않았다. 내 안의 강함을 느껴본 적 언제인가. 누구나 한 번쯤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꿈꾼다. 아침에 집을 나와, 끝날 것 같지 않은 회의시간을 견디고 눈치 보기와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어느새 퇴근시간.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은 생활의 반복. 생활을 위한 삶이 아닌 나를 위한 삶을 떠올려보는 것은 멈출 수 없다. 그러다 보면 불현듯 배낭을 꾸려 캠핑을 떠나고 싶어진다. 텔레비전 속 누군가를 응원하며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흥분에 사로잡힌다. 〈밀림무정〉은 잠깐씩 ‘다른 곳’을 꿈꾸는 남자들을 위한 소설이다. 일상 속에 짓눌려, 남자의 뜨거운 본능을 잊고 살았던 이들을 위한 이야기다. 생을 송두리째 걸 만한 거대한 목표에 대한 열망, 내 안의 강함을 확인시켜주는 최고의 맞수에 대한 갈망, 의리와 뜨거운 땀으로 뒤범벅된 세계에 한번쯤 몸담고 싶은 로망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밀림무정〉 속의 밀림은 너무 오랫동안 숨죽이고 있었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촉매제다. 그곳에는 쩨쩨한 세상사 대신 대의가 있고, 동지가 있고, 싸워보고 싶은 적이 있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랑이 존재한다. 그것이 총 800페이지에 육박하지만 책을 든 순간부터 거침없이 빠져드는 이유다. 가끔씩 ‘이곳’을 잊을 수 있어야 또다시 일상에 충실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명제를 가장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