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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잘못이 아니야, 말비나!
이제 곧 열네 살이 되는 말비나는 부모와 언니 안네와 함께 살고 있고, 대학생인 오빠는 일요일에만 집에 옵니다. 할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신 후 혼자 살아가고 있는 할아버지 집에 갔다가 말비나는 할아버지에게 성추행(키스)을 당합니다. 권위적인 말비나의 아빠는 말비나가 혼자 지내는 할아버지를 위해 음식을 가져다주고 돌봐주어야 한다고 강요합니다. 말비나는 할아버지의 성추행에 대해 말하지만 말비나의 가족들은 그건 그저 할아버지가 말비나를 예뻐해서 그러는 것이라며 성추행 사실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외면합니다. 점점 할아버지의 행동은 성추행을 벗어나 성폭력에 이르고, 이런 할아버지의 행동은 이미 말비나가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에게 용인되어 온 것임이 말비나의 기억을 통해 점점 드러납니다. 암으로 투병 중이던 할머니는 죽기 직전 말비나에게 할아버지의 잘못을 말하지 말아달라는 유언까지 남깁니다. 하지만 말비나에게는 용감한 친구인 리지, 말비나를 도와주려고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폼쟁이와 비첵 부인이 있습니다. 말비나는 점점 그동안 암에 걸린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좀 더 편할 수 있도록 자신이 희생한 것, 할아버지가 하는 행동이 정말 잘못된 것이라는 것, 자신이 잘못해서 할아버지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가족들의 외면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 등을 깨우쳐 가면서 자신의 상처를 똑바로 바라보고 그것을 치유하고자 노력하기 시작합니다. 심도 깊게 성폭력 문제를 풀어낸 독일 문학 작품 성폭력은 피해자에게 크나큰 트라우마를 남깁니다. 더구나 주변 사람들의 외면, 더 나아가 피해자에게 원인을 전가했을 때 그 상처는 배가 되지요. 어렸을 때 당한 성폭력에 대한 정신적인 상처는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성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성폭력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에게 원인을 돌리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피해자가 사회 속에서 도태되고 가해자는 버젓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다니는 경우가 태반이지요. 이 작품 속에는 근친의 성폭력이 등장합니다.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행하게 되고, 피해자가 아무리 그 사실을 밝혀도 외면하고, 피해자를 이상한 아이로 모는 가족들이 등장합니다. 독일의 문학 작품이지만 우리나라 현실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이 작품은 독일의 유망한 신인 작가에게 수여하는 ‘올덴부르크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성폭력 문제를 심도 깊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인 아이가 스스로 상황을 이겨내고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깨달아 가는 모습을 문학적으로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성폭력 문제를 ‘폭로’한 작품이 아닌,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잘 표현한, 상처를 ‘치유’해 주는 문학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