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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나를 부탁해 자귀나무 빈대와 벼룩 고진감래 절치부심 성은이 하늘을 찌르다 향연 복면 내복 두툼하게 챙겨 입게나 기와지붕 위의 여자 행복한 저녁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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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셔."
"으, 으후우. 고, 고마…버." 아직도 몸이 녹지 않아서인지 준철은 푸릇푸릇한 두 손을 담요에서 부자연스럽게 꺼내 유자차가 담긴 잔을 감싸 쥐었다. 정화를 비리버거 어색한 미소를 머듬어 보인 뒤 훌쩍훌쭉 콧물 들이켜는 박자를 맞춰가며 그는 홀짝홀짝 유자차를 들이마셨다. "하이구, 차암. 가관일세그려. 못 봐주겠어. 아니, 혼자 보기 정말 아깝다. 아까워." 그는 그녀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고는 씽긋이 미소를 지었다, "우, 웃어?" "그럼, 우, 웃잖고? 정화 씨도 웃었잖아." "헛 참 내. 이제, 말할 정도로는 몸이 녹여졌는가보네?" '겨우 숨을 쉴 수 있는 정도다. 어휴, 마, 말도 마라. 정말 얼어 죽는 줄 알았다." 정화는 팔짱을 끼고 그가 유자차를 다시 후후 불어가며 마시느 꼬락서니를 야멸찬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pp. 111~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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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철은 강원도 평창이 고향인 스물네 살 청년이다. 동계 올림픽 유치 계획과 그에 따른 지역 경제 발전이 대두되면서 그는 전문대 호텔 경영과 관련된 학과를 졸업한다. 그러나 올림픽 유치는 실패하고 악화되는 경제상황과 관광, 호텔업계가 된서리를 맞으면서 그는 청년실업의 대열에 속하게 된다. 일자리를 찾기 급급했던 어느 날, 예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술집에 홀로 술을 마시고 있다가 난동을 피우는 정화를 만난다. 그녀 역시 그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백조’다.
술에 취한 그녀를 신세한탄을 들어주다가 뒤치다꺼리까지 해줘야 할 상황에 놓인다.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돌봐주다가 그는 뜻밖에 등에 담이 걸려 모텔 화장실에 개처럼 엎드리고 있어야 하는 황당한 일을 겪는다. 그 일을 계기로 준철은 정화가 전세 사는 집에 머물게 된다.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놓였으면서 강한 생활력을 지니고 삶을 사는 정화에게 준철은 차츰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된다. 정화 또한 그의 순수함이 기특하게 여겨지지만, 어린시절 부모를 통해 사랑의 치명적인 독성을 깨닫고 있는 터라 그의 감정을 일부러 외면해버린다. 아르바이트를 잃고 전전긍긍하는 준철을 정화는 안쓰럽게 여기고 자기가 일하는 엑스트라 자리를 물색해준다. 몸을 아끼지 않는 그의 연기와 그가 가지고 있는 놀라운 마술연기가 감독에게 어필되면서 준철은 차츰 인기 반열의 연기자로 탈바꿈한다. 그 사이 정화는 원양어선 생활을 접은 오빠를 따라 부산의 횟집으로 떠난다. 준철은 사람을 고용하여 여러 경로를 통해 정화의 거처를 알아보지만 모두 허사가 되고 만다. 연말, 최우수연기자 시상식 자리에서 최우수남자연기자상을 수상한 준철은 수상소감을 밝히는 자라에 서서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화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된다. 그의 사랑 고백을 티브이로 받은 정화의 가슴속에서 미세한 균열이 일어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