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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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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부
독백·11
문상·12
그들의 천국·14
애완고양이의 봄·16
우물·17
별빛 충전소·18
함구령·19
아메바의 춤·20
축소의 기술·22
여왕개미·23
밀어·24
반짇고리·26
즐거운 미끼·28
조울증 여자·29

제2부
배꼽·33
어탁·34
부록·36
재봉틀 단상·38
꽃들의 다비식·40
관계·42
수도꼭지에도 괄약근이 있다·43
모자·44
바람의 면모·46
동행·47
냄새의 집·48
말하는 침대·49
진혼 블로그·50
가족관계증명서·52
활어·53

제3부
오독·57
책상의 계략·58
무릎담요·60
접이식·62
춤추는 폐교·63
뚜껑의 미학·64
고슴도치·66
시집을 짓다·68
100℃·70
활공의 비법·72
내간체를 쓰다·74
입·76
제3의 눈·78
그 남자의 주방·80
분리수거·82

제4부
물의 섬·87
아버지의 바지랑대·88
따뜻한 식탁·90
검색창·92
물렁한 빨대·94
아담의 동쪽·96
유기견(見)·98
유리감옥·100
페이지 터너·102
핑크 카펫·104
행주·106
솟대·108
도시의 지평·109
길 어깨·110
터치폰, 그 여자·111
공동주택·112

해설·115
시인의 말·143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7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20g | 128*207*20mm
ISBN13
9791186111321

책 속으로

혼자 중얼거리는 일이 늘어났다
아침에 눈을 떠 창문을 열면서부터 나는 없다
곁에 공존하는 것들과 날마다 수다스러워진다
대상은 늘 옮겨 다니며 말을 건넨다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라고 또 중얼거린다
안부인 듯 폐부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
그 바람에 묻어온 푸른 안부를 마중하여
또 중얼거린다, 천국이 거기 있다고
또 하루 나를 읽어내는 건 바깥이라고
간밤을 털어내며 내 안의 기지개를 켠다
여러 개의 나를 들여다보며 물레질을 한다
계절이 바뀌는 반추의 시간이라 하자
늘 함께하면서 또 혼자인 시간들
길 위에서 나를 묻고 나를 대답하는 것이다
아침의 경전에 고해성사가 차려진다
또 혼자 중얼거린다, 함께 가는 몸부림으로
물레야 물레야 제 몸을 돌아치는 물레야
―「독백」 전문

서정시가 독백의 글쓰기라는 사실을 김기화는 다시 한번 강조한다. 서시 「독백」에서부터 마지막 시 「공동주택」에 이르는 동안 그의 시는 홀로 말하는 시대의 징조가 된다. 홀로 말하면서 그의 시는 세계 전체를 수용한다. 그것이 시의 몫이라는 듯이 세계 전체를 끌어안고 그러나 그는 홀로 말한다. 함께 말하지 않고 홀로 말한다는 것, 그것은 세계의 한가운데로 훌쩍 뛰어들지 못한 채 어떤 긴장의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 거리가 그로 하여금 세상과 다른 무엇인가를 상상하게 하고 그리게 하고 노래하게 할 것이다. 거리가 없다면, 신음은 새어 나와도, 시가 씌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씌어진 시를 심미적 글쓰기라고 한다면, 김기화는 이 심미성을 위해 자신의 삶 전부를 건 사람일 것이다. 세상의 한가운데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언어를 위한 고독만이 그를 벗할 것이다. 그의 시가 홀로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이 고독과 거리가 있는 그대로 인정될 때, 시인의 언어와 세계는 서로가 서로를 닮는 관계가 된다. 거리가 없다면 대상에 대한 닮음도 없다. 대상 자체가 소멸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삶이 대상과 맺는 거리는, 세상의 모든 슬픔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곧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의 기원이기도 하다. 이 기원을 살면서 언어를 구성하는 일이 시인의 한 가지 방향이고 김기화의 모든 방향이다. 그래서 「독백」과 「공동주택」의 사이로 들어오지 못할 세상일은 어디에도 없다._박수연(문학평론가, 충남대 교수)

시인의 말
시를 만지작거리다 한 생을 탕진하고 말았다.
시는 만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하지만 마음으로 끌어안을 수 있다.
고개를 숙이고 사니 부딪칠 게 없다.
귀향하지 못한 표랑이 객수를 키웠다.
시는 내가 살아있다는 보증서다.
11번째 시집을 낸다.
2017년 봄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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