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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 Tyler
변용란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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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웰 씨, 어디에 와 있는지 아시겠습니까?”
“도통 어딘지 모르겠어요.” 리엄이 말했다. “그럼 날짜는요?” “그것도 모르겠습니다. 난 방금 깨어났어요!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하시는군요.” 크산테가 나섰다. “아버지, 제발 협조 좀 하세요.” 그러나 닥터 우드가 크산테 쪽으로 한 손을 들어 올리더니 (자긴 이런 괴팍한 노인네들을 다루는 법을 잘 알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것처럼) 그를 달래듯 겸손한 말투로 말했다. “물론 옳으신 말씀입니다, 페니웰 씨. 그럼 대통령은요. 우리나라 대통령이 누군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지요.” 리엄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 사람은 내가 뽑은 대통령이 아니에요. 나는 그 사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아버지……” “이보세요, 닥터 우드. 질문을 할 사람은 납니다. 나는 완전히 깜깜하다고요! 어젯밤에, 어쨌든 밤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병실이란 말이오! 어떻게 된 겁니까?” --- pp.20~21 “사실 몇 주 전에 강도한테 습격을 당해 머리를 얻어맞았습니다. 그 뒤로 약간 기억상실을 겪는 것 같아요.” “기억상실! 본인이 누군지 잊으셨군요?” “아뇨, 아니에요, 그 정도로 극단적인 건 아닙니다. 얻어맞은 당시의 경험을 잊은 것뿐이에요. 그때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리엄은 모두들 그러했듯 대체 왜 그런 기억을 원하는지 그녀가 묻기를 기다렸지만, 그녀는 혀를 끌끌 차는 소리만 냈을 뿐이다. “반가워 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지요. 잊는 게 낫지 않겠어요? 하지만 내 기분은 그게 아니에요.” “음, 물론 그러시겠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으신 거잖아요.” “그래요,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에요. 누군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 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소상한 부분까지 다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도 내 기분은 여전히…… 뭐랄까요…….” “여전히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드시겠죠.” “정확해요.” “본인이 어떤 일을 겪는다면 그 일은 누군가 당신에게 설명해 준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라 당신의 것이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그렇질 못하잖아요.” “정확히 그거예요!” --- p.139 리엄이 그녀의 단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번디가 보았을 것이 분명한 똑같은 여인의 모습이 그의 눈에도 보였다. 통통하고 머리칼은 곱슬거리고 안경을 쓴 데다 옷차림은 촌스럽고, 기괴한 액세서리를 달고 다니며, 그에 비해 너무 어리고 너무 진지한 사람. 하지만 그 모든 자질이 그에겐 사랑스럽게 비쳤다. 그리고 그는 홀로 집에 돌아가야 할 가엾은 번디를 동정했다. 비록 그날 저녁엔 그 역시 집에 홀로 돌아가야 했지만 말이다. (유니스는 아버지의 잠자리를 도와드리는 시간 이전에 집에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리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운아라고 느끼며 레스토랑을 나섰다. 자동차를 주차해 둔 곳으로 가려고 길을 건너던 그는 교차로에서 멈추지 않고 무작정 차를 회전시킨 어느 정신 나간 운전자 때문에 거의 차에 치일 뻔했는데, 심장이 쿵쾅거리고 식은땀이 나면서 와락 분노가 치미는 자신의 반응을 보며, 요즘 들어 자기가 얼마나 죽고 싶지 않아 하는지, 삶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 pp.230~231 “노아 알아요?” 아이가 리엄에게 물었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 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 알지.” “그 사람이 동물을 백 마리쯤 죽게 했어요.” “그랬던가?” “다 물에 빠져 죽게 내버려 뒀잖아요. 두 마리씩만 데려가고.” “아, 맞다.” “기린도 두 마리만 데려가고 나머지는 다 물에 빠져 죽게 내버려 뒀어요.” “음, 다 태워 갈 공간이 없었다는 걸 생각해 봐.” “휘발유는 어디서 사요?” “뭐라고?” “그 사람만 세상에 살아남으면 배에 넣을 휘발유는 어디서 사요?” “휘발유는 필요가 없었어. 그런 배가 아니었거든.” “그럼 돛단배였어요?” “글쎄, 응, 그랬을 거야.” --- pp.286~2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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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내게도 기억 도우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젊은 시절의 꿈을 포기하고 2류 사립학교에서 5학년 학생들을 가르쳐 왔던 리엄은 현실의 굴레에 묶여 아무런 의욕도 없이 주변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 경쟁의 무대에서 밀려난 김에 도시 외곽의 조그만 한 임대 아파트에서 고독한 노년의 삶을 즐기려 이사하지만, 이사한 첫날 강도를 당하고 부상당한 채 병원에서 깨어난다. 그러나 자신은 그날의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할 수가 없다.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왜 그는 그날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불쾌한 그날의 사건을 떠올리는 일에 집착하는 리엄을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급기야 신경과 의사까지 찾아가는 리엄은 병원에서 부동산 재벌 회장님의 기억을 상기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유니스를 보고 의도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한다. 그녀의 도움으로 잃어버린 하룻밤의 기억을 되찾아 보려던 그는 의도와는 다르게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패션 감각도 없는 촌스러운 유니스에게 왠지 모르게 끌리는 리엄. 그녀가 상기시켜 줄 그의 기억은 어떤 모습일까? 하룻밤의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 그를 통해 찾게 되는 우리가 잃어버린 모든 기억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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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 상 수상작가,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 작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대가, 앤 타일러, 5년 만의 신작! 끝을 향하기엔 너무 많은 날들이 남았다. 그러나 끝을 강요받는다.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갈 곳 잃은 영혼들을 위한 대가의 아낌없는 찬가!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통해서 핵폭탄 같은 위력을 뿜어내는 작가 앤 타일러가 5년 만에 신작을 발표했다. 출간하는 소설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작품을 올리며,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히는 앤 타일러는 이 작품에서 치열한 경쟁의 삶에서 치이다 끝으로 내몰린 60살의 평범한 남자를 그리고 있다. 사소한 것도 놓치는 법 없이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앤 타일러는 이번 작품에서 사회적으로 더 이상 생산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쇠퇴해 가는 남성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점차 상실과 소멸로 향하는 중년 이후 노년의 시작을 담담하게 묘사하는 이 작품은, 끝이 아닌 끝을 강요받으며 살아가면서도 정작 자신의 가족에게는 이해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이 시대 직장인 아버지의 외로운 모습을 현실감 있게 보여 준다. 자신의 기준과는 동떨어진 교직을 별다른 사명감 없이 그저 밥벌이 수단쯤으로 여기면서 살아가는 리엄의 모습은 닿을 수 없는 이상과 비루한 현실 사이에서 좌절과 안위를 오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우리 주변에서 눈만 돌리면 찾아볼 수 있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앤 타일러는 이 시대 군상들의 뿌리 깊은 소외감과 불안감, 두려움에 대면하게 한다. 인간 안에 존재하는 상실과 소멸에 대한 깊은 두려움, 그리고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삶에 대한 갈구와 희망 치열한 고민과 강렬한 감정에 이끌리던 청년기를 지나고 나면, 현실에 안주하며 그저 시간의 흐름에 살아지는 대로 사는 중년의 삶이 찾아온다. 그렇게 세월의 흐름에 자신을 맡겨 왔던 사람이 마주한 노년의 삶은 어떤 느낌일까? 리엄은 자신이 원하는 바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 대다수 현대인들처럼 특별한 의욕 없이 주어진 일을 해내고, 주변 사람들과는 소극적인 관계를 맺어 왔다. 그런 그가 유독 하룻밤의 기억, 그것도 강도를 당한 불쾌한 기억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은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은 그가 잃어버린 하룻밤에 집착하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자신도 모르는 채 결국 잃어버리고 소멸해 버릴지 모른다는 인간의 내밀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표현한다. 리엄은 노년이라고 말하기엔 이르고, 중년이라고 말하기엔 무안해지는, 무엇을 해도 “그 나이에 무슨……”이라며 주책바가지라고 비아냥거리는 나이에 들어선 사람들을 대표한다. 여전히 자기 인생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싶지 않다는 갈구, 여전히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는 갈망이 있다는 것을 리엄은 보여 준다. 기억 도우미가 환기시킨 기억은…… 소통 부재의 시대에 잃어버린 일상의 추억들을 이야기하다. 리엄이 강탈당한 하룻밤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다 급기야 유니스를 스토킹하는 상황은 코믹하기까지 하다. 그가 기억 도우미라고 칭하는 유니스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사고를 당한 날 밤의 기억이 아니라 청춘 시절의 무기력하고 소극적이었던 그의 모습, 실패로 점철된 그의 과거의 기억을. 대화에 위인들의 글을 인용하면서 가족들을 열 받게 하고 이기적으로 자기 세계에만 갇혀 지냈던 기억들, 자기 연민과 패배 의식에 휩싸여 자신이 바라보고 돌봐야 하는 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에 귀 막고 지냈던 기억들. 그는 자신이 잊어버렸던 수많은 일상의 기억들 속에서 상처받아 왔던 가족들을 다시 보게 된다. 작가는 실패와 후회로 가득한 주인공의 기억 찾기를 통해 우리 삶을 특별하게 해 주는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우리가 놓쳐 버린 평범한 순간들, 무심코 상처 준 가족들이야말로 사실은 반짝이는 보석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지루한 일상의 현실도 의미 있는 순간들로 거듭날 수 있음을 가르쳐 준다. 60대의 삶을 지나고 이제 온전히 노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저자는, 젊은 시절처럼 빠르게 달리고 어떤 결과를 생산해 내지 않아도 여전히 삶에는 의미가 있고 사랑할 이유가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현실과 기대치의 괴리 속에서도 여전히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가려고 분투하는 모든 이들에 대한 대가의 찬사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