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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 낯선 음식의 유혹
제1부 western food 프랑스: 화해의 마술사, 코코뱅 독일: 독일 최고(最高) 최고(最古)의 영양식, 사우어크라우트 벨기에: 홍합의 재발견, 물 마리니에르 스위스: 추억의 퐁듀 스페인: 빠에야, 재회의 약속 이탈리아: 밀라노의 사계(버섯, 아티쵸크, 올리브, 프로슈토, 피자) 러시아: 혹한의 동반자, 러시아 트로이카(블린, 캐비아, 보드카) 미국: 또 하나의 식문화, 브런치 그리고 커피 미국: 햄버거, 은밀하고 끈질긴 추억 멕시코: 먹는 사람이 완성하는 음식, 몰레 소스 닭요리 이스라엘: 슐로모와 샤프타, 알마와 오릿, 그리고 후무스 모로코: 타진, 서로 길항하는 것들 사이의 조화 제2부 eastern food 일본: 일본의 소울프드, 오니기리에서 인생을 맛보다 일본: 오코노미야키, 농축된 미각의 추억 일본: 낙조의 향기, 오야코돈 중국: 박물관에 보관된 명품 요리, 비취백채와 동파육 중국: 원조 짜장면을 찾아서 중국: 만두는 사랑이다 인도: 티베트의 향기, 탄두리의 추억 인도: 삶의 신산함을 달래주는 향정신성 미각, 커리 티베트: 티베트 순례자의 양식, 참파팍과 붸차 태국: 삶의 모든 맛, 솜탐과 톰얌쿵… 그리고 까이 베트남: 혼자 먹는 국수, 베트남 쌀국수 한국: 나를 변하게 한 순대국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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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다 히카루(宇多田ヒカル)의 노래 중에 〈The flavor of life〉라는 곡이 있다. 어느 기자가 그녀에게 ‘당신 인생의 맛은 무엇인가?’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 그때 그녀는 ‘오니기리’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노래가 담긴 싱글 앨범 재킷에는 삼각형 모양의 오니기리가 귀엽게 그려져 있다. 처음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고 말았는데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자동으로 오니기리가 떠오르고, 오니기리가 인생의 맛이라는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으로 싼 밥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한 입 베어 물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그래, 그게 바로 사는 맛이지 싶다.--- 일본, 일본인의 소울푸드 오니기리에서 인생을 맛보다(류화선)
얼마 뒤 테이블에 놓인 주홍빛 인도식 치킨 바비큐는 색채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탄두리 치킨은 일단 시각을 점령한 뒤 독특한 향료와 어우러진 고소한 내음으로 후각을 공략해왔다. 맡자마자 저항력을 잃게 만드는 냄새였다. 델리의 여행자 거리인 파하르간지 골목 입구에는 탄두리 치킨을 구워 파는 난전이 있었는데, 숙소에 가기 위해 그곳을 지날 때마다 군침이 돌았더랬다. 난전 바로 옆에 간이 화장실이 있는데도 그랬다. 몇 걸음을 사이에 두고 강렬한 향료 내음과 오줌냄내가 섞여 있던 그곳의 풍경이 가끔 떠오르곤 한다. 삶의 고혹과 비루함이 직설적으로 교차편집되어 상영되던 곳. 그 난전엔 늘 사람들이 들끓었다. --- 인도, 티베트의 향기, 탄두리의 추억 중에서(정희재) 먹는 동안 입안에 약간 더 고소하고 새콤한 맛이 남았다. 마치 새파란 하늘에서 모이고 흩어지며 알쏭달쏭한형상을 만들어내는, 이 마을 특유의 새털구름이 입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둔감한 미각과 후각으로는 어떤 식재료를 가감했는지 알 수 없었으나 입안에서 여느 몰레와는 다른 맛과 향이 창조되고 있었다. 그렇다. 몰레는 그런 음식이다. 잘어울리지는 않는 재료로 요리사가 1차로 색다른 맛과 향을 창조하고, 먹는 사람이 나머지 맛과 향을 완성하는 음식이다. 이처럼 모순과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고 부단히 색다른 창조를 지향하는 음식이기에 멕시코 사람들은 주저하지 않고몰레를 고유의 음식으로 첫 손 꼽는 것이리라.--- 멕시코, 먹는 사람이 완성하는 음식, 몰레 소스 닭요리(박병규) 진흙 덩어리 몇 개를 뭉쳐놓은 것 같은 참파 한 접시와 목기에 담긴 버터차 한 잔이 전부인 티베트의 전통음식을 보는 순간,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당혹감과 함께 나도 모르게 합장하듯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아주 낯설게 느껴진 기분이랄까. 왠지 슬픔으로 눈가가 젖어 오는 느낌이랄까. 흙으로 밥을 지어 상을 차리는 소꿉놀이 같다고 할까. 서로 전혀 관계없는 생각들이 어지럽게 오갔다. 참파에서는 마치 오랜 세월 함께한 음식처럼 알 수 없는 친밀감이 느껴졌다. --- 티베트 순례자의 양식, 참파팍과 붸차(김정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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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왜 낯선 음식에 탐닉하는가
프랑스에는 “네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 말해주면, 네가 어떤 인간인지 말해주마”라는 오래된 속담이 있다. 음식은 우리 몸 안으로 들어와 몸의 일부가 되는 물질인 만큼, 우리의 물리적 정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음식이 우리 정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채식을 주로 하는 소식가, 기름진 고기를 즐기는 대식가, 패스트푸드에 중독된 사람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같을 수 없듯이, 어떤 음식을 선택하고 즐기느냐에 따라 삶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도 변한다. 같은 맥락에서 낯선 음식을 경험하는 모험을 즐기고, 때로 입맛에 맞지 않는 외국 음식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태도는 다른 문화를 향한 개방성,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삶의 폭을 넓히려는 긍정적 사고를 반영한다. 이 책의 필자 중 유일한 외국인으로 한국 음식을 소개한 일본인 요시유키는 한국에 오기 전, 순대에 대해 나쁜 선입견을 품고 있다가 뒤늦게 순대국밥과 열렬한 사랑에 빠졌던 경험을 고백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과거에 나도 그랬듯이, 자민족의 문화와 가치관을 절대시하는 자민족 중심주의에 빠진 상태에서는 외국 음식과의 만남조차 거부하며, 설령 그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맛있다고 느끼지 못한다. 그것은 음식문화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인간이 다른 문화를 만났을 때 그 문화와 그 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려면, 한정된 세계 속에서 형성된 자신의 ‘상식’이라는 이름의 편견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시선으로 보고 느껴야 한다. 선입관이나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음식을 즐긴다면 자신의 문화적 자산 역시 훨씬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낯선 음식을 찾는 것은 단순히 맛에 대한 탐닉이 아니라, 삶의 폭과 깊이를 넓히는 일이다. 저 멀리 티베트에서 멕시코까지, 프랑스에서 일본까지 세계 곳곳의 음식을 소개하는 이 책의 필자들은 독자에게 새로운 체험으로 향하는 충실한 안내자 역할을 할 것이다. * 독자와 함께 만드는 책 "내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음식" 시리즈의 첫 출간물인 이 책 서문에서 편집자는 앞으로 이어질 2편, 3편에 독자들이 필자로 참여하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많이 있지만, 음식만큼 순간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만족감을 주는 것도 없다. 누구에게 무언가를 요청할 때는 점심시간 전보다는 후에 말을 꺼내는 것이 효과적이라든가, 어려운 협상을 할 때에도 맛있는 음식을 곁들여 대화하면 쉽게 풀린다는 등 음식은 우리 삶에서 작은 기적들을 만들어낸다. 심지어 자살 충동에 시달리던 사람이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을 우연히 먹게 되어 다시 삶을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는 실화도 있다. 이처럼, 이 시리즈의 의도는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음식을 맛보며 느낀 행복감을 되도록 많은 사람과 공유하여 그들의 삶이 지금보다 조금은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