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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변
타오르는 비 |
Kaoru Takamura,たかむら かおる,高村 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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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런 것을 곰곰이 생각하는 사이에도, 평소라면 부글부글 끓어올랐을 노여움의 예감은 어디에서 숨이 끊어졌는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에 수면 부족에 의한 무거운 두통이, 멀리서 밀려오는 해일처럼 구궁구궁 하고 머릿속에서 굉음을 내고 있는 것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위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 pp.116~117
이 54세의 하야시 쇼조가, 가만히 있기만 해도 뭉개지는 경찰 조직에서 어떻게든 여기까지 버텨 온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중략) 정작 중요한 사건 수사나 경찰 조직의 미래를 위해서는 무엇 하나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 정체불명의 권력 기구 밑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남아 있는 건 결국 우수한 누군가가 아닌 하야시 같은 ‘무난 제일주의’의 공무원밖에 없다. --- pp.176~177 이유도 대상도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맹렬한 ‘불쾌감의 노’에 화르륵 하고 오일버너의 불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노가 덜컹 하고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또 다른 한순간의 각성 속에서, 이 불쾌함은 ‘1주일 정도 전부터 계속되어 온 그것이다’라는 생각도 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찾아온 하룻밤의 불면과 그것에 이어진 여러 가지 심신의 변조가 여기에 도달한 것이라고, 그때 분명히 생각했고, 생각했다는 의식도 있었다. 그리고 이미 잊어버렸을 정도로 오랜 시간 자지 않았다는 것과 나는 지금 그저 자고 싶을 뿐이라는 것도 생각했다. --- p.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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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정부에 마음을 빼앗긴 고다 유이치로,
그가 꾸는 한여름의 백일몽! 아스팔트라도 녹일 듯한 뜨거운 한여름의 오후, 도쿄의 하이지마 역에서 한 여자가 전철 선로 위로 뛰어들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두 달 전 하치오지 시내의 맨션에서 발생한 호스티스 살인사건의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던 고다 유이치로 경부보는 우연히 자살사건을 목격한다. 그는 사건 현장에서 도망치고 있는 사노 미호코라는 여성을 쫓아가지만 이내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고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노 미호코는 고다의 고향 친구인 노다 다쓰오의 정부임을 알게 된다. 완전 개고 후 12년 만의 재출간! 1995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베스트 선정 미궁에 빠진 호스티스 살인사건의 수사를 중심으로, 18년 만에 도쿄 역에서 우연히 재회한 고다와 친구 노다 다쓰오, 그리고 노다의 정부인 포도알 같은 검은 눈을 가진 사노 미호코, 세 인물의 기묘한 삼각관계가 8월 한여름의 도쿄와 오사카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책은 저자 다카무라 가오루가 『마크스의 산』으로 나오키 상을 수상한 이후 1년 만에 발표한 작품으로, 1994년 출간 당시 일본에서는 “미스터리를 초월한 현대판 『죄와 벌』”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화제가 된 작품이다. 저자의 개고작인 2004년 문고판을 번역한 이 책 『조시: 석양에 빛나는 감』은 개고 전인 1994년 판본에 비해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 등이 첨삭되었다. ‘인간은 왜 살인을 하는가?’ 동기와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살인사건을 통해 인간을 지배하는 의식과 그 정경을 해부! 1993년 나오키 상 수상식 소감에서 “나는 미스터리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한 다카무라 가오루는 이 책 『조시』에서 그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인간은 왜 살인을 하는가?’라는 주제를, 17년 동안 직장과 가정을 오가며 평범한 생활을 해 온 공장 노동자이지만 결국 광기에 사로잡혀 살인을 저지르는 ‘노다 다쓰오’의 모습을 통해 진지하게 접근한다. 물론 저자는 ‘노다 다쓰오’가 살인을 하게 되는 ‘동기’ 혹은 ‘목적’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선언’하지는 않는다. 다만 전작인 『마크스의 산』과 마찬가지로 ‘노다’를 지배하는 의식과 내면의 정경을 치밀하게 묘사함으로써 그가 살인에 이르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이 과정에서 다카무라 가오루 특유의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함께 보이는, 노다의 일터인 공장과 작품의 주요 무대인 도쿄와 오사카 등에 대한 ‘치밀한 배경 설명’은 저자의 여느 작품보다 더욱 빛을 발한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마음속에 잠재된 광기를, ‘석양에 빛나는 잘 익은 감의 빛깔’이라는 의미의 다소 낯선 조시(照?)라는 이름의 색으로, 그리고 8월의 대도시를 비추는 저녁노을과 노다의 직장인 열처리 공장의 용광로 속의 붉은 불꽃으로 묘사하고 상징한 저자의 특별한 감성은 찬사를 자아내게 한다. “인생의 길 한복판에서 정도(正道)를 벗어난 나는 눈을 떠 보니 어두운 숲 속에 있었다.” 다카무라 가오루식 ‘부조리한 현실과 사회’ 비판 살인자와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주변 인물들 간의 갈등을 통해 제시되는 부조리한 현실과 사회의 단면은 섬세한 심리묘사와 함께 다카무라 가오루 소설의 또 다른 특징이다. 그와 같은 다카무라 가오루식의 ‘부조리한 현실과 사회’의 비판은 이 책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도쿄 경시청 수사1과의 경부보 고다 유이치로와 그의 동료들은 전작 『마크스의 산』처럼 이 책에서 역시, 공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이기 이전에 자신의 욕망 충족과 목적 달성에 집착하는 평범한 하지만 이중적인 인간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더불어 묘사된 경찰 조직 내의 갈등, 경찰과 검찰의 대립, 거대 회사에서 행해지는 부조리함 등의 모습은 이 책이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또 하나의 재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