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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어이 얼어 자리. 무슨 일로 얼어 자리
〈8〉 편월(片月)은 가지 끝에 걸리고 〈9〉 은원의 미궁 〈10〉 이역(移易) 〈11〉 천륜은 정(情)이요, 인륜은 애(愛)라 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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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렴의 긴장한 몸이 꼬이면서 덜덜 떨렸다. 그의 발 끝 아래 모래 웅덩이가 더 깊이 파이고 무렴의 횡설수설은 더 비틀거렸다.
“화우방에 내 집 있어. 방도 많아! 연못도 있고. 아, 물론 서총 할멈 점방이 있어서 좀 시끄럽지만 돈 많이 벌었거든. 내가 장가가면 이내 딴살림 낼 거래. 그게 싫다면 새 집을 짓자꾸나. 술은 많이 퍼먹고 다녔지만 그래도 녹봉을 꼬박꼬박 모았거든. 서총 할멈이 다 빼앗아가서 착실하게 기르고 있대. 그니깐 절대로 고생 안 시켜. 너, 나한테 와라.” “좋아.” 처음에는 귀가 잘못 들은 줄로만 알았다. 또 무슨 말을 그럴듯하게 해야 하나, 어떻게 꿀을 발라야 이 녀석의 마음을 훔칠 수 있나 궁리하던 무렴은 순간 잠시 얼이 빠졌다. 정영을 바라보는데, 너무나 덤덤하고 태연하여 정말 잘못 들은 줄로만 알았다. “좋다고? 내 집에 온다고?” “오라며? 간다고.” “저, 정말이지?” “지금껏 나더러 제 집에 오라는 이는 없었는데 너는 오라 했잖아. 가야지. 고맙다.” “마, 만세!” 청혼을 승낙 받은 순간에 만세가 뭐야, 만세가? 촌스럽게스리. 정영이 눈을 흘기는 것도 모르고 무렴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훌러덩 공중제비를 연속 세 번이나 넘었다. 돌아서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정영의 몸을 답삭 일으켜 세웠다. 늘 탐냈던 붉은 입술을 허겁지겁 삼켜버렸다. 오랜 입맞춤으로 숨이 차 잠시 입술을 뗀 사이, 무어라 종알거리려는 입술을 다시 또 두툼한 입술로 막아버렸다. 그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은 입맞춤이지 쓸 데 없는 말 따위가 아니었다. 찰나에 두 번의 입맞춤을 빼앗겼다. 이토록 대담무쌍하고 화급한 도적질은 처음이었다. 뜨겁고 격렬한 경험도 처음이었다. 입맞춤, 설레는 그동안, 무렴만큼이나 정영의 심장도 붉게 떨렸다. 무렴이 천천히 얼굴을 들어 싱그레 웃었다. “역시 술 중에서 요 술맛이 최고로구나.”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술맛에 중독된 이는 무렴만이 아니었다. 세 번째 입맞춤을 바라며 그의 목에 팔을 감은 것은 이번에는 정영이었다. 시간이 멈추고 달도 운행을 멈추었다. 파도도 그만 묵처럼 응고하여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똑같은 온도로 불타는 입술이 합쳐졌다. 이번에는 아주 천천히, 더 달콤하게 그리고 애틋하게 연결되었다.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정영은 지그시 눈을 감고 무렴의 목을 감은 팔에 힘을 주었다. 앞으로 심란하고 복잡한 일들이 계속 생길 테지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이왕 황제가 혼약을 파기하겠다고 약조한 이상, 최악의 문제는 넘어선 터. 더 이상 두려울 것은 없었다. ‘석 달 후, 이 사람이 돌아오면 다 고백해야지. 어디로든 우리 둘만 같이 떠나자고 해야지.’ 정영은 가만히 무렴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더 강하게 그를 끌어안았다. ‘다 고백하고 다 털어버리겠어. 이 사람의 고향인 반야성도 좋아. 베옷을 입고 남새만 먹어도 좋아. 둘이 함께인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 따라갈 거야.’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