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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혼 하
무애가
이지환
신영미디어 201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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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2〉 백몽일첩(百夢一帖)
〈13〉 해가 지면 달이 뜨네.
〈14〉 깊고 깊어라.
〈15〉 일월연가
〈16〉 해원(解寃)이여, 비애로다.
〈종장〉 춘우희서(春雨喜書)

저자 소개 1

읽고 쓰는 즐거움을 사랑한다. 재능의 부족은 노력으로 채울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랑하는 글쓰기를 오래도록 계속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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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542쪽 | 664g | 140*210*35mm
ISBN13
9788941333340

책 속으로

울음마저 토하지 못하여 돌덩이처럼 굳어버린 가슴을 서럽게 부여잡고 은리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옷자락에 투둑 혈루가 떨어져 붉은 얼룩을 만들었다.
“……오라버니. 결 오라버니…….”
사모하는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데, 그이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임을 몸이 먼저 알았다. 명치끝이 꽉 막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약조하셨잖아요? 어찌하든 우린 같이 있을 거라고. 백년해로할 거라고 약조하셨잖아요.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거라고, 언제나 함께 평생 웃으며 살 거라고 하셨잖아요…….’
어찌하든 필사적이 된다고, 하여 무슨 짓이든 다하게 된다고. 눈을 감아도 떠오를 정도로 애틋하게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지키고자 못할 일은 없다고 하였다. 그렇게 너르고 큰 품으로 은리의 하늘을 감싸준 사람, 사랑을 주어 세상 전부를 다 주었지. 그녀가 잃어버렸던 행복 전부를 열 곱이나 더 크게 만들어서 되돌려 주었다.
그런데 그런 이를 다시 잃었다. 유일한 정인을, 사랑 말고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았는데, 그런 분을 놓치고 말았다.
은애하는 사내가 비참하게 시역을 당하는 순간, 은리 자신 무엇을 할 수가 있었던가. 이렇게 무용하고 가치 없는 눈물 밖에는 드릴 것이 없다. 스스로의 무력함에, 분함에 은리는 미안하고 절통하여 울었다. 같이 죽지 못한 것이 사무쳐서, 죄송하여 다시 울었다.
넋 잃은 눈동자가 침상 위 침의 쪽으로 갔다. 세결이 곤륜성을 떠난 후에 그를 안은 듯, 그에게 안긴 듯 매일 밤마다 안고 잤던 세결의 침의였다. 은리는 와락 그 옷을 끌어안았다. 얼굴을 묻었다. 지난 나흘 동안 눈물로 젖고 젖어 아직도 축축한 침의 위로 피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뚝뚝 떨어져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얼룩을 또 만들었다.
“마마…… 마마…… 안돼요. 이렇게는…… 가시면 안 되잖아요……. 저를 홀로 놓아두시고 가시다니요… 안돼요. 이러지 마세요. 제발 돌아오세요. 제발…… 으흐흐흑…….”
유일한 정인을 잃은 여인의 눈물은 장강보다 길고 심연보다 깊었다. 세결의 넋이 떠돌고 있다면 저승에서라도 돌아올 만큼 은리의 오열은 애절하고 간절했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심장이 저리고 오금이 저렸다. 세결을 잃은 후 은리 자신의 남은 날은 평생 이러한 피눈물 투성이일 것이라는 예감 때문이었다.
“우흐흐흐, 우욱 우욱…….”
눈물을 들이키는 것인지 숨을 들이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은리는 뚝뚝 끊어지는 오열을 손으로 막았다. 한손으로 턱턱 막히는 가슴을 두드렸다.
하늘님. 하늘님. 왜 제게 또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건가요? 가능하다면 하늘을 향해 패악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인데. 이미 그녀는 잔혹하게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번 잃었었다. 대신 세결을 돌려주었다고 믿었는데. 그와 함께 새로이 피어난 꽃처럼 행복을 만들어가면서 사필귀정. 하늘의 순리는 존재한다고 믿었는데.
“하늘의 뜻 따윈…… 정의 따윈…… 없어. 그런 것 따위…… 가 있을 리 없잖아……. 으윽. 으흑흑흑…….”
안에서 새어나오는 억누른 울음소리가 처절했다. 듣는 사람조차도 까마득한 슬픔의 심해로 떨어지게 만들고 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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