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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로스페르 동주의 타이어
2. 매그레, 자전거를 타다 3. [펠리캉]의 샤를로트 4. 지지와 카니발 5. 유리창에 침을 뱉다 6. 샤를로트의 편지 7. [지금 뭐라고 하는 거요]의 밤 8. 매그레가 선잠이 들었을 때 9. 샤를 씨의 신문 10. [라 쿠폴]의 저녁 식사 11. 수사국의 갈라 파티 옮긴이의 말 『마제스틱 호텔의 지하』에 관하여 조르주 심농 연보 |
Georges Joseph Christian Sime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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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있는 로커는 백 개가 아니라, 정확히 92개였고, 모두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개는 비어 있었다.
왜 프로스페르 동주는 주인이 없어 열쇠로 잠기지 않은 89번 로커를 열 생각을 했을까? 「무의식적으로요…….」 그는 주장했다. 「로커 문이 조금 열려 있어서…… 그냥 별생각 없이…….」 그런데 이 로커 안에는 세워진 채로 밀어 넣어져 지금은 웅크리듯 내려앉은 시체 한 구가 들어 있었다. 밝은 금발 ─ 사실은 염색한 금발이었다 ─ 에 고급 모직 검정 드레스를 입은 30대 여인이었다. --- p.16 「(……) 반장님도 그 [시종실]을 보셨죠? 지하실에 처박혀 있는 우리에겐 이름이란 존재하지 않아요. 단지 117호실이 아침에 코코아를 마시고, 452호실은 베이컨 에그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 뿐이죠. 우리가 아는 것은 123호실의 하녀와 216호실의 운전기사뿐이에요…….」 --- p.108 그것은 어쩌다 떠오른 생각, 그리고 이내 잊어버린 생각일 뿐이었다. 매그레는 마제스틱 호텔의 3층에 이르렀고, 숨을 고르려고 잠시 멈춰 섰다. 올라오다가 층계에서 쟁반을 나르는 웨이터 하나와, 외국 신문 한 뭉치를 들고 뛰어가는 벨보이 하나와 마주쳤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앞에는 아주 우아한 여자들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차나 한잔 마시려고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겠지? 그들이 지나간 뒤로 짙은 향수 냄새가 떠돌았다. [저들은 모두 자기 자리에 있어.]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떤 이들은 무대 뒤에 숨어 있고, 어떤 이들은 살롱과 로비 홀에 있지. 한쪽에는 고객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직원들…….] 하지만 그의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생각은 정확히 이게 아니었다. 자, 보자!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리에 있고, 각자는 각자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돈 많은 외국 여자가 차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맞춘 옷을 가봉하러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어떤 웨이터가 쟁반을 나르고, 어떤 객실 담당 하녀가 침대를 다시 꾸미고, 어떤 엘리베이터보이가 엘리베이터를 조작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요컨대, 각자의 신분과 할 일은 분명히,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만일 매그레에게 지금 당신이 무얼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난 한 사내를 감옥에 처넣으려 하고 있어. 아니면 단두대에 올려 버리거나…….」 --- p.139~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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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특급 호텔 지하에서 발견된 한 여자의 시체,
유력한 용의자는 지하에 틀어박혀 일하는 커피 준비실 실장 파리 샹젤리제 거리 근처에 있는 호화로운 특급 호텔, 마제스틱 호텔에서 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사망자는 미국인 억만장자 오즈월드 J. 클라크의 아내로, 어린 아들과 하인들을 데리고 이 호텔의 스위트룸에 묵고 있었다. 시체가 발견된 곳은 호텔 지하에 있는 탈의실 로커. 주방과 커피 준비실, 직원용 식당 등이 있는 지하는 150명의 직원이 분주하게 일하는 공간이었다. 숙박비가 하룻밤에 천 프랑이 넘는 스위트룸 손님이 내려올 만한 곳은 아니었다. 시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커피 준비실 실장인 프로스페르 동주였는데, 그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그는 못생긴 얼굴 때문에 사람들에게 무시를 받지만, 어려운 처지에서도 선량하게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인다. 수사 판사는 클라크가 엄청난 부와 명성을 소유한 사람임을 강조하면서 매그레에게 그를 건드리지 말라고 지시하고, 동주가 범인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주에게 호감을 느낀 매그레는 수사 판사의 지시와 마제스틱 호텔의 분위기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며 자기 방식대로 수사를 계속하는데……. “힘없는 사람들의 보호자인 매그레를 따라가다 보면 스스로가 덜 외롭고 덜 초라한 존재로 느껴진다. (……) 불안한 우리의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그의 평정심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인간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매그레 같은 경찰도 마찬가지이고.” - 미셸 카를리, 『매그레 전집』 서문 세계의 문호들이 경배를 바친 작가 조르주 심농 최초의 매그레 장편이 1931년 프랑스에서 출판된 이후 8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20세기 초에 프랑스에서 쓰인 추리 소설을 오늘날의 한국에 사는 우리가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문학사에서 심농이 차지하는 영향력을 꼽을 수 있다. 알베르 카뮈나 존 반빌과 같이 그의 직접적 영향을 고백한 작가는 물론이고 지드, 헤밍웨이, 엘리엇 같은 거장들, 마르케스, 세풀베다, 르카레 등과 같이 현재 세계 문학계의 거목으로 꼽히는 작가들까지 수많은 이들이 심농의 작품에 찬사를 보냈으며, 이는 그의 작품이 후대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방증한다. 누군가는 그에게서 체호프를 보고, 누군가는 발자크와 도스토옙스키, 디킨스를, 누군가는 에드거 앨런 포의 면모를 본다. 장르 문학에 대한 평가에 인색한 프랑스 문학계가 그의 작품들을 [문학]으로 평가하는 것은 그의 작품세계가 단순히 범죄와 그 해결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범죄 아래에 깔려 있는 이야기, 인간의 삶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의 심리를 파고드는 극도로 섬세한 심리 묘사와 사건이 벌어지는 배경의 농밀한 분위기 서술, 짧고 단순하면서도 긴장감이 담긴 팽팽한 문체는 [인간의 삶]이 지닌 비극성을 그려 내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조르주 심농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소설가이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활발한 재평가 움직임과 함께 새로운 시리즈로 재출간, 300편 이상의 영화로 끊임없이 재창조 그러한 심농의 작품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매그레 시리즈이다. 장편 75편, 단편 28편으로 총 100편이 넘는 이 시리즈는 15편 이상의 극장 영화와 300편 이상의 TV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그중 TV 영화는 196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재창조되고 있다. 단 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100편의 작품을 쓴다는 것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 작품들이 큰 편차 없이 두루 인기를 얻는 일일 것이다.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매번 새로운 TV 영화로 제작된다는 것 역시 그만큼 일정 부분 시청률이 확보되기에 가능하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매그레를 읽고 또 읽게 하고, 그도 모자라 극장과 텔레비전 화면에서도 보고 또 보게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추리 소설의 형식을 띠면서도 범죄라는 외피 속에 감추어진 사회적 약자의 울분에 공감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심농이 관심을 가진 것은 언제나 세상의 끝, 갈 데까지 가고 만 사람들, 궁지에 몰린 사람들, 뒤처진 사람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살아 보겠노라 발버둥치는 사람들이었으며, 이는 시간과 공간이 바뀐 오늘날의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주인공 쥘 매그레에 관한 사실들 신체적 특징: 신장 180센티미터, 체중 110킬로그램. 기혼이지만 자녀는 없음. 45세. 약간 불그스름한 둥근 얼굴, 순진해 보이는 눈, 너부죽한 코. 울퉁불퉁하니 서민적인 골격. 걸을 때 고개를 꺼덕거리고, 거대한 두 팔을 흔든다. 육중한 덩치다. 운전을 못한다. 정신적 특징: 끈덕지고, 조용하고, 차분하고, 집요하고, 한결같고, 본능적이고, 직관적이고, 비정치적이고, 의심이 많고, 관습적이고, 마음이 깨끗하고, 먹고 마시는 걸 좋아하고, 퉁명스럽고, 조심성이 많고, 방에서 죽치는 걸 좋아하고, 그다지 사교적인 성격이 못 된다. 서민 출신인 그는 결코 그들을 잊지 않는다. 모욕받은 약자가 호소하면 결코 못 본 척하지 않지만, 돈 많은 부르주아에게는 약간 차갑다. 수사 방식: 그의 가장 뛰어난 능력은 미묘한 분위기를 체감하여 범죄의 본질을 꿰뚫는 것이다. 타인의 처지로 들어가 공감하는 능력은 오직 그만의 것이다. 언제나 가해자보다는 희생자 편이다. 그의 삶에서는 서스펜스나 사건의 해결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즉, 보통 추리 소설과는 달리 이야기의 결말은 아무런 중요성이 없는 것이어서, 독자는 그의 수사 이야기들을 매번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며 다시 읽을 수 있다. 매그레는 우리를 전염시킨다. 우리도 그처럼 살인범을 찾아내려 한다기보다는 이해하려 한다. 오직 소설적 진실만이 중요한 것이다. 작가 조르주 심농에 관한 사실들 숫자: 400편 이상의 소설, 20여 개의 필명. 두 번의 결혼, 네 명의 아이. 1만 명의 여자와 잠자리를 했다고 주장함. 1960년 제13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2008년 『타임스』 선정 [최고의 범죄 소설가 50인] 2위, 10권 이상의 전기. 집필 시간: 그가 한 권의 작품을 써내는 데는 11일의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온종일 등장인물 중 하나가 되고, 그 인물처럼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온전히 한 인물 속으로 들어간 상태로 대엿새가 지나면 거의 참을 수 없게 되고, 열하루가 지나면 육체적으로 버텨 내기가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전설: 심농이 대중들 앞에서 즉석으로 소설 한 편을 써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27년 2월 『파리마탱』지에서는 [촉망받는 작가] [조르주 심]이 정해진 시간 동안 대중이 볼 수 있는 유리 상자 속에서 즉흥적으로 소설을 쓰기로 한 이벤트를 광고했다. 1시간에 최소 한 장(章)을 써서 유리 벽에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붙이고, 초벌 원고 그대로 출간하겠다고 약속한 것. 그러나 사실 이 이벤트는 『파리마탱』지가 문을 닫으면서 열리지 못했다. 문체: 한편 그는 간결한 문체로도 유명한데, 이는 그 자신이 처음 글을 쓰던 시절부터 의식적으로 기울인 노력의 결과다. 1972년 유네스코 조사에 따르면 심농은 전 세계에서 레닌 다음으로 많이 번역된 작가로, 그의 독자는 3억 5천 내지 5억 명에 달한다. 실제로 그는 성숙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가능한 한 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가장 많은 독자에게 읽힐 것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썼다. “글을 쓰는 것은 직업이 아니라 불행에 대한 소명이기 때문이다. 나는 결코 예술가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조르주 심농 심농이 남긴 말들 범죄란 무엇인가? 여기 40대 중반의 한 남자가 있다고 치자. 오늘은 일요일이고, 그는 공동체에 속하는, 여느 남자와 똑같은 남자다. 5분 후 물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 어떤 하찮은 이유 때문에 그 남자가 범죄를 저지른다. 그러면 갑자기 그는 더 이상 인간 공동체에 속하지 않는다. 그는 괴물이 된다. 40대 중반까지 그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왔는데도, 단 5분 만에 사람들은 그를 혐오의 눈길로 바라본다. 그는 더 이상 사회에 속하지 않는다. 당신이 재판에 참석해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경관 사이에 앉아 있는 그 사람의 고독은 아주 인상적이다. 그는 더 이상 아무도 그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아무도 그와 똑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 『의학과 위생』과의 대담, 1968년 나는 열여덟 살 때부터 가능한 한 간결한 문체를 추구해 왔다. 그 이유는 이렇다. 나는 언젠가 프랑스 인구의 절반 이상이 6백 단어 이상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통계를 읽었다. 그러니 내가 추상적인 단어들을 써서 무엇하겠는가? 추상적인 단어는 두 명의 독자 머릿속에서 다른 의미를 띠게 마련이다. 결코 같은 식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항상 [물질적인] 단어만을 쓰려고 해왔다. 탁자, 의자, 바람, 비 같은. 만일 비가 온다면, 나는 [비가 온다]고 쓸 뿐이다. 내 책에서는 물이 진주가 되는 일 따위는 눈을 부릅뜨고도 찾지 못할 것이다. - 장 루이즈 에진과의 인터뷰, 1978년 사실 우리는 모두 비극의 등장인물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모두 최선에 이를 수도, 최악에 빠질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성자이며 범죄자다. 오로지 정황 때문에 어떤 이들은 범죄자가, 어떤 이들은 성자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이론, 내 비극 이론이다. 그리스 비극이든, 코르네유의 비극이든, 라신의 비극이든, 그것은 늘 안 좋게 끝난다. 등장인물들이 그들 자신의 끝까지 가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날의 소설도 그래야 한다고, 예전의 비극에 버금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해보려고 애썼지만 성공했다고 믿기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비평가들이 내 소설이 너무 짧다고 비난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예를 들어 소포클레스의 비극을 어느 날 저녁에 초반부를, 사나흘 후에 중반부를, 일주일 후에 마지막 부분을 읽는 게 가능이나 한가? 내 소설은 하룻저녁에 읽도록 쓰였다. 비극이 하룻저녁에 관람되도록 쓰였으니까. ― 모리스 피롱, 로베르 사크레와의 대담, 1982년 옮긴이의 한마디 매그레 시리즈를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작품의 배경이 거의 1세기 전의 파리이지만, 그 모습이 돈이라는 허깨비에 사로잡혀 울고 웃는 지금의 서울의 그것과 너무나도 닮았다는 것이며, 그런 점에서 심농의 이 소설들은 우리에게도 깊은 공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