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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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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oru Kitamura,きたむら かおる,北村 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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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식중독 사고라도 있었어?”
쇼코의 목소리에 나는 순간 물속에 가라앉았던 머리가 쑥 끌려나오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런 게 아니야. 작지만, 신문에도 실렸어. 이 근처에서는 물론 엄청나게 큰 사건이었고. 무슨 일이었냐 하면, 한밤중에 학교 옥상에서, 학생이 떨어졌어.” “한밤중에?” --- p.21 그 죽음을 들었을 때에도 나는 슬프다기보다 놀랐다. 나보다 나중에 태어난 아이가 이미 이 세상에 없다. 내가 살아온 시간, 그 길이의 안쪽에 그 아이의 시간이 전부 포함되어 있다. 움직일 수 없는 그 사실이 나로서는 믿을 수 없었다. 그것은 이런 감각일 것이다. 내가 세상에 있기 이전에 태어난 사람의 생은 내 눈으로 보지 못한 부분이 있는 만큼 과거에 무한하게 펼쳐져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쓰다에게는 그것이 없다. 생의 유한함을 돌연 목격하고 그것에 나는 당황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애, 왜 학교 옥상에 올라갔을까?” --- p.25 쇼코의 말대로 자살일 확률도 있었지만, 나는 석연치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에는 좀 이상해. 일단 때와 장소가 이해가 안 가고, 소문으로 들었을 뿐이지만 딱히 고민도 없었던 것 같아. 축제 준비도, 학업도 열심이었던 것 같고.”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고민은 마음속에서 몰래 키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쓰다의 모습을 봐왔던 나로서는 그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 p.26 나는 물을 마시듯이 책을 읽는다. 물 없이는 살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그런 까닭으로 이날 밤 내가 책장에서 뽑아 든 책은 처음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결국은 소장하려고 사버린 『아누이 명작집』이었다. 목숨을 걸고 국법을 어겨가며 어리석은 오빠의 시신에 흙을 뿌리는 소녀의 이야기, 「안티고네」. 깊어가는 가을밤 다시 읽은, 그 첫 장면의 소리를 지르고 싶어질 만큼 긴장된 아름다움. 떨리는 현의 선율을 말로 표현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 p.124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오싹했다. 그렇게까지 깊숙이 내려가 사물을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고통에 몸부림치는 육신을 끝을 알 수 없는 구렁 속으로 더 깊이깊이 끌고 들어가는 듯한 그 상상에는 좁쌀만큼의 자비도 없었다. 끌려 들어가는 쪽에도, 그리고 끌고 들어가는 쪽에도. 분명 그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나는 운명의 악의라는 것을 생각했다. --- p.1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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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 씨와 나’ 시리즈, 그리고 ‘일상 미스터리’에 대하여
‘엔시 씨와 나’ 시리즈는 1989년 출간 이래 일본에서 ‘일상 미스터리’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지 미스터리가 아닌 인간의 내면과 외면, 희로애락을 일깨워준 교과서와 같은 소설”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으며, 현재 『하늘을 나는 말』 『밤의 매미』 등을 포함하여 총 6편의 작품이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엔시 씨’는 일본의 전통적인 이야기 예술인 라쿠고 예능인이고, 화자인 ‘나’는 문학 작품과 라쿠고를 사랑하는 국문과 학생이다. ‘나’가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수수께끼를 던지면 ‘엔시 씨’가 그 수수께끼를 받아 해결한다. ‘나’는 문학도로서의 지적 호기심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엔시 씨’는 라쿠고와 통찰로써 그것을 막힘없이 받아낸다. ‘일상 미스터리’는 말 그대로 살인과 죽음이 전제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범죄가 아닌 일상에서 조우한 소소한 사건 혹은 수수께끼를, 역시 수사관이나 전문 탐정이 아닌 평범하고 친근한 주인공이 특유의 지식과 감각을 발휘하여 아기자기하게 풀어나가는 형식을 취한다. 풀이의 대상이 범죄가 아니거나 기껏해야 경범죄이지만 수수께끼가 해명되는 과정이 엄밀한 로직 위에서 이뤄지므로 넓게는 본격 미스터리로 분류된다. 일상 미스터리 속 주인공들은 전문 탐정이 아니라 다양한 생업에 종사하거나 독특한 취미를 가지고 있어서 그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추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상 미스터리는 이야기의 스펙트럼이 넓을 수밖에 없다. 배경이 커피숍이거나 헌책방이거나, 취미가 뜨개질이거나 악기 연주이거나. 그래서 다양한 소재의 일상 미스터리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엔시 씨와 나’ 시리즈 성공 이후, 일본에선 일상의 수수께끼를 다루는 작가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일상 미스터리라는 용어도 자연스럽게 정착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인기를 끈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와 ‘소시민’ 시리즈, 미카미 엔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 등이 이 작품에 닿아 있음은 물론이다. ‘엔시 씨와 나’ 시리즈는 미스터리답게 문제 풀이에 의한 통쾌함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 그 과정에서 풀려나오는 다양한 지식과 정보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인간 심리의 심연에 가 닿아 절망에서 희망을 끌어냄으로써 감동과 위안을 주기도 한다. 일상 미스터리의 요소가 빠짐없이 갖춰져 있는 셈이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지금까지 이 시리즈가 고전으로 회자되고 읽히고 있는 까닭은, 남녀 관계로 절대 느껴지지 않는 그 남과 여가 묘하게 순수하고 아름다운데, ‘나’는 그 관계에서 점점 한 인간으로서 폭과 깊이의 밀도를 높여간다. 이런 의미에서 이 시리즈에 속하는 작품들은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옮긴이의 말 이 시리즈는 일본에서 현재까지 여섯 권이 나왔다. 국내에 번역 출간되는 것은 세 번째 작품인 이 『가을꽃』이 아마도 마지막이 될 것 같다(혹, 미스터리처럼 강렬한 반전이 있을지도 모르니 속단은 금물이지만).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가을꽃』으로 막을 내리는 것이 어느 정도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주인공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적성에 맞게 출판사에 취직하고, 더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여전히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한다. 시리즈는 마감하지만 ‘나’의 인생에 응원을 보낸다. 더불어 우리의 인생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