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소득공제 청년패스
빈방
개정판, 양장
가격
12,000
10 10,800
YES포인트?
600원 (5%)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해외배송 가능?
  •  문화비소득공제 가능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 내 몸속의 짐승이 보이는 것

별똥별
빈방
항아리야 항아리야
괜찮아, 정말 괜찮아
감자꽃 필 때
흰 건반 검은 건반

해설 ― 비어 있는 중심 (김미현)

저자 소개 1

朴範信

1946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원광대 국문과 및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78년까지 문예지 중심으로 소외된 계층을 다룬 중ㆍ단편을 발표, 문제작가로 주목을 받았으며, 1979년 장편 『죽음보다 깊은 잠』『풀잎처럼 눕다』등을 발표, 베스트셀러가 되어 70~8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활약했다. 1981년 『겨울강 하늬바람』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빛나는 상상력과 역동적 서사가 어우러진 화려한 문체로 근대화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밀도
1946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원광대 국문과 및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78년까지 문예지 중심으로 소외된 계층을 다룬 중ㆍ단편을 발표, 문제작가로 주목을 받았으며, 1979년 장편 『죽음보다 깊은 잠』『풀잎처럼 눕다』등을 발표, 베스트셀러가 되어 70~8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활약했다. 1981년 『겨울강 하늬바람』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빛나는 상상력과 역동적 서사가 어우러진 화려한 문체로 근대화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밀도 있게 그려낸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작품 중 70년대와 80년대에 발표된 작품들은 폭력의 구조적인 근원을 밝히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또한 도시와 고향이라는 이분법적인 대립구조를 통해 가치의 세계를 해부하려는 시도로 인해 대중작가라는 곱지 않은 평을 듣기도 했다. '영원한 청년작가'로 불리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던 중 1993년 돌연 절필을 선언하고 문학과 삶과 존재의 문제에 대한 겸허한 자기 성찰과 사유의 시간을 가졌다. 사유의 공간으로 선택한 곳은 세상에서 가장 높고 멀게 느껴지던 히말라야였다.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등 히말라야를 여섯 차례 다녀왔으며 최근에는 킬리만자로 트레킹에서 해발 5895미터의 우후루 피크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1996년 유형과도 같은 오랜 고행의 시간 끝에 [문학동네] 가을호에 중편소설 「흰소가 끄는 수레」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재개한 후 자연과 생명에 관한 묘사, 영혼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작품 세계로 문학적 열정을 새로이 펼쳐보이고 있다. 명지대 교수, 상명대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외등』은 그가 글쓰기를 떠나기 전의 문학세계와 그 후의 문학성이 어우러져 있는 작품으로, 해방 후의 현대사의 흐름을 같이 걸어온 주인공 서영우와 민혜주, 노상규 이 세 인물들을 통해 잃어버린 사랑의 원형을 찾아 결국엔 죽음에 이르는 피빛 사랑을 그려내면서 해방 후 현대사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더러운 책상』은 특이하게 '단장'으로 이뤄져 있다. 박범신의 자전적 소설로도 볼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그가 겪었을 젊은 날의 고뇌들이 그렇게 표현된 것처럼 평가받는다. "새벽이다. 무엇이 그리운지 알지 못하면서, 그러나 무엇인가 지독하게 그리워서 나날이 흐릿하게 흘러가던, 그런 날의 어느 새벽이었을 것이다."라는 그의 말은 예술가로서 인간으로서 살고자 했던 그의 고민을 엿보게 해준다. 작가 박범신은 이 작품으로 창작과비평사가 제정한 2003년 제18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남자들, 쓸쓸하다』에서 박범신은 그의 문학인생 못지않게 녹록치 않았던 남자인생 60년을 이야기한다. 오로지 아들 하나를 욕망하던 어머니의 늦둥이 외아들로, 수많은 복병에도 불구하고 30년 이상 한 울타리를 지켜온 남편으로, 수십 년간 밥벌이를 감당해야 했던 고단한 아버지로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며 이 땅에서 남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참된 의미를 짚어본다. 또한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어가는 사회 구조 안에서 이제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남자들, 즉 구시대의 ‘화려한 권력자’에서 이 시대의 ‘쓸쓸한 인간’으로 자리바꿈한 중년 남자들의 현주소를 살펴봄과 동시에, 이제는 사회의 구석자리에서 불안한 헛기침만을 날릴 수밖에 없는 그 ‘쓸쓸한’ 남자들의 진솔한 속내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비우니 향기롭다』는 더욱 더 소유하고자 하는 물질 만능주의 현실에서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안내서이다. 내면의 깊이가 더욱 확장된 저자가 히말라야에서 깨달은 바는 진정한 삶의 행복은 가지려는 마음보다 비우려는 마음에 있다는 것. 이는 바로 불교 철학의 '무소유'와 직결된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지만 살아가는 기쁨이 더 줄어든 시대. 이 책은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이 외의 작품으로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불의 나라』 『물의 나라』 『겨울강 하늬바람』 『킬리만자로의 눈꽃』 『침묵의 집』 『와등』 『더러운 책상』 『나마스테』등이 있고, 소설집에 『토끼와 잠수함』 『덫』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등이, 연작소설에 『빈 방』 『흰수레가 끄는 수레』 등이 있다. 2001년 소설집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로 제4회 김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 『나마스테』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다.

2007년 9월부터 2008년 1월까지 5개월동안 네이버 블로그에 「촐라체」라는 소설을 연재하였다. 이 소설은 2005년 1월 히말라야 촐라체봉(6440m)에서 조난당했다가 살아 돌아온 산악인 박정헌·최강식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또한 『촐라체』와 『고산자』와 함께 ‘갈망의 삼부작(三部作)’인 은교에서는 실존의 현실로 돌아와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감히 탐험하고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시란 무엇인가. 소설은 또 무엇인가. 젊음이란 무엇이며, 늙음이란 또 무엇인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풀어내는 '영원한 청년작가' 박범신은 최근에도 『비즈니스』, 『빈방』, 『외등』, 『힐링』,『소소한 풍경』등을 발표하며 꾸준히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박범신의 다른 상품

저자 : 박범신
194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어 1973년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초기엔 강력한 사회비판적 소설 『토끼와 잠수함』 『덫』 등을 펴내면서 젊은 ‘문제작가’로 평가받았고,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전반기까지 『풀잎처럼 눕다』 『불의 나라』 『물의 나라』 『숲은 잠들지 않는다』 등 많은 베스트셀러를 내며 대표적인 ‘인기작가’가 되었다. 1993년 스스로 “상상력의 불은 꺼졌다”고 선언하며 ‘절필’하고 용인 변방의 외딴집 ‘한터산방’에 들어가 3년 동안 침묵의 은거에 들어갔다. 1996년 『문학동네』에 「흰소가 끄는 수레」를 발표, 작가로 다시 돌아온 이후부터 『외등』 『나마스테』 『더러운 책상』 『향기로운 우물이야기』 『촐라체』 『고산자』 『은교』등, 인간존재의 본질을 그려내는 격조 높은 소설을 왕성하게 발표, 김동리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잇달아 수상했다. 우리 문학에서 최초의 본격 산악소설이라고 회자되는 『촐라체』를 국내 처음으로 블로그에 연재함으로써 인터넷 문학의 새 지평을 열기도 했다. 그동안 영화화되었거나 드라마로 제작, 방연된 것만 해도 20여 편이나 되며, 그 외에도 연극, 무용, 노래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들은 거의 모든 장르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단 내외에서 ‘영원한 청년작가’라는 불리는 그는 최근에도 중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연재한, 자본주의 경쟁 구조에 따른 우리 사회의 반생명적 불모성을 강력히 비판해낸 소설 『비즈니스』를 출간, 필력을 과시하고 있다.
현재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연희문학창작촌 촌장,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2월 1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94g | 128*188*20mm
ISBN13
9788957075456

출판사 리뷰

아이를 밸 수 없는 자들의 쓸쓸하고 참혹한 퍼포먼스
박범신 연작소설 『빈방』, 2011년 새롭게 태어나다!


“창조적인 생산력은 나날이 거세되고 불임의 사막은 시시각각 확장되는 세계에 살면서, 그 원죄로 부여받은 쓸쓸함엔 처방전이 없다. 우리들은 끝내 별 하나 품지 못하고 저 넓고 깊은 우주조차 무기물의, 커다란 투구로 여겨 머리에 쓰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절필 선언 이후 문단에 복귀한 박범신의 작품 활동이 다양해지고 작품 세계가 이전보다 더 깊어졌다고 말한다. 도회적인 감수성과 세련미를 추구하던 그가 인간 실존의 문제에 접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그는 『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일』 등의 수필집과 『산이 움직이고 물이 머문다』 등의 시집을 내는 등 창작의 영역을 소설에 국한시키지 않고 다시 태어난 청년작가답게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렇게 볼 때, 『빈방』은 제2의 생을 맞고 있는 박범신 문학의 결정체이자 앞으로의 문학적 행보와 그가 떠안은 실존적 과제들을 가늠케 하는 지표라 할 수 있다.
그 존재들은 텅 빈 방에 갇혀 있다. 그 방은 부단히 채워 나가지 않으면 안 될 쫓기는 현대인의 삶인 동시에, 창조에 대한 욕망과 예술의 생산 활동에 대한 거부에 몸부림치는 작가 자신의 삶이다. 빈 것들은 언제나 결핍에 목마르다. 누군가는 열심히 그 빈 삶을 채우기 위해 질주하고 누군가는 차라리 더 비워내기 위해 애쓴다. 결국 모든 것을 비워버리기 위해 용인의 ‘한터산방’에 은거했던 작가는 이렇게 말라붙은 자궁 속으로 다시 회귀한 셈이다. “비울 것인가, 아니면 채울 것인가?”라는 엄청난 실존 위기의 화두를 안고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들의 쓸쓸하고 참혹한 퍼포먼스
이제 40대 초반에 들어선 ‘나’는 화가로서의 야망도 접은 채 용인 읍으로 내려와 살고 있는 돈 많은 백수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내키면 그림을 그리고 심심하면 읍내의 증권회사에 나가 유동자산의 증감을 확인하며 가끔 여관에 들어가 창녀들의 노동을 즐긴다. 화가로서의 야망도 없지만 결혼에 대한 꿈도 사랑에 대한 믿음도 인생에 대한 어떤 기대도 없다. 그런 ‘나’와 달리 20대에 만나 줄곧 사귀어온 혜인은 패션디자이너로서의 거대한 야망을 갖고 있다. 나는 비어 있는 인간인 반면 그녀는 가득 차 있는 인간이다. 나는 잘 서지 않는 그것을 갖고 있지만 그녀는 우뚝 서 있는 거대한 검은 젖꼭지를 갖고 있다.
이제 혜인은 패션디자이너로서 세상을 향한 복수라는 거대한 야망을 좇아 돈 많은 예순네 살의 남자와 결혼하려고 한다.

「별똥별」
언제부터인가 ‘나’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기 시작한다. 기억을 더듬으니 혜인과 헤어지던 날, 벌거벗고 빗속에서 감자밭의 복합비료를 미친 듯이 떠내던 때부터다. 그날 이후 시선은 밤마다 집 안을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혹시나 혜인이 아닐까 하지만 그럴 리 없다. 혜인에게선 연락이 없다. 어차피 중심이 빈 나는 그 시선과 시선의 주인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선을 의식한 순간부터 나는 나를 연출하며 보여짐을 즐긴다. 그러나 우연히 달빛에 비친, 돌아가는 ‘그녀’의 실루엣을 보는 순간, 그녀가 쓴 챙이 긴 운동모자가 시간처럼 흘러가는 모습을 본 순간, 나는 그녀를 쫓아가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느낀다. 치밀한 연출을 하고 기다리던 나는 드디어 그녀의 뒤를 밟는다. 그녀는 캐디들이 살고 있는 고시원 건물로 들어가 마침내 모자를 벗고 머리를 풀어 내린다. 하얀 백발의 그녀, 온몸에 검버섯이 돋은 그녀……를 나는 본다. 내 몸의 중심을 향해 별똥별 하나가 떨어진다.

「빈방」
천변도로에 오일장이 서던 날, 자전거에서 내리며 헬멧을 벗은 이발소 주인을 보는 순간, 나는 큰 충격을 받는다. 힘차고 단호한 햇빛이 미끄러져 내리는 헬멧, 그 헬멧 같은 머리를 가진 남자. 그가 칼끝으로 고요하고도 재빠르게 원뿔형의 수박 한 덩이를 찍어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 남자에게서 단호한 중심을 느낀다. 그는 빈 젖을 빨고 자란 사람이다. 그가 사라진 지하 이발소 건물로 따라 들어선 나는 그곳에서 그 여자 오목렌즈를 만난다. 그녀의 팔뚝은 오목하고 여분에 불과한 나의 팔뚝은 볼록하다. 오목렌즈만으로 그녀는 나를 사로잡는다. 이후로 나는 지하 이발소의 단골이 된다.
결혼식을 앞둔 전날 밤, 불시에 혜인이 찾아온다. 그녀는 서로 처음 만나 하룻밤을 보냈던 추억의 장소로 가고 싶어 했지만, 밤새도록 헤매도 방갈로가 딸렸던 그 카페는 찾을 수가 없다. 나는 그녀를 지하 이발소로 데리고 가 주인 남자에게 건넨다. 아무런 의도도 없다. 오목렌즈의 서비스를 받는 사이 혜인의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그들이 어떤 중심을 향해 타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는 햇빛이 잘 들어오게 일부러 크게 틔웠던 창의 크기를 다시 줄인다.

「항아리야 항아리야」
나는 최근 늙은 여류작가를 주시하고 있다. 커다란 뿔테안경을 낀 여류작가는 항상 단정한 옷차림에 셔츠의 단추를 맨 위까지 채우고 있다. 여류작가가 나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고흐의 그림에 관해 이야기하면서부터이다. 그녀가 고흐의 해바라기를 가리켜 “둥글잖아요……”라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이 텅 빈 나의 중심을 계속 울렸다. 급기야 나는 초소형 카메라를 구입, 그녀 몰래 집 안으로 들어가 오디오 스피커에 숨겨놓고 그녀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나는 희한하고 감동적인 삽화를 목격한다. 화장실에서 여류작가가 “아가야……”를 부르며 울고 있는 것. 마침내 알몸에 머리를 풀어 헤친 여류작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는 장난감 말인 ‘호피티’를 타고 있다. 히히잉, 말 울음소리를 내며. 나는 돌아와 거실 바닥에 엎드려 내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항아리야, 항아리야”라고 외어본다. 눈물이 난다. 며칠 뒤 여류작가는 층계참에 목을 매어 에리다누스 강을 건넜다. 나는 그녀의 빈 집을 찾아가 마당의 대형 항아리 속으로 들어간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오리온좌를 쫓아 망원경을 들고 산을 헤매다 돌아온 나는 틈입자의 흔적을 느낀다. 미미한 흔적에 지나지 않았던 틈입자는 점차 담대해지고 침입자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어느 날 침입자의 기척을 느낀 나는 한달음에 산에서 내려와 철제 봉을 손에 쥔 채 쳐들어갔다가 깜짝 놀란다. 열두서너 살밖에 되지 않은 임산부가 아이를 낳으려는 참이다. 소녀의 애원을 뿌리치지 못하고 나는 아이 낳는 일을 돕는다. 고통을 참아내며 소녀는 연신 아이의 아빠로 생각되는 토니의 무릎 부상 이야기를 한다. 며칠 후 강신무가 살았지만 이제는 폐허가 된 집에 들렀다가 그곳에서 ‘나’의 집에서 훔친 것으로 생각되는 CD를 발견한다. 그 사진 속에 가수 토니가 있다. 소녀의 아이는 이틀 만에 죽었다고 한다.

「감자꽃 필 때」
논 사이 소로로 다니는 그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항상 체수보다 큰 지게를 짊어지고도 붕 떠서 유연하게 흐르듯이 걷는 그는 일흔아홉 살의 벙어리 농부이다. 그는 나의 말에 어, 어, 어, 환하게 웃으며 답한다. 6 ? 25때 부인을 잃은 후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와 달리 용암사 원행 스님은 활달한 보폭으로 거침없이 시멘트 길을 오르내린다. 일흔일곱의 노스님임에도 그 모습이 청년과도 같다. 최근 쓰러진 적이 있어 절을 지키는 보살님께 의지하여 살고 있지만 어쩐 일인지 보살님을 냉대한다. 나는 그 두 사람이 하나로 합일되는 환상을 본다. 어느 날, 그 어떤 직감에 의해 원행 스님의 위험을 느낀 나는 용암사로 달려간다. 그런데 임종을 맞이하려는 스님이 보살님도 못 들어오게 하고 죽을힘을 다해 문갑에서 꺼낸 것은 은행통장과 토지 문서이다. 그것들을 허리에 차고 나서야 비로소 숨을 거두는 스님……. 얼마 후 나는 또 뜻밖의 광경을 목격한다. 벙어리 노인이 죽은 아내의 사진을 놓고 생일 음식을 권하면서 “오, 늘, 임, 자, 귀, 빠, 진, 날, 여……”라고 말하는 것을 본 것. 스님의 사십구재를 지내고 얼마 뒤 보살님과 벙어리 노인은 한날 숨을 거둔다. 보살님을 목을 매고, 노인은 밭을 매다가…….

「흰 건반 검은 건반」
선글라스를 꼈지만 지하 이발소 표시등 밑을 걸어 나오는 여자를 본 순간 나는 혜인임을 직감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익사의 고통 속에 죽어가는 자신을 바라보는 악몽을 꾼다. 꿈에서 깨기 위해 허우적거리는데, 누군가 현관을 두들긴다. 오목렌즈다. 일순 나는 혜인과 이발소 주인을 떠올린다. 두 사람의 야망은 너무나 잘 어울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목렌즈는 나를 태우고 어딘가로 향한다. 오목렌즈가 내려준 곳은 이발소 앞. 나는 이발소 안으로 들어간다. 혜인은 음부에 가위가 꽂힌 채 실신해 있고 이발소 주인은 국부에 귀이개가 꽂힌 채 떨고 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집 안에 넣어둔 채 창문과 현관문을 모두 막아버린다. 나의 묘지다. 그곳에 나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 나는 시동을 건다. 별들의 드높은 노랫소리가 들린다. 흰 건반, 검은 건반…….

리뷰/한줄평6

리뷰

7.0 리뷰 총점

한줄평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채널예스 기사1

  • [포토뉴스] 소설가 박범신, 66세 외모는 30대 외모에 꿀리지 않았다
    [포토뉴스] 소설가 박범신, 66세 외모는 30대 외모에 꿀리지 않았다
    2012.06.18.
    기사 이동
10,800
1 1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