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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이야기
2. 왕자, 부랑생활을 하다 - 『왕자와 거지』에 등장한 노동자계급의 선조들 3. 레미, 탄광에서 일하다 - 『집 없는 아이』와 산업화 시기 노동자계급의 생활 4. 셜록 홈즈, 노동자 탄압에 가담하다 - 노동자 투쟁을 그린 『공포의 계곡』 5. 아홉 살 여민이, 산동네에 이사오다 - 『아홉 살 인생』에서 시작한 한국의 산업화 6. 나가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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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가 된 왕자가 발견한 것은? 집 없는 아이 레미는 어떻게 살았을까? 셜록 홈즈가 노동자 탄압에 가담했다고?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들 속에서 자본주의가 만들어질 때의 비밀을 엿본다. 우리는 모두 산업자본주의 시기 형성된 노동자계급의 후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기초도 이때 만들어진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동화를 읽고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현재를 파악하고 성찰하는 것이다.
이 책의 주제는 ‘산업자본주의와 노동자계급의 형성’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원리와 양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의 기본적인 틀은 바로 이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약간의 변형은 있을지언정, 우리의 ‘지금 이곳’은 그 과정의 유산이자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므로 사실 이 책은 우리의 사회와 삶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그리고 그 과정을 설명하면서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을 하려고 한다. 첫째, 자본주의 사회의 원리와 형성 과정을 다루되, 그것을 경제적 법칙이나 역사적 법칙이 아닌 사회계급적인 토대에서 보고자 한다. 말하자면, 경제적 효율성에 의해서 ‘당연히’ 그러한 것, 또는 기술 발전이나 생산력 발전에 따라서 ‘자연히’ 그렇게 된 것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회에서 그런 의미에서의 ‘법칙’은 없다. 사회의 작동 원리라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과 삶과 동떨어져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원칙이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원칙이 된 것이고, 역사적 발전은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물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매우 다양하지만, 어쨌든 자신이 처한 상황과 조건에서 가치 있고 중요한 것들을 선택하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계급적 토대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 토대 위에서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경제적 원칙이나 역사적 발전 같이 사회를 작동시키는 원리들을 만들어낸다. 둘째, 산업자본주의화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변화한 양상을 살펴볼 것이다. 통념적으로 ‘산업화=자본주의화’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자본주의화가 산업화는 아니다. 역사가들은 산업자본주의 이전에 상업자본주의를 구별한다. 즉 자본주의적 원리에 따라 행동하여 세상에 영향을 많이 끼친 대상인들이 있었던 것이다. 또 산업화가 반드시 자본주의적 방식으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역사 속에 사라져 버린 사회 체제지만 예전 공산주의 국가들은 공산주의 정치 체제 하에서 산업화에 매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사에서 산업화는 아주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하는데, 무엇보다도 산업화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완전히 바뀌어 버리면서 자본주의적 원리가 모든 사람들의 삶을 규정짓는 조건이 된 것이다. 산업자본주의화 시기의 구체적인 생활 모습들은 지금 보면 좀 낡은 얘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지금은 공장의 굴뚝이 자본주의의 상징인 시대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 시기에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생활 방식의 기본적인 틀이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살펴볼 가치가 있다. 셋째, 노동자계급의 형성과 더불어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때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투쟁은 지금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 투쟁들이 ‘내 얘기’ 같이 여겨지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사실 노동자계급의 삶과 투쟁은 우리 자신의 삶과 아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한 가지 이유는 지금 인구의 대다수도 노동자이고 우리 또한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이란 노동을 하여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리키니, 인류 역사가 탄생한 이래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동자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특별한 점은 노동자들이 임금노동자 방식, 즉 기업에 고용되어 일하고 월급을 받아 살아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본주의를 다룬 이 책에서 노동자계급의 형성이란 주로 이 임금 노동자를 의미한다. (지금도 임금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들이 있다. 기업에 취직하지 않고 스스로의 작업장과 작업 도구를 갖고 자영 노동자 같은 사람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이라는 말을 임금 노동자로 가리키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쓴다 해도, 여전히 임금 노동자가 다수이며 우리 대부분이 임금 노동자이거나 임금 노동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거나 임금 노동자였던 경험을 갖고 있다. 물론 노동자계급 내부에서도 노동조건과 생활환경은 다양하지만, 임금 노동자로서 공유하고 있는 조건들이 존재하며 그것은 우리의 삶을 기본적으로 규정짓는다. 또 다른 이유는 노동자계급의 투쟁 그 자체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므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사회의 중요한 요소인 민주주의 정치 같은 것이 그렇다. 현대 사회가 작동하는 원리로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들 수 있는데, 정치 체제로서의 민주주의와 경제 방식으로서의 자본주의는 서로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며, 따라서 정치학자들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서로 친화력을 갖고 있는가 또는 양립하기 어려운 것인가를 놓고 끊임없이 논쟁중이다. 이론적 문제는 또 다른 주제이겠지만, 불편한 동거든 친화적 관계든 적어도 현실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 지금과 같은 민주주의 사상과 제도를 결합시킨 것은 노동자계급의 투쟁에 의해서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사회의 모습을 만들어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는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과 미국 등 이른바 자본주의 ‘선진국’의 경험을 먼저 살펴본 후 그 다음에 한국 이야기를 할 것이다. 산업자본주의와 노동자계급의 형성에 관한 한, 그런 선진국들의 역사적 과정이 원형적이고, 그를 통해서 한국의 경험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