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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Muir
Irma Lee Emm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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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적한 기분을 떨쳐내려 애쓰며 한 시간 동안 동물원을 어슬렁거렸다. 그러다 원숭이 우리 맞은편의 긴 벤치 위에 앉았다. 어차피 내 인생은 실패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옆을 지켜주는 남자 하나 없고, 나를 받아주는 회사 하나 없지 않은가.
그 순간 내 평생 잘한 일이 한 가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주변에서 공작새들이 날카롭게 울어대고, 사자들이 으르렁거렸으며 원숭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건만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자기연민이란 짙은 구름 속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인생에는 밀물 때와 썰물 때가 있는 법! 좋은 기회가 왔을 때 그 행운을 놓치지 말고 잡아야지.” -재밌기는커녕 소름 끼치는 농담이었다. 나는 화가 나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도 스위블넥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쨌거나 내 얼굴을 보고 있지도 않았다. 그는 끈적끈적한 눈초리로 목에서부터 아래로 내 몸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거들먹거리며 다가와서 징그러운 웃음을 지으며 내 얼굴을 꼬집었다. 그런 파렴치한에게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나는 엉덩이를 채인 가젤 영양처럼 펄쩍 뛰었다. “그 더러운 손 당장 치우지 못해요!” 나는 60명의 건장한 벌목공들 사이에서 유일한 여자로 지내며 순결을 지키기 위해서는 싸움도 불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늑대 근성을 드러낸 스위블넥에게 거의 반사적으로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내가 이토록 매력적이란 사실을 전에는 왜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느낌은 소리 없이 찾아왔다. 저녁 식사 후 커피를 마시러 오는 벌목공들은 나와 한 마디라도 더 하고 싶어서 안달을 했다. 나이가 있는 벌목공들은 추억에 젖어들며 부드러운 눈길을 보냈고, 젊은 벌목공들은 내가 잠깐이라도 눈길을 주면 우쭐해 하며 좋아했다. 마음이 붕붕 뜰 때마다 나는 근방 몇 킬로미터 이내에 여성이라고는 암퇘지 거티와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빅토리아 여왕과 트로이 목마의 헬렌을 합쳐 놓은 여자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그런 착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이 딱 한 가지 있었다. 허름한 단칸 오두막에서 울룩불룩한 거울로 내 모습을 비춰 보는 것이었다. 그러면 매번 붕 떠 있던 발이 땅으로 쿵 떨어졌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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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변변치 않다면, 떠나라!
‘내세울 것 없는…’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기 위해 남자 숲으로 들어간 여자 어마 리! 어머니의 자궁을 나와 세상에 첫 신호를 보내는 그 순간에는 ‘누구나 존재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말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을 조금만 살다보면 ‘누구나 세상의 주인공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상위 1%로만 세상의 빛이 되어 주목받고 나머지는 그렇고 그런 인생으로 살아가는 세상사에 우리들 대부분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익숙해지려 애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 우리와 비슷한 주인공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어마 리는 바로 그렇게 변변찮은 인생을 살던 여자였다. 잘난 가족들 중에서 언제나 골칫거리로 가족회의의 대상이었던 여자. 반반한 직장 하나 없고, 더구나 옆을 지켜주는 남자 하나 없는 여자.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금발의 머리칼 외엔 내세울 게 없는 여자, 어마 리. 빈약한 이력의 그녀가 입사시험에 낙방하고 넋 놓고 앉아있던 동물원에서 귓전에 들려온 말 한마디를 듣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 길을 떠난다. 유일하게 그녀에게 용기를 주는 통통한 두 엄지손가락 하나만 믿고 100여명의 남자가 득실 되는, 말 그대로 남자들이 가득한 숲으로 들어간다. 생동감 넘치는 벌목 캠프에서 만난 다양한 인간의 모습과 시간이 흐를수록 다운 그레이드 하려는 사랑의 속성! 이 책은 벌목업이 미국 역사의 뒷모습으로 사라지던 195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쿠스 베이 벌목 캠프에서 일했던 어마 리의 체험을 형상화한 소설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연인에게 버림받고 언니 집에 얹혀 눈칫밥을 먹으며 부엌살림을 하던 어마 리가 쿠스 베이의 벌목 캠프에 부주방장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존재감과 귀중함을 깨달아가는 이야기가 숲속의 생명력처럼 활기차게 그려진다. 각양각색의 남자들 속에서 처음으로 ‘존재감’을 느끼고, 진실한 사랑을 찾기까지의 유쾌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다. 어마 리는 지난 사랑의 상처를 안고 숲으로 들어갔다.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지만 지난 사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리는 다시 찾아온 옛 사랑에게 흔들리고 급기야 귀중한 사람을 보낸다. 다소 선정적인 제목과 달리 소설의 중심 스토리는 사랑이 아니다. 오히려 고전적인 사랑의 과정을 통해 한 여성이 자존감을 어떻게 찾아가는지에 주목한 소설이다. 벌목업은 이제 환경보호 차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지탄의 대상이자, 미국 내에서 직업 선호 순위 최하위에 속하는 업종이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벌목공 이야기는 사회적 시각으로 들여다지 않는다. 벌목업이 성행했던 한 시대를 비판적 인식 없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기록했다. 삶의 현장을 담은 살아있는 일터 이야기다. 거기서 빠질 수 없는 때로 선하고 때로 추한 인간 군상들의 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본 따뜻한 소설이다. 벌목으로 엄청난 높이의 나무가 넘어가는 장면이라거나 숲길에서 만나는 호젓한 정취가 느껴지는 두 저자의 섬세한 묘사는 이 소설의 또 다른 재미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