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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20년 전 오늘 나는
1장 아름답고 슬픈 육체 내가 아름답다는 걸 왜 이제 알았을까 듬성듬성한 은총 나는 춤추는 돕는 사람 늙음, 단단한 동시에 말랑말랑해지는 내가 죽인 남자 이야기 2장 아이와 같이 생명으로부터 온 아이 같이 살기엔 너무 커버린 고마워, 샘 3장 용서하고 또 용서하고 나를 용서하지 않으면 남을 용서할 수 없다 끝까지, 예의바르게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슬픔 엄마를 용서해요 세상을 바꾸려면 뭔가 먹어야 한다 4장 망가진 세상 수리하기 도서관 지키기 대작전 이미 태어난 사람, 아직 사람이 아닌 사람 투표는 우리의 힘 걱정하는 게 아니라 정신을 바짝 차렸을 뿐 5장 신의 음성 땅딸막한 갈색 눈의 여자로 나타난 하느님 손을 놓고 하느님께 맡기기 예수님, 어디 계세요 마법의 숲에 사는 하느님 죄가 많아도 넘치는 은총 감사의 말 많은 이들이여, 고맙습니다 옮긴이의 말 바람의 속삭임 앞에서 |
Anne Lam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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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어른들이 가르쳐준 것은 모두 잊고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한 일들을 모조리 하는 것이 진실을 찾는 첫걸음임을 깨달았다. 어른들이 주로 내세운 논리는 성공이 곧 행복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명한 연예인들만 잘 살펴봐도, 그들 대부분이 비참한 삶을 살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미로 속을 헤매기는 그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가끔 남들의 규칙을 따르는 걸 그만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절반쯤 행복해 보였다. 남들의 규칙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말했다. 진짜 끝내주는 성공을 한동안 누렸지만, 고생고생해 가며 그걸 유지하려고 애쓸 가치가 없었다고. 성공도 진부하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고. --- 「들어가는 말 20년 전 오늘 나는」 중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정상이 아니다. 여자도, 남자도, 십대들도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광고수입을 늘리려는 욕심에 이제는 사춘기 이전의 아이들도 공격을 받고 있다. 여덟 살이나 아홉 살에 벌써 거식증에 걸린 다. 이건 우리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이 게임을 하겠다고 동의할 때마다, 그래서 한 번 더 시도해 보려 나설 때마다 이미 패배자가 된다.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게임에 끼어들지 않는 것뿐이다. 외적인 아름다움에 아무리 많은 시간을 쏟는다 해도, 심지어 그렇게 해서 대성공을 거둔다 해도, 마법의 거울은 항상 이렇게 말할 것이다. “백설공주님은 아직 살아있어요.” 하지만 이건 거짓말이다. 백설공주는 동화 속의 존재에 불과하니까. 거짓말은 우리에게 영양분이 되어주지도 못하고, 우리를 보호해 주지도 못한다. 두려움으로부터, 거짓말로부터 자유로워져야만 아름답고 안전해질 수 있다. --- 「1장 아름답고 슬픈 육체 “내가 아름답다는 걸 왜 이제 알았을까」 중에서 나도 가정, 일, 인간관계, 자신감 면에서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쓰고 있다. 한 발, 한 발, 제자리, 한 발, 제자리, 가슴이 무너질 것 같은 후퇴, 수렁, 수렁, 한 발. 은총이 마법의 주문처럼 효과를 발휘했으면 좋겠다. 은으로 만든 종이 울리며 은총이 도착했음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바닥에서, 침묵 속에서, 어둠 속에서 장애물에 걸려 악전고투하다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사실 은총이 내려와 어느 날 갑자기 수렁 속에서 휙 빠져나오게 된다면, 수렁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놓치고 말 것이다. 악전고투 그 자체가 곧 교훈이다. 어렸을 때 나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아름다운 노래와 인형들 속에서 교훈을 배우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현실은 수렁 속에서 악전고투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1장 아름답고 슬픈 육체 “듬성듬성한 은총」 중에서 다운증후군 환자들은 가족이나 친척처럼 서로 닮았다. 반면 자폐증 환자들은 겉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약간 긴장한 듯 보일 뿐이다. 이 사람들과 이야기한 지 10분도 안 돼서 나는 환상이 사라져감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과 가장 비슷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사실은 평범한 인간적 접촉이 가장 어려웠고, 외모가 크게 달라 보이는 사람들이 사실은 가장 활발하게 반응을 보였다. 나는 발달장애인으로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의 슬픔은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결점을 개선할 수 있을지, 아니 어떻게 하면 최소한 결점을 감춰서 지금보다 좀더 매력적이거나 위협적인 모습으로 남들 앞에 나설 수 있을지를 머릿속으로 정신없이 계산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도 알고 있다. --- 「1장 아름답고 슬픈 육체 “나는 춤추는 돕는 사람」 중에서 내가 죽인 남자는 죽을 생각이 없었지만, 이젠 그다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키가 크고 건장하며, 식욕이 왕성하고 말솜씨가 눈부셨던 그는 이제 힘도 없고 칠칠치 못한 해골로 변했다. 우아하면서도 현실적이고,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으면서도 풍부하고 위악적인 유머감각을 잃지 않았던 그는 예순 살 때 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 뒤로 몇 달 동안 그는 점점 몸이 허약해지면서도 아름다움과 사랑을 경험했다. 이제 그는 등산을 할 수도 없었고, 심지어 배가 고픈 걸 느끼지도 못했다. 그는 우울증, 매혹, 두려움, 기분 좋은 상태, 기진맥진, 슬픔, 운명을 받아들이는 자세, 분노, 감사,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사랑과 도움에 대한 감탄 사이를 차례로 오갔다. 몸을 지니고 있는 한 우리에게는 다양한 감정을 모두 느낄 권리가 있다. 그 감정들은 몸과 한묶음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마약성 진통제로 통증므 줄일 수 있었다. 정신이 흐려지지도 않았다. 그의 정신은 우울한 귀족처럼 아주 섬세하게 조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가 점점 멍해지기 시작하더니 앞으로 닥쳐올 일에 겁을 먹었다. 어느 날 점심을 먹으면서 나는 그에게 혹시 통증이 너무 심해지거나 몸이 너무 쇠약해져서 그가 스스로 깨끗이 죽을 수 있을 때 죽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내가 도와주려고 애써보겠다고 말했다. --- 「1장 아름답고 슬픈 육체 “내가 죽인 남자 이야기」 중에서 내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나는 초음파로 찍은 태아 사진을 두 번 보았다. 아이는 아주 좋은 사람처럼 보였다. 완벽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자고 있는 아이. 나는 아기들의 그런 모습을 좋아한다. 임신기간 동안 나는 몇 분마다 한 번씩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며,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아이와 나의 대화를 상상으로 만들어내면서 아이가 태어나기를 고대했다. 하지만 출산 중에 나는 남편도, 돈도, 지나칠 만큼 풍부한 모성본능도 없이 아이를 기르는 일이 정말 힘들 거라는 사실을 점차 깨달았다. 또한 내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걸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는 사실도. 물론 그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와 있었다. 출산이 절반이나 진행됐는데 이제 와서 도망칠 길은 없었다. “이제 그만두죠. 난 그냥 집에 갈래요”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개 이런 이유 때문에 첫 아이를 낳는다. 뒤로 물러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기 때문에. 뱃속의 아기에게 이미 한심할 정도로 푹 빠져버렸기 때문에. 나는 본능적으로 내 아이를 사랑했다. 아직 제대로 보지도 못했으면서.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직후 누가 내 가슴에 아이를 눕혀주었을 때, 내 마음 한구석에는 누가 화성인의 아기나 화성의 강아지를 나한테 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내게는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침서도 단서도 없고, 기운도 없었다. 하지만 내 마음의 또다른 구석에서는 마치 내 영혼을 안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2장 아이와 같이 “생명으로부터 온 아이」 중에서 지금 나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다. 심지어 조지 W. 부시도 미워하지 않는다.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이다. 부시가 내리는 모든 결정에 반대하고, 그의 무능함에 경악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젠 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부시가 대통령 직에서 쫓겨나는 걸 보고 싶기는 하지만, 내 안의 증오와 잔인성을 친구로 만들면서 내 마음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부시를 미워하지 않게 되면서 나는 놀라운 선물을 여러 가지 얻었다. 그중 하나는 내가 부시에게 신경을 덜 쓸수록 나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내가 증오에 매달리는 것은 거울에 비친 나의 망가진 모습을 외면하고 싶기 때문인 것 같다. 또다른 선물은 샘에게 진정한 용서의 모범을 보여주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차갑고 무서운 세상에서 우리는 기회가 닿는 대로 서로를 보고 배우며 마음의 불꽃을 조금이나마 밝게 키운다. 부시를 미워하지 않는 법을 배움으로써 나는 또한 다른 사람들도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최근에 내가 용서한 사람 중에는 내 친한 친구의 남편도 포함되어 있다. --- 「 3장 용서하고 또 용서하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슬픔」 중에서 조지 W. 부시와 존 애시크로프트 법무장관은 오래전부터 옛날 동독 정부가 꿈에서나 그려보던 나라를 만들려고 애썼다. 국가안보를 내세워 국민들이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간 책들을 일일이 추적할 권한을 정부에 부여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법무장관은 작가들과 독자들이 세상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아니 침묵을 지키고 있는 책들 속에 얼마나 다양한 세상이 들어 있는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가 도서관을 구하려고 힘을 합친 것은, 어렸을 때 이야기들이 우리를 구해주었기 때문이다. 밤에 어른들이 우리에게 읽어주던 이야기, 우리가 직접 읽은 이야기……. 그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었고, 그 덕분에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들 중 일부는 필요할 때 큰 소리로 외치고 나서는 어른으로 자라났다. 무료 공립 도서관은 혁명적인 개념이다. 책을 자유로이 접할 수 없는 사회는 배터리 없는 무전기와 같다. 사람들이 중요한 정보원으로부터 차단되어 망가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정치적인 억압 앞에서 무기력하다. 우리는 살리나스가 그렇게 변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 「 4장 망가진 세상 수리하기 “도서관 지키기 대작전」 중에서 내가 좀더 얌전하게 내 입장을 설명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질문자가 ‘살인’이니 ‘아기’니 하는 단어들을 사용했기 때문에 나는 내 주장을 옹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미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여성들, 특히 절망적일 정도로 가난퇇 여성들이 부시 정부로부터 이토록 무시를 당하고 있는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배아를 놓고 여전히 가부장적 감성이 반영된 토론을 벌여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와 같은 생각을 지닌 여성들은 대부분 지금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위해 이 세상을 안전하고 정의롭고 공평한 곳으로 만드는 데 시간과 힘을 쏟고 싶어한다. 재난지역이나 분쟁지역의 아이들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피로와 갱년기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까지 시달리고 싶지 않다. 나는 낙태도 경험해 보았고, 출산도 경험해 보았다. 하지만 기독교인이자 여성주의자로서 내가 대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모든 인간의 생명이 신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여성이 출산과 관련된 권리를 보장받는 것은 생명의 신성함을 논할 때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책임질 수도 없고 사랑해 줄 수도 없는 아이들을 낳으라고 여성들에게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원칙이다. 환영받을 수 없는 아이들에게 삶을 강요해도 안 되고, 우리 사회에 원치 않는 아이들을 책임지라고 억지로 강요해서도 안 된다. --- 「 4장 망가진 세상 수리하기 “이미 태어난 사람, 아직 사람이 아닌 사람」 중에서 2006년 봄에 나는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 추락을 거듭해 우쭐거리는 우파로 전락해 버리는 모습을 지켜본 선량한 사람들이 나서서 뭔가 조치를 취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믿었다. 당연한 일 아닌가. 우리가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모두 동굴에서 사는 원시인으로 돌아가버릴 것이고, 우리 자식들은 이렇게 물을 것이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우리를 구하려고 한 일이 도대체 뭐예요?” 그리고 우리에게 화를 낼 것이다. 아이들이 화를 낼 때면 얼마나 끔찍하고 불쾌한 존재가 되는지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나는 아이가 내게 그런 질문을 던질 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다거나 아니면 내 생각과 일치하는 모임이나 내가 지지하는 후보자들만을 위해 앞으로 나서서 소리를 질러댔다고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증오와 광기 앞에서 그냥 고개를 돌려 외면해 버리고 모든 걸 포기할 수는 없다. 나는 “이제 참을 만큼 참았다”고 말하면서 이 세상을 구할 혁명에 참여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싶었다. 아니면, 최소한 사람들이 믿음을 잃지 않게 돕기라도 하고 싶었다. --- 「 4장 망가진 세상 수리하기 “걱정하는 게 아니라 정신을 바짝 차렸을 뿐」 중에서 나는 릴리의 배설물을 치우려고 가져온 비닐봉지로 길바닥의 똥 무더기 몇 개를 길가에 모아두었다. 내려가는 길에 가져갈 생각이었다. 톰 신부는 부시와 지구온난화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이 우울해지면 동네를 돌아다니며 쓰레기와 개똥을 치운다. 이 다정한 지구에 별로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날에는 그런 행동이 확실히 도움이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은총이 모든 것을 이길 것이다. 비참한 불행도, 어리석음도, 부정직한 행동도 은총을 이길 수 없다. 만약 인류가 끝까지 살아남아 그 순간을 목격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혁명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샘과 그 자식 세대는 지금보다 훨씬 힘든 환경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 「 5장 신의 음성 “죄가 많아도 넘치는 은총」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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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식증, 실연, 낙태, 알코올중독, 미혼모……
생의 고통을 딛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앤 라모트, 그녀가 발견한 삶의 아름다움과 살아갈 이유들에 관한 기록 “결국에는 은총이 모든 것을 이긴다. 비참한 불행도, 어리석음도, 부정직한 행동도 은총을 이기지 못한다!” 작가 앤 라모트의 살아가는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가 우리를 위안하는 이유 불투명하고 불합리하며 불가해한 우리의 삶 삶은 이상한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깊은 상처를 입히는 사람들은 우리를 깊이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우리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우리가 깊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애인은 나와 사귀면서도 다른 여자에게 반해 그녀를 쫓아다니고, 결국 실연 끝에 만난 남자는 하필 애 딸린 유부남이다. 그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겨 떠나가고, 나는 혼자 남아 고뇌 속에서 아이를 낳는다. 가난 때문에 했던 이전의 낙태 경험, 그 고통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이는 낳아야 했다. 그리고 니코틴과 마약과 알코올 중독. 이들에게서 간절히 벗어나고 싶지만 그럴수록 그것들은 나의 삶을, 나 자신을 지배한다. 나를 움직이는 것은 내가 아니라 약물들이다. 가난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여서 필사적으로 버둥거려도 벗어날 길이 안 보인다. 삶은 정말 이상하다. 왜 사랑하는 사람들은 더 일찍 떠나는가? 사랑해마지 않는 아버지, 진보적 작가로서 내게 절대적 영향을 준 그가 죽었을 때 나는 더 이상 살아갈 의욕을 잃었다.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팸은 나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다시 공부를 시작해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이혼해 홀로 하와이에서 살았던 어머니는 제명을 살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괴롭혔다. 삶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신은 왜 조지 부시를 만들어 나를 이렇게 분노하게 하는가? 조지 부시도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다니, 속이 불편하다. 게다가 나이는 점점 들어간다. 나이와 함께 허벅지의 셀룰라이트도 늘어간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아름다울 때는 아름다움을 모른다. 내가 얼마나 예뻤는지, 이제 예쁘지 않으니 알겠다. 그런데 아이는 왜 점점 못돼지고 있는 걸까? 당장 먹고살 능력도 없으면서 집을 나가고 싶어한다. 참, 내가 죽인 그 남자는 지금 천국에 있을까? 그의 안락사를 위해 나는 알약들을 구해 먹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들 스캇 펙은 삶을 명쾌하게 정의했다. 삶은 고해(苦海)라고. 삶은 문제이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삶이다. 살아있는 인간인 이상 고통은 필연적인 것이고, 고통을 처리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는지도 모른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있듯이 고통이 있기에 기쁨이 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소중하고 불행이 있기에 행복이 간절하다. 낙원은 고통이 없는 곳이 아니라 고통과 기쁨이 공존하는 곳이다. 기쁨만 있는 곳에 과연 진짜 기쁨이 있을까? 이것이 신이 우리의 삶 곳곳에 고통과 슬픔을 배치한 이유가 아닐까? 눈물을 흘리기엔 너무 재미있는 《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것》의 10년 후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들》은 전작에서처럼 우리를 당황스럽게 한다. 너무 솔직하고 너무 발칙하고 너무 웃기기 때문이다. 그토록 심각하고 아프고 진지한 이야기를 이토록 유쾌하고 발랄하고 따뜻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앤 라모트는 역시 뛰어난 작가이다. 그리고 우리가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멋진 동료 인간이다. 라모트는 이 세상을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의 일상은 남을 돕고 양육하고 글을 쓰고 불의와 싸우고 용서하고 기도하는 일들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희망을 잃지 않는다.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희망은 슬픔을 무력화시키고 사랑은 허무를 이겨낸다. 이 책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들》이 위안을 주는 이유이다. 청림출판이 펴낸 앤 라모트의 작품들 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것 : 구겐하임 문학상 작가 앤 라모트의 행복론 이은주 옮김 | 272면 모든 것엔 금이 가 있다. 빛은 거기로 들어온다. 당신의 마음이 원하는 것에 귀 기울여 보았는가, 그 마음의 소리를 따라 살아가고 있는가? 뭔가를 가져도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영혼의 허기가 가시지 않는다면 나의 내면 깊은 곳의 갈망이 무언지 모른 채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는 알코올중독, 싱글맘의 일상 같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솔직하게 내보이면서 자신의 마음이 찾아간 특별한 행복의 여정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오늘도 채워지지 않은 영혼의 갈증과 허기를 느끼고 있다면, 감동적이고 매혹적인 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신의 마음을 찾아가는 행복한 여정을 떠나보라. *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작 플랜 B : 마음 같지 않은 삶을 위퇇 또다른 계획 김승욱 옮김 | 256면 근심이 늘어가는 시대, 불안과 좌절을 치료해 주는 앤 라모트의 영적 해독제! 고분고분 말을 듣는 법이 없는 사춘기 아이, 마음에 안 드는 정책만 밀어붙이는 대통령, 죽은 다음에도 용서할 수 없는 엄마, 점점 들어가는 나이와 튀어나온 뱃살…… 이 모든 고민을 안고도 ‘지금 이대로가 좋아’라고 외치며 꿋꿋이 빛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 앤 라모트가 쓴 자전적 에세이. 솔직담백한 그녀의 글은 힘든 세상에 지친 우리의 마음을 위로한다. 제멋대로 날뛰는 불안정한 나르시시스트면서도 긍정의 힘을 놓지 않는 라모트의 모습이 이 모순된 세상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유쾌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플랜 B》는 고민으로 가득 찬 독자들의 충실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