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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셰익스피어 독백을 통해 연기훈련을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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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Romeo &Juliet〉 - 3막 3장에서
로미오 : 추방? 차라리 자비롭게 사형을 내려주십시요. 추방은 죽음보다도 훨씬 더 무섭습니다. 그러니 제발 추방이라고 하지 마세요. 베로나의 성 바깥엔 세상이 없습니다. 연옥과 지옥, 그리고 고문뿐. 그러니 이곳에서의 추방은 세상에서의 추방이고 세상에서의 추방은 곧 사형이란 말이죠. 사형을 추방이라 부름은 금도끼로 내 목을 치면서 나를 죽이는 손놀림을 보며 웃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자비가 아니라 고문입니다. 줄리엣이 살고 있는 이곳은 천당. 고양이도, 개도, 생쥐도, 온갖 하찮은 것들도, 이곳 천당에 살면서 줄리엣을 볼 수 있는데, 이 로미오는 그럴 수 없다니. 썩은 고기에 들끓는 파리가 이 로미오보다 당당하고 즐겁게 살고 있으니 그 파리의 신분이 부럽기조차 합니다. 그것들은 사랑하는 줄리엣의 눈처럼 하얀 손등 위에 앉을 수도 있고 순결한 처녀의 수줍음으로 자신의 위아래 입술이 닿기만 해도 죄 지은 사람처럼 볼그레한 줄리엣의 입술에서 영원한 축복을 빨기도 하지요. 저는 추방당해서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파리도 할 수 있는 일을 저는 추방되면 할 수 없단 말입니다. 파리는 되도 나는 안 된단 말입니다. 파리가 자유로운 몸이고, 나는 추방된 죄인이니까요. 그래도 신부님께선 추방이 죽음이 아니라고 말하십니까 신부님의 독약이나 날카로운 칼, 그 어떤 방법으로도 날 죽일 순 없었나요 이런 불명예스러운 추방 말고는. 〈겨울이야기 The Winter’s Tale〉 -3막 2장에서 헤르미오네 : 그런 위협하실 필요 없습니다. 죽음은 제게 두려움이 아니라 제가 원하는 것이니까요. 당신은 제 생의 보람이자 위안이었습니다. 그런 당신의 사랑이 사라진 걸 느끼면서도 어찌하여 그리 되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나의 첫 번째 소생, 왕자는 당신 다음으로 나에게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런 왕자가 마치 제가 전염병 환자인양 저에게서 격리되었습니다. 저의 세 번째 위안, 가장 불행한 운명을 지닌 아기는 순수한 입술로 순수한 젖을 빨다 제 품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이 몸은 온 나라 방방곡곡 부정한 여자라는 오명을 쓰고 부당한 미움의 대상이 되어 여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어미의 특권도 누릴 수 없게 되어버렸죠. 그리고 미처 기운도 차리지 못한 몸으로 이렇게 사람들 앞에 서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전하, 말씀해 보십시오. 무슨 보람이 있어 제가 살기를 원하고 죽음을 두려워하겠습니까 뜻대로 하십시오. 그러나 이 말만은 들어주십시요. 오해는 하지 마세요. 목숨은 지푸라기만큼도 아깝지 않습니다. 그러나 명예만은 깨끗이 지키고 싶습니다. 질투에 불타는 의구심 때문에 추측에 의해 내게 형벌을 내리신다면 그건 법에 의함이 아니라 폭정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여러분, 신의 뜻에 저를 맡깁니다. 아폴로 신이 재판관이십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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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처한 많은 상황을 이해하게 해주고 인간애를 심어주며 풍부한 감정을 찾아주어 배우에게는 유일한 자원인 ‘자신’을 풍부하게 해준다는 면에서, 무엇보다 독백 훈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최형인 교수는 특히 ‘더욱 어려운 미션’인 셰익스피어 독백을 하다보면, 배우가 되고 싶다는 스스로가 기특해지고 멋있게 느껴지며 꼭 배우가 되겠다는 의지가 저절로 생긴다고 말한다. 셰익스피어의 독백이 어렵고 지금의 나와는 멀게 느껴지지만,“ 어떻게 내가 이렇게 잘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정말 감이 안 온다” 사이를 오가며 즐길 수 있다면 배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의 테스트는 패스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 독백 훈련은 그만큼 인내가 필요한 공부라서 의지력을 키울 수 있다. 그리고 배우는 이 세상에 기댈 곳이 나 자신밖에 없는, 어떤 직업보다도 외로운 직업이기 때문에 의지력이 부족하면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셰익스피어 독백 연습은 배우에게 필수적이다.
셰익스피어의 상황은 21세기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로 표현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그의 세계는 죽음, 배신, 사랑, 살육, 신, 악마와 같은 초자연적 세계이고 그 세계를 초자연적인 정서로 표현했다. 그 정서가 우리 배우의 세계보다 크고 깊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대사는 상상력이 약하면 입 밖으로 낼 수 없다. 배우가 자신의 상상력으로 정확한 그림을 그릴 수 없으면, 그리고 그 그림이 배우 내면에 강렬하게 심어진 후에 표현되지 않는다면 대사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배우 자신만의 것으로 셰익스피어 대사에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것이다. 그 결과로 배우는 리얼리티를 갖게 되고 관객은 상황과 배역을 믿게 되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때론 광대처럼 느낀다. 한 종류의 기능을 잘하면 쟁이라 하지만 배우가 잘하면 광대라고 한다. 나쁘지 않다. 특출나게 무언가를 잘한다는 소리니까. 다만 예술적인 면이 풍부하지 않다는 의미로는 볼 수 있다. 그러면 배우가 예술가로 소위 ‘신분상승’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모두를 그 전보다 무언가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것이 예술이 해야 할 일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배우 스스로도 비상해야 한다. 광대에서 쟁이, 쟁이에서 시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