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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
거인과 장난감 벌거숭이 임금님 유랑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
Takeshi Kaiko,かいこう たけし,開高 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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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할인 판매는 일시적인 수요 창출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은 일종의 중독이었다. 자극이 하나 끝나면 그다음은 무조건 먼저 자극보다 강력해야 한다. 거인들은 죽기 살기로 새로운 카드를 상자에 채우고 새로운 꿈을 인쇄하고 나서 서로를 노려보다가 빈틈을 찾으면 지식과 자본을 총동원해 격투를 벌였다. 하나의 전쟁이 끝날 때마다 거리와 동네에는 수많은 불신자, 손가락을 빨고 있는 입, 경품 행사에서 꽝이 나온 몇백만 명의 아이들이 남았지만, 환하고 조용한 방에서는 오직 하나의 목소리만 흘러나왔다.
“더 팍팍 좀 팔란 말이야!” 이미 이건 홍보가 아니었다. 모순으로 똘똘 뭉친 거액이 혼돈에 빠진 형국이었다. --- p.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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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코 다케시는 데뷔 초부터 종래 일본 문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시야로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당대 일본 문단은 사소설이 성행하고 있었다. 사소설은 작가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즉, 내면을 향해 ‘구심력으로 쓰는 문학’이었다. 그러나 가이코 다케시는 작가가 써야 하는 글이 ‘바깥세상’, 즉 사회적·구조적 세계라고 믿었다. 그는 “내면을 따라가며 쓰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며 ‘원심력으로 쓰는 문학’을 표방했다.
이 책에 수록된 네 작품에서 이러한 ‘원심력’을 살펴볼 수 있다. 「패닉」은 가이코 다케시의 첫 작품은 아니지만, 그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가 된 작품이다. 피라미드형 관료 조직 안에서 의미 있는 일을 시도하지 못하는 주인공 ‘슌스케’의 모습에서 무력한 지식인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국가의 위기 상황마저도 교묘하게 이용해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현청 공무원의 모습에서 당대 관리들의 부정부패 또한 엿볼 수 있다. 1958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진 「거인과 장난감」은 거대 기업의 경쟁 사이에 치이는 인간 군상을 그리고 있다.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은 결국엔 거대 자본에 놀아나는 ‘장난감’으로 점차 망가지고 변모해 간다. 「벌거숭이 임금님」은 제38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으로, 소년 ‘다로’가 미술 학원 선생인 ‘나’를 만나 점차 변해 가는 모습을 그린 이야기다. 가이코 다케시는 ‘다로’를 폐쇄적인 아이로 내몰고 만 어머니의 지나친 간섭과 ‘다로’의 그림을 수준 낮은 그림이라고 폄하하는 콩쿠르 심사 위원의 모습을 통해 타산, 위선, 허영, 영합으로 가득 찬 사회가 아이들을 강하게 억압하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랑기」는 프란츠 카프카의 『만리장성을 건설할 때』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고 진나라를 세운 무렵을 배경으로 한 시대의 권력자가 장성을 축조하면서 백성을 철저하게 착취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벽을 만드는 일 말고는 어떻게 저항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 백성들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막상 이 장성은 외적의 침입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다. 장성은 지배 계급의 허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가이코 다케시는 작품 말미에서 “나는 황제가 죽었다고 해서 장성이 사라질 리는 없다고 본다”라는 무서운 예언을 남기고 있다. 황제가 바뀌어도 지배 계급의 행태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이코 다케시가 날카롭게 관찰한 당시 일본의 모습들이 현대 사회와 다름없어 보이는 것은 착각이 아니다. 관리들의 부정부패, 물질만능주의, 지나친 경쟁과 교육열에 희생되는 아이들, 눈에 보이는 능률과 규격만을 추구하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지도자의 무능력 등은 우리가 살아가며 끊임없이 생각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