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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신드롬
휴 따라잡기 최악의 베이비시터 낡은 그 집 친구, 넥타이 좀 빌려줘 히치하이크 내가 배운 것 그것은 사랑 곤죽이 된 괴물 마법의 문을 여는 주문 '타임스'지 십자말풀이의 정답 아마추어 미술 애호가 해골 친구 너한테 꽃은 나 하나로 족하지 않아? 나는 댁과 다릅니다 푸른머리되새의 집념 헛간 같은 집에 사는 남자 쥐와 사람 파리에 간 에이프릴 비즈니스석의 울보 서로에게 충실한 구식 관계 금연 일기 옮긴이의 말 |
David Sed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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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책의 편집자입니다.
2011-08-01
데이비드 세다리스의 글은 묘한 울림이 있습니다.
읽다 보면 혼자 낄낄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엔 낄낄대다 어느새 깔깔대고, 어느 대목에선 이내 눈물짓게 되는 이야기. 자신의 온몸(?)을 던져서 독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세다리스의 이야기는, 누구나 흔히 만날 수 있는 일상의 에피소드지만 만만치 않은 감동의 무게가 있습니다. 계속되는 비로 우울함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모든 분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세다리스의 글이 인생의 박카스 같은 청량감을 선사할 겁니다. 이 책을 즐겁게 만든 편집자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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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 낄낄, 키득키득…… 훌쩍훌쩍
일상의 기묘한 수수께끼에서 삶의 커다란 진실까지 웃기는 남자 세다리스의 코믹 잔혹 에세이 현존하는 미국 최고의 유머 작가 데이비드 세다리스는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유머 작가로 손꼽힌다. 세다리스는 2004년과 2008년에 그래미상 오디오북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작가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이며 인기 있는 라디오 출연자이기도 하다. 세다리스가 1994년부터 지금껏 출간한 여섯 권의 에세이집은 장기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전 세계 26개 언어로 번역되어 700만 부 이상 팔렸다. 2010년에 출간된 우화집까지 포함하면 거의 8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여섯 번째 에세이집인 이 책 '너한테 꽃은 나 하나로 족하지 않아'(원제 When you are gulfed in flames)도 2008년 전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장기간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다. 세다리스 책의 이러한 인기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세다리스의 글은 누구나 겪었음직한 일상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세다리스 에세이의 주 소재는 동성애자인 자기 자신, 함께 사는 연인, 친구들과 이웃들, 그리고 가족 등이 겪는 사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다. 특히, IBM 엔지니어 출신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자신을 포함한 여섯 남매의 이야기는 가족 간의 일상과 추억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최악의 베이비시터', '아마추어 미술 애호가' 참조). 즉, '너한테 꽃은 나 하나로 족하지 않아'를 포함해 세다리스의 에세이는 개인적 비밀과 일상을 낱낱이 드러내는 자기 고백 문화의 완벽한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일상의 나열만으로 세다리스 작품의 인기 비결을 말할 수 없다. 세다리스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경험조차도 예사롭지 않은 감수성의 삐딱한 프리즘을 통해 묘사한다. 이는 평범한 묘사력을 지닌 보통의 사람들이나 일상의 터무니없음을 찾는 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보다 상황을 훨씬 더 재미있게 만든다(이 책의 모든 에피소드가 그렇지만 '타임스'지 십자말풀이의 정답'이 가장 대표적이다). 한편, 세다리스가 미국에서 처음 이름이 알려지고 인기를 얻게 된 것은 글로 된 작품을 통해서가 아니라, 미국 공영 라디오(NPR) 방송에서 자신의 일기를 읽어주면서부터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삶에서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을 끌어 모은 1인칭 에세이 모음집의 근간이 된 것은, 아무리 당황스럽고 개인적이며 사소한 일일지라도 시시콜콜 말할 수 있는, 미국의 셀프 드라마와 토크쇼 문화다. 세다리스의 유머 에세이는 본래 ‘읽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에서 시작한 것이다. 오디오북으로 두 번이나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것도 이를 말해준다. 인간 존재 조건을 짚는 예리한 관찰력의 작가 무엇보다 세다리스의 에세이가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는 커다란 이유는 결국 재미와 감동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재미와 감동의 요소가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교양에 있다기보다 인간 존재 조건을 짚는 예리한 관찰력에 있다. 세다리스는 젊은 시절에 청소부, 농장 노동자, 식당 설거지, 시체실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고('낡은 그 집', '그것은 사랑', '곤죽이 된 괴물'), 행위 예술을 전공하면서 ‘예술을 위해’ 약물과 대마초에 빠지기도 했다. 또, 동성애자로서 당당한 삶을 살기까지 힘들고 고통스런 나날을 겪기도 했다('너한테 꽃은 나 하나로 족하지 않아', '히치하이크'). 이 모두가 세다리스의 감각을 예리하게 벼리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세다리스 에세이를 읽을 때 느끼는 또 다른 재미는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글쓰기에 있다. 어느 인터뷰에서 세다리스는 “리얼리티는 주관적이며 애매모호한 개념”이라고 언급하면서 자신의 에세이 중 어떤 부분은 명백히 소설화되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허구화가 세다리스 글의 진정성을 훼손하지 않는다. 세다리스는 오히려 일상의 어느 한 부분을 픽션을 통해 극대화함으로써 삶의 커다란 진실에 다가선다. 예를 들어, '내가 배운 것'이라는 에피소드에서 세다리스는 부모들의 성화에 못 이겨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친부살인학’(')을 전공했지만, 전공이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부모들을 소재 삼은) 글쓰기로 먹고살게 된 인생의 아이러니를 소개한다. 그런데 사실 세다리스는 프린스턴이 아니라 시카고 예술학교를 졸업했으므로 설정부터가 완전한 허구다(이 에피소드는 2006년 프린스턴 대학교 졸업식에서 세다리스가 행한 연설을 다시 고쳐 쓴 것이다). 하지만 이런 허구적 설정이야말로 인생에서 진정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세다리스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존재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 이 ' '너한테 꽃은 나 하나로 족하지 않아'는 이전 작냇보다 더욱 성숙한 느낌을 준다. 이전 작품처럼 웃음 속에서도 찡한 감동이나 은근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은 물론, 특유의 풍자를 잃지 않으면서도 더욱 따뜻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괴팍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외로움을 간직했던 이웃 노인 헬렌의 죽음을 떠올리고('그것은 사랑'), 혼자 사고를 당해 죽을 것을 두려워하기도 하며('곤죽이 된 괴물'), 선물로 구입한 해골에게 꾸지람을 듣는 상상에 시달리기도 하고('해골 친구'), 사라진 어린 시절의 추억 때문에 다 큰 어른이 갑자기 눈물을 쏟기도 한다('비즈니스석의 울보'). 세다리스는 흔히 냉소적인 위트와 간접적인 사회 비판으로 유명하다. 또한 정치적 공정성과 문화적 표현을 얇게 저밀 줄 아는 뛰어난 능력을 갖춘 풍자의 대가로도 평가받는다. 하지만 때론 키득키득 웃음 짓게 하고, 때론 훌쩍훌쩍 눈물짓게 하는 세다리스 글의 힘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아름다움’에 대한 작가의 일관된 사랑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 작품 설명 '전염병 신드롬'-세다리스는 거의 부부처럼 지내는 연인인 휴의 어머니, 그것도 일흔네 살의 노인을 몸종 부리듯 한다. 더구나 휴의 어머니는 오래전에 기생충에게 살이 먹히기까지 하는 병을 앓았는데도 말이다. 세다리스 누나의 말처럼 세다리스는 정말 복이 넘치는 남자일까' 햄릭 집안은 나보다 튼튼한가 보다. 그래서 나는 햄릭 모자에게 거위를 요리하게 하고, 가구를 옮기게 하고, 사면발니가 숨어 있는 헌 옷을 빨게 한다. 내가 그런 일을 대신하겠다고 나서면, 아마 햄릭 모자는 놀라서 죽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누나와 편하게 소파에 앉아서 잔을 흔든다. 내 잔에 커피를 따르는 일도 모 햄릭의 몫이니까. (본문 16쪽) '휴 따라잡기'-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에피소드다. 길을 갈 때, 늘 앞장서서 걷는 남편이나 애인을 둔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 연인에 대한 세다리스의 가슴 절절한 사랑이 코믹하게 묘사되어 있다. 아무리 화가 나도 결국 이런 결론에 이른다. ‘휴와 헤어지면 그다음은 어떻게 해' 아버지 집에 들어가서 살아'’ 엄청나게 화가 난 채로 30분이 지난 뒤, 마침내 휴의 모습이 보이면 내 평생 그렇게 반가운 사람은 없다고 깨닫는다. (본문 27쪽) '최악의 베이비시터'-세다리스가 어린 시절 겪었던 최악의 베이비시터 이야기. 싫기만 했던 인물에게서 뜻밖에도 감동적인 면을 발견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이 계속 악인이기를 바란다. 어머니는 과연 최악의 베이비시터인 피코크 부인을 단단히 혼내줄까' 액자 같은 창틀 안에 비친 어머니와 피코크 부인의 모습이 연극의 등장인물들 같았다. 두 인물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며 이야기를 나눌수록 공통점을 더 많이 발견하고 있었다. 어렵게 자랐고, 항아리 모양의 병에 담긴 캘리포니아 버건디 와인을 좋아하고, 극장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영화를 보는 관객을 싫어하고 ……. 그리고 커튼 뒤에서 우리 남매의 야유를 무시하는 것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었다. '낡은 그 집'-식당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했던 젊은 시절의 세다리스가 골동품으로 가득했던 ‘낡은 그 집’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 세다리스는 그 집과 사람들을 통해 세상 모든 골동품이 처음에는 새것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내가 전혀 헤아릴 수 없었던, 그리고 지금도 정말이지 헤아릴 수 없는 것은 한때는 이것들'색색거리는 빅트롤라, 흉하게 거대한 소파 등등'도 모두 새것이었다는 점이다. 8트랙 테이프 플레이어나 우리 부모의 스칸디나비아 식탁과 다를 게 뭔가' 내가 보기에는 시간이 적당히 흐르면 무엇이라도 좋아 보일 수 있다. 그저 그 물건이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 (본문 63쪽) '친구, 넥타이 좀 빌려줘'-패션과 스타일에 관한 세다리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간곡한 충고. 특히, 남성적이고 실용적인 액세서리 ‘스타이움 팔’에 얽힌 사연은 단연 압권이다. 스타디움 팔을 버린 가장 큰 이유는 접착식 콘돔이다. 끼우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뺄 때가 문제였다. 어느 문화권에서 ‘할례’라고 일컬을 만한 일이 벌어졌다. 한번 끼웠다 빼면 완전히 회복하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린다. 그 한 달 동안, 페니스에 딱지가 앉는 게 좋은지 바지를 입은 채 오줌을 누는 자유를 누리는 게 좋은지 저울질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깨닫게 된다. 편리한 액세서리라는 기준에서 보자면 새 손목시계를 사는 게 훨씬 낫다고. (본문 78쪽) '히치하이크'-미국에서도 보수적인 남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일찍이 자각했지만 이를 드러내지 못한 세다리스. 자신의 우스운 경험담으로 가볍게 이야기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가슴 한구석이 짠해지는 슬픔이 묻어난다. 비슬비슬 다가온 손이 마침내 내 코트에 닿자 나는 어떻게 단호히 거절할지, 운전사에게 지' 내리겠다는 뜻을 전하려면 뭐라 말해야 할지 궁리했다. 운전사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뭐' 여기서' 정말'” 운전사가 차를 세우겠지. 나는 고속도로 길가에 내리겠지. 주머니에 3달러뿐인 숫총각은 평생 살아가야 할 길을 앞에 두고 있겠지. (본문 94쪽) '내가 배운 것'-좋은 대학교에 입학한 대학생과 그 부모의 기대를 코믹하게 이야기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글은 2006년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세다리스가 행한 졸업식 연설을 재구성한 것이다. 물론 세다리스는 프린스턴 졸업생이 아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빙빙 돌아서 원점으로 돌아온 것뿐이었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방책으로 시작한 일이 어찌어찌하다가 내 평생의 직업이 되었다. 이런 인생의 아이러니라니. 내가 평범하지 않은 아버지와 어머니 때문에 프린스턴에 가지 않았다면 그런 아이러니를 절대 맛볼 수 없었을 것이다. (본문 105쪽) '그것은 사랑'-원래 웃음이란, 잔혹한 면이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에피소드. 동시에 한 편의 단편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말 그대로 서로 ‘지지고 볶으며’ 살았던 이웃집 노인 헬렌은 세다리스에게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나는 신체 접촉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헬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서로 포옹한 적도 없으며 악수조차 나눈 적이 없다. 그러므로 내가 헬렌의 어깨와 등의 맨살을 문지르고 있는 것이 기묘하기만 했다. 마치 바다 동물을 쓰다듬는 느낌이었다. 손바닥에 매끈하고 통통한 살이 닿았다. 내 기억 속에는 화덕에서 끓고 있는 무엇, 토마토소스 냄비, 그 음식 냄새와 섞인 호랑이 연고의 박하 냄새가 남았다. 창문에는 김이 서렸고, 라디오에서는 토니 베넷의 노래가 흘렀다. 헬렌은 “볼륨 좀 높여주겠어'”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그때껏 헬렌의 입에서 전혀 들을 수 없던 말이었다. (본문 139쪽) '곤죽이 된 괴물'-시체 부검실에서 잠깐 일했던 경험을 살려 쓴 이야기. 이 세상에서 정말로 무서운 것은 죽은 시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정말이에요. 이런 일로 죽기도 해요. 제가 두 눈으로 직접 봤어요.” 그러자 할머니의 얼굴은 그저 아픈 표정에서 두려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길을 벗어나 돌진하는 트럭이나 흔들거리는 사다리 같은 극복할 수 없는 위험에 갑작스레 맞닥뜨렸을 때 지을 만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할머니에게는 넘어진 바닥에서 못 일어나게 막으면서 포도 한 송이에 사랑하는 모든 것을 다 잃을 수 있다고 성화를 부리는 미친 사람이 가장 위험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본문 149쪽) '마법의 문을 여는 주문'-지나친 소심함 때문에 낭패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금방 공감이 되는 이야기다. 제대로 묻지 않고 대충 넘겨짚어서 행동하지 말자. 자칫 잘못하다간 병원 대기실에서 알몸으로 망신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속옷 차림으로 낯모르는 사람들 앞에 앉아 있을 때 머릿속에 오가는 생각은 참 재미있다. 자살 생각도 떠오르지만 정작 자살하려고 마음먹어도 적절한 도구가 없다. 목을 맬 허리띠도 없고 콧구멍이나 귓구멍을 지나서 뇌를 찌를 펜도 없다. 시계를 삼킬까 잠시 생각했지만 시계에 목이 막혀 죽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부끄럽지만 평소에 내가 먹는 것을 생각하면 시곗줄도 잘 소화되지 않을까. (본문 154쪽) '타임스'지 십자말풀이의 정답'-읽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책에서 웃음을 기준으로 랭킹을 매긴다면 아마도 이 꼭지가 1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베키가 나를 뭐라 불렀다. 내가 전에 들어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다시 들을 리 없는 말이었다. 힌트는 ‘똥보다 못한 사람’이다. 물론 그런 단어는 '타임스'지 십자말풀이에 나오지 않는다. 나온다면 누구라도 정답을 맞힐 것이다. (본문 171쪽) '아마추어 미술 애호가'-가족 이야기는 세다리스의 본령이다. 세다리스를 계속 읽다 보면 그 아버지와 어머니, 누이들이 연작 소설 속 등장인물처럼 눈에 선하게 될 것이다. 거의 막장 수준의 ‘이상한 가족’처럼 그리고 있지만, 그 바탕에 깔린 것은 가족에 대한 세다리스의 한없는 사랑이 아닐까. 나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우리 남매의 모습을 상상한다. 여섯 미술 애호가는 모두가 백발이 되어 현관을 쏜살같이 지나서 하이벨과 브래들링턴을 지나고 「금 간 남자」와 「풍선 남자」를 지나서 인디언 가면 구역인 계단을 서로 밀치며 내려가겠지. 콘크리트 버섯상으로 먼저 가려고. (본문 187쪽) '해골 친구'-장식품으로 집에 매달아놓은 해골에게 꼼짝 못하는 세다리스. ‘죽을 줄 알아’라는 말을 반복하는 해골 친구에게 ‘바르게 살 것’을 다짐하며 화해를 청한다. “죽을 줄 알아.” 그러자 결국 나도 무릎을 꿇었다. “뭐든 시키는 대로 할게. 내가 상처 준 사람들한테 사과할게. 목욕도 빗물을 받아서 할게. 뭐든 말만 해. 제발, 뭐든, 말만, 해.” 해골이 잠시 망설였다. “죽을 줄 알아…… 언젠가.” 나는 진공청소기를 옆으로 치우고 생각했다. ‘뭐, 그 정도면 화해의 첫걸음으로 괜찮군.’ (본문 199쪽) '너한테 꽃은 나 하나로 족하지 않아'-한국어판의 표제작이기도 한 이 꼭지는 원래 처음에 영문판 제목(영어 제목은 All the Beauty You Will Ever Need)이었다가 나중에 바뀌었다고 한다. 성적 소수자로서 세다리스가 겪는 부당함과 연인에 대한 사랑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체계를 벗어난 다른 체계를 전혀 상상 못하고, 침대 위에서나 밖에서나 성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어느 쪽이 상대를 ‘년’이라고 부를까' 고양이가 죽었을 때 누가 더 크게 울까' 어느 쪽이 욕실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낼까' 그 사람들은 그런 구분이 칼로 자르듯 분명히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나 보다. 하지만 당연히 명확한 구분은 없다. (본문 208쪽) '나는 댁과 다릅니다'-겉은 우아하지만 속으로는 욕을 일삼는 중산층 중년 부부, 노골적인 섹스 이야기로 승객을 곤란하게 만드는 택시 운전사, 여동생과 포르노 잡지를 보는 남자. 셋 중 누가 더 나쁠까' “나는 댁과 다릅니다.” 그런데 30분도 지나지 않아서 내 모습은 어떤가. 한 손에는 술잔, 다른 한 손에는 종마 앞에서 벌거벗고 섹스하는 두 여자의 모습이 담긴 잡지. 물론 상황은 조금 달랐다. 나는 그냥 위스키가 아닌 스카치위스키를 마시고 있었다. 보고 있는 것은 비디오가 아닌 잡지였다. 여동생과 함께였고 우리 남매는 그저 깔깔대고 있는 점잖은 사람들이었다. 아니, 아닌가' (본문 221쪽) '푸른머리되새의 집념'-테러범 사진과 음반 재킷을 이용한 푸른머리되새 퇴치법. 7시쯤, 햇빛이 우리 집의 서쪽 벽에 내려앉아 납치범 두 명과 가수 예닐곱 명을 비춘다. 이들은 유리창 뒤에서 밖을 내다본다. 몇몇은 나를 다시 보게 되어 반갑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몇몇은 음악을 듣거나 무슨 일이 벌어지기를 반쯤 건성으로 기다리고 있을 때처럼 그저 허공을 노려본다. (본문 231쪽) '헛간 같은 집에 사는 남자'-의붓딸을 성추행한 죄로 감옥까지 갔다 온 남자와 동성애자는 사촌 같은 관계에 있는 것일까' 세다리스의 반어적인 물음은 서글픔을 자아낸다. “아, 데이비드는 재키랑 여행을 떠났어요. 두 사람이 어떤지 알죠' 표 값이 75퍼센트 할인되면 하늘 너머까지 날아갈 사람들이잖아요.” 재키의 집에서 나온 뒤에야 나는 모욕감을 느꼈다. 재키는 왜 내가 자기랑 여행하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내가 할인에 목숨을 걸 것이라고 믿었나' 아니면 몇몇 사람처럼 재키도 우리가 하나로 묶일 수 있다고, 즉 동성애자와 아동 성추행범이 사촌 같은 관계라고 생각했을까' (본문 244쪽) '쥐와 사람'-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사교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꺼내는 ‘재밌는 이야기’는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어쩌다 내가 그 기사를 잘못 읽었을까' 왜 잘못 읽었을까' 식탁에서 음식을 받아먹는 개처럼 너무 급히 그 기사를 꿀꺽 삼켰을까' 아니면 미국 동부의 쥐는 서부의 쥐보다 불쌍하다고 무의식중에 믿고 있었을까' 노인이 연기로 쥐를 쫓으려 했다는 생각은 왜 품게 됐을까' 노인의 집이 쥐들에게 점령됐다는 생각은 왜' 순회강연을 떠나기 전에 내 모습이 어땠는지 돌아보았다. 그때 나는 책상 앞에 앉아서 줄담배를 피웠다. 나는 초조할 때면 늘 줄담배를 피운다. 담배 연기는 옆방까지 번졌다. 그 며칠 전부터 우리 집에 묵고 있던 손님들이 코허리를 찌푸렸을 것이다. ‘우리 집이 손님들에게 점령됐어. 모두 내쫓아야 해.’ 나는 그렇게 내 생활을 신문 기사에 투영했을까' (본문 257쪽) '파리에 간 에이프릴'-에이프릴이라 이름 붙인 테제나리아종 거미에 대한 세다리스의 사랑과 이별. 포유동물과 달리 거미들은 자기 본능에만 충실하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에이프릴을 좋아하게 된 것은 나의 주관적인 행동이었으며 옳지 않았다. 나는 에이프릴을 의인화하려 애썼지만, 결국 그 때문에 에이프릴에게서 멀어지기만 했다. (본문 273쪽) '비즈니스석의 울보'-웃음 끝에 다가온 아련한 인생의 추억. 그 뒤로 정말 40년이 흘렀단 말인가' 그렇게 어리고 그렇게 천진난만한 시절의 우리 남매가 떠오르자 마음이 어두워졌다. 금세 나는 크리스 록이 있건 없건 파리로 가는 밤 비행기에서 울고 있는 사람이 됐다. (본문 287쪽) '서로에게 충실한 구식 관계'-동성이든 이성이든 사랑하는 사람끼리 함께 늙어간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어쨌든 내가 또 종기를 절개해야 할 일이 생기면 자기가 기꺼이 해줄 거잖아. 우리는 함께 늙어가는 커플이야. 우리처럼 서로에게 충실하면서 사는 커플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하나 더 늘었네. 공짜 절개 수술.” (본문 302쪽) '금연 일기'-쿨 담배를 피웠던 세다리스의 금연 여행 일기. 담배를 처음 피우기 시작한 때부터 금연을 결심한 계기, 일본으로 떠난 금연 여행, 금연 후 생활 변화 등을 일기 형식으로 우스꽝스럽게 기록했다. 실제 금연을 결심한 사람이라면 세다리스의 금연 일기를 너무 신뢰하지 않도록! 내가 유일하게 줍지 않는 쓰레기는 우습게도 담배꽁초다. 세균이 묻을까 봐 담배꽁초를 멀리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손가락으로 담배를 집으면 왠지 인내심을 잃고 지금 담배를 피우면 얼마나 맛있을지 선명하게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 408쪽) 데이비드 세다리스는 평범한 것을 우스꽝스럽게 들여다보고 세상의 틈새에 존재하는 기이한 일을 파헤친다. 그래서 세다리스는 오늘날 가장 뛰어난 유머 작가다. -시카고트리뷴 세다리스는 당대 활동 중인 미국 작가들 중 ‘재미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을 바꾼 작가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세다리스는 가장 일상적인 일을 엄청나게 재미있고 특별한 노래로 바꾸는 아주 특이한 재능을 가졌다.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 |